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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17년 5월의 어느 새벽, 늦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밤새 잠을 뒤척이다 졸린 눈으로 겨우 탄 SRT 수서행 기차! 쏜살같이 발전하는 의료계의 흐름에 늦지 않고자 경북 영덕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수서로, 수서에서 회기로 몸을 실었다.


솔직히 치킨 한 마리 시켜 먹을 수 없고, 근처에 편의점 하나 없는 경북 영덕 병곡면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고 있다 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 끄고 마음 푹 놓고 지내도 될 만큼 변화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고 느낀다. 한 명의 한의사로서 분명 더 좋은 의료를 시행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한정된 예산과 물품을 가지고 어떻게든 지역민들의 의료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공중보건의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나면 솔직히 의욕이 한풀 꺾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끓는 피를 가진 28세 청년으로서 가슴 속에 불타는 호기심을 잠재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 나은 의료, 더 나은 한의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따뜻한 햇살 내리쬐는 잔잔한 고래불 해수욕장의 물살과 물고기 친구들을 뒤로하고 채윤병 교수님과 김창업 교수님을 비롯한 수많은 한의계 브레인들이 밤낮으로 불을 지피고 계시는 지식의 용광로 곁으로 불나방처럼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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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정리


먼저 3가지 키워드로 이번 학술대회를 요약해보자.

1)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

2) 다중성분 다중표적 약리학(Multi-component Multi-target medicine)

3)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


1.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


유전체 해석 또는 심화된 유전자 연구는 다량의 복잡한 변수를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과거에는 충분한 연구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분석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차원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용량 정보 획득기술(high throughput technology)과 수학, 물리학에서 발전한 새로운 과학 분야인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을 융합한 연구 기법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얻은 생물학적 데이터를 서로 중첩시켜 연구해 총괄적 네트워크를 도출하고 생명현상의 모델링을 시도하는 ‘시스템 생물학’이 핫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기법을 의료 분야에서 활용하여 연구하는 영역이 바로 ‘데이터 기반 의학’이다. 경희대학교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에서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가천대학교 생리학교실에서도 이러한 네트워크 분석 기술을 이용한 한약 연구를 하고 있다.


김창업, 이충열. 한의학과 시스템 생물학의 만남, 의미와 전망.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016;30(6):370-5.

김창업. 한의학 연구자를 위한 시스템 생물학 학습 가이드.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016;30(6):412-8.


2. 다중성분 다중표적 약리학(Multi-component Multi-target medicine)


과거에는 단일 성분이 인체에 작용하는 기전을 밝히는 소규모의 데이터를 취합하여 분석하는 연구방법이 약리학적 연구의 근간을 이루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한의사나 한약학자들이 다중 성분 다중 표적을 다루는 한의약의 전모를 현대 약리학의 연구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러나 기존 방식의 신약 개발이 한계를 드러내고,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근간으로 한 ‘네트워크 약리학(Network pharmacology)’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한약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15년경 이상엽 KAIST 특훈교수팀이 전통 한약의 인체 내 약효 작용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에서 한의학 약효 원리가 명확히 밝혀진 화합물 조합들을 분석한 결과 상승효과를 갖는 화합물 조합들이 대부분 주요 약효를 전달하는 화합물과 이를 보조하는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음을 규명하였다. 이는 한약 처방 조성에서 약재의 작용에 따라 4가지로 분별하여 놓은 것을 통틀어 일컫는 '군신좌사(君臣佐使)'와 같은 개념이다. 이는 한의약의 원리가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규명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Kim HU, Ryu JY, Lee JO, Lee SY. A systems approach to traditional oriental medicine. Nat Biotechnol. 2015 Mar;33(3):264-8.


