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ICCMR 1.jpg



2015년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제주도에서는 The 10th International Congress on Complementary Medicine Research (국제보완의학 학술대회, 이하 ICCMR) 학회가 열렸다. 제주 중문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CCMR 2015는 국내외에서 600여 명이 참가한 학회였다. 경희대 한의과대학 침구경락과학센터에서는 지도 교수님인 채윤병 교수님과 함께 공부하는 정원모 학생, 작년에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URP)을 함께한 류호선 학생, 이외에도 침구경락과학센터의 박히준 교수님, 함대현 교수님, 이향숙 교수님, 염미정 교수님을 비롯하여 많은 박사님들과 선생님들이 참가하였다. 필자에게는 1년 전 북경에서 열린 SAR에 이어 두 번째로 참석하는 침 관련 학회였다.


이번 학회에서는 지난해 북경에서 만났던 Vitaly Napadow (Associate Professor, Harvard Medical School)와 Claudia Witt (Professor of Medicine, University of Zurich)를 다시 만날 수 있었고, 보완대체의학과 통합의학 관련하여 연구하는 Peter Wayne (Assistant Professor of Medicine, Harvard Medical School), Heather Boon (Professor, University of Toronto), Liu Baoyan (China Academy of Chinese Medical Sciences) 등과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접목하여 전통의학 관련 데이터를 연구하는 Simon Poon과 Josiah Poon (Associate Professor, University of Sydney)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스웨덴의 Linköping University에서 방문한 Håkan Olausson (Professor of Medicine, GRASP, Linköping University)과 Isac Sehlstedt, Robin Kämpe, 그리고 독일과 스웨덴에서 연구 중인 Ilona Croy도 함께 학회에 참석하며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첫날 오후 개회식이 있기 전에 Pre-congress Workshop이 있었다. 이때에는 Claudia Witt가 Comparative Effective Research를 하는 과정에서 실험을 계획하는 단계에 대해 강연하였다. 구체적으로 Effectiveness와 Efficiency라는 양 극단의 기준을 두고, 실험군과 대조군, 침 치료 방법, 대조군 치료 방법, 치료결과 측정 등의 기준을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이는 침 치료 자체가 기존 치료법에 비해 우수한지를 보는 관점인지 혹은 침 치료를 혈자리나 자극방법에 따라 효과를 엄격하게 분석하는 관점인지에 따라 채택하는 기준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2015 ICCMR 2.jpg


이날 오후에는 침구경락과학센터의 박히준 소장님께서 좌장을 맡으시고 이향숙 교수님, 함대현 교수님, 박지연 박사님, 채윤병 교수님께서 발표하시는 세션이 있었다. 이 세션에서는 Functional Dyspepsia의 침 치료에 대해서 엄격한 기준을 통해 기존 치료법과 효과를 비교한 임상시험연구 결과와, 파킨슨병에 대한 침 치료의 효과를 쥐 실험모델에서 임상시험에 이르기까지 연구한 결과, 침 치료의 기전에 대해 쥐 실험모델을 통해 연구한 내용, 그리고 침 치료에 대해 neuroimaging을 통해 연구한 내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Neuroimaging을 통한 연구 방법의 예를 들면 Rubber hand를 통해 침 치료의 top-down effect를 연구한 결과가 있다. 이 세션은 침구경락과학센터에서 여러 가지 분야를 아우르고 다양한 접근을 통해 이루어지는 연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고 많은 연구자들이 참석하였다. 현재 센터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다른 교수님들께서 진행하신 최신 연구를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둘째 날, 아침 7시 30분에 시작한 Breakfast Session에서는 스웨덴에서 방문한 연구자들의 Affective Touch와 침 치료에 대한 연구 발표가 있었다. Affective Touch는 피부에서도 특히 C-tactile fiber가 주관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에 대해 스웨덴의 린셰핑 대학에서는 촉각을 이용한 자극(tactile stimulation)이 뇌에서 나타나는 neuroimaging 상에서의 반응과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Affectionate Touch의 특징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었다. 침 치료는 다른 치료에 비해 의사-환자 간에 촉각 자극이 많을 뿐만 아니라, 침 치료가 통증을 일으키는 동시에 통증을 제어한다는 특징이 있다. 만약 Affectionate touch가 가지는 치료적 측면을 밝혀내고, 나아가 침 치료가 가지는 Affectionate touch 측면에서의 특징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면 침 치료의 효과를 파악하는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오후에 있었던 Vitaly Napadow의 발표에서는 수근관 증후군의 치료에서 근위취혈과 원위취혈이 나타내는 neuroimaging 반응을 통해 두 가지 치료접근의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Vitaly Napadow의 연구에서 원위취혈은 mirror acupoints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손목과 먼 위치의 혈자리이지만 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서 연구 과정을 엄격하게 거쳐 치료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neuroimaging을 이용해 경혈 특이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초기의 시도에서 나아가 각 혈자리에 대한 침 치료의 임상적인 효과를 반영하는 연구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5 ICCMR 3.jpg


