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 생활, A부터 Z까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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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 재학생인 저에게 동의대학교한방병원 의국은 가깝고도 먼 곳이었습니다. 수련의 생활에 대해서 선배들, 혹은 교수님들로부터 얘기를 들어오긴 했지만 실제로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업무가 있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또 항상 환자로 북적거리는 병원에서 수련의들의 삶이 얼마나 치열할지 상상해본 적도 많았습니다. 실제 생활은 어떠한지 동의대학교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정섭 선생님과 한방재활의학과 의국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을 나왔고, 현재 동의대학교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수련의 2년차인 김정섭이라고 합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병원에서 의국이란 어떤 곳인가요?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내과, 침구과, 안이비인후·피부과 의국 등으로 나누어진 공간 자체를 의국이라고도 하고, 혹은 수련의들의 모임 자체를 의국이라고도 합니다. 의국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수련의들이 개인적으로 업무를 보거나 모여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즉 수련의들의 사무실이 되는 거죠. 둘째로는 일을 하다가 중간에 피곤하면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책장에 비디오테이프라던가 각종 전문 서적이 보이실 텐데요, 과가 처음에 만들어진 이후로 생긴 자료들을 의국에 모아놓거든요. 예전에 선배들은 어떤 책을 보고 공부를 했는지, 어떤 식으로 스터디를 했고, 공부했는지 등의 자료를 보관하고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해요. 수련의들이 수련을 하면서 핵심이 되는 공간이죠. 저는 오늘 오후 진료가 없어요, 이럴 때 의국에서 개인적인 업무를 보거나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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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국] 작은 아이콘3.jpg 의국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국의 시스템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요?

먼저 한방의국의 장이 있고, 우리 병원의 경우 내과(5계내과 및 사상체질과, 신경정신과)랑 비내과(한방재활의학과, 침구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부인과, 소아과)로 나누어서 내과의 장, 비내과의 장이 있습니다. 그 외에 의국 전체의 총무가 한 명 있고요. 1년차 병동 업무를 보는 1년차 전문수련의 중에 병동장이라는 직책이 있어요. 일반수련의 중에도 다른 인턴을 관리하고 총괄하는 인턴장이 있고, 2년차 전문수련의의 경우 연차장이 있습니다. 의국장, 연차장, 병동장, 인턴장 이런 순입니다.
인원의 경우 제 년차의 동기들은 좀 많은 편으로 11명이고, 바로 윗년차는 8명, 아래 년차는 7명입니다. 그렇게 한 7명에서 11명 정도의 인원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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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국] 작은 아이콘3.jpg 전문수련의 2년차라고 하셨는데, 수련의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수련의 과정은 일반수련의와 전문수련의 과정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양방의 인턴, 레지던트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반수련의를 1년 하고 전문수련의를 3년 하는 시스템인데, 전문수련의는 각 과별로 나누어져 있어요. 제가 지금 소속되어있는 한방재활의학과나, 침구의학과, 5계내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신경정신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사상체질과 등 각 과에 소속되어서 3년 동안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일반수련의 과정을 1년 수련하게 되면 보통 원하는 과로 지원을 하게 되는데, 자기가 수련하고 있는 병원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병원은 일반수련의 과정만 있는 병원도 있거든요. 그럼 다른 병원으로 지원해야겠죠. 동의대한방병원처럼 대학병원급으로 일반수련의, 전문수련의가 다 수련이 가능한 병원은 일반적을 자기가 원하는 과를 갈 수가 있습니다. 매년 각 과에서 모집할 때 인원 TO가 나오는데, 그것에 맞춰서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그러면 먼저 일반수련의의 병원에서의 역할과 하루 일과에 대해 말해주실 수 있나요?

일반수련의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주치의와 같이 입원환자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아침에 제일 일찍 일어나서 ‘라운딩’을 하는데, 병동을 돌면서 환자들 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말합니다. 환자가 그 전날 잠을 잘 잤는지, 식사나 대소변 같은 기초적인 사항에 이상이 있었는지, 증상의 경감이나, 다른 증상이 생겼는지 등을 먼저 파악을 하고, 담당 주치의에게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에 대해 브리핑합니다. 그 후에 주치의가 라운딩을 한 번 더 돌고 나면 일반수련의는 전문수련의, 과장님들과 같이 회진을 돌게 됩니다. 회진이 끝나면 발침을 하고, 주치의가 지시하는 여러 가지 업무 사항들을 수행합니다. 담당 주치의가 한방적인 처치나, 필요한 경우 양방 쪽으로 협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오더를 내립니다. 그렇게 주치의를 보조하면서 일을 배우고 공부를 하는 거죠.


