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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2015 마음인문학 국제학술대회 : 명상과 치유에 대한 학제간 대화>에 다녀왔습니다. 학술대회를 주최한 마음인문학 연구소의 강연석 교수님께서 Facebook에 소개해주신 글을 보고 알게 되었지요. 이번 학술대회의 특이한 점은 발표자분들의 전공분야와 발표주제가 매우 다양했다는 점입니다. 상담가, 한의사, 인류학자, 예술가...그래서 So Inspirational~! 이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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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불교를 수행하시고 의료인류학을 연구하시는 영국, London대의 Joanna Cook
침술과 신경생리학의 관계를 발표하신 원광대 한의과대학 김재효 교수님
전문 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의 Ira Helderman
수년간 파이number(3.14...)를 1만 자리까지 암기해온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의 아티스트 Evan Smith
장자철학과 명상을 연관 지어 발표해주신 원광대 박승현 박사님
선불교와 종교학을 전공하신 미국 Temple대의 Kin Cheung
대만의 토착 심리학과 임상연구를 하고 계신 Tzu Chi대학의 Rong-Bang Peng
일본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성장하여 다문화 세계의 명상과 의례를 발표하신 Paula Arai
미국의 Bae Acupuncture을 운영하시는 James Bae 선생님까지...
총 아홉 분이 연자로 발표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발표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 심리,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기 시작하는 영국의 사례를 발표하신 Joanna Cook 교수님과 의사(치료자)의 마음챙김과 공감능력이 의사 자신과 환자 모두에게 얼마나 큰 Powering이 되는지 보여주시고, 질병 자체가 아니라 건강 정체성(Health Identity)이 왜곡되어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치유하는 방법으로써 Ritual을 활용하고 계신 Bae 원장님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수행을 해오신 분들의 이야기라 본인의 체험이 묻어나 있어서 더 몰입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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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민주주의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마음챙김이 과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Joanna Cook 선생님이 활동하고 계신 MAPPG(Mindfulness All-Party Parliamentarian Group)에서는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마음챙김을 교육하기도 하고, 크게 4가지 영역에서 마음챙김을 이용한 정책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형법: 성폭행 가해자 등의 재범 방지
-교육: 아이들 불안장애 감소, 성취도 증가
-보건: 의사, 간호사, 환자들 대상 교육
-스트레스: 정신치료에 활용


마음챙김을 통해 사회 전체의 공감능력이 늘어나고 자살률 감소, 업무 효율성 향상 등 정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우울증 재발방지로 대표되는 개인적 변화입니다. 이건 제 개인적 경험으로도 검증이 되는데 마음챙김 기법을 통해 부정적 생각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이든 부정적인 생각이든 붙잡지 않고 흘려보냄으로 인해 인지적 능력이 향상되고 사물을 판단하지 않고 객관화해 봄으로써 습관적으로 했던 부정적 생각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지요.


두 번째 효과는 사회적인 것인데, MAAPG는 "마음챙김으로 운영되는 국가는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합니다. 마음챙김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현실에 대해 판단, 비판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버리면 사회가 정체되어버리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MAAPG의 경험으로 봐도 그렇고, 정토회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봐도 그렇고, 개인의 인지 능력이 확대되면 사회적인 책임을 인식하고,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여 행동하는 속도가 오히려 빨라집니다.


끝으로, 마음챙김을 종교적으로 접근하지 않고도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Joanna Cook은 이렇게 답합니다. "마음챙김을 하기 위해 윤회를 믿을 필요는 없다. 심리치료에서도 윤회 개념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불교의 핵심진리인 사성제의 내용은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적용되는 원리이다. 불교의 큰 장점은 종교가 아닌 철학으로서도 충분히 유효하다는 것이고, 오히려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 맞춰 불교라는 종교가 재정립되고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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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 선생님은 발표에 앞서 지난 몇 주간 만난 수많은 환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중 굉장히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Mike라는 환자는 Bae 선생님과 즉각적인 rapport를 형성하고, HIV 양성결과를 받자마자 Bae선생님께 알립니다. 어느 날 집에 있다가 갑작스런 고열이 찾아오자 극도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는 방에서 나오지 않고 몇 달 동안 갇혀 살게 됩니다. 이는 Health Identity가 잘못되어 질병이 삶을 잠식하는 경우입니다.


