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확실한 치료
 


퇴근 욕구가 가장 크다는 토요일 오후, 나는 눈치 없게도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하신 손재웅 선생님(전문수련의 2년차), 안진향 선생님(전문수련의 1년차)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더불어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를 소개하는 데 흔쾌히 허락해주신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의국 소개를 시작하고자 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는 역시나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로 붐비었다. 또한 병원이 넓어서 약속 장소였던 1076호 의국을 찾아가는데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두 선생님을 만나 의국과 진료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ChapterⅠ.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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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는 전문화를 위하여 외래로는 알레르기/피부미용클리닉, 한방안이비인후클리닉으로 나누어 개설되어 있고, 이곳에는 두 분의 수련의 선생님이 계신다. 3년에 두 명씩 뽑는데, 참고로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는 현재 한 해 인턴을 10명씩 뽑는다.


question mark 1919.jpg  어떤 환자들이 찾아오나요?

“알레르기/피부미용클리닉에서는 피부 질환을 보고요, 주로 아토피피부염, 여드름, 지루성 피부염, 두드러기 환자들이 많이 내원을 하며, 미용 및 매선 환자들도 최근 늘어나는 추세에요. 한방안이비인후클리닉에는 안과, 이비인후과 질환을 다루고 알레르기 비염, 중이염, 이명, 난청, 어지럼증으로 환자분들이 많이 내원하고요. 입원의 경우는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가장 많이 입원을 해요.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경우 발병하자마자 오는 분보다는, 다른 의료기관에서 오랜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이 없었거나,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제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이 많아요.”





이렇게 외래에 내원하는 환자들에게서 실제 어떤 감정을 느낄까? 환자가 기대하는 것만큼 치료 효과가 미치지 못할 때, 한의사로서 느끼는 감정은 어느 과나 비슷할 것이다. 다만 피부 질환으로 찾아온 환자는 더욱더 예민하고 우울감을 느끼며 심지어 질환이 재발한 경우에는 환자 스스로 조급해지기 쉽고, 사소한 행동이 병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셨다.

보호자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실제로 작년에 부산에서는 아토피피부염을 앓던 딸을 살해하고 보호자 본인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사는 스트레스를 받을 틈도 없이 여러 치료방법을 고려하는 동시에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좋은 방향으로든 좋지 않은 방향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과에는,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섬세하게 피부 질환 환자의 고충을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 어울려요.”

피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입원 치료 시 치료 효과가 확연히 나타나기 때문에 눈에 치료 효과가 생생하게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훌륭한 외국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게 된다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하셨다.


question mark 1919.jpg  최근 연구 주제는 무엇인가요?

논문 이야기가 나와서 최근 의국의 연구 주제에 대해 질문 드렸다.
“우리 과에서는 현재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수주를 받은 아토피피부염과 알레르기 비염의 근거창출을 비롯한 여러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어요. 아토피피부염은 올해 여름이면 7년짜리 과제 중 3년차로 접어들고, 알레르기 비염은 7년짜리 과제에서 4년차로 접어드네요.”

손재웅 선생님은 작년에 알레르기 비염(대한예방한의학회지)과 아토피피부염(투고 예정)에 대한 논문 2개를 냈다. 의국마다 다르지만, 보통 1년에 논문 2-3편 내는 것이 적은 편은 아니라고 하셨다. 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증례 보고,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 논문 등 다양한 종류의 논문이 게재되었고, 올해도 계속 진행 중이다.

안진향 선생님은 사마귀의 한방치료에 대한 증례 보고 논문을 작성 중에 있다. 또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를 올해 진행할 예정이다.

논문 출판은 의국을 홍보할 수 있기도 하지만, 의료기기 사용 근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데도 의의가 있다. 본 의국에서 게재한 OMU CT를 이용하여 비부비동염의 치료 효과를 관찰한 논문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OMU CT는 비강과 부비동 촬영에 쓰는 CT로서, 이러한 논문의 게재로 한의사도 환자에게 올바른 진단 및 치료 상태, 예후를 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기기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본 의국은 비내시경 평가척도를 만듦으로써 한의사의 비내시경 사용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데도 일조하였다. 병원에서 이러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한의학의 발전에 중요하다고 하셨다.





ChapterⅡ. 의국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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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mark 1919.jpg  당직은 몇 번 정도 서시나요? 연차별 주 업무는?

“레지던트 1년차는 한 달에 9~10일, 2년차는 2~3일 정도 서요. 3년차는 안 서고요. 그런데 다른 과와 함께 서기 때문에 다른 과에서 그해 레지던트를 얼마나 뽑았느냐에 따라 또 달라져요. 많이 뽑았다면 1년차가 많아지니까 개인당 적게 서도 되겠죠. 외래는 다른 과보다 조금 적게 들어가는 편이에요. 그 밖에도 대학원 과제, 펠로우 선생님과 질환 및 치료에 대한 컨퍼런스, 또 의국비나 연구비 관리 등 행정적인 업무도 해요.

그리고 다른 과의 경우 아래 연차는 병동을 맡고(입원 환자 관리), 위 연차는 외래를 들어가는 등 업무가 분리되어 있는데, 우리 과는 딱히 업무가 입원과 외래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병동관리도 같이하고, 외래도 번갈아가면서 들어갑니다.“

“우리 과의 수련의는 1년에 20명 이상의 입원 환자를 봐야 하는 기준이 있어요. 이 기준이 과마다 다른데, 다른 과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에요. 실제 입원 환자는 작년에 많을 때 동시에 6명 정도 있었고요.”