병동 관리 말고도 응급실 업무도 보게 되는데, 급성 염좌 등의 근골격계 질환이나, 구안와사 등의 말초신경병증, 급성기 뇌졸중 등의 경우 한방 응급실로 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환자들이 한방 응급실에 왔을 때 처음에 환자들 증상을 살펴보고 환자 히스토리 받는 것 등의 업무를 하는 일반수련의도 있습니다.


지금(2015년 7월 현재) 동의대학교한방병원에는 8명의 인턴이 있는데, 8명 중에 한 사람은 응급실 업무를 보고, 나머지는 과별로 나눠서 업무를 보조합니다. 3주가 지나면 한 턴이 돌아 다른 업무를 보게 됩니다. 일반수련의들의 경우 한방병원 10층에 일반수련의들이 쉬고 공부할 수 있는 인턴 룸이 있는데 그곳에서 업무도 보고 생활하게 됩니다. 그리고 잠은 의국 숙소에서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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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국] 작은 아이콘3.jpg 인턴 생활이 바쁘고 힘들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왜 그럴까요?

네, 굉장히 바쁘죠. 왜냐하면, 일반수련의들은 주치의가 와서 바로 환자 상태를 알 수 있도록 환자들을 한 번씩 다 돌아보고 상태를 파악한 후에 주치의에게 브리핑을 해줘야 하니까 아침에 매우 일찍 하루를 시작해야 하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인턴 때 매일 다섯 시에 일어나서 대충 씻고 다섯 시 반부터 업무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발침하고, 주치의나 과장님이 오더를 내린 여러 업무들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밤늦게 자게 됩니다. 거의 하루종일 일이 있어 잠이 항상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서 밤에 환자 상태가 안 좋으면 ‘노티(Notification)’라고 하는 연락이 옵니다. 환자가 바이탈에 이상이 있다, 열이 난다, 통증을 호소한다, 어디가 불편하다 등의 노티가 계속 오는데, 일반수련의들은 노티 사항을 받아서 당직하는 레지던트에게 보고하거나, 자기 선에서 처치할 수 있는 부분은 처치해야 합니다. 그런 업무를 하다 보면 잠을 잘 못 자고, 자다가도 깨서 업무를 봐야 하기 때문에 몸이 항상 긴장되어 있는 등 체력적인 면이 가장 힘듭니다.


저도 일반수련의 시절에 처음 3일을 내리 밤을 새우고 세 번째 날 15분 자고, 이런 식으로 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반수련의 초기에는 ‘풀킵기간’이라는 교육기간이 있는데, 몇 주(4~6주) 동안 병원 안에서 생활하면서 병원 업무나 병원 문화에 적응하게끔 하는 기간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 기간 중의 원칙 하나가 서서 일하는 것입니다. 서서 차팅하고 서서 일하는 등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하는데, 제가 그 기간에 봉와직염에 걸렸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의대학교한방병원 최초로 풀킵기간에 일주일 동안 양방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었어요. 그런 식으로 체력적인, 신체적인 점이 제일 힘들죠. 그리고 아무래도 인턴의 업무가 제한적이다 보니 업무가 일 년 동안 반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계속 반복되는 업무가 있는 데다가 피로가 쌓이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환자, 보호자들이 요구하는 치료에 대한 기대나 컴플레인을 가장 먼저 받는 게 일반수련의들입니다. 일반수련의들이 환자랑 접촉이 많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고 여유가 없다 보니 날카롭게 받아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요.


[의국] 작은 아이콘3.jpg 일반수련의의 경우 퇴근의 개념이 없나요?

일반수련의의 경우 퇴근의 개념보다는 오프랑 당직의 개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병원 외래 업무는 오후 다섯 시 반에 종료되는데, 업무가 끝나면 당직하는 수련의들 외에는 모두 퇴근을 하거든요. 당직을 하는 일반수련의의 경우 그때부터 다음 날 아침 업무를 시작할 때까지 당직하는 전문수련의들과 함께 입원해 있는 병동 환자들과 외래 진료 종료 후 한방 치료를 받기 위해 내원하는 응급실 환자를 관리하게 됩니다. 오프는 오후 다섯 시 반에 업무가 종료되면, 그때부터 다음 날 아침 복귀 시간까지 자유 시간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오프는 한 번에 몇 명 나가는지를 따지는데, 초반에는 오프를 2명씩 나가게 했다가, 점점 일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업무가 일반수련의에게 조금씩 넘어가면 오프 나갈 수 있는 사람도 한 명씩 늘어나게 됩니다. 저희 년차의 경우 인원수가 많아서 평일 오프를 3~4일에 한 번 나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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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국] 작은 아이콘3.jpg 전문수련의의 병원에서의 역할과 지금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전문수련의는 특정한 과에 소속되어 그 과와 관련된 전문적인 업무를 배우고 공부하게 됩니다. 그 외에 또 그 과와 관련된 여러 가지 행정적인 업무들, 과비 관리, 각종 행사 진행, 대외적인 학회 활동 등을 하게 됩니다.