3.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


일반적으로 한의사(韓醫師)는 각각의 환자를 변증하고 환자의 몸 상태에 맞추어 기본방(基本方)을 가감(加減)하여 처방한다. 즉, 개개인의 몸의 상태와 체질을 파악하여 약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필요한 약물을 추가하고, 불필요한 약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침을 놓을 때도, 그 사람의 몸의 상태에 맞추어 배혈(排穴)에 변화를 준다. 이러한 맞춤(customization)의 과정은 일반 진료와 차별화되는 한의약 진료의 강점이자 의료계 전체가 발전해 나갈 방향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강점을 강화하고 과학적으로 응용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의약 임상 현장에서 대용량 데이터(High throughput data)를 반영한 개인건강기록(PHR)을 구현하고 이를 참조하여 진료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상 현장에서 한의사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진단기기를 활용한 객관지표의 확립이 필요하다. 이렇게 수집된 임상 현장에서의 데이터가 연구자에게로 전달되고, 연구자는 그 정보를 검증하고 체계적으로 분석 연구하여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정보를 제공할 때 한의약은 현대 의료의 수요에 적절히 발맞춰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꼼꼼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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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트워크 분석의 개요 [가천대학교 김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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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생물학은 크게 Bottom-up 방식의 Mechanistic Model과 Top-down 방식의 Statistical Model로 나뉜다. Mechanistic Model이란 하위단계 지식을 토대로 상위단계를 설명해 올라가는 연구법이다. 효소와 대사물질들, 신호분자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수학적인 방법으로 정량화하고 컴퓨터로 모델링함으로써 시스템상에 일어나는 변화를 설명하고 예측한다. 이를 전통적 시스템 생물학, 계산생물학(computational biology)이라고 한다. 반면 Statistic Model이란 대용량정보 획득기술(high throughput technology)과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을 바탕으로 한 세포, 혹은 조직의 단백질 발현 정도를 모두 조사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큰 스케일(large-scale)에서 요소 간의 구체적 링크와 상호관계 패턴을 파악하여 이들을 구성하는 각각의 대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이다.


Jeong H, Mason SP, Barabási AL, Oltvai ZN. Lethality and centrality in protein networks. Nature. 2001 May 3;411(6833):41-2.


2) 실습에 필요한 python 개요 및 기본지식 [경희대학교 정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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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thon은 통계 분석과 시각화 작업을 다룰 수 있으면서, 확장성이 매우 뛰어난 데이터 분석을 위한 과학적 수단(scientific tool)이다.


Python을 잘 익히기 위한 몇 가지 가이드를 추천해주셨다.

· 코드 아카데미: www.codecademy.com/ko/tracks/python-ko

· Coursera: www.coursera.org/courses?languages=en&query=python

· K-MOOC 강의: 가천대 최성철 교수님의 '데이터 과학을 위한 Python 입문'

· 책: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by 웨스 맥키니)


코드 에디터이면서도 콘솔 기능을 제공하는 간단하고 쉬운 IDE(Interactive development environment) 프로그램 중 하나인 Jupyter notebook을 소개해 주셨다.


3) 네트워크 분석 통계 적용 방법 [가천대학교 김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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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ALUE, 귀무가설, 대립가설, Permutation tests 등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통계 이론들과 연구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에 대해 다루어주셨다.


4) 네트워크 분석 실습 진행 [경희대학교 정원모 / 가천대학교 오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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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준비해주신 자료를 통해 Python 라이브러리인 Networkx를 활용하여 워크숍에 참석한 모두가 정원모, 오지홍 선생님의 지도하에 데이터를 Jupyter notebook을 통해 시각화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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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한의 정보를 이용한 데이터 연구 현황 [동신한방병원 김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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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의약 데이터의 구조는 환자의 다양한 증상 기록, 증상의 조합에 따른 관찰 기록과 관념적 생 · 병리론이 융합되어 있으며, 증상의 조합에 따른 변증 및 진단(변병, 전병전방에 대한 기록도 존재), 진단에 따른 처방(한약, 침구, 섭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 이러한 기록에는 예후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진료 기록을 모아놓은 의안의 경우에도 결과 평가 지표가 모호하여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전통 한의 데이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검증 및 보완이 필요한데 그 이유는 역사적 기록의 변조, 왜곡, 위조 등의 가능성에 따른 신뢰도(credibility)의 문제와 기록 내에 관찰의 기록을 넘어서 철학, 정치 논리, 정책, 추상 등이 가미된 이론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문제(전녀위남법, 도교, 신선술) 때문이다. 시대에 따른 용어 의미의 변천 및 다의성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필요하다. 측정 도구의 부실(환자의 상태, 지금 시대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물리량), 관찰과 법칙의 혼동, 원인과 결과의 혼동(담음, 어혈이 원인인지 결과인지 알 수 없음), 다양한 임상징후(sign)와 증상(symptom)을 조합한 모호한 개념 체계 등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 의무 기록(PHR) 연구의 경우 비정형 기록(unstructured data)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으며, 한의약 의무기록은 그 임상 특성상 검사 수치보다 증상의 감별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증상의 표준화, 증상 세기의 표준화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한의 진료의 경우 보장성의 문제로 비보험 의료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심평원 자료에 수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보원이 불충분하며, 결과 평가 설정 또한 여전히 모호하다.


