[동향] 4. 백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상): 코로나 백신은 왜 집단 면역에 실패했나

백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상)


코로나 감염은 점막에서 시작되지만

백신 접종하면 몸 내부에 항체 형성

바이러스는 그 틈새 공략하며 확산

백신 사각지대서 오미크론까지 등장

위중증 막아주는 개인 보호엔 효과


과연 백신은 무용지물인가?


그렇지 않다. 백신의 본질적 목표는 개인 보호이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이 집단 면역 효과를 무너뜨리고 있지만, 백신은 여전히 개인을 지켜주는 튼튼한 안전벨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백신만큼 많은 희망과 실망을 모두 안겨준 것은 없을 것이다. 일 년 전 접종이 시작될 무렵 ‘게임 체인저’로 불릴 만큼 기대를 받았지만, 임상시험에서 보여준 기대를 실전에서는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거기에 오미크론 변이는 높은 백신 접종률이 무색하게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이 상황에 인간 세상의 이해득실까지 가세해 백신의 가치에 대한 과학적 해석의 초점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백신의 효과에도 두 측면이 공존한다. 집단 면역 효과와 개인 보호 효과이다. 전자는 실패했고 후자는 성공했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다. 백신의 두 측면을 분리해 집단 면역 실패의 원인을 먼저 살펴보고, 그다음 오미크론에 대한 보호 효과를 이야기해 보자. 여기서 다루는 백신은 기본 접종을 전제로 한다.


백신은 왜 집단 면역 달성에 실패했을까? 첫째는 코로나 감염의 시작 부위와 백신 효과가 나타나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고, 둘째는 접종 전략의 한계 때문이다. 먼저 코로나19 감염이 처음 시작되는 호흡기 점막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우리는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끝없이 마주친다. 미생물과의 접촉은 피부 같은 외부 면을 통해 일어난다. 거창한 위상학적 고민 없이도 피부가 외부라는 것은 뻔하다. 병원체들은 천연 갑옷인 피부를 뚫지 못한다. 물기가 없으면 생명 활동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코에서 폐로 이어지는 호흡기는 외부일까 내부일까? 숨을 쉴 때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라는 것을 생각하면 외부와 접촉하는 면이라는 것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런데 이 공기 통로는 피부와 달리 축축하다. 이는 병원체에는 아주 좋은 증식 환경이다. 따라서 호흡기는 병원체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점막으로 덮여 있다. 점막은 파리 끈끈이처럼 병원체를 포획해 끝없이 밖으로 퍼내고 있다. 이것이 가래다. 그리고 특수한 면역 물질들이 있어 병원체 침입을 방어한다. 이처럼 호흡기는 면역의 최전선으로 시도 때도 없는 병원체 침입을 막기 위한 특별한 점막 면역을 가지고 있다.


점막 면역의 가장 큰 적은 코와 입으로 쉼 없이 들어오는 세균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점막 면역은 세균을 쉽게 감지하고 처리한다. 면역의 시작은 나와 남의 구분인데, 세균의 구성 성분에는 우리 세포에는 없는 특이한 화합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경우는 문제가 달라진다. 물론 모든 바이러스가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코로나19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점막에 친화력이 있는 경우에만 호흡기 감염을 일으킨다. 말이 친화력이지 점막을 뚫고 그 아래 세포를 감염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일단 점막 아래의 호흡기 세포에 감염되면 면역이 처리하기가 까다롭다. 앞의 칼럼에서 설명한 것처럼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세포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구성 성분은 우리 세포와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에 면역이 쉽게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 없다. 따라서 바이러스 단백질의 구체적인 구조를 인식할 수 있는 정교한 항체가 필요하다.


