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참관기 시카고 정원모.jpg


sfN은  Society for Neuroscience의 줄임말입니다. sfN 자체는 Ralph W. Gerard에 의해 1969년에 만들어진 뇌과학협회를 말하는 것이지만 이제 sfN은 세계에서 가장 큰 뇌과학 society 단체이며 뇌과학 제반분야의 연구들을 다루는 the journal of neuroscience라는 저널을 출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단체에서는 매년 미국의 여러 도시들에서 annual meeting이 있으며 이 학회 자체를 보통 sfN이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저도 이 참관기에서는 학회를 sfN으로 지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sfN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어 3만여 명의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연구를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JWM 12-01.jpg

저는 작년에 워싱턴 D.C.에서 열렸던 학회에 이어 두 번째로 sfN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참석했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엄청난 학회의 규모였습니다. 3만여 명이 참석하는 학회답게 세미나실을 오가다 길을 잃기도 하고 포스터를 보러 다니다가 아픈 다리를 쉬기 위해 바닥에 주저앉기 일쑤였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같은 패턴을 반복하였습니다.


학회 일정은 본 학회 외에 별개로 진행된 개별 미팅들을 제외하고 주말을 포함하여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본격적인 학회 시작 전날인 금요일 저녁에 중요한 미팅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속해있는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에 몸담으셨던 선배님들을 뵐 수 있는 자리였는데 시카고에 위치한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연구하고 계신 권선오 선배님을 중심으로 부산 한의전 김승태 교수님,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연구생활을 하고 계신 박현정, 심현수 선배님, 그리고 함께 자리해주신 부산 한의전 류선 연구원님과 저녁 식사를 하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학회를 통해 2개의 포스터를 발표하였는데 발표가 같은 시간에 배정되는 바람에 2개의 포스터를 열심히 오가며 발표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표한 연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A Bayesian Approach to Experimental Placebo Analgesia”
“Decoding acupuncture point specificity using multi-voxel pattern analysis”


먼저 첫 번째 연구는 실험적으로 유발한 플라시보 진통에 베이지안 확률 이론을 바탕으로 한 모델을 적용하고 또 이 모델을 바탕으로 실험 참여자 각각의 진통 정도를 예측하여 그 예측도를 평가했던 연구였습니다. 연구 제목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 연구에서 신경 썼던 부분은 플라시보 진통을 일으키는 실험적 방법이었습니다. 실제 환경에서 벌어지는 의료선택 상황과 그 상황에서 유발되는 플라시보 진통을 실험적으로 재현하고자 심리학 실험에서 많이 사용하는 신뢰 게임(trust game)을 응용한 실험을 계획하고 진행한 연구였습니다. 그리고 이 플라시보 진통의 결과를 각 피험자들의 치료에 대한 기대감과 예측을 수학적인 사전 확률분포로써 고려하는 베이지안 이론으로 설명하고 예측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저로서는 처음으로 진행한 플라시보 진통 연구이고 또한 수학적인 모델링을 적용해본 첫 번째 연구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으로부터 조언들을 기대하며 포스터를 발표하였습니다. 듣고 싶은 부분에 대한 조언은 많이 없었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연구는 작년 sfN에서 발표했던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여 revisiting 분석을 진행한 내용으로 내관혈과 신문혈에 대해서fMRI를 통해 각각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brain activation pattern을 multi-voxel pattern analysis라는 기존의 분석방법보다 좀 더 민감하게 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분석방법을 적용하여 살펴본 결과였습니다. 이 발표에는 각 혈자리의 특이적인 반응에 관심이 있는 침 연구자들뿐 아니라 분석방법에도 관심이 있는 다른 fMRI 연구자들을 만나 연구에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조언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JWM 12-02.jpg

포스터 발표가 5일간의 학회 중 둘째 날 오전에 배정되었기 때문에 발표를 마친 후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른 연구자들의 발표를 들으러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중 인상깊었던 몇 개의 발표들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소개해 드리고 싶은 강의는 “Early Reports from the BRAIN Initiative Frontline: Advancing Technologies to Accelerate Our Understanding of Brain Function” 입니다. 뇌과학의 발견들은 기술의 발전에 종속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Golgi의 염색방법, 패치클램프를 이용한 전기신경생리 측정기술, fMRI 기술 등의 기술적 발전을 바탕으로 수많은 뇌과학적 발견들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러한 만큼 sfN에서 발표되는 새로운 기술들은 어떠한 발견이 가능할지 상상하게 하였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들었던 강의가 바로 이 주제였습니다.


BRAIN Initiative는 오바마 정부 주도하에 “a dynamic understanding of brain function”을 가능케 하는 기술의 발전과 적용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세션에서는 이 BRAIN initiative로부터 지원을 받고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 발표가 있었고 저를 흥분케 하는 기술 및 관련 연구들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Chris Xu 그룹의 deep tissue imaging 연구였습니다. Laser scanning multiphoton microscopy (MPM) 기술을 이용해 쥐의 두개골을 걷어내지 않고 cortex 이상의 깊이까지 neuron 등의 structure를 scanning하는 기술을 소개하였는데 아직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지는 못하였지만 더 발전하면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대상으로 non-invasive하게 neuronal structure를 읽어내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게 하는 기술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MRI agent의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fMRI를 사용한 molecular imaging 기술 등 흥미로운 기술 관련 연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소개해 드리고 싶은 강의는 special lecture라는 제목의 저명한 연구자들의 키노트 강의 중 하나인데요. 2013년 노벨상 수상자인 Thomas Christian Südhof와 2014년 노벨상 수상자인 May-Britt Moser의 강의 역시 이 special lecture들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강의는 Stan B. Floresco의 “Uncertainty, Choice and Dopamine”이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러 들어갔을 때 사실 발표자인 Stan 박사의 카리스마 있고 사업가 같은 외모를 보고는 순수한 학문적 관심과는 거리가 먼 사람 같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혔습니다. 강의의 주된 내용은 그의 연구팀에서 발견한 nucleus accumbens, amygdala, habenular 구조 등을 중심으로 한 dopaminergic circuitry와 decision making에서 그의 역할이었습니다. 성공적인 결과들만을 보고하는 논문과는 달리 action selection이라는 행위가 어떠한 신경학적 토대 위에 이루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해 수행했던 수많은 시도와 접근방법들, 성공 뒤에 숨겨진 수많은 실패를 발표에 담고 있었기 때문에 학문적인 관심을 떠나 감동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 정말 그렇게까지 파고들고 싶은 질문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져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JWM 12-03.jpg

사실 이번 sfN은 홀로 학회에 참석하는 첫 경험이었습니다. 든든한 지도교수님의 비호(?)나 같이 간 동료들과의 하루 마감 술자리 등을 함께 할 수 없었는데요. 대신 숙박하였던 도미토리에서 함께 sfN을 방문한 비슷한 또래의 연구자들과 많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부족한 영어로 인해 학회에 참석하여도 사회적 교류는 늘 뒷전으로 미뤄놓기 마련이었는데, 홀로 참석한 외로움을 덜기 위해서였었는지 다른 독일, 캐나다 박사과정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공유하여 한국에 돌아와서도 안부 메일 등을 주고받기도 하고 서로 연구와 관련된 도움을 주자는 약속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처럼 이번 학회 역시 돌아온 후에 ‘내년에도 sfN 에 참석하게 된다면 좀 더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겠다’는 아쉬움을 가장 먼저 느꼈습니다. 더 많이 준비된 상태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만큼 내년에 또 있을지 모르는 sfN 참석을 위해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겠습니다.


JWM 12-04.jpg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