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한의학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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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7년 이상 한의 진료를 하고 계신 분이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몽골로 의료 봉사를 간 앵무새가 한몽 친선 한방병원에서 만나게 된 분, 바로 문성호 박사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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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KOICA 1기 글로벌 협력 의료진 문성호입니다. 몽골에 2016년 3월에 나와 지금 7년 이상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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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요즘 하루 일과 혹은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병원 진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고요. 아침 9시에 진료 시작해서 보통 2시 정도에 마쳐요. 우리 병원이 몽골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라서 오시는 대로 모두 진료를 해드리면 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환자분이 오십니다. 그래서 하루 평균 50~60명 정도로 내원 환자를 조절하기 위해 12시까지만 초진을 받고 오후 2시까지 진료하고 있어요.


코로나 전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현지에서 전통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와서 실습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은 같이 일하고 계시는 전통의학 의료진들에게 주로 한의학 임상 교육을 하고 있고, 그전에는 침구학이랑 경혈학 강의도 했어요. 앞으로는 본초학 교육도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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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몽골에도 한의사처럼 몽골의 전통의학을 다루는 의사 선생님들이 계신 건가요?


네. 몽골에도 전통의학과가 제도화돼 있어서 우리나라처럼 서양의학 전공하는 대학과 전통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수도에만 열 군데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Q4. 현재 근무하고 계신 병원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병원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한몽 친선 한방병원입니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 몽골 공식 방문 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몽골 정부 간의 기술협력 약정을 체결했는데 그 약정에 따라 한몽 친선 한방병원이 설립되었습니다. 2001년 당시 몽골 보건부가 부지를 제공했고 KOICA에서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40만~50만 달러 정도의 예산을 제공한 거죠. 벌써 22년 넘게 운영이 되고 있어요.


여기 말고도 KOICA에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쪽에 무상으로 병원을 건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많은 예산을 쓸 때는 몇천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몇백억씩 들여서 건립한 예도 있었는데, 우리 병원은 그에 비하면 100분의 1도 안 되는 예산으로 지어졌지만 다른 나라에 있는 KOICA 병원을 통틀어서 제일 잘 운영되고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병원이에요. 이렇게 오랜 기간 잘 운영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몽골은 의료계에도 한류 영향이 있어요. 한국을 본받아야 할 선진국으로 생각하고, 의료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큰 병이 있으면 한국에 가서 치료받고 싶어 하죠. 예를 들어 암이나 소아 백혈병과 같은 중증 질환뿐만 아니라 척추 추간판 탈출증 같은 경우에도 한국으로 의료 관광을 가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그래서 한국인 의사가 몽골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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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박사님께서 몽골에 오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전문의 수련 후 군의관 입대를 준비하던 중에 KOICA에서 국제 협력 의사를 선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어 2002년부터 3년 동안 우즈베키스탄의 한방병원에서 국제 협력 의사로 대체 복무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하루 평균 환자를 100명까지 보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당시 기억이 좋게 남았고 해외에서 한의학을 알린다는 것이 저에게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2005년에 국내로 돌아온 후 서울에서 개원해서 10년 정도 진료했는데 개업의 생활을 하면서도 농담 삼아 “난 10년만 하고 또 나갈 거야.”라고 종종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10년 차에, KOICA에서 해외 파견을 나갈 글로벌 협력 의료진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해외에 가는 것보다는 KOICA에 소속된 의사로 나가는 것이 신분도 보장되고 면허, 비자 문제 등 대외적인 업무를 지원받을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가족 동의를 받고 오게 됐습니다.


Q2. 몽골로의 진출을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우연히 몽골로 선발돼서 오게 된 거라 준비 과정은 따로 없었는데, 제가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가 선발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한의대 졸업 후 한방내과 전문의 과정을 거쳤고, 본초학 박사 학위도 있었거든요. 사실 경쟁이 치열했는데 KOICA에서 국제 협력 업무를 이미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다는 점이 어필되어 선발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3. 몽골에서 활동하는 한의사의 삶에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몽골 분 중에 관광을 다녀오시거나 취업하러 가는 등 한국을 경험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좋고 의료진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고 있어서 한의사가 몽골에 오는 것만으로도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몽골에서 진료할 때 좋은 점은 해외 진출이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당신 아니어도 좋은 의사가 많다.’라는 식이지만 여기는 제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분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기본적으로 몽골 환자분들이 의료진 말을 굉장히 잘 따라요. 예를 들어, “10번 내원하세요.” 하면 이미 완치가 된 상태에서도 10번을 채우려 하고, “한약을 드셔야 합니다.” 하면 바로 한약 처방을 해달라고 하세요. 이렇게 의사와 신뢰 관계를 맺은 상태에서 장기간 환자를 끌고 갈 수 있으면 자연히 치료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장점입니다. 아침 7~8시부터 줄을 서 계실 정도로 절실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서 저를 꼭 필요로 하는 환자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보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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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몽 친선 한방병원 치료실


