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하 교수
  •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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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졸업

1981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원 석사 졸업 (약물학 전공)

1993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졸업 (약물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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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현재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

2003~2015 대구한의대학교 한방생명자원연구센터 센터장

2004~2010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편집위원

2002            미국 텍사스대학교 부설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정신과 객원연구원

1996~1997 미국 토마스제퍼슨대학교 신경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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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올해 여름에 퇴임하셨지만 계속해서 대구한의대학교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퇴임 전과 퇴임 후의 일상을 비교해 주세요.


저는 2019년 8월에 퇴임하고 현재 대구한의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퇴임 후에도 코카인 및 알코올 중독 동물 모델을 이용한 침 자극의 신경과학적 기전연구를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전연구는 재미있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학부생들에게 양방생리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퇴임 전후의 큰 변화는 없습니다.


Q2.

약물 및 알코올 중독과 침, 이 한 분야를 오랫동안 천착하여 연구해 오셨습니다. 또한 가장 최근 (2019년 9월)에는 알코올 중독 쥐 모델에서 전침 자극이 궁상핵 (arcuate nucleus)의 베타 엔도르핀 뉴런을 활성화시켜 알코올 의존성을 낮출 수 있음을 Science Advances (IF 12.804) 저널에 발표하신 바 있습니다. 해당 연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또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설명 및 해석을 부탁드립니다.


Chang S, Kim DH, Jang EY, Yoon SS, Gwak YS, Yi YJ, Lee JY, Ahn SH, Kim JM, Ryu YH, Kim SN, Roh HS, Lee MY, Kim SC, Lee BH, Kim HY, Yang CH. Acupuncture attenuates alcohol dependence through activation of endorphinergic input to the nucleus accumbens from the arcuate nucleus. Sci Adv. 2019 Sep 4;5(9):eaax1342. doi: 10.1126/sciadv.aax1342. eCollection 2019 Sep.


잘 아시다시피, 알코올 사용 장애 (Alcohol Use Disorder)는 알코올 의존성으로 인한 만성 재발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러한 알코올 사용 장애를 성공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높은 재발률을 줄여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현재까지 만족할 만한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임상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알코올 의존자는 알코올 금단 시에 진전 (tremor)과 같은 육체적 금단 증상 및 불안, 우울 등의 정신적 금단 증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금단 증상은 알코올에 대한 갈망을 일으켜 재발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비의존자에 비하여 재발을 유도하는 동기유발 자극에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러한 알코올 사용 장애 증상은 알코올 중독 동물 모델에서도 아주 흡사하게 잘 나타납니다.


알코올 중독 동물 모델을 이용하여 침 자극의 알코올 의존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연구를 하였습니다. 알코올 중독 동물에서의 금단 증상과 알코올 갈망을 유발하는 기전으로 측좌핵 (nucleus accumbens)에서의 도파민 분비 감소와 편도핵을 포함한 뇌 스트레스 시스템의 활성화를 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시상하부 궁상핵의 베타 엔도르핀 신경의 활성 저하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타 선행 연구에서의 침 자극은 궁상핵에서 측좌핵으로 투사되는 베타 엔도르핀 신경을 자극한다는 결과와 우리 선행 연구에서 신문혈 침 자극은 알코올 중독 동물에서의 측좌핵에서의 도파민 분비 감소를 억제하는 결과를 바탕으로, 알코올 중독 동물에서 신문혈 침 자극은 궁상핵의 베타 엔도르핀 신경을 자극하여 측좌핵에서 베타 엔도르핀을 증가함으로써 도파민 분비를 증가하여 알코올 금단 증상 및 갈망을 줄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연구 결과는 알코올 중독 동물 모델에서 신문혈 침 자극은 측좌핵에서의 감소한 베타 엔도르핀 분비를 회복하고 알코올 금단 증상을 줄였습니다. 아울러 측좌핵으로의 베타 엔도르핀 국소 투여는 침 자극에 의한 알코올 금단 증상 억제 효과와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복측피개 영역에서 측좌핵으로 투사되는 도파민 신경을 활성화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알코올 중독 동물에서 신문혈 침 자극은 궁상핵 엔도르핀 신경을 자극하여 복측피개 영역 도파민 신경을 활성화함으로써 알코올 금단 증상 및 재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아울러, 침 자극이 뇌 스트레스 시스템의 활성을 줄이는 결과도 얻었습니다.


약물 중독 치료에 침술의 사용이 점차 늘어가면서 이 연구 결과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침 자극이 어떻게 뇌 보상 신경 회로에 작용하여 중독 행동을 조절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이 연구 결과로부터 신문혈 침 자극은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의 알코올 의존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생각되나 침 자극의 임상적 중요성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임상시험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id=181067&Board=tr_interview


Q3.

교수님께서 약물 및 알코올 중독과 침 분야에 기여하신 바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생각하시는 부분을 알고 싶습니다.


