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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으로 가는 법

오늘은 인천에서 가장 핫한 섬인 굴업도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굴업도는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에 있는 면적 1.71㎢, 해안선 길이 13.9㎞의 작은 섬입니다. 이곳은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로 이동한 후에 한 번 더 배를 탄 다음에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덕적도에서 굴업도에 가기 위해서는 홀숫날 들어갔다가 짝숫날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홀숫날에는 배가 덕적도-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문갑도-덕적도 순서로 운항하여 1시간이면 들어갈 수 있으나 짝숫날에는 반대로 덕적도-문갑도-지도-울도-백아도-굴업도-문갑도-덕적도로 나오기 때문에 2시간이나 걸립니다. 그래서 홀숫날에 굴업도로 들어갔다가 짝숫날에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굴업도의 과거

본래 굴업도의 이름은 굴압도이며 그 지형이 물 위에 구부리고 떠 있는 오리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러나 1914년에 팔 굴(掘) 자와 일 업(業) 자를 써서 굴업도로 이름을 바꾸었고, 땅을 파서 일을 한다는 뜻으로 굴업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995년에 전국 도서 지역 및 폐광 지역을 대상으로 핵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하기 위해 조사하는 중 굴업도가 최종 선정되었으나, 인천의 반대 및 지질학적인 구조상 안정성 문제로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해방 이전에는 200가구 넘게 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나, 태풍이 쓸고 간 이후 마을이 망가져 사람들이 육지로 많이 나가면서 세월이 흘러 현재는 9가구만이 살고 있습니다. 당시 선박 200여 척이 파괴되고, 파시촌에 있던 조선 가옥 120호, 일본 및 중국 상점 8호 정도가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고비를 넘기던 굴업도는 어떻게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 섬이 되었을까요?

예전부터 굴업도는 민어 어장으로 많은 어선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섬 주민들은 어업보다는 민박을 위주로 하며,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식사도 준비해 주시곤 합니다. 지금은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며 전국에서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만점 섬이 되었습니다. 백패킹이란 배낭여행이라는 뜻으로, 등산 장비 및 캠핑 장비를 가방에 넣어 짊어지고 등산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비박 또는 야영 모두 백패킹의 범주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패킹의 성지

많은 사람이 백패킹을 위해 굴업도를 찾는 이유는 개머리언덕 때문입니다. 언덕의 모습이 개의 머리와 닮았다고 하여 개머리언덕이라고 불립니다. 선착장에서 개머리언덕 끝까지 거리는 2.6km로 산 두 개를 넘어 걸어가면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비교적 높지 않은 능선을 올라가면 넓은 초원과 함께 바다를 볼 수 있어 힘들이지 않고 멋진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것 같습니다. 이런 넓고 멋진 풍경을 보고 CJ 그룹은 2006년에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굴업도의 대부분 땅을 사들였습니다. 다행히 환경단체의 반대로 골프장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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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다른 개머리언덕

개머리언덕의 장관은 수크령 군집으로 이루어져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수크령이란 볏과 식물로 가을에 꽃을 피웁니다. 그 생김새가 강아지 꼬리를 닮은 강아지풀과 비슷하지만, 그 높이가 높고 줄기는 엄청 억세고 질겨 손으로 뜯으려 하면 손이 베일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수크령의 일본명인 찌까라시바(力芝)는 그 뜻이 ‘힘센 풀’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봄여름에는 이곳 언덕이 푸른 들판으로 보이지만 가을이면 수크령의 꽃으로 인해 자주색을 띠게 되며 점차 잿빛으로 변해가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식물입니다.

▲ 사진 출처 = 두산백과, http://www.doopedia.co.kr

사슴, 개머리언덕의 주인

굴업도를 찾으시면 꽃사슴과 함께 희귀 동식물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개머리언덕에서 캠핑하다 보면 야생 사슴이 가까이 오기도 합니다. 큰 눈에 반짝이는 눈망울을 가진 사슴은 초식동물로써 아래에 있는 앞니와 위에 있는 두껍고 거친 피부를 이용하여 풀을 뜯어 씹어 먹을 수 있습니다. 달리는 속도는 무려 시속 80km/h까지 도달할 정도로 매우 재빠른 동물입니다.