또 여기서 저는 진료만 열심히 하면 되고, 다른 직원 관리라든지 병원 경영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도 좋아요. 경영 문제는 현지 기관장 및 회계사 등 행정 직원들이 모든 업무를 알아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몽골은 서양의학과 전통의학 사이에 갈등이 없어요. 전통 의사도 자유롭게 검진 기기를 사용할 수 있고 양약 처방을 해주는 경우도 있죠. 보통 하루에 50명 환자가 온다면 그중 2~3명은 서양 의사 환자들이 계시고, 종합병원이나 다른 로컬 병원에 있는 의사들이 자기 환자를 보내주는 경우도 많아요.


단점은 몽골 기후가 한국 사람이 살기 쉽지 않은 기후라는 거예요. 지금은 워낙 날씨가 좋을 때 오셔서 못 느끼시겠지만, 겨울에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춥고 무엇보다도 연중 많이 건조한 날씨여서 한국처럼 습도가 높은 나라에서 오신 분들이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죠. 또, 경제적인 보상 면에서는 한국에 있는 것보다 못하다는 점도 단점일 수 있겠네요.


Q4. 몽골 전통의학과 한국 한의학 사이에 차이점이 있나요?


이론적 배경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 안에서 술기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다른 것 같아요. 몽골의 전통의학은 침 치료 위주가 아니라 마사지 요법, 물리치료, 사혈을 주로 이용해요. 그래서 몽골 전통의학 의사인데도 침을 못 놓는 사람도 많아요. 몽골 전통의학은 중국 중의학뿐만 아니라 인도 아유르베다 요법과 티베트 장의학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어서 이런 부분들이 한의학과 다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5. 몽골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한의사 국가시험처럼 따로 자격시험을 쳐야 하나요?


네. 이 부분이 한의사가 몽골에 진출할 때 힘든 부분 중 하나인데, 현지에서 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하고 유효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매년 시험을 봐서 면허를 갱신해야 해요. 한의대를 졸업한 후 국내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면허 시험 자격이 생기고, 이후에도 몽골어로 된 시험을 봐야 하지만 통역사를 대동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어요. 이런 절차가 더 간소화되면 한의사가 몽골에서 활동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


Q6. 해외 진출을 준비하시는 분 중 어떤 분들께 몽골 진출을 추천하시나요?


요즘 젊은 한의사분들은 영리하고 외국어 실력도 아주 좋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젊은 한의사분들의 해외 진출을 많이 독려하는 편입니다. 한국의 의료 시장이 점점 포화 상태로 가고 있으므로 한국을 벗어나 더 큰 곳으로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곳이 꼭 몽골이나 개발도상국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진출할 곳이 많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미국을 제일 권유하고 싶습니다. 미국 교포들도 한국 한의사들의 임상 수준이 높고 학업 성적이 우수한 분들이 한의대에 들어가는 걸 알고 있어서 충분히 메리트가 있거든요. 그래서 많은 한의사가 필요한 부분을 잘 준비해서 해외로 진출하시면 좋겠다는 의견이에요.


Q7. 몽골에서는 어떤 환자분들이 한의과에 주로 방문하시나요?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몽골 사람들은 언제 전통의학을 찾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요통, 경항통, 무릎과 발목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 환자분들이 절반 이상으로 많이 찾아오시는 편이고요. 그 외에도 만성적인 내과 질환, 알레르기 질환, 부인과 질환으로도 많이 오세요. 또 소아과 환자들도 꽤 오기 때문에 다양하게 진료를 보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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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부인과 난임 환자분들께는 침보다는 약을 쓰는 편이신가요?