Social Network Analysis, Exploratory Factor Analysis(EFA), Confirmatory Factor Analysis, Path Analysis 등 다양한 연구 기법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제시해 주셨다.


또한 원 데이터가 오염되어 있는데 그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해도 불충분하거나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음을 말씀하시면서, 데이터 생산자에 대한 대우가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젊고 튼튼할 때 SR보다는 3D 업종처럼 힘든 RCT를 할 것을 말씀하셨다. 또, 데이터의 질에 대하여 고민할 것을 강조해주셨다.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편의(Bias)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수학모델에 대해 공부할 것을 강조하셨다. 또한 “사람들은 옳은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라고 주의를 주시면서 비판적인 글들을 꼼꼼히 읽어볼 것을 마지막으로 강조해 주셨다.


2) 계량적 분석을 통한 한국 전통 의학 주요 의서의 특징 비교 [한국한의학연구원 오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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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의학입문, 경악전서는 한의약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서적이다. 한국 전통 의학의 주요 의서들의 핵심적 단어의 빈도를 바탕으로 하여 각각의 서적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연구를 보여주셨다. 


3) 연관규칙마이닝 기법을 이용한 청강 김영훈 처방기록 분석 [한국한의학연구원 황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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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부터 1938년까지 청강 김영훈 선생님께서 남기신 49,883건의 진료부와 처방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준화 작업을 거쳐, Association Rule Mining 기법을 통한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특정 질환에 사용되는 대표 약재들을 추출해낼 수 있었으며, 동일한 약재라도 질환에 따라 다르게 활용되고 있음을 파악해 내었다. 추가적으로 lift 값과 support 값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임상에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었다. 또한 연구 과정에서 발견된 후향적 연구의 한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전향적 연구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해 주었다.


4) 종합변증시스템을 이용한 변증 데이터 분석 [경희대학교 이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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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한의 변증 설문지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신뢰도(Credibility)의 문제 및 임상 실제 현장에서 설문지를 통해 진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종합변증시스템을 개발하여 2016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에게 적용한 뒤 그 결과를 분석해 보았다. 성별, 연령, 기간에 따라 결과값을 추려낼 수 있었으며 이 시스템이 한의사가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유용한 툴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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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락시스템의 실질 및 데이터 기반 연구 [경희대학교 채윤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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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맥소과(經脈所過) 주치소급(主治所及) 이론에 따르면 경락의 분포 자체가 선혈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어떤 경혈을 선혈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확하고 유의미하며 통찰력 있는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교수님께서는 근거에 기반한 연구를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임상 연구를 통해서 각 질환에 대해 침 치료의 유효성을 평가할 때 경혈의 조합에 대한 침 치료의 효과에 대한 부분은 설명할 수 있지만, 각 경혈의 유효성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 부위 자극과 특정 부위의 치료적 효과와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모델로서 경락시스템을 활용해 왔지만, 이러한 경락시스템이 과연 가장 적합한 모델인 지에 대한 검증은 진행된 바 없다. 임상에서 실제 진행되는 침구 치료의 데이터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각 경혈이 가진 침 치료 효과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각 경혈의 치료 효과의 정도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 모델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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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WM, Lee SH, Lee YS, Chae Y. Exploring spatial patterns of acupoint indications from clinical data A STROBE-compliant article. Medicine (Baltimore). 2017 Apr;96(17):e6768.

Jung WM, Shim W, Lee T, Park HJ, Ryu Y, Beissner F, Chae Y. More than DeQi: Spatial Patterns of Acupuncture-Induced Bodily Sensations. Front Neurosci. 2016 Oct 19;10:462.

채윤병. 경락시스템 실질에 대한 이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016;30(6):402-11.


2) 원인을 토대로 한 동의보감의 질병 개념 이해 및 데이터마이닝을 활용한 앞으로의 관련 연구 제언 [현동한의원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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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구에서는 동의보감의 변증 범주를 탐구하여, 이를 토대로 정리한 특정 병증에 대한 병인을 '침구법'의 각 혈과 연결시켜, 이들이 가지는 관련성을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통해 분석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는 전통 한의약 임상 원리를 더욱 정밀하고 풍부하게 복원하여 현대 한의약 임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최첨단 연구 기법이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였다.


