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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신만나드립니다 학생 기자 미어캣입니다. 2018년 6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 일본 오사카에서 제69회 일본동양의학회 (Japan Society for Oriental Medicine, JSOM)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래서 북극곰, 쿼카 기자와 함께 일본에서 한의학을 어떻게 연구하는지 궁금하다는 핑계로 먹방을 찍으러 오사카에 다녀왔어요! 그럼 먼저 일본동양의학회에 가셔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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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동양의학회에서 발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 의사였고, 종종 한국 출신의 한의사분들 (주로 교수님들)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발표는 일본어로 진행이 됐는데, 다행히 저는 고등학교 때 일본어가 부전공이어서 PPT에 익숙한 한자가 많이 보였습니다.


일본동양의학회의 PPT 구성은 대략 이런 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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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증례 보고에서 굉장히 놀랐어요. 약의 투여 기간과 그에 따른 변화를 굉장히 상세하게 보고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료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대부분 그래프로 표시해 주셨어요. 덕분에 저 같은 일본어 초보도 PPT만 보고도 대략의 내용 파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발표에서 한국과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한 환자에게 오랫동안 하나의 약만을 사용하여 치험례를 보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비 한의사인 저에게도 환자의 상태가 변하면 처방 구성을 바꾸어 처방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내용이었습니다만 일본의 의사들은 한 환자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하나의 제제만을 활용하여 끝을 보고자 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연구의 측면에서 배울 만한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환자에게 다양한 처방이나 가감이 많이 이루어진 처방이 투여되면 Bias (편향)가 심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일본에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계속 축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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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의사들이 한약을 이용하는 방법 또한 다양했습니다.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한약 제제를 사용하는 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양약의 부작용을 억누르기 위해서 한약 제제를 병용 투여하는 의사도 있었습니다. 혹은 양약과 시너지 효과를 바라고 병용 투여를 하는 의사들도 있었습니다. 위의 경우를 보면서 한약 사용 방법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 일본은 ‘플로차트 (flowchart) 식’으로 한약을 처방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 학회에서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본의 의사들도 망문문절(望聞問切)을 합니다. 또 필요한 경우 가감을 했다고 보고했던 의사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구내염 환자에게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을 투여한 발표자의 경우 상열하한(上熱下寒)의 진단에 기반해서 처방을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하사심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놀랐고, 그런 설명을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전통 한의학 이론으로부터 점점 탈피하려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는 시점에서 나름의 문화충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약물의 기전을 반드시 PPT에 넣었다는 부분에서 놀랐습니다. 처방에 대해서 기존에 알려진 성분을 기반으로 한 기전과 본인이 생각하는 약물의 기전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변증명이 아닌 질환과 약물을 연관 지어 설명하려면 이런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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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동양의학회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각 과의 증례 보고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이외에도 많은 세션이 있었습니다. 기억나는 주제로는 침구사와 약사들을 위한 한의학 기초 교육, 한의학 교육법 및 교수법, 항생제 약제 내성 문제, 의학과 한의학의 통합의학, EBM (evidence-based medicine)과 의학 통계학, 현대와 일본 전통의료 정도가 있었습니다.