Bae 선생님은 실제 치료에서 질병에 관련된 인식과 감정이 실제 질병보다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며 이를 치유하는데 티벳불교 수행법과 제례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미국사람들이 이런 힐링의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신비주의를 상업화한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주민으로 이루어진 다소 불안정한 다문화사회 안에서, 사람들은 토착적인 제례의식이 주는 안정감, 자신의 정체성, 뿌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명상과 의식 Ritual은 치료자가 Stable, Calm, Open한 마음 상태를 가짐으로써 언제든 환자에게 Present, Available, Attentive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환자를 진단하고, 결과를 통보할 때도 Mindfulness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Bae 선생님의 발표를 들으며, 신체적 질병에 걸린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같이 얻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체적 질병을 치유하는 데는 마음을 함께 케어하는 것이 중요하고, 비록 치료하지 못하더라도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역시 마음을 케어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타인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은 치료자들의 책임이다"라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모든 발표가 Mindfulness 연구 분야를 처음 접하는 저로서는 배울 점이 많고 신선했습니다.


먼저 명상에 대한 서양의 과학적 연구가 얼마만큼 진행되었는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미국의 심리치료사들이 현재 불교적 상담기법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심리학계에선 어떤 논쟁들이 존재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Ira Helderman) 명상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1920년대에 시작된 이후 어떻게 변천됐는지, 이 중 과학적으로 검증이 타당한 것은 매우 적긴 하지만 최근의 폭발적인 명상에 관한 관심이 무엇을 시사하는지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Kin ch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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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심리학자들은 명상 등 실천적 수행방법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고 주로 불교의 경전 등 이론중심 연구를 했습니다.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죠. 그러나 점차 임상 치료적 효과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의 자해방지 효과 등입니다. 다만 개별적인 효과는 느끼지만 이론적으로 왜 효과가 생기는지는 설명하지 못했지요.


이후 Dan Siegel이나 Jack Engler 등 다양한 학자들이 이론적, 실험적 연구를 계속했으나 근원적 논쟁을 불러옵니다. 즉 심리치료학과 불교의 근본적 차이, 진아 vs. 무아입니다. 많은 임상 심리치료자들이 이런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론을 통합하고 명상 등 불교적 방법을 실제 치료에 적용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또 다른 격한 논쟁은 명상의 종교성에 대한 것입니다. 많은 치료자와 환자들은 명상이 종교적인 것이라 생각하여 피하는 반면, 어떤 치료자들은 심리치료는 근본적으로 불교수행에 가까우며, 명상은 종교성을 띠며 사용될 때만 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상담 세션에서 중립을 유지하고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대부분의 치료자들" vs. 불교 수단을 세션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일부 치료자들"의 대립이 현재 존재하고 있습니다.


불교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치료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뚜렷한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vs. 마음챙김과 명상은 삶의 가치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치료수단이 아니며 치료자 자신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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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1927년에 처음 시작되었는데, 심장박동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요가마스터(yogi)들에 대해서였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에 Mindfulness에 관한 연구가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논문은 극히 미미합니다. 2014년도에 지금까지 발표된 700개가량의 타당한 논문 중에서 증거가 충분한 것은 41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것들은 명상이 Physical exercise보다 나음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의 연구 경향은 신경과학 분야입니다. 명상이 뇌에 미치는 신경과학적 영향을 연구한 것이죠.


Dr. Kin Chueng이 주장하는 바는 비록, 유의미한 연구결과는 많지 않지만, 명상에 대해 세계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공, 명상, 태극권 등이 큰 효과가 있음을 보면, 건강(Health)에 대한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은 subnormal(정상 이하-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만큼 질병이 있는 상태), normal(질병이 없는 상태), supernormal(자신도 건강하며 타인도 건강하게 영향을 주는 상태)의 세 단계로 나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많은 논문들을 살펴보면, 이런 supernormal 한 건강 상태를 사람들이 이미 감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합니다.

Dr. Kin chueng의 발표를 들으며 개인적으로 놀랐던 부분은, 그간 실험연구들에서 명상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운동 Physical Exercise보다 뛰어나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럼 명상은 효과가 없는 것일까요? 차라리 그 시간에 운동을 하는 게 나을까요?