본 발표에서는 동의보감에서 병의 개념은 병의 원인을 찾는 것을 목표로 했고, 진단 방법도 병의 원인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을 거듭하여 강조해주셨다. 한의학의 병의 원인은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연구결과를 반영한 U코드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동의보감의 '원인을 중심으로 한 질병 개념'에 의거한 진료와 진단과 치료에 대한 현대적 재평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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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정원모, 이인선, 이혜정, 김남일, 채윤병. 텍스트마이닝을 이용한 동의보감의 질병인식방식과 내경편 침구법 경혈 특성 분석. Korean Journal of Acupuncture. 2013;30(4):230-42.

이태형, 정원모, 고병호, 박히준, 김남일, 채윤병. 팔요맥을 중심으로 살펴본 『동의보감』 27맥 속성 연구. Korean Journal of Acupuncture. 2015;32(4):151-9.


3) 임상용 마크업 언어의 개발과 이를 통한 한의학 임상 데이터의 진료패턴 추출 연구 [경희대학교 정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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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혈자리를 선택하는 원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증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한의약 임상 현장에서는 한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포함한 정보 군집에서 질환의 패턴을 파악해 내어 변증에 활용한다. 본 연구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 신경망 네트워크(Artificial Neural Network)를 활용하여 변증 정보와 선혈 정보를 학습시켰다. 그 결과 인공 신경망 네트워크는 평균 0.865점으로 변증 정보에서 적절한 혈자리를 파악해낼 수 있었다.


Jung WM, Chae Y, Jang BH. Development of Markup Language for Medical Record Charting: A Charting Language. Stud Health Technol Inform. 2015;216: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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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 자료원을 이용한 한의학 연구 현황 –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중심으로 [경희대학교 장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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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건의료 분야에는 건강보험청구자료와 같은 다양한 2차 자료원이 존재한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2차 자료원과 이를 활용한 한의약 연구 현황을 소개하였다. 추가적으로 대만에서의 중의약 연구 현황을 분석하여 함께 비교하였다.


2) 감정-신체의 관계에 대한 데이터 기반 접근 및 2차 자료원을 이용한 질환별 분석 [경희대학교 이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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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구에서는 “마인드미러”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여 정신적 육체적 상태를 평가하고, 개인건강기록(PHR)이 개인의 심신의 역동적인 상태를 평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 코호트와 개인건강기록 그리고 한의 고전 서적들을 함께 분석하여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였다.


Lee YS, Jung WM, Jang H, Kim S, Chung SY, Chae Y. The dynamic relationship between emotional and physical states: an observational study of personal health records. Neuropsychiatr Dis Treat. 2017 Feb 9;13:411-9.


3)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변증에 대한 음수미포함 행렬분해 및 군집분석 연구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윤영희]


Yun Y, Jung W, Kim H, Jang BH, Kim MH, Noh J, Ko SG, Choi I. Exploring syndrome differentiation using non-negative matrix factorization and cluster analysis in patients with atopic dermatitis. Comput Biol Med. 2017 May 22;87: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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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의학의 생물학적 상관물을 찾아서 [가천대학교 김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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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의 지식체계는 임상 현장에서의 복잡한 패턴들을 파악해내고, 적절한 치료기술로 연결시킬 수 있는 고유한 이론, 논리체계 및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다. 한의학적 용어들이 임상 현상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생의학적 용어(biomedical language)로 설명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한의사들이 임상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러한 용어의 문제는 한의사가 생의학 분야의 다양한 성과를 충분히 수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의 급속한 발전이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체학(體學; omics)의 기술들은 과거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차원의 복잡한 질병 현상을 정량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간극을 잇는 다리가 형성될 수 있다.


본 세션에서는 네트워크 약리학에서 한약의 복합 표적을 규명해내는 연구를 소개하였다. 더 나아가 한의약을 시스템 의학 차원에서 규명할 수 있다면, 단지 한의약의 기전을 밝히는 것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현상과 한의약 이론을 연동시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2) 한중일의 약재 이용 자료 기반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이용한 임상 진료 패턴 분석(Identifying clinical practice patterns of Traditional Medicines in Korea, Japan, and China through the herb usage : data-driven mining approach) [가천대학교 박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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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의 한약 사용 패턴을 비교 분석하여 임상 진료 패턴 경향성의 차이를 확인하였다.