저는 보통 아침 일곱 시 반에 출근하는데요, 아침에 출근하면 그 전날 입원환자의 상태, 오늘의 외래 환자 현황 등을 의국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서 확인합니다. 그 후에 과장님, 그리고 제 밑에 병동 주치의를 담당하는 수련의 선생님과 같이 아침 회진을 갑니다. 같이 회진을 하고 입원 환자를 살펴본 다음에, 보통은 바로 내려가서 외래 진료 보조를 합니다. 이곳 의국에서는 보통 ‘어시’라고 하는데, 어시를 주로 많이 서는 편입니다. 그 외에 과장님 대신 수련의 진료 타임을 보거나, 2, 10층 뜸방 관리 업무나, 한방상담실 감독을 하거나, 병원 내 종합검진실에서 체질 상담 업무를 볼 때도 있고, 학기 중에는 동의대 보건진료소에 출장을 가서 진료를 보는 등 여러 가지 업무를 같이 보고 있습니다. 퇴근은 오후 다섯 시 반 정도입니다.

토요일은 1년차들의 경우 오전의 병동 관리를 하게 되고 2,3년차의 경우 외래 진료 보조를 하거나 종합검진실 업무가 있는 경우에는 출근을 하게 되고 그 외에는 근무를 하지 않습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병동 주치의란 어떤 개념인가요?

병동 주치의는 보통은 레지던트 1년차가 맡게 되는데요. 병동이 입원 환자들이 있는 곳이니까 입원 환자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보는 수련의들을 병동 주치의라고 합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지금까지의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언제인가요? 인턴 시절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손꼽힐 정도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비몽사몽의 상태로 업무를 볼 때도 많았죠. 제가 다른 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병원 문화라던가, 심지어 병원 구조도 모르는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병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바로 업무를 시작하다 보니 업무 첫날 회진 돌 때 인턴이 인도해서 가야 하는데 길을 몰라 과장님을 헤매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아까 말했듯이 업무 보기 시작한 지 며칠 안 돼서 봉와직염에 걸렸습니다.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 입원해서 쉬다가 다시 나와 업무를 보는데, 또 재발해서 새벽에 항생제 주사를 맞아가며 근무를 했었거든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인턴들은 함께 업무를 나누어 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 제가 아파서 못하는 업무를 저희 동기들이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계속 아파서 업무에 빠지면 동기들에게 민폐가 되니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그렇다면 수련의 생활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찰 때는 언제인가요?

한방병원의 장점은 입원 환자나 외래 환자들의 경과를 꾸준하게 낮과 밤을 놓치지 않고 연달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환자의 경과나 예후가 어떻게 되는지 뚜렷하게 볼 수 있고, 제가 처치하는 것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장기간 동안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 중에 제가 익혀 놓은 한방적인 치료법으로 인해 환자가 낫는 것을 볼 때가 가장 기쁘고 보람찰 때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대학병원이기 때문에 내과, 안이비인후·피부과, 사상과, 부인과, 신경정신과, 재활과, 침구과 등 각 과가 모두 있습니다. 학기 중에 각 과별로 컨퍼런스를 하고, 과 통합 컨퍼런스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통합 컨퍼런스를 하면 한방적인 치료나, 환자를 보는 시선, 한방 이론에 대한 견해 등이 많이 넓어집니다. 예를 들어서 폐계 내과는 환자를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 치료하는 반면, 재활의학과의 경우는 환자의 근골격계 및 구조적인 측면을 분석해서 이렇게 치료를 했다 등의 논의를 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과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환자를 보는 시선과 과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동의대학교한방병원의 의국 인원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연령대에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한의사들의 큰 모임이다 보니 부담 없이 상호 간의 밀접한 연계와 도움이 가능하다는 점이 수련의 생활을 하면서 즐거운 점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의국 혹은 병원 전체 회식을 해도 분위기가 좋고 재미있습니다. 교수님들 가운데에도 저희 병원에서 수련을 하신 분들이 많으셔서 수련의들의 입장을 잘 이해해 주시고, 회식 때는 허심탄회하게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지거든요. 그런 것들이 제가 느끼는 수련의 생활을 하면서 좋은 것들 중 하나입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어떤 계기로 동의대학교한방병원 수련의 과정을 지원하게 되셨나요?