그런데 처음 접하는 바이러스 단백질을 인식하는 항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것이 만들어지려면 평균 2주가 필요하다. 면역은 항체가 만들어지는 동안 염증을 일으켜 감염의 진행을 억제한다. 위험에 빠진 세포가 유도하는 염증은 주변 지역의 모든 세포에 극심한 피해를 준다. 감기에 걸리면 나타나는 괴로운 증상들이 바로 염증의 결과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이유는 항체가 만들어지는 동안 바이러스 감염을 내버려 두면 감당 못 할 위험에 점점 더 빠지기 때문이다. 이때 감염성 비말이 대량으로 만들어진다. 주변 사람들을 활발히 감염시키는 시기이다. 백신은 바로 이 위험한 시기를 줄여준다. 항체가 미리 준비되어 있어 감염을 바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감염성 비말의 생성도 최소화되어 주변 전파를 억제한다. 집단 면역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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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감염과 예방접종으로 획득된 면역의 차이 (이미지 출처: 바이러스의 시간, 2021, 뿌리와이파리)



자연 감염과 예방접종 면역의 차이


그런데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백신은 집단 면역 효과 달성에 실패하였다. 무엇이 원인일까? 백신의 투여 위치 때문이다. 위 그림은 자연 감염과 예방접종으로 유도되는 면역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점막은 인체의 외부이기 때문에 점막 환경에 특화된 항체가 분비되어 바이러스를 중화한다. 정교하고 효율적인 우리 면역은 감염이 일어난 위치에 방어력을 집중시킨다. 점막에 감염이 일어나면 점막에 항체가 분비되고 인체의 내부에 감염이 일어나면 내부에서 항체가 만들어진다. ‘그림’에서 다르게 그려진 것처럼 점막과 내부의 항체는 말 그대로 클래스가 다르다. 그런데 현재 상용화된 모든 코로나 백신은 근육 주사를 통해 투여된다. 점막 면역의 진행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인체의 내부에 항원을 바로 넣는 것이다. 이 경우 인체의 내부에서 순환하는 항체는 효율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점막 항체는 분비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백신의 종류에 따라 결과가 다르지만, 이 내용은 다음 칼럼에서 다룰 것이다). 코로나19의 감염은 호흡기 점막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예방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그림’의 오른쪽처럼 항체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이런 백신의 사각지대는 길게 유지되지는 않는다. 감염이 진행되면 점막 아래의 상피 세포들도 죽기 시작하면서 외부와의 경계가 무너지고, 혈관을 타고 흘러 다니는 항체들이 개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또한 잠시 후 설명할 세포 매개 면역이 개입하여 위험한 상황으로의 진행을 차단한다. 이런 이유로 돌파 감염이라는 용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코로나19에 자연 감염되어 점막에 분비 항체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예방접종 여부에 상관없이 일단 감염은 무조건 일어난다. 따라서 백신 접종 후 돌파 감염은 실제 문제라기보다는 PCR이라는 민감도가 높은 검사법 때문에 검출될 확률이 커진 것을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코로나19의 경우, 이 짧은 시간의 틈 사이에 증식해 전파될 확률이 높다. 감염 초기에 가능한 한 염증을 일으키지 않고 몰래 증식하는 능력을 박쥐에서부터 기른 뒤에 사람으로 건너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코로나19가 팬데믹을 일으킨 결정적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코로나19의 고유한 특성으로 집단 면역 효과를 위해서 높은 백신 접종률이 요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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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구 대비 백신 2회 접종률이 85%를 넘음에도 오미크론 변이 이후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바이러스 공장을 파괴하는 세포 매개 면역


현실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나라별로 접종률에 큰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빠른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와 늘어지는 백신 접종은 최악의 조합이었다. 그리고 이 조합은 집단 면역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오미크론 변이를 탄생시켰다. 바이러스의 변이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증식의 절대량을 줄이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확진자 수를 억제해야 한다. 과학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백신이라는 도구를 제공하였지만, 국가주의는 이를 잘못 사용하였다. 변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가능한 짧은 시간 내에 같이 접종을 진행해야 한다. 앞 칼럼에서 설명한 대로 백신도 코로나19의 진화를 촉발하는 선택 압력이다. 선택 압력은 짧고 강하게 가해져야 적응 변이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3차 부스터 샷을 고민하는 동안 더 많은 국가에서는 일차 기본 접종도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었다. 결국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백신의 사각지대에서 오미크론이 등장하였다.