케이스에 따라 다릅니다. 예전에 난임 환자들에게 침이랑 한약을 함께 썼는데 치료가 잘 돼서 몽골에서 소문이 났었어요. 그래서 아이를 갖게 된 환자분들이 지인들을 소개해서 데려오는 경우도 많았고요. 몽골의 시험관 시술 전문 병원에서는 한몽 친선 한방병원에서 미리 몸을 만들고 준비해서 오라는 식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환자들을 전원해 주는 경우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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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외교부장관상 수상 (출처: 한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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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앞으로 몽골에서의 한의 진료가 어떤 모습이길 꿈꾸시나요?


자생한방병원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한방병원들이 해외로 진출하면 잘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큰 병원 차원에서 해외로 진출하면서 한의사들이 파견 나가는 형식이 좋을 것 같아요. 그 외에 개인적으로 해외 진출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현지 병원에 취업하거나 한국으로 의료 관광을 떠나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의 진료를 하는 등 전략을 세워서 진출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자생한방병원은 이미 몽골 현지 병원과 교류하고 있어서 비정기적이지만 1년에 한두 번씩 한의사들이 파견 나와 그때마다 많은 환자를 보고 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Q2. 박사님의 NEXT STEP이 궁금합니다!


저는 처음에 10년을 계획하고 몽골에 왔는데 지금 7년이 넘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수년간은 여기에서 저에게 주어진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그 이후 계획으로는 두 가지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하나는 가족과 국내로 돌아가서 예전처럼 한의사 활동을 하는 거예요. 저는 국내에 있을 때도 외국인 노동자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에 외국인 대상 한의 진료도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편으로는 미국이나 캐나다 쪽으로 진출하는 등 더 큰 도전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Q3. 진로 선택 과정에서 박사님만의 결정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특별한 기준이나 인생 설계 없이 그때 열리는 갈림길에서 제가 관심 가는 것, 가슴이 따라가는 것을 선택해 왔어요. 전문의는 우연히 저희 때 전문의 과정이 생겼는데 당시 내과에 관심이 있어서 수련을 선택한 거고, 본초학 박사도 제가 학문적으로 존경하는 교수님이 본초학 교실에 계셔서 결정한 것이거든요. 결국은 이렇게 경력을 쌓아놓은 것이 제가 여기에 있기까지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 과정들이 시간 낭비나 돈 낭비가 아니었던 것이죠.


그런데 만약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뚜렷하거나, 진로의 방향을 정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스텝을 밟아나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졸업 후 임상보다 WHO 같은 국제기구에서 전통의학 전문가로 근무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예방의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는 것이 그 방향으로 진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저처럼 KOICA 의료진으로 근무하고 싶다면 미리 ODA 자격증을 취득하고 외국어 공부를 해두는 것이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될 거예요.


Q4. 앞으로 해외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저희 때보다도 더 실력 있고 우수한 인재들이 한의대에 들어온다고 들어서 해외에서도 충분히 잘하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국내에서 자기에게 열리는 길이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으시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관심 연구 분야로 박사과정을 밟으시면 큰 도움이 될 거고, 임상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전문의를 하는 것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임상의로서 관심 있는 한 분야를 특화해서 진료하는 것도 좋은 경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력들을 국내에서만 알아주는 게 아니라 저처럼 KOICA를 통해서 해외에 파견되더라도 그런 것들을 보고 선발하거든요.


만약 더 큰 뜻이 있어서 미국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면 면허보다도 더 중요하고 급한 문제가 비자나 영주권인데, 한의사는 특정 분야에 관한 연구 실적이나 임상 경력이 쌓이면 자연과학자 (Natural Scientist)라는 이름으로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어요. 비자나 영주권 문제가 해결되면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날개를 단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한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시는 것이 좋아요. 이러한 과정들은 젊은 한의사들일수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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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MSTA 제166차 몽골 의료 봉사단 맞이 (출처: 한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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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MSTA 제166차 몽골 의료 봉사단에게 병원 소개 (출처: 한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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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타지로 용기 있게 발걸음을 옮겨 몽골에서 한의 진료를 누구보다 멋지게 하고 계신 문성호 박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어디든 갈 수 있다.’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지평을 열고, 후배들이 그 길을 또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도록 개척해 주신 박사님에게 자연스럽게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의료 봉사를 주관하시느라 바쁘신 와중에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공유해 주신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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