“위 연차가 되어서도 입원 환자를 진료하려면 일찍 출근해야 해서 조금 힘든데, 우리는 환자를 치료하는 한의사잖아요. 환자를 보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디서든 환자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기쁘게’ 치료에 임합니다.”


question mark 1919.jpg  의국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에는 여자 선생님이 많다. 손재웅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교수님들까지 모두 여자분이다. 손재웅 선생님은 청일점이신데, 교수님들께서 모두 섬세하셔서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하셨다. 물론 모든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의 특성은 아니다. 경희의료원의 같은 경우에는 남자가 많은데, 그렇다고 마초적인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우리 과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요. 대체로 교수님과의 나이 차도 많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고요. 또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에게 관심도 많으세요.”

교수님들은 수련의 선생님들을 비교적 친근하게 대하시는 듯했다. 교수님들이 코트 등을 벗으시면 수련의나 펠로우 선생님들이 받아서 걸어드리는 등의 문화도 없다. 오히려 하지 말라고 하신다. 게다가 최인화 교수님은 아침에 김밥을 직접 준비하셔서 수련의 선생님에게 주신 적도 있다고 한다.


question mark 1919.jpg  의국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직 한의학은 그 치료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진 게 많지 않아요. 교수님께서는 치료 기전을 밝히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도 힘을 보태고 싶고요.”

수련의 선생님들은 어떻게 같은 목표를 가지게 됐을까?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에 지원한 이유가 궁금했다. 개인적인 질문들을 쏟아냈다.

“피부 질환은 병원에서 치료하고 공부할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입원 환자들을 보다 보면 피부 질환 환자들이 호전되는 정도가 눈에 가장 많이 보였어요. 그러다 보니 관심이 생겼죠.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이비인후과 질환을 달고 살아서 이비인후과 질환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반대로 피부 질환의 경우 호전되지 않는 것 역시 눈에 보이므로 곤란할 때가 가끔씩 있다고 덧붙이셨다.

“저도 주변에서 배우며 피부 질환을 보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역시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등 질환의 경과가 명쾌하여, 가장 보람을 많이 느낄 것 같았어요. 치료율도 좋았고, 의국 분위기도 저랑 맞았어요. 또,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특히 이비인후과 질환을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요.”



ChapterⅢ.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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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mark 1919.jpg  학부 때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손재웅 선생님) 저는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는 편이었어요. 시험 기간에는 더욱 열심히 했고요. 그렇다고 동아리 활동 같은 공부 외적인 것도 소홀히 하지는 않았어요. 경희대 한의대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죠. 임원단 임기가 끝난 뒤에도 연주회에 섰고, 작년에 레지던트 1년차를 하면서도 무대에 섰죠. 현재는 외부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있어요. 곧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할 예정에 있죠. 취미를 가져야 해요. 병원에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업무와 별도로 즐길 수 있는 무언가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병원의 다른 수련의는 미술이나 탭댄스를 취미로 가지신 분도 계세요.”

“(안진향 선생님) 저 역시도 수업은 열심히 들었어요. 수업 안 듣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해봤자 그다지 생산적인 것 같지 않았고, 한의학에 관심이 많기도 했어요. 물론 긴 수업 시간은 힘들었지만, 비싼 등록금을 생각해서 장학금을 받으려고 더 노력하기도 했죠.”

듣고 보니 두 분 모두 학부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하신 편이었고, 안진향 선생님은 성적이 좋으셔서 장학금도 많이 받으셨다고 한다. 좋은 성적 외에 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의 수련의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question mark 1919.jpg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의 수련의가 되려면?

“인턴을 우리 병원에서 하는 것이 일단은 좋아요. 보시다시피 인턴과 레지던트를 뽑는 수가 비슷해요. 레지던트가 더 적을 수도 있고요. 따라서 외부에서 오는 건 조금 힘들 것 같아요. 3년에 한 번씩은 레지던트를 뽑는 수가 인턴 수보다 많아지긴 하지만요.”

인턴으로서 해야 하는 업무를 무리 없이, 그리고 열심히 하면 들어올 수 있다고 하셨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지원자가 여럿이면 상황에 따라 컨퍼런스를 거치거나 다른 시험을 통해 선발되는데, 작년의 경우에도 인기가 많았고, 매년 경쟁은 기본이라, 작년에는 1명을 뽑는데 3명이 지원하였다고 한다. 경희의료원도 경쟁률이 비슷했다고 하신다.


question mark 1919.jpg  한의대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마지막으로 한의학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씩 해주실 것을 부탁했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학교 공부에 별것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어요. 하지만 저희를 지도해주시는 교수님들을 가까이서 보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굉장히 작은 부분에 있어서도 고민을 많이 하세요. 그리고 의료계에서의 한의사의 입지 등을 넓히려고 많은 노력을 하세요. 학생일 때는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지만요. 또한, 학교 수업에는 교수님의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기본적으로 배우고, 그 위에 학생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관심 있는 질환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한의사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특히, 로컬에 나가기 전에 의료인으로서의 자질은 갖추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의국스토리 이한성 후기 사람얼굴.jpg  후기

치료 효과를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고,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피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점, 로컬에서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는 이비인후과 질환을 다룬다는 점까지,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는 굉장히 매력 있는 곳이었다. 치료뿐 아니라 매선 등 미용 부분까지 책임지고, 연구와 자기 계발까지 꾸준히 하는 이곳. 왜 인기가 높은지 짧은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수련의 선생님들로부터 솔직하고 진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