개인적으로 이 말을 듣고 수행 방편은 깨달음에 아~무 상관없다는 옛 선사들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중요한 건 마음의 작용을 이해하고 집착을 놓는 것이지, 앉아있는다고, 경을 외운다고, 절을 한다고 성불하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에요.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운동도 명상의 한 종류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영국에서도 새롭게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 "명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냐? 하는 점이랍니다(Joanna Cook) 여기까지 학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데 놀랐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명상이 운동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지만, 명상의 목적이 스트레스 해소에 있지 않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명상의 목적이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냐, 트라우마 치료냐, 아니면 총체적인 삶의 가치관 변화이냐 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영국에서도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인 듯합니다.


제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명상하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를 해소해주진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을 알게 되는 것도 기술적인 부분이 아닙니다. 많은 시간 불법의 가르침과 명상의 경험을 통해 "집착할 게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고,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이지요. 따라서 명상의 스트레스 효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할 때 여러 사람을 무작위로 불러다가 짧은 호흡 명상을 시키고 스트레스가 얼마나 줄었나 연구하는 건 의미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중으로 참석하신 원광대 한 교무님이 Comment 하셨듯이, Mindfulness의 목적이 스트레스 해소나 개인적 행복이 아니라, 그것들은 수단에 불과하니까요. 행복이란 추구하면 얻을 수 없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또한 한의학도로서, 침술이 명상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는 원광대학교 한의학과 김재효 교수님의 발표도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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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의료, 고객중심 의료가 주목받고 있는 시대에 한의학을 포함한 대체의학의 큰 장점은 환자를 대상화, 타자화하지 않고 인격체로 대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옛 의서에 가장 좋은 의사는 환자의 마음을 편히 하는 자고, 최악의 의사는 환자를 질병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는 자라고 썼습니다. 대만의 명의인 Cheng Dan-An은 의사와 환자 간 정신감응이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데, 치료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암침법에도 환자의 칠정과 정서를 반영하여 치료할 것을 강조합니다. 황제내경에는 정신을 집중하여 침을 놓아야 환자가 "득기(치유)"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현재까지 한의학 연구방법에서 환자가 "득기"를 했는지 판단할 때는 오직 '국소감각'만을 기준으로 해 왔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이번 연구를 하면서 "득기" 여부를 판별할 때 심리적인 설문문항도 추가해야 합니다.


침 치료 자체의 효과뿐 아니라 침을 놓는 과정에서 환부를 두드리고 만지는 과정에도 치유 효과가 있고, 이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의사가 환자의 아픈 부위를 만지면서 무뎌진 감각이 일깨워질 뿐 아니라 두 인격체는 정서적 감응한다는 점에서 명상과 유사합니다. 서양 대체의학에도 TFT, EFT, Tapping Acupoint 같은 두드림을 이용한 심리치유 요법이 있죠.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때는 플라시보 효과가 보통 배제되지만, 한의사가 경혈을 찾는 과정에서 환부를 더듬는 행위는 기대감을 유발하며 치료 효과를 배가시킨다는 점에서 고려되어야 합니다. 특히 김 교수님은 20년간 경락과 침술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과학적 회의감도 있으셨는데, 작년부터 시작한 Mindfulness 수행을 통해 침술의 가능성을 더 수용하게 되셨다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현재 불교, 명상이 심리학을 통하여 서양에서 동양으로 오히려 역수입되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동양철학의 연구에서는 이런 수양법들의 연구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다소 배척받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박승현 교수님은 도교의 좌망, 심재 등 명상적인 수행방법을 소개해주셨고, Peng 박사님은 명상은 서구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해서 단순히 역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적 맥락과 지역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에 맞는 심리치료를 주체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발표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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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까지 동양철학을 서양철학의 언어와 관점을 가지고 연구해왔기에, 인식적인, 이론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았지만 실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수양방법에 대한 논문을 써도 너무 주관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지요. 그러나 동양철학은, 객관적인 서양철학과 달리, 주관성을 강조하고, 사람 수명의 한계, 공간적 한계성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객관적 세계를 관찰하는 것보다는 "이 몸뚱어리를 가진 내가 어찌 살 것인가?"를 주로 탐구해왔죠.


장자(도가)의 수양도 명상수행이었습니다.

"吾喪我 (오상아)."

