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워라밸 따지는데'…입학 전 교수 인품부터 보는 한국 대학원생들

'외국에선 워라밸 따지는데'…입학 전 교수 인품부터 보는 한국 대학원생들


한국 대학원생은 ‘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 욕구 충족’과 ‘지도교수의 역량, 인품’을 대학원 진학기 및 진학 이후 중요한 요건으로 꼽는다는 사실이 12일 공개된 국내 조사 결과 밝혀졌다. 그렇다면 전세계 대학원생들은 어떤 요건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생물학정보연구정보센터(BRIC)와 전자정보연구정보센터(EIRIC), 기계·건설공학연구정보센터(MATERIC),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가 12일 공개한 ‘이공계 대학원 진학 관련 인식도 조사’ 결과를, 과학학술지 겸 잡지 ‘네이처’가 2017년 전세계 121개국 박사과정생 5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학원생 조사(Graduate Survey 2017)' 결과와 비교해 봤다. 두 조사는 조사 항목이 서로 다르고, 석박사 전체(한국)과 박사과정생(네이처) 등 대상이 일치하지는 않아 정확한 비교는 아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대학원생들의 '생각'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관련링크 브릭 조사결과 보고서 보기)

 

해외 박사과정 대학원생은 향후 진로와 함께 ‘일과 생활의 조화(일명 ‘워라밸’)’를 대학원 선택시 고려할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처는 2017년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 가장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중복응답)을 했는데, 이 설문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응답은 ‘일과 생활의 균형’과 ‘향후 진로’였다. 각각 55%가 '그렇다'고 동의했다(아래 그래프).  3위와 공동 4위는 경제적 지원(50%)과 ‘연구비 어려움’, ‘연구과제 수’(49%)로였다. 학위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조건이 얼마나 충족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는 국내 대학원생들이 꼽은 고려 요소와 약간 다르다. 국내 조사에서는 진학 전에는 ‘연구 분야에 대한 흥미와 발전가능성’을, 진학 뒤에는 지도교수의 연구 역량과 인품, 지도능력을 꼽았다. 특히 실제로 생활해 보면 다른 무엇보다 지도교수가 중요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대학원 학위 과정의 성패는 물론 생활의 만족도를 교수가 좌우한다는 뜻이다.

 

워라밸에 해당하는 '주말 출근'도 항목에 있었지만, 국내 대학원생 가운데 이 항목을 대학원 진학시 고려 요건으로 꼽은 비중은 7%로 비교적 낮았다. 정말 대학원에서의 워라밸이 뒷전일 가능성도 있지만, ‘교수의 인품’ 항목에 대학원생의 일과 생활에 대한 배려 여부가 이미 포함돼 있는 만큼 이것이 대학원생들이 워라밸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해석도 공존한다.


190614-1.jpg


●세계 연구자들도 ‘실제 학위 과정에서는 워라밸 만족도는 반반’


하지만 세계의 대학원생들의 워라밸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보니, 만족도는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네이처의 설문에는 지도교수와 학업, 생활의 만족도를 묻는 설문 항목이 있다. ‘연구실에서의 지도’나 ‘휴식시간 보장’, ‘진로지도’ ‘연구비 지원’ 등의 항목이 대표적인데, 교수의 연구 지도 부문의 만족도는 약 55%로 비교적 높았지만, 휴식시간 보장과 연구비 지원은 50%를 밑돌았고, 진로 지도는 약 30% 정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의 박사과정생 역시 생활과 연구비 지원, 진로 상담 등에서는 갈증을 느낀다는 반증이다.


진로 결정시 정보를 얻은 창구 역시 달랐다. 국내 조사에서는 대학원 진학 전에 시도해 본 조사 활동으로 홈페이지(71%), 지도교수 논문 및 이력서 찾아보기(60%) 등 온라인 활동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지도교수와의 면담과 주위 동료로부터의 정보 수집이 꼽혔다. 하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은 방법은 학부 때부터 연구실에 직접 참여한 경험(28%)과 지도교수와의 면담(22%)으로 꼽혔다. 온라인 정보 수집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필요한 정보(특히 한국 대학원생이 중요하다고 꼽는 교수 역량 및 인품 정보)를 얻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대학원생들이 ‘깜깜이’ 상태로 진학을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네이처에 응답한 전세계 박사과정생들은 약간 달랐다(아래 그래프). “현재의 진로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복수응답)에 ‘지도교수의 조언(34%)’, ‘지도교수 관찰 결과(32%)’, ‘동료의 조언(30%)’이 각각 2~4위 계기로 꼽혔다. 대면 접촉과 경험이 주요한 정보 습득처로 드러난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비율(60%)로 1위를 차지한 것은 인터넷이었다. 이는 선진국의 대학원들이 대학원생들의 졸업률이나 이탈률, 진로 정보 등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일부 전문가들이 대학원 지원자들이 연구실 내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들(이탈률이나 졸업률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박사넷' 등 익명의 사이트가 개설돼 내부의 평을 가감없이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이런 사이트가 도움이 됐다는 응답이 적었다. 투명한 정보가 보다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190614-2.jpg


동아사이언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9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