학회 마지막 날, 15일 아침 Breakfast session에서는 Data-driven approach Medicine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Simon Poon과 Josiah Poon은 호주에서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연구하며 특히 홍콩과 중국에서 중의학 데이터를 수집하여 연구하고 있었다. Simon Poon이 발표한 내용 중 특히 COPD (만성 폐쇄성 폐질환)를 비롯한 실제 질환에 대해서 처방을 분석하고 핵심 약물을 도출하는 연구 및 민감도와 특이도 식을 응용하여 치료 효과를 분석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시간이 모자라서 두 번째 질환이었던 중풍에 대해 충분하게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 앞으로도 논문이나 발표를 통해서 접근법을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학회는 채윤병 교수님께서 세 가지 다른 분야에서 발표를 하셨고 채윤병 교수님과 류호선 학생, 정원모 학생의 포스터 발표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정원모 학생과 필자의 구연발표가 있기도 했다. 발표 시간이 뒤로 밀리는 바람에 주어진 시간이 15분에서 10분으로 갑자기 줄어들어 준비했던 내용을 빠르게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도 했지만, 끝나고 나니 처음으로 발표를 마쳤다는 점에서 홀가분하고 의미 있었다. 특히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연구자들 앞에서 연구의 질문과 연구 과정, 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다른 연구자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 더욱 많은 피드백이 되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KMCRIC을 도와 Heather Boon, Peter Wayne, Simon Poon 세 분의 연구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인터뷰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들과 대화하고 새로운 점을 1대 1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약사이며 약학대학의 학장이기도 한 Heather Boon은 보완대체의학 및 통합의학을 연구하면서 정밀한 연구방법론을 응용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이는 현재 방법론을 배우고 있는 필자에게 중요한 조언이었다. 또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책도 집필한 Simon Poon이 중의학 관련 데이터를 통해 현재 연구하고 있는 내용은 실제 치료 상황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전통 의학의 이론을 설명하고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더욱 연구해야 할 분야로 생각된다.



2015 ICCMR 4.jpg


제주에서의 시간 동안 스웨덴 연구자들을 비롯한 많은 외국 연구자들의 연구에 대해 들어보고, 최신 연구동향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며, 매진 중인 연구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또, 제주 5월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Peter Wayne이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서 설명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기공과 Mind-body Medicine에 대해 연구하는 하버드의 연구자인 Peter Wayne은 연구자로서 올바른 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는 연구를 시행하기에 앞서 질문 방향을 확실히 하고, 얻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선행조사를 통해 충분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Peter Wayne은 심신을 올바르게 할 때 연구 과정을 객관적으로 수행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였는데, 이는 비단 연구에만 해당하지 않고 모든 젊은 연구자들이 명심해야 할 내용일 것이다.



2015 ICCMR 5.jpg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