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SCIENCE 표지로 보는 2023년 이슈

올해 국내 과학계는 코로나19 등급 하향, 기후 위기, 상온 초전도제, R&D 예산 삭감, 우주청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이슈로 떠들썩했다. 글로벌 과학기술계에서는 어떤 이슈들이 주목받았을까? 국제학술지 SCIENCE에 표지 논문으로 실린 논문들을 통해 올 한 해 어떠한 과학계 이슈가 있었는지, 또 어떤 연구 논문들이 발표됐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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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기후 위기로 유실되는 빙하


올해 극심한 기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듯, SCIENCE 1월 6일 자 표지 논문에는 2100년 지구 빙하 절반이 사라질 것이란 경고 논문이 실렸다. ‘녹아내리고 있다 (Melting away)’라는 문구와 함께 구멍이 뚫린 네팔 쿰부 지역의 거대한 빙산 덩어리 사진이 표지를 채우고 있다. 데이비드 라운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교수팀은 앞으로 100년이 지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빙하인 쿰부 지역 빙하를 더 이상 감상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20년간 수집한 위성 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 21만 5,000개의 빙하를 분석했고, 이를 통해 2100년에는 절반의 빙하가 사라질 것이란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2월•유기물 기원 찾기 위한 소행성 시료 분석


올해는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탐사선이 착륙했다. 외계 생명체와 인류 정착지, 우주 탄생 등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한 소행성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SCIENCE 2월 24일 자 표지 논문으로 소행성 ‘류구’를 탐사한 일본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 2호’의 모습이 실렸다. 태양전지판을 팔처럼 벌린 상태로 류구에서 암석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이다. 채취한 유기물을 분석한 논문 2편이 2월 호에 실렸다. 일본 규슈대학교 연구에서는 2만 종의 유기물이 포함돼 있으며 이 중 20종은 아미노산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히로시마대학교 연구팀은 유기물이 방향족 탄소, 지방족 탄소, 케톤 등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같은 시료 분석은 태양계 탄생, 바다 및 유기물 기원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3월•꿈의 신소재 '맥신'


다양한 산업적 활용 가능성으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맥신이 3월 SCIENCE 커버를 장식했다. 금속층과 비금속층이 교대로 쌓인 이 2차원 나노 물질은 전기전도도가 높고 표면에 덮인 분자 종류의 양에 따라 여러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맥신은 맥스라는 결정성 물질로 만들어지는데, 맥스 결정에 알루미늄 등 불필요한 물질이 있어 이를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식각’이라고 하는데, 드미트리 탈라핀 미국 시카고대학교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식각 과정을 생략한 맥신의 합성 경로를 입증했다. 이는 식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폐기물과 비용을 줄이고 맥신 사용 영역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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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불임, 피임, 임신 등 인간 생식의 비밀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며 그 어느 때보다 생식 능력에 관심이 많은 시대, SCIENCE 4월 호에는 미로를 뚫고 난자를 향해 돌진하는 정자 이미지가 실렸다. SCIENCE는 4월 인간의 생식을 조정하는 의학 기술에 대한 특집 호를 실었다. 캐서린 에이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유산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 칭상 중국 선전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생식 활동을 떨어뜨리는 유전적 요인, 데보라 앤더슨 미국 보스턴대학교 교수는 피임 기술, 메리 허버트 영국 뉴캐슬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불임 치료를 위한 보조 생식 기술에 대해 논했다.


5월•바짝 말라가는 호수


전 세계 호수의 물 저장량이 줄어들고 있다. 5월 호 표지에는 물이 마른 미국 콜로라도강 인공 저수지인 ‘파월 호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실렸다. 사진의 육지 부분 중 흰색을 띠는 부분은 과거 물에 잠겨 있던 부분으로, 호수가 마르면서 바깥으로 드러났다. 미국 볼더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30년간의 위성 관측, 기후 데이터, 수문학 모델을 이용해 인간의 과도한 물 소비, 지구 온난화, 퇴적물 변화 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의 물이 53% 감소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6월•코로나19 기간에 넓어진 야생동물 활동 반경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의 일상도 바꿨다. 6월 호에는 야생 코요테가 사람들이 생활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근처에 등장해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이 담겼다. 말리 터커 네덜란드 라드바우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봉쇄령이 내려진 동안 인간 활동이 줄어들자 동물의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차량 통행이 줄어든 것만으로 동물의 움직임에 변화가 포착됐다. GPS를 이용해 포유류 2,300마리의 활동을 분석한 결과다. 이는 동물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인간에게는 인수공통감염병 확산 위험이 커진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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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뼈로 살펴보는 직립보행의 비밀