특히 항생제 약제 내성을 다룬 컨퍼런스는 WHO의 ‘Global Action Plan on Antimicrobial Resistance (항생제 내성 글로벌 행동 계획)’을 기반으로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한의학이 약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탐구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후에 검색을 해보니 일본은 WHO 자료를 기반으로 자국의 현황을 재조사해서 따로 대책 자료집을 낸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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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동양의학회에는 다양한 의료기기 및 한약 제제를 만드는 회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5층에 학회 등록을 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 회사의 광고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얌전히 발표만 들으러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새 보니 북극곰 기자 손에 웬 비닐과 책자가 들려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제가 물어보았죠. “얘, 그것 무어니?” 하니, “으응, 이건 뜸 샘플이야. 오늘 너의 합곡을 지져줄 물건이란다. 너도 5층 가서 받지 않으련?”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곧장 5층으로 달려갔더니 부스들이 줄지어 있고 사람들도 줄지어 서 있더라고요. 저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샘플 비닐봉지의 상표를 유심히 살폈죠. 그리고 그 상표가 적힌 부스를 하나하나 찾아갔어요. 그 앞을 기웃거리며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물어보았죠. “아노, 샘푸루모아리마스까?”하니 “아, 하이! 오마치쿠다사이 (기다려주세요).” 하면서 주섬주섬 비닐과 책자를 꺼내 제 손에 쥐여 주었어요. 한 샘플 가방을 다른 샘플 가방에 구겨 넣으며 샘플 콜렉터가 아닌 척했지만, 저는 어쩔 수 없는 샘플 콜렉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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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고 집에 와서 보니 모은 샘플들이 꽤 다양했습니다. 희한한 모양의 뜸, 피부 자극 패치, 사향과 우황 등 비싼 약이 잔뜩 들어간 편 형태의 약, 침 샘플, 코즈메틱 상품 등이 있었습니다. 샘플을 받지 못한 것 중에서는 최근에 개발된 전탕 기계들이 있었지요. 혹여 임상의가 되면 구매를 고려해볼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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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동양의학회에는 의료기기 회사뿐만 아니라 한의학과 관련된 책을 만드는 다양한 출판사들도 나와 있었습니다. 이 책들을 보면서 저는 일본의 한의학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가장 부러웠던 점은 한의학 이론을 도식화하거나 이미지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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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기자가 구매한 책은 자주 사용되는 처방을 캐릭터로 만들어서 설명하려고 시도했다고 합니다. 설명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캐릭터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를 높이 사고자 한다고 합니다. 제 생각도 같았습니다. 인상을 심어주는 것만큼 좋은 공부 방법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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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이 구매한 책 이외에도 상한론(傷寒論)의 사고방식을 그림으로 표현한 책, 각종 처방을 사용할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한 책 등 다양한 내용의 책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해설 없이 그림으로만 구성한 책도 있었습니다. 한의학을 배운 사람에게는 필요 없겠지만, 한의학을 접해보지 않은 어린이에게는 한의학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사용한다면 굉장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 : 양약도 캐릭터화 되어 있었습니다!)


그다음으로 부러웠던 것은 출판되는 책의 숫자 자체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한의사 라이선스가 따로 존재하는 것을 생각하니 왜 우리나라에서는 출판물 숫자가 적은지 의아해졌습니다. 또 일본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실적으로 수요가 적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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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물의 수에 못지않게 EBM의 측면에서 한의학에 접근하려는 책이 많다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대부분 책이 증례를 중심으로 접근했는데, 종종 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무작위 대조 시험)를 실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그 책을 꼭 사고 싶어서 가격을 보았더니 4,600엔 (한화 46,000원)이었죠. 일본 먹방을 포기하는 마음가짐으로 계산대에 책을 내밀었는데 세전 가격이 4,6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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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면 먹방이고, 먹방 하면 일본입니다. 사실 먹방 사진만 올리고 싶었는데, 그러긴 민망해서 글을 썼습니다. (웃음) 일본의 음식점은 웬만하면 평균 이상의 맛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요. 특히 같은 음식이라도 식당마다 각양각색이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인 것 같아요. 일본어를 조금만 할 줄 안다면 요리를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 (customize) 할 수 있는 식당이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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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일본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맛집 검색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첫 번째 방법으로 일본 현지인들이 점수를 매긴 리얼 맛집 검색 사이트 ‘다베로그’에 접속합니다. 다베로그에서 지역, 메뉴, 가격대를 설정하고 검색합니다. 원하는 식당을 찾았다면 그 식당을 다시 구글맵에서 검색합니다. 두 사이트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식당이라면 성공!


출처: 다베로그 - 랭킹과 입소문으로 찾는 식도락 사이트 https://tabelog.com/kr/


두 번째 방법은 아무 계획 없이 길을 나섭니다. 도심지역 말고 주거지역 쪽으로 나가봅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는 가게나 난데없이 줄 서서 먹는 가게를 찾는다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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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o 6의 학회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함께 간 사람들과 뒤풀이를 했어요. 뒤풀이에는 역시 술이 빠질 수 없죠. 일본의 일반 음식점에서도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지만, 일본 요리의 끝은 역시 이자카야입니다. 솔직히 매우 비싼데 계속 시킬 수밖에 없게 돼요. 음식을 더 시키다 보면 술이 떨어져서 술을 또 시키게 되는 마법 같은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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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동양의학회를 참관하며 다양한 주제를 접하면서 예비 한의사로서 세상과 한의학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항상 ‘한의사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 직군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조금은 답을 찾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글을 보신 여러분들도 일본동양의학회를 핑계로 일본에 갈 기회를 쟁취하세요!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다양한 굿즈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일본동양의학회는 매년 장소가 변경되어 개최된다고 하니 매해 연초부터 학회 개최 소식을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