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원장

KMCRIC 대만드 logo.jpg


KJY main.jpg



KJY title-01.jpg


1983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1985 카이스트대학원 토목공학과 석사 졸업

1996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학사 졸업

1998 원광대학교 대학원 한의학과 석사 졸업

2001 원광대학교 대학원 한의학과 박사 졸업



KJY title-02.jpg


2018~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2004~2018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반연구부 책임연구원

2011~2012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2009~2011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 본부장

2005~2007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KJY title-03.jpg



지금 하시는 일, 그리고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이 되기까지


Q1.

원장님께서 한국한의학연구원 (이하 ‘한의연’)에서 어떻게 일주일을 보내시는지 간략하게 알려주세요!


A1.

원장이라는 자리는 한의연에 근무하는 약 350명 전체의 리더입니다. 원장의 업무는 크게 내부와 외부로 나뉩니다. 내부 업무 중 중요한 것은 집단이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으는 일입니다. 그래서 일주일의 절반은 연구원들과 만나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을 논의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외부 업무로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회 등 정부 부처와 기관 관련 사람들을 만나 외부적으로 협조를 얻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2.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여러 가지 전공을 거쳐 한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셨는데, 이렇게 먼 길을 돌아오게 된 사연과 원장님의 어릴 적 꿈을 듣고 싶습니다.


A2.

어려서 위인전을 많이 읽어서 인류를 위해 크게 공헌하거나 자연의 진리를 깊이 파고드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해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의대 대신 이공계열로 진학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서울대에서 이공계열을 한 번에 뽑은 후 2학년 올라갈 때 전공을 선택했어요. 처음에 가고 싶었던 물리학과는 고등학교 물리 선생님이 “굶어 죽는다”라고 하셔서 포기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경제력도 갖출 수 있는 학과라고 생각했던 건축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하다 보니 건축학과는 예술적인 감각도 필요하고 저랑은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석사 때는 건축학과의 세부 전공으로 집이 무너지지 않게 구조 계산을 하는 구조공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서울대 대학원은 학비가 들어서 장학금에 용돈도 주는 카이스트로 진학했습니다. 카이스트에는 건축학과가 없어서 토목공학과에서 석사를 했죠.


석사를 졸업하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근무했습니다. 제가 한의학과 만나게 된 시점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축구를 하다가 발을 삐어서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원장님께서 사상의학으로 발목은 물론 기존에 앓고 있던 과민성 대장 증후군까지 고쳐주셨어요. 저는 여기에 관심이 생겨서 당시 사상의학에 관한 유일한 서적이던 <사상의학 원론>을 사서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와 너무 멋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다시 박사과정을 하러 카이스트로 돌아가야 했지만, 지도교수님께 “한의대를 가야겠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한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저를 치료해 주신 한의사가 당시에 “당신 같은 과학자가 한의대에 가면 한의학의 과학적이지 못한 부분에 실망할 수도 있다.”라며 말렸는데, 저는 오히려 ‘내가 과학화하겠다.’라는 생각으로 한의대를 갔습니다. 원래 연구를 염두에 두고 한의대에 들어왔지만, 임상을 하고 연구를 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에 졸업 후 10년 정도 임상을 하고 다시 연구의 길로 가게 됐습니다.


KJY photo-01.jpg



4차 산업혁명과 미래의 한의학


Q3.

한의연에서도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여러 사업 분야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이 한의학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나요?


A3.

옛 의서에 나오는 치험례는 대부분의 환자가 자기 마을에 있는 환자들입니다. 따라서 환자의 히스토리를 알고 평소 맥도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맥만 짚고도 맥박 수의 변화 등을 통해 다 알 수 있었죠. 그러나 요즘과 같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맥을 짚고 이 사람의 병을 아는 것은 개인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옛 의사들은 앞서 언급한 진료환경 위에서 진료해온 셈인데, 지금의 한의사들에게는 현대의 생활환경이나 사회구조가 정확한 진단을 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우리가 그 정보를 모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의사가 중요시하는 환자의 평소 맥상과 대소변 등의 정보를 ‘라이프로그 데이터 (Lifelog Data)’라고 하는 데 이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해 주치의에게 준다면, 그리고 이를 한의원/한방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보다 정밀한 진단을 할 수 있게 되겠지요.


Q4.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대체되어 사라지는 직업이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4.

저는 많은 종류의 직업이 급격히 사라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초기 산업혁명 때 방직기가 나오니까 옷 관련 사업은 다 망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랬나요? 오히려 더 다양해졌습니다. 그런 식으로 인공지능은 해당 분야 직업의 질을 높일 뿐 직업을 없애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4차 산업혁명으로 대체 가능 직종 중 의사는 들어가 있는데 한의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저는 큰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들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보다 수준 높은 의학으로 진화할 기회를 부여받지만, 한의학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큰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런 위기의식에서 시작한 것이 ‘인공지능 한의사’ 과제입니다. 앞서 언급한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이용해 일반 시민들에게 몸 상태의 이상이 우려될 때 경고를 주고, 중요한 정보들은 한의원/한방병원에서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치료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증(寒症)일 경우, 한증의 정도는 얼마인지, 전변(傳變)은 어떻게 되었고, 예상되는 미래 질병은 무엇인지, 한의학적 치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적합한지 등을 판단해서 진료할 수 있어야 합니다.


Q5.