3) 네트워크 약리학을 이용한 인삼의 시스템 수준 표적 분석(Identification of systems level targets of Panax ginseng C. A. Mey. Using network pharmacology) [가천대학교 박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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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에서는 인삼(Panax ginseng C. A. Meyer)을 네트워크 약리학적 차원에서 분석하여 복잡한 분자 현상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통로(pathway)를 파악하며, 적용 질환을 시스템 의학 차원에서 규명해보았다.


4) 사상체질별 본초의 네트워크 약리학적 분석을 통한 체질별 생체지표 탐색(Investigation of in vivo-targets of herbs specific to Sasang Constitution based on network pharmacology) [가천대학교 김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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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체질의학에는 체질을 판별하는 대표적인 본초들이 있다. 인삼, 숙지황, 맥문동은 각각 비(脾), 신(腎), 폐(肺) 기능을 보충하고 조화시키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본초들을 네트워크 약리학적으로 분석하여 그 표적을 규명한다면 각 체질의 생물학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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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서 기반 데이터베이스 구조화 실례 [Bulky 전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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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내용을 조문, 방제, 본초로 분류하고 각각의 내용에 ID를 부여하여 MySQL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 구조를 기반으로 방약합편, 상한론, 동의수세보원 등의 조문과 처방을 연결하였다. 유기적으로 상세한 검색이 가능한 처방 사전을 구현하고 각각의 ID를 활용하여 PHR, EMR, 논문 등 다양한 데이터와 결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2) 스마트폰을 이용한 환자 데이터 수집 시스템과 활용 방안 [한국한의학연구원 장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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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현장에서 수집하는 데이터에 비해, 온라인을 통해 수집되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제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IoT 기기와 위치기반정보서비스를 활용하여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에 있다.



마무리하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한의약 연구 분야에 거대한 변화의 물살이 몰아치고 있음을 느꼈다. 한의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한의약육성법'에 보면 한의사는 한의약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를 계승 발전시켜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를 시행하는 전문가로 명시되어 있지만, 한의약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충분히 '계승', '발전', '응용', '개발'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사실 아직까지는 미흡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영덕에서 바다를 마주하며 살다 보니 이런 비유가 떠오른다. 빠르게 몰아치는 파도를 마주하면 두려움이 앞설 수도 있지만, 가만히 파도에 휩쓸려가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합한 도구를 갖춘 채로 어느 정도 몸이 젖는 걸 감수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파도 위에 올라타다 보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DDM은 한의약을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연구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임상가들이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연구자들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좀 더 무르익어서 더욱 활발하게 연구와 임상을 잇는 노력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KMCRIC이나 OASIS, PUBMED를 보면 다양한 한의약 논문들이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이러한 연구 성과들이 임상 현장과 활발히 연계되고 있는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다.


또한 김현호 병원장님께서 언급해주신 것처럼 기존의 결과들을 취합해서 분석하는 SR(systematic review)보다는, 힘들지만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잘 설계된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또는 코호트(Cohort)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데이터 자체가 불완전하거나 오염되어 있으면 아무리 취합하고 분석한다고 해도 엉뚱하거나 잘못된 결과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임상 현장에서부터 양질의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임상의들이 환자에 쏟을 에너지를 연구 자료 수집에 써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또한 연구 윤리를 충족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IRB를 통과하는 것부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까지 사실 별도의 사업 예산을 편성해서 국가나 연구기관의 지원 없이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공한협 정책이사로서 한의약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공중보건의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해보았다. 한의 임상과 연계된 다양한 건강 증진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고, 성공적인 결과를 낸 것도 많지만 그 결과가 제대로 취합되어 논문으로 발표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차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도입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 판단되었다. 정원모 선생님께서 학술대회에서 언급하신 임상용 마크업 언어를 적용시켜, 공보의들이 손쉽게 사용 가능하면서도 연구에 필요한 양질의 핵심 정보가 누락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차팅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고 함께 개발해볼 것을 제안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 주신 상태이다.


한의 차팅 프로그램과 코드 체계(U코드)가 한의 임상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김재효 교수님께서 지적해주신 것처럼 임상 현장에서의 오류를 검증하고 필터링하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임상 현장의 데이터를 취합하고 연구하고, 그 연구의 결과물들이 다시 더 좋은 진료의 지침으로 제공되는 positive feedback loop를 만드는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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