오미크론 확산은 델타 이전까지의 팬데믹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델타 이전까지 변이는 항체가 인식하는 스파이크 구조 변화가 제한적이어서 백신을 통해 준비되는 항체들 중 일부가 인지할 확률이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오미크론은 스파이크의 구조가 대폭 변해서 기존 항체 (백신을 통해서든 자연 감염을 통해서든)가 전혀 인식을 못 한다. 즉 백신의 투여 위치 문제가 아니라 항체의 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기존 백신에 대한 무용론이 나오는 상황이며 오미크론 스파이크로 새롭게 설계된 백신이 아니면 접종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몸의 면역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이야기다.


보통 면역이라고 하면 새총을 닮은 항체를 떠올리고 이것이 면역의 전부로 생각하지만, 항체는 복잡한 면역 체계의 일부일 뿐이다.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 효과는 무력화되었지만, 개인 보호라는 예방접종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이유는 항체와 함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의 중심축을 이루는 세포 매개 면역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맨 처음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항체가 코로나19의 스파이크에 결합해서 새로운 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을 막는 중화 작용을 한다면, 세포 매개 면역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킬러 역할을 한다. 만약 세포 매개 면역이 없다면 바이러스 감염을 해결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항체가 필요할 것이다. 바이러스를 새로 만들어 내는 공장이 계속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공장을 없애지 않으면 항체와 바이러스는 끝없는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 세포 매개 면역은 바이러스를 만드는 세포를 죽인다. 즉 공장을 폭파한다. 따라서 예방 접종자는 위중증의 위험이 낮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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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포 매개 면역과 항체의 항원 인식 차이

검은 점: 3차 구조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의 뼈대를 이루는 아미노산, 흰 점: 3차 구조의 외곽에 위치하는 아미노산

(이미지 출처: 한겨레)




항체 무력화돼도 세포 매개 면역이 2차 방벽


왜 백신이 제공하는 동일한 스파이크 항원에 의해 자극이 되었는데 항체가 무력화되어도 세포 매개 면역은 유효한 것일까? 해답은 위 그림에 설명된 항원을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에 있다. 항체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항원으로 인식하는 것에 비해, 세포 매개 면역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십여 개의 아미노산 단위로 잘게 쪼개진 조각 즉 펩타이드를 항원으로 인식한다. 즉 항체는 3차원 구조를 인식하고 세포 매개 면역은 서열을 인식한다. 이 차이는 항원으로 인식 가능한 레퍼토리의 차이를 만든다. 이게 무슨 말인지 스파이크 단백질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현재 상용화된 백신은 모두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항원으로 면역에 제시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지속적인 변이로 스파이크 구조의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다가 오미크론에 와서는 극대화된 상황이다. 항체는 스파이크의 외부 (위 그림에서 우측의 흰색 아미노산 부위)만 인식이 가능하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1,274개의 아미노산 중에 구조로 접혔을 때 외부로 돌출되는 아미노산만 인식 대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위의 아미노산만 변해도 백신으로 만들어진 항체가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하지만 스파이크를 구성하는 1,274개의 아미노산을 십여 개의 크기로 조각내면 1,264개의 펩타이드가 만들어진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이가 아무리 심해도 이 펩타이드에 모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스파이크 단백질의 내부 중심을 구성하는 서열 (위 그림의 검은색 아미노산 부위)은 변이에 취약하다. 단백질이 접힐 때 내부의 아미노산들이 서로 영향을 주며 구조의 뼈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이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구조가 아예 만들어지지 못한다.


정리하면 항체가 인식하지 못하는 변이라도 세포 매개 면역은 바이러스의 단백질로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집단 면역의 성패에 상관없이 백신을 통한 면역은 위중증 진행을 막는 안전벨트 역할을 여전히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주철현 (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



출처: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323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