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협 석좌교수

About 조동협 교수

Dong Hyup Cho, Ph.D.


[학력]

-1954년 서울대학교 졸업(화학전공)

-미국 뉴욕대 생화학 박사


[경력]

-미국 코넬의대 신경학부 교수,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소장

-미국 코넬의대 석좌교수, 명예교수

-신경화학 및 뇌조직 분야 연구 / Science 등 최고 저널에 논문 300여 편 발표


[수상]

-2001년 미국 과학논문 인용기관이 발표한 전세계 최우수신경과학자 100인에 선정

-2007년 미국약리학회 수여 줄리어스 액셀로드(Julius Axelrod)상




Q1.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이른 시기에 유학을 결심하셨는데 어떻게 미국 유학을 가시게 되셨나요?


저는 1954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갔습니다.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군대에 갔으니 얼마나 한이 되었겠어요. 대학 재학 당시에도 6.25사변 중이라 유학을 못 가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1959년 마침 어느 대학에서 장학금을 줘서 미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Q2.

연구를 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셨나요?


제가 연구한 결과가 ‘우리가 하는 학문에 큰 기여를 한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간혹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정말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기쁘고 또 보람을 느낍니다.


Q3.

교수님께서 그동안 수많은 연구와 업적을 남기셨는데요, 그중에 몇 가지를 소개해주세요.


보통 과학자라고 하면 새로운 연구를 한다고 알고 계시는데 이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간 공부를 해야 하고 무엇이 새로운 지식인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일생 동안 다른 사람이 하는 연구를 따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한 연구는 (그것이 좋고 나쁨은 나중에 따지더라도) 세계 최초로 했고, 전부 새로운 것입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해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으니까 나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연구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남이 미처 생각을 못 해본 연구들을 계속해 왔습니다. 제가 ‘이것은 참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것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고,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것을 연구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남이 생각을 미처 못 해본 연구들을 계속해 온 것이죠.


제 연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immuno-histochemistry입니다. 요즘 모든 과학자들은 세포 안에 있는 효소 등의 물질들을 antibody (항체)를 사용해서 볼 수가 있습니다. antibody dependent immuno-histochemistry라고 하지요. 이것을 1967년부터 연구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항체가 없어서 못 했는데 제가 항체를 발견을 해서 브레인에서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는 효소들을 분리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 공급을 했지요.


그것으로 인해 지금 파킨슨 병 연구에서 도파민 뉴런의 메커니즘을 항체를 통해서 봄으로써 세포가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몇 개가 살아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도파민 뉴런뿐만 아니라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등의 거기서 나오는 항체들은 거의 다 처음으로 제가 만들었어요. 근 10년간 저 혼자서 했지요.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 방법이 많이 알려진 후, 다른 사람들이 제가 발견한 항체를 사용해서 immuno-histochemistry를 연구하고 있을 때, 저는 항체를 사용해서 얼마만큼 그 효소의 양이 바뀌었는지 (줄었는지 많아졌는지)를 계속해서 연구를 해 발표를 했습니다.


그것이 1975년에서 1980년까지 제가 했던 연구이고 그때 논문이 200개 이상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것이 제가 자부심을 느끼고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연구는 ‘왜 뇌세포가 죽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왜 억울하게 남에게 당하느냐?’는 말을 했지만, 학문이라는 것은 자신의 주장이 있어요. 그것을 완전하게 어긋나게, 요즘은 다 그것을 믿지만 나는 그것을 믿지 못하겠다, 그보다 우리 뇌 안에 미세아교세포 (microglia)라는 것이 있지요? 그것은 죽은 세포를 잡아먹는 뇌 대식세포 (microglia cell) 알려져 있어요. 근데 제가 연구를 해보니까 단지 죽은 세포만 잡아먹는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살아있는 세포를 잡아먹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 원인은 염증성 사이토카인 (inflammatory cytokine)이라는 IL-1부터 시작해서 iNOS를 비롯해 세포를 해롭게 하는 물질들이 그곳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제가 가장 먼저 발견했습니다.


그랬더니 기존의 학자들이 그것에 굉장히 반대를 해서 NIH에 연구비를 신청했는데 완전히 깎아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자기들이 이제까지 주장해 온 것과 전혀 다르니까요. 전혀 관계없이 나한테서 (거의 손도 안 대던 사람이). 그래서 언제든지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면 반대가 있습니다. 그래도 그 반대를 무릅쓰고 플로리다에 있는 김윤성 박사, 한국에 돌아와 있는 조병필 박사라든가 또 일본에 가서 계속 연구하고 있는 제자들이 계속해서 3~4년간 이런 논문을 내고 발표를 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인정을 하기 시작해서 4, 5년을 그렇게 연구해 나갔어요.