학부 때 수련의 과정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고, 본3, 4때 근골격계 공부와 추나 공부를 하면서 이 분야를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서 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려면 큰 병원에 가서 경험을 많이 쌓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결정을 했고요. 동의대학교한방병원이 비교적 수련의 인원도 많고, 각 과가 다 있고, 한·양방 협진이 잘 되는 병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여러 가지 면들을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습니다. 입원환자 수가 세 자리 되는 한방병원은 많지 않거든요. 또 이후에 강단에 서는 것도 개인적인 꿈인데, 나중에 강단에 서려면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게 좀 더 유리하다고 판단이 돼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그러면 동의대학교한방병원에 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와서 봤을 때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에 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제가 생각했던 대로였습니다. 반면에 병원별로 환경이나 조건이 다르다 보니까 수련 과정이나 업무 내용도 한방병원, 대학병원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은 새로 알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동의대학교한방병원 같은 경우 한·양방 협진과 관련된 업무가 많습니다. 또 지원하기 전에는 학교 다닐 때처럼 정해진 커리큘럼 같은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능동적으로 공부해야 하고 업무를 배워가야 한다는 점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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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국] 작은 아이콘3.jpg 어떤 학부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임상에 괴리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는데요. 공부를 하시면서, 학부 때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도 드시나요?

일단 병원 업무랑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학부 때 공부를 하기도 어렵고,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인턴이 되어서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 진료 현장에 나와서 만나게 되는 실무적인 부분들에 대한 교육이 학부 기간 동안 부족하다는 점은 저도 동의합니다. 실제로 많은 신규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기도 하고, 이런 면에 대한 교육이 본인이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거나, 한의학계 선배들을 통해서 알음알음 전해 듣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점은 큰 문제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임상과 교육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커리큘럼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와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볼 때 필요한 한의학적 지식에 한정시켜 보면,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과 실제로 병원에 와서 임상에서 맞닥뜨리는 것에 어느 정도 괴리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진료를 볼 때 결국 우리가 찾게 되는 것들은 가장 기본적인 한의학적 진단 및 변증에 맞춰진 치료인데, 이것들은 다 교과서에 나와 있거든요. 그 지식들을 적용하는 스킬은 환자를 보면서 늘려간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진단하고, 변증하고,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것들은 교과서나 여태까지 나온 한의학 서적에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지식은 학부 때 공부를 많이 해 놓는 게 좋아요. 공부를 많이 해 놓으면 병원에 와서 환자를 볼 때도, 누군가는 아는 게 없어서 놓치는 부분을 딱딱 캐치할 수 있게 됩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그러면 수련의를 원하거나, 수련의를 해보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세요?

수련의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수련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야 합니다. 친한 친구가 수련의 한다고 해서 따라가거나, 친한 선배가 있다고 해서 그럼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수련의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게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되고요. 자신이 왜 수련을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하고, 수련을 할 때 어떤 점을 목표로 할 것인지가 굉장히 구체적으로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재활의학과 쪽에서 가장 많이 보는 근골격계 질환(특히 척추 관련) 쪽으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싶었고, 추나요법에 대해 심층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목표가 뚜렷했습니다.


수련에 대한 목표와 이유가 뚜렷해야 하는 이유는, 사실 한방수련의가 끝나고 전문의 시험을 통과하면 ‘○○과 전문의’ 타이틀을 가지게 되는데 한의학 쪽에서는 전문의만이 할 수 있는 시술이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전문의의 메리트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서 무엇을 목표로 해서 어떤 것을 달성할 거고, 앞으로 전문의로서 어떻게 해나갈지에 관한 계획, 목표, 의지가 확고해야 합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여자 수련의들이 여자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더 힘들어하기도 하나요?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 부분은 있지만, 제 생각에는 여자들이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제 바로 아래 년차나 인턴 선생님들도 여자가 더 많습니다.


[의국] 작은 아이콘3.jpg 힘든 레지던트 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었던 삶의 철학이나 미래의 계획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레지던트 생활을 하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기간이거든요. 저는 의사로서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에 대한 사랑이나, 의사의 도덕적인 항목들을 실력이라는 기반 위에서 쌓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실력을 쌓기 위해서 여기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항상 실력 향상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한의사로서의 삶을 살아갈 계획입니다. 수련의 과정이 끝난 이후에는 군복무를 해야 할 것이고, 그 이후 다양한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다닐 때 강의를 전달력 있게 잘하는 교수님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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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국] 작은 아이콘3.jpg 인터뷰 후

학교를 다니면서 동의대학교한방병원을 지나다니기도 하고 진료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의국에는 처음 가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병동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기도 했고 수련의들의 공간이어서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병원 7층에 위치한 의국은 조용하지만, 수련의들의 업무와 공부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조금 잠을 적게 자고, 불편한 생활을 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수련의 선배님들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든 생활을 감내할 만한 확실한 목표와 의지가 있다면, 동의대학교한방병원 수련의에 도전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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