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재 교수의 한국의 건강문화

나의 전공은 한의학 중에서도 예방 한의학이다.

옛날 사람들의 건강법.
의료 이전에 불로장생, 무병장수를 꿈꾸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건강문화-양생.
최첨단 의료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이지만 현대인들에게 옛날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끊임없는 몸 관찰을 통해 알아낸 ‘몸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몸을 위로하는 방법’이 더더욱 절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건강문화연구센터에서는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 내재된 건강지향적 요소를 발굴하고 콘텐츠화하여 보급하는 일을 한다. 사실 티테라피도 우리의 전통 다도(茶道), 다례(茶禮) 문화와 몸에 좋은 것을 끓여 마시는 우리의 주전자 문화를 현대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한국식 약선을 재정리하고 있으며 우리 조상들의 풍류 사상과 조선의 유학자들이 평생을 바쳐 몰두한 수양법 등을 재해석해서 현대인들을 위한 스트레스 케어법으로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학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박사학위 취득 (한의학)

[경력]
- 현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현 건강문화연구소 소장
- 전 티테라피(카페+한의원+건강문화교실) 대표이사

[저서]
- 2011 『한의사의 다방』

이상재
이상재

최첨단 의료기술이 발전해가고 있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선조들의 끊임없는 관찰로 알아낸 방법을 통해 몸을 위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제가 운영하는 건강문화연구센터에서는 한국전통문화에 내재된 건강지향적 요소를 발굴하고 콘텐츠화하여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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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시대, 치유를 말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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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문학, 언제부턴가 많이 듣게 된 말이다. 21세기를 10년 산 요즈음, 인문학 서적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인문학 타이틀을 단 강의가 인기다. 그뿐인가, 20세기적 사고로는 인문학과 별 상관없어 보이는 회사에서 인문학 전공자를 우대 채용한다고 아우성이고 IT기업 임원들이 인문학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히 인문학 열풍이라 할만하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문학이 사람의 이야기, 인간중심의 의미라면 이 인문학 열풍은 물질적 풍요, 발전과 파괴로 규정되는 역동의 20세기가 인간에게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21세기적 노력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풍족하고 편리해진 만큼 복잡하고 번잡해지면서 그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들은 나날이 피폐해져 왔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무한한 발전으로 조만간 암도 정복될 것 같은 무서운 기세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피곤하고, 어깨도 결리고, 머리도 아프고…… 덜 건강하다. 나는 복잡한 세상과 번잡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리고 만 ‘인간으로서의 나’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현대를 사는 우리가 가진 ‘병 아닌 병[未病]’을 치유하는 시작이라고 믿는다. 


일상과 시간에 묻혀버린 내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나’에 집중하려는 노력들. 우리 땅에 살았던 옛날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건강문제마저도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해결하려 애썼다. X-ray도 없던 시절 그들은 오로지 육감을 통해 몸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체득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여 왔다. 수 천 년의 몸 관찰을 통해 자연의 언어로 기술된 몸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몸 단련법인 양생(養生). 이는 한의학에서도 핵심적인 영역이다. 어찌 보면 한의학은 의료 이전에 몸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기술이며, 불로장생, 무병장수를 꿈꾸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반영된 생활이고 문화이기도 한 것이다. 나는 옛날 사람들의 너무나 인간적인 몸 이야기와 몸 단련법인 양생을 ‘인문학적 몸 바라보기’라고 규정하고, 그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천인상응(天人相應): 인간은 곧 자연이다


인간은 곧 자연이기에 현대인들의 많은 문제들은 자연 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중얼거린다.

‘아~ 다 때려치우고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고 싶다.’ 푸념처럼 내뱉는 말이지만 사실일지 모른다. 모처럼의 휴가 때 느꼈던 산과 들, 강이나 바다, 나무가 있는 곳에서의 편안함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의 병 아닌 병은 그 자연 속에서 치유될 수 있는 것들이다. 굳이 산림치유니, 자연요법이니 하는 거창한 말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흙을 밟는 발의 느낌과 콧속에서 느껴지는 맑고 차가운 공기, 눈 앞에 펼쳐진 푸르름만으로 우리 가슴은 시원해지고 기분 좋아질 수 있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복잡한 현대인들이라면 더더욱. 

자연이 치유해줄 것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이 있다. 자연을 느끼는 것, 즐기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기분 좋은 나의 느낌을 느끼는 것. 아~ 내 기분이 좋다. 내가 좋아하고 있다. 감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인간으로서의 나’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풍류(風流): 자연과 벗하며 여유를 가지고 살아 갈 줄 아는 멋 


옛날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 인간으로서의 나 ’ 에 집중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를 발굴해냈다 . 철 따라 물 좋고 산 좋은 경관을 찾아 노닐었고 , 경치 좋은 곳에 정자를 세우고 , 시를 읊고 , 거문고를 켜고 , 차를 마시고 , 음주가무를 즐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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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행위보다 중요한 것은 즐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즐김으로 인해 오는 내 마음속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풍류다. 복잡한 세상을 사는 우리는 자꾸만 느낌을 잃어 간다. 감각이 둔해져 작은 자극은 별로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강도 높은 감각만 추구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너무 맛있어야 하고, 너무 매워야 하고, 너무 좋아야 한다.


자연( 自然 : 스스로 그러하다)도 그렇고, 풍류( 風流 : 바람이 흐르다 ) 도 그렇고 인위적이거나 지나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옛날 사람들의 뱃놀이를 보면 그 자연스러움을 알 수 있다. 흐르는 물과 부는 바람에 배를 맡겨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자연과의 자연스러운 동화 속에서 세속의 번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일부러 노를 저어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거나 하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는 다만 그 자연을 느끼기만 하는 것.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나’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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