그러니까 microglia라는 것이 완전하게 죽은 세포를 잡아먹는 것은 나중 문제이고, 그 자체에서 고질적인 염증을 만드는 효소를 자꾸 내놓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때 반대하던 사람들은 거의 다 없어지고 새로운 학문이 막 생겨났습니다.


그때 마침 이번에 제가 한국에 와서 강의를 하는 노화된 세포 (cell senescence)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노화된 세포들이 늙으면 죽는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쉽게 죽지 않습니다. 노화된 세포들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나쁜 물질들이 나와서 더 세포를 많이 죽이고 여러 가지 cancer, diabetes 또는 memory loss (노인성 건망증)를 초래하는 등 문제의 근본이 염증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에 있는 제 후배들이 가능하면 그것을 같이 연구를 해줬으면 해서 한국에 와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아마 제 인생에서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로 크게 흥분을 하며 기분 좋게 공부를 하고 있는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말씀해주신 이론은 현재 여러 가지 아이디어나 연구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질환 하나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암, 퇴행성 뇌 질환, 당뇨 등을 관통할 수 있는 새로운 통합된 하나의 병인을 제시하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Q4.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서 바라보시는 연구의 중요성이나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이 이론의 가치를 조금 더 부연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과거 50년 동안 두뇌 신경 세포가 어떻게 해서 활발해지고, 우둔해지고 또 어떻게 해서 죽어버리는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살아왔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암으로 돌아가셔서 암을 치료하고 싶었지만 저는 개인적인 이유로 암 연구를 못 해봤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개인적으로 질문을 하시면 내가 왜 암 연구를 못 하게 되었는지 우리 사회가 나를 못 하게 만들었는지,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개인적인 이유가 있어요.


그래도 저는 계속해서 암의 문을 찾고 있었습니다. 암이라는 것은 세포 하나가 백 개가 되었다가 백 개가 천 개가 됨으로써 생기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신경세포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그 신경을 받아서 일생 내내 하나의 신경이 우리 생명이 죽을 때까지 남아있습니다. 그것을 post-mitotic cell, 즉 세포분열 (mitosis)이 일어나지 않는 세포라고 합니다. 그런데 암 세포는 계속해서 퍼져 나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반대이죠.


저는 한의학을 잘 모릅니다만 동양 사람들의 철학을 보면 어디인지 닮은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한 가지가 남아가지고 계속해서 그대로 살아나오는 것, 또 한 세포는 나자마자 열 개가 되고 백 개가 되어 자꾸 퍼져나갑니다. 만약 음양이 있다면 하나가 음이라면 이쪽이 양입니다. 확실히 음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대략 제 마음속으로…  역시 우리 동양인들이 느끼는 사상적인 사고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항상 대조적으로 저는 신경세포를 연구했으므로 암세포와 항상 대조해서 보는 것이 저의 하나의 취미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암 연구를 못 하니까. 근데 하고 싶었는데 나중에는 안되니까 다른 것을 한 것이 지금의 뇌신경학이었는데… 나중에 질문을 다시 한번 해주세요. 왜 제가 그것을 못 했는지 특별한 이유도 아니에요. 제가 바보니까 날 인도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게 되었지만.


그런데 해보니까 참 공통점이 있어요. 세포 하나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과 하나가 백 개가 되는 것이 어떤 다른 현상이 일어나야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아닙니다. 똑같은 현상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다르면서도 똑같이 가는, 아니면 평행하다고 할까요? 어떤 철학을 보면 내가 철학자가 못되고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못 해서 문제가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참 신기한 생명의 현상입니다. 그래서 읽다가 생겨난 것이 이번의 그, 제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최근 4, 5년 사이에 노화되는 세포에 관한 학설이 갑자기 학계에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반쯤 읽다가 제 나름대로 온갖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이 사람들의 경우는 암 연구를 하다가 나온 결과입니다. 근데 저는 가능하면 두뇌, 하나의 생명이 나타나서 그대로 유지하는, 그것에 접목시키려고 하다가 어떻게 붙여야 하는데, 이것은 퍼져나가는 세포의 수만 있는 현상입니다.