침 연구의 매력은 비약물적 제어 방법의 가치를 찾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침 치료는 경혈을 자극하여 특정 뇌 부위를 활성화하고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함으로써 신경 간의 균형을 맞추어 불균형으로 초래된 질환을 치료합니다. 특히 2018년 Addiction Bi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코카인 중독 동물 모델에서 신문혈 침 자극이 약물 중독 형성 회로에서 약물 중독 형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뇌 복측피개 영역 (ventral tegmental area)에서 억제성 GABA 신경을 활성화하여 측좌핵으로 투사되는 도파민 신경을 억제함으로써 코카인이나 스트레스에 의한 중독 재발을 억제한다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얻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Jin W, Kim MS, Jang EY, Lee JY, Lee JG, Kim HY, Yoon SS, Lee BH, Chang S, Kim JH, Choi KH, Koo H, Gwak YS, Steffensen SC, Ryu YH, Kim HY, Yang CH. Acupuncture reduces relapse to cocaine-seeking behavior via activation of GABA neurons in the ventral tegmental area. Addict Biol. 2018 Jan;23(1):165-81. doi: 10.1111/adb.12499. Epub 2017 Mar 7.


이 연구에서 코카인 투여는 도파민 신경을 억제하는 GABA 신경을 억제함으로써 도파민 신경을 흥분하게 하여 보상을 주는데 침 자극은 GABA 신경을 활성화하여 코카인에 의한 도파민 신경의 흥분을 제어함으로써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기전을 제공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침 자극에 의한 음양 균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약물 중독 동물 모델에서 GABA 경로를 강화하여 약물 효과를 보는 방법으로 바클로펜 (baclofen)을 쓰는데 바클로펜은 중독 재발을 크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이나 운동장애와 진정 작용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어 약으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침 자극에 의한 비약물적 중독제어 방법은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경혈 자극의 말초 감각신경 활성화를 통한 뇌 인지기능 조절에 대한 추가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더 이루어진다면 의학 발전에 큰 이바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4.

서울대학교에서 약학을 전공하셨는데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오랫동안 한의사들을 양성해 오셨습니다. 약학 전공자로서 한의대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어려웠던 점과 반대로 장점이나 보람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한의대 교수로서 한의학을 공부하고 연구를 할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고 보람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의학을 접했을 때 생소하였지만 주위의 많은 분들과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한의학이 가지는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의학만이 가지는 독특한 학문인 경락경혈학에서 경혈과 장기의 해부 및 생리학적 연결에 대한 연구는 한의학 연구 발전에 중요한 과제이며 글로벌 의학으로 성장하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어려운 연구 분야이지만 창의적인 연구 분야로 조금씩 결실을 맺으면, “우리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한의학 연구가 다른 의학 연구 분야에 비하여 연구 규모나 연구비 지원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바꿀 수 있는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경락경혈학 연구자들의 수도 증가하고 동료 연구자들의 연구력과 업적을 보면 같은 분야의 연구자로서 매우 기쁩니다. 우리 연구실의 김희영 교수가 최근에 Scientific Reports를 포함한 두 편의 저널에서 발표한 경혈의 구조 및 기능적 성격을 규명하는 연구 결과는 저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Kim DH, Ryu Y, Hahm DH, Sohn BY, Shim I, Kwon OS, Chang S, Gwak YS, Kim MS, Kim JH, Lee BH, Jang EY, Zhao R, Chung JM, Yang CH, Kim HY. Acupuncture points can be identified as cutaneous neurogenic inflammatory spots. Sci Rep. 2017 Nov 9;7(1):15214. doi: 10.1038/s41598-017-14359-z.


Fan Y, Kim DH, Ryu Y, Chang S, Lee BH, Yang CH, Kim HY. Neuropeptides SP and CGRP Underlie the Electrical Properties of Acupoints. Front Neurosci. 2018 Dec 12;12:907. doi: 10.3389/fnins.2018.00907. eCollectio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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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만일 연구자, 한의대 교수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계셨을까요?


연구자로서의 삶을 생각하면서 살아왔기에 다른 직업을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Q6.

연구의 전 과정에서 가장 기쁠 때는 언제였나요?


힘들고 어려울 때가 많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치가 있는 연구를 하고 있구나라고 스스로 느끼고 만족할 때입니다.


Q7.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면 어떤 것일까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죽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을까를 생각하면 후회가 됩니다.


Q8.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교수님 성함을 검색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없습니다. 검색해서 저에 대한 얘기를 본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검색해보지 않았습니다.


Q9.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나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면 예전에 존경하는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이제야 공감이 됩니다. 그분들의 말씀은 겸손과 인내입니다. 모든 삶에서도 그렇듯이 연구자에게 주어진 고통, 그 엄청난 무게와 소중한 가치를 알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Q10.

후배 연구자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미국 대도시에서 열리는 뇌신경과학회 (Society For Neuroscience, SFN)에 매년 참석하며 하버드대학에서 연구하시던 교수님을 종종 만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침구경락 연구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 연구도 열정적으로 하시고 학문에 대한 사랑도 대단하셨습니다. 특히 교수님의 연구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연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습니다. 아울러 저에게 해주신 소중한 말씀이 생각납니다. “연구자는 한 우물을 팔 때 자기가 하는 연구의 가치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며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성장한 전문가들이 협업을 하게 되면 훌륭한 연구 결과물이 나오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 교수님께서는 80세쯤 돌아가셨는데, 그전까지 꾸준한 연구 생활을 하셨고 돌아가시기 전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학회에서 뵐 정도로 열정적이셨습니다. 그때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 진정한 학문을 해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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