이전에 한의연 체질의학연구본부장을 맡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체질의학을 연구하시게 되었나요?


A5.

우리나라의 체질의학은 이제마의 사상의학을 말하는 것이죠. 저는 이 사상의학이 한의학적인 가치도 있지만, 그보다는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지금 시대는 모든 것이 개인 맞춤형으로 가고 있습니다. 용도, 사람의 특성에 따라 세분화되는 것이 현재 모든 상품시장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전까지의 의학은 질병을 정의하는 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질병이 완전히 정의되면 약은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급성 전염병의 경우 이게 통하지만 만성 질병은 통하지 않습니다. 약을 먹고 치료가 될 확률을 치료자 조절률이라고 하는데, 당뇨의 경우 20% 수준입니다. 이러한 한계점 때문에 맞춤의학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서양의학에서도 최근 유전자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맞춤의학은 한의학에서 이미 하고 있던 겁니다. 저도 당뇨, 고혈압 등 다양한 환자를 치료해보았는데, 질병마다 사용하는 처방이 10가지 이상입니다. 변증하여 개인의 특성이 반영된 병의 Subtype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입니다. 사상체질에서 체질을 판단하는 것도 변증의 일부죠. 우리는 이미 세계 의학이 그토록 갈망하는 맞춤의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진단 과정이 현재에도 구축 중이며, 진단 과정을 과학화한다면 우리도 아주 빠르게 원하는 미래 의학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Q6.

진단 과정의 과학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A6.

진단의 과학화에 저희가 개발한 설진기, 맥진기, 안면분석기 등 진단 기기들이 해당됩니다. 물론 이외에도 앞으로 이와 관련된 연구 성과들은 계속될 것입니다.


KJY photo-02.jpg



Ups & Downs


Q7.

인생 그래프의 Up & Down을 알려주세요. Down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7.

서울대 공대를 다닌 시절이 가장 down 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서울대에 가면 대단한 인재들과 함께 진리를 토론하고 나라의 앞날을 논의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가끔 그런 분들도 있긴 했어요. 대표적으로 서울대 78학번으로 저와 동기이신 유시민 작가가 있었지만, 공대에는 많이 없었습니다. 전공했던 건축학도 적성에 맞지 않아 개인적으로 힘든 시절이었고 자퇴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Q8.

인생 그래프의 Up,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8.

대학에 합격했을 때 기분이 좋았고 (웃음), 얼마 전 연구원장이 됐을 때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정말 뿌듯한 순간은 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을 때 같습니다.



원장님의 꿈, 그리고 학생들에게 전하는 말


Q9.

진로 탐색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9.

무엇보다 자신이 제일 하고 싶은 것이 기준입니다. 사람마다 한의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다 다를 거예요.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고 그걸 찾은 다음에는 내가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즉,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10.

진로를 고민하는 한의대생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10.

지금 한의학이 제가 한의대를 다녔던 2~30년 전보다 상황이 많이 안 좋다고 하는데, 과연 한의학이 사라질 가치인가요? 사라질 가치라면 시들시들하겠죠.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한의학은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바로 질병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본다는 점, 그 사람의 Subtype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가져온 우리만의 철학과 치료 방법이 있다는 점입니다. 면허 제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어렵다 할지라도 한의학은 반드시 더 크게 빛날 미래가 있으니 그때를 위해 준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11.

미래에 한의연에서 연구자로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학부생 때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11.

제일 중요한 것은 ‘한의학 연구에 내가 기여하고 싶다.’는 동기입니다. 그리고 한의학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저는 한의대에 들어간 서른 즈음에 그 목표를 딱 세우고 들어갔어요. ‘나는 연구를 하겠다. 비체계성을 우선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이를 체계적으로 만들어서 그 수준을 올려놓고, 그 이후에 진료를 더 해도 좋다.’라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이러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만일 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 자신이 잘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면 두 가지를 준비해 오시면 좋아요. 첫 번째는 통계학입니다. 모든 과학적 연구에는 통계학이 정말 중요해요. 예전에 어떤 학생은 제가 이 부분을 얘기했더니 통계학을 미리 공부해 와서 논문을 정말 잘 썼어요. 통계학은 요즘 들을 기회도, 방법도 많으니 공부를 조금 해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영어를 강조하는데 자신의 전문 분야에 맞는 학술 논문을 찾고 분석할 수 있는 정도로 준비해 오시면 좋습니다.


Q12.

한의연에서 연구한 성과들이 세상이나 한의계를 어떻게 바꿀지 예상이 되시나요?


A12.

지금까지는 사실 한의학이 정량화해야 할 것을 정량화하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면, “맥이 허하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지금 시대에서는 그렇게 쓰면 안 됩니다. “맥의 강도가 0부터 10까지 있는데 당신의 맥은 3.5다.”라고 얘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가 맥진기를 개발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정량화되어야 또 표준화가 될 수 있고요. 그런 연구를 한의연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많이 해왔습니다. 약물 제형 연구의 경우는 중국이 많이 앞서 있지만 한의 진단의 과학화에 관해서 만큼은 저희 연구원이 단연 세계 1위이죠. 모든 서양의학의 발전도 다 진단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의학을 과학화, 체계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니 더욱 열심히 준비해서 앞으로 좋은 연구를 많이 창출해 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연구 성과들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고, 국가 보험체계로도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KJY title-04.jpg



쿼카 기자-2.jpg



© KMC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