SCIENCE 7월 호에는 사람의 전신 뼈를 스캔한 이미지가 실렸다. 이는 다른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특징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두 발로 선 상태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걷는다는 점이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교 통합생물학과 연구팀은 딥러닝을 이용해 3만 명의 전신 엑스레이 촬영 이미지를 분석해 100개 이상의 골격 비율 관련 유전체 영역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팔 및 다리의 골격 비율은 몸의 가로 비율과 유전적 독립성을 갖는다는 점, 엉덩이 및 다리 골격 비율은 골관절염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는 이족 보행의 진화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8월•원주민 지혜로 돌아보는 호주 생태계


2019~2020년 대형 호주 산불이 발생했다. 한반도 면적의 85%에 해당하는 면적이 불에 탔다. 이로 인해 죽은 야생동물만 5억 마리에 이른다. 기후 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면서 산불 발생이 빈번해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SCIENCE는 8월 호주 특별 호를 마련해 원주민의 지혜를 통해 산불을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표지에는 헬리콥터에서 소이탄을 떨어뜨려 불을 내는 모습이 실렸다. 호주 원주민들이 큰불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불을 내 서식지 주변의 가연성 물질을 제거한 지혜를 활용하자는 의미다. 호주의 동식물 서식지를 보호하려면 과거에 불씨를 관리해온 방식을 현재의 기술로 재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9월•튀르키예에 남은 대규모 지진 흔적


지난해 튀르키예가 국명을 변경해 화제를 모았다면, 올해는 강진으로 또다시 튀르키예에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2월 6일 발생한 튀르키예 지진은 6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2,300만 명의 이재민을 야기했다. 9월 호 표지에는 지진으로 지표면이 파열된 튀르키예 토지 흔적이 담겼다. 이 파열 흔적은 300k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이 지진의 파열을 모델링해 지진 단층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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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역대 최대 규모 ‘뇌세포 지도’


SCIENCE 10월 호에는 뇌의 좌반구를 표현한 이미지가 실렸다. 다양한 색깔로 뇌가 다양한 뇌세포 유형을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SCIENCE는 자매지 SCIENCE ADVANCES,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과 함께 미국 뇌 연구 프로젝트 (BICCN) 연구 논문 21편을 대거 게재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 지도 완성을 목표로, 지난 2017년부터 뇌세포 유형과 기능을 특성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58명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뇌세포 유형을 300개 이상으로 분류했고, 다른 영장류 뇌와의 차이점을 규명하고 있다. 2027년까지 뇌 지도를 완성할 예정이다.


11월•초식동물 개체 수 조절


11월 SCIENCE 커버에는 가젤속 동물에 해당하는 ‘게레눅’ 사진이 실렸다. 자연환경이 훼손된 지역의 식물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게레눅과 같은 초식동물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중국 푸단대학교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선행 연구 600편 이상을 분석한 결과, 기온은 높고 비가 잘 안 내려 식물이 자생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특히 초식동물과 식물 생태계 간의 연관성이 뚜렷했다. 초식동물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면 식물 풍부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월•날씨 예측 AI 모델


12월 SCIENCE 커버는 지구 날씨를 예측하는 AI 인공지능 모델이다. 40년간의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된 그래프캐스트 (GraphCast)는 물리적 방정식을 해결하는 기존 접근 방식에 비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이클론 추적과 같은 심각한 재해의 예측을 지원한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본 허리케인 나이젤 (Nigel)의 속도와 정확도를 그래프캐스트가 데이터 처리에 사용하는 구조를 나타내는 파란색 메시 (mesh)로 묘사한 이미지가 커버로 선정되었다.


출처: https://online.kofst.or.kr/news/293768?category=COM045_EZmyQ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