마냥 귀엽게 생긴 사슴은 최근까지 굴업도의 밭을 망가뜨릴 정도로 그 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30년 전 처음 사슴을 키우다가 야생으로 나가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옹진군 측에서는 받아들여 사슴의 수를 줄이기 위해 100마리가 넘는 사슴을 잡아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남아있는 대부분의 사슴들이 사람들을 무서워하여 거리를 좁히지 않고 경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사진 출처 = 어플프렌즈, https://naver.me/ForJT2CG

섬을 이어주는 목기미 해변

선착장에 내리면 오른쪽으로 가장 가까운 해변인 목기미 해변이 보이는데, 이는 원래 동섬과 서섬으로 나누던 굴업도를 하나로 이어주게 된 해변입니다. 북풍의 바람으로 인해 사구가 계속 쌓여 그 해변의 모래 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목기미 해변에는 전봇대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과거 이곳이 마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목기미 해변을 쭉 따라가다 보면 연평산과 덕물산 사이에 사구습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곳 사구습지는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리면 일시적으로 물이 고이게 되는데, 예전에 사람들이 살던 때에는 농업용 또는 생활용으로 물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사구습지를 넘어가면 붉은 모래 해변이 나오게 되는데, 이곳에는 주민분들이 거주하십니다. 모래가 붉게 보이는 이유는 모래를 구성하는 입자들이 붉은색의 화강반암이기 때문인데, 이는 응회암보다 풍화작용에 약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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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바위

선착장에서 목기미 해변을 지나 좌측에 있는 연평산을 향해 걷다 보면 굴업도의 대표 절경이라고 할 수 있는 코끼리바위가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거친 파도와 바람으로 인해 자연이 만들어낸 코끼리바위는 그 높이가 딱 보기에도 매우 높습니다. 바로 뒤에 있는 절벽과 높이가 같은 것을 보아 코끼리바위는 해안단구로 과거에는 이 절벽의 일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회색의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윗부분과 바닷물로 인한 파식과 염풍화로 인해 검게 변한 아랫부분이 코끼리의 코와 다리의 형상을 더욱 비슷하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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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섬

굴업도의 남쪽에는 토끼섬이 있습니다. 지금껏 소개해 드린 것만 보면 굴업도는 동물과 관련된 지명들이 많네요. 사슴이 있는 개머리언덕부터 코끼리바위, 토끼섬까지 모아보면 굴업도가 귀여워 보입니다. 토끼섬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 걸어갈 수도 있지만, 썰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육지와 단절되는 섬입니다. 이곳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식와(海蝕窪)가 있는데, 해식와란 노치 (notch)라고도 하며, 바닷물로 인해 절벽 아랫부분의 바위가 오랜 시간에 걸쳐 녹아 사라짐으로써 깊게 형성된 침식지형을 말합니다. 토끼섬은 길이 120m, 높이 3~5m로 국내에서 가장 크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식와입니다.

▲ 사진 출처 = GEOVR파노라마, 굴업도 지리여행, tistory.com

병원선의 업무

주민 수가 적은 굴업도에는 당연히 진료소나 병원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약을 병원선에 의존하게 되는데, 마을회관과 같은 넓은 실내 시설이 없다 보니 침을 맞는 환자는 없습니다. 환자분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이곳 민박집 앞에서 듣고 병원선에서 약을 전달해 드리는 식으로 진료가 이루어집니다.

환자분들이 내과 약과 한방 파스만을 받아 가시다 보니 저는 갈 때마다 강아지와 놀아주곤 합니다. 굴업도에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알 수밖에 없는 민박집 강아지들은 사람을 무척 좋아합니다. 평일에 굴업도에서 진료를 보다 보면 트럭에 사람들이 가득 타고 민박집을 방문하는 것을 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굴업도의 인기를 실감하게 됩니다.

© 공보의 박재량의 한의사 항해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