그것을 하다가 저는 지쳐있었는데 하지만 최근에는 신경세포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암을 연구하든 뇌 신경을 연구하든 공통으로 우리 생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가를 따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또 문헌을 조사하니 만성 염증, 당뇨, 암, 심근증 (cardiomyopathy), 기억력 감퇴 (memory loss), 근육감소증 (sarcopenia)과 골다공증 (osteoporosis) 등이 모두 세포 노화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내놓는데 잘 설명을 못 한단 말이에요. 과학적인 증거로 보아서 이런 것이 나와 있다. 근데 저는 예수 믿는 사람들이 성경을 읽듯이 정말 진실이 거기에 있지 않은가? 왜 뇌세 현상이 열 가지 백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로 다 설명하려 하느냐? 이제까지 그것은 현재 과학의 정반대 해석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한의학에서 이것을 쓰면 여기에도 듣고 저기에도 듣고 하니까 약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만성 염증 때문에 생기는 병이 수십 가지가 있는데 그것을 없애면 세포 노화로 인한 병들이 많이 낫는가? 저는 다 낫는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많은 병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한의사도 아니면서 아는 체하고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저는 굉장히 exercise해서, 노화 현상의 중심이 되는 만성 염증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데 저는 은퇴를 해서 이제 실험실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 후배나 제자들에게 가능하면 이런 연구를 해보라고 포교를 하러 왔습니다.


Q5.

교수님께서 평생 연구에 몰입하시고 매진하시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 개인적인 성격이겠죠. 제가 한번은 대학원 학생들에게 세 시간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저보고 고단하지 않으시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왜 고단하냐, 듣고 있는 사람들이 고단하지.’라고 했습니다. 어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합니다. 그것이 고단합니까? 여자가 남자를 좋아해서 서로 돌아다닐 때 그게 고단합니까? 저는 일을 시작하면 꼭 휘파람을 불어요. 그게 습관이에요. 우리 학생들은 제가 휘파람 불고 있으면 조동협 박사님이 이상하신 게 아닌가 합니다. 보통 때는 조용하게 실험실에 앉아서 쉬다가 어떤 실험기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노래가 나옵니다. 그만큼 즐겁습니다. 그것이 제가 학문에 반했다기보다 그만큼 열중을 하고, 또 좋아한다는 표현입니다. 크게 다른 것을 좋아하는 것이 없어서 그것만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는 또 모르겠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Q6.

연구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오늘 아침에 저를 찾아온 대학교 교수인 제자에게 충고를 하나 했습니다. 남이 하는 것을 따라서 하지 마라. 그렇게 하는 것은 과학자가 아니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재미를 느끼면 그것과 유사한 더 재미있는 것을 하라. 그래야 과학이 진보를 한다.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을 나는 B로써 증명하는데, 저 사람은 C로써 증명하는 것은 이제까지 알려져 있는 것을 충실하게 메우긴 하지만 그렇게 해선 진보가 어렵다. 혼자서 백 명의 과학자들을 다스리면서 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학생 두서너 명을 모아서 연구하려면 조금 더 색다르면서 남이 하고 있는 것보다 한 단계 위의 실험 결과를 목표로 하라. 대학원부터나 이제 막 박사 학위를 얻어서 혼자 독립적인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항상 새로운 것을 목표로 세워 놓고 이미 발표된 사실을 기초로 해서 한 단계 위에 있는 실험을 계획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Q7.

한국의 과학계를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6, 7년 만에 방문을 했는데 한국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10월에 태국에 갔었고, 부산에서도 강의하고 서울에 도착해서 오늘은 아직 나가보지는 못했지만 6년 동안 물론 건물도 좋아졌지만, 사람들의 생활이 부유해진 느낌이고 스스로 하는 일들에 충실한 것 같아 사회 자체가 발달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과학 분야도 얘기를 나눠보면 옛날처럼 중구난방의 식의 연구가 적어지고 자신의 연구에 뚜렷한 목표가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정부에서 응원을 좀 더 많이 해주고 다만 똑같은 연구를 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과학, 새로운 지식에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연구를 너무 금전적인 관점에서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연구자의 연구가 사회에 큰 공헌을 하는데 그것이 물질적인 공헌에만 그치지 않도록 부탁을 드립니다.


Q8.

짧은 인터뷰 안에 교수님의 아름다운 생각과 열정을 담기에는 많이 부족했지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