즉, 나는 나를 잊어버렸다는 명제로써 도가는 수행합니다. 장자는 명예심, 재물욕, 지식욕 등 욕구에 구속당하지 말고 "마음을 쉬라"고 말합니다. 또한 도(道)의 관점으로 보아 이분법을 타파하라고 합니다. 이는 불교의 가르침, 명상법과 거의 같습니다. 이 방법으로 개인은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고,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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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대만에서 다시 민속문화를 연구한 Peng박사님은 대만인의 문화, 품성, 역사를 고려해야만 대만인의 심리치료에 적합하다고 주장합니다. 즉, 심리치유는 서로 다른 문화적 역사적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식화된 심리적 기법을 들이대서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따라서 미국의 심리치료 기법들이 미국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탄생하였고 미국인에게 특화되어 있음을 먼저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번 학술대회가 Inspirational 했다고 말했던 이유 중 하나는, 명상의 개념을 확장시키며 상상의 나래를 마구마구 펼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간단한 생활 속 의식이나 파이(π) 숫자를 외우는 것도 명상에 속할까요?


다문화 사회에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정'의 기능을 강조하며, 가정에서 생활 속 의례로서 명상의 역할을 말씀하신 Paula Arai, 파이(π) 암기를 이용하여 Artwork를 하는 과정이 Mindfulness와 유사하다는 Evan Daniel Smith의 발표를 통해 Mindfulness 또는 명상이 가만히 앉아서 호흡을 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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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미국사회에서 성장한 Arai는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발표를 했는데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급속한 사회변화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커지는 반면 전통적인 가정의 역할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즉, 상처 치유의 공간으로서 가정을 말하고 이를 해결하려면 가정에서 일상적인 의례나, 명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Arai자신의 예를 들어보면, 일본인 엄마는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식을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지요. 하지만 미국문화 속에서 성장하는 자식은 엄마의 마음을 오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인 엄마도 자식이 자라면서 자신이 못 알아듣는 영어로만 말하면 많은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그녀는 Iwasaki Tsuneo의 Mandala of Evolution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류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그림을 명상함으로써 현대사회의 환경문제, 종교문제, 인종차별 문제 외에도 다양한 가정 문제나 문화적 오해 등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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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은 Mindfulness뿐만 아니라 세계를 있는 그대로 통찰하고 이해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진리를 사색하는 것도 명상에 포함됩니다. 이런 명상을 하다 보면, 가정 내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가 받고 싶어하는 사랑의 방식"을 생각해보게 되고, 이는 갈등을 줄이고 치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진심에서 우러나온 일상의 의례, 예를 들면 영어가 부족한 일본인 엄마에게 식사마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보는 의식을 통해 가정은 치유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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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 Smith는 파이를 암기할 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소리, 키보드 자판에서 숫자의 위치, 색깔, 숫자 모양 등. 10개밖에 안 되는 숫자의 무한히 다른 조합을 외우는 데서 그는 매우 복잡미묘한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파이 암기가 명상과 유사한 부분은, 파이 숫자를 외우는 건 참 어렵지만, 그런 순간들이 모두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점입니다. 잘 외워지는 부분도 있고, 정말 안 외워지는 부분도 있는데, 모두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결국 지나가 버립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꼭 일반적인 명상은 아니지만 치유 효과가 있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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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수많은 대답과 의문들이 떠올랐습니다.

명상이란 무엇일까요? 낚시나 자전거 타기도 명상에 포함될까요?
명상의 목표는 과연 스트레스 해소나 개인적 행복에 있을까요?
명상이 개인의 구원을 넘어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의료의 효과를 평가할 때 플라시보 효과를 배제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요?
현대사회는 어떤 건강의 개념을 추구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미 사람들은 어떤 건강을 꿈꾸고 있나요?
극혐(?)인 단순 암기도 명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요?
종교성을 배제한 명상은 치료수단으로서 어디까지 효과가 있을까요? 한계가 있는 건 아닐까요?
치료행위를 통해 치료자가 Mindfulness 수행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심신치유의학이라는 말의 무게를 절실하게 느꼈지요.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데는 마음의 힘과 수행이 필요하니까요.
그걸 하고 계신 Mr. Bae를 통해서, 아... 정말 Mindfulness 연습 열심히 해야겠다 느꼈습니다.
 
끝으로 수행에 대한 열기와 밝음과 진지한 논의와 창의성, Open mind로 가득 찬 이런 학술대회를 준비해 주신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에 마음의 응원을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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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