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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5일에서 17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2016 ICOM (International Congress of Oriental Medicine) 학회가 열렸습니다. 피부과 질환을 진료하고 있는 임상한의사인 저는 2012년에 서울에서 열렸던 ICOM 학회에서 여러 발표와 포스터들을 통해 실제 임상에 많은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작년 가을경 2016년도 ICOM 학회의 장소와 주제가 결정된 뒤부터 꼭 참석하겠다는 마음으로 초록 마감일, 등록일 등을 꼼꼼히 확인하며 참가를 준비하였습니다. ICOM은 한의사 보수교육 평점을 4점이나 받을 수 있으며, 게다가 올해 개최 장소는 요즘 핫한 오키나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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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M은 1976년 서울에서부터 개최되었으며, 한국,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약 45개의 회원국을 가지고 있는 비교적 오래된 국제학술대회입니다. 이번 학회의 주제는 “현대의 전통의학 임상에서 현대의학과의 융합 (Integration of traditional and modern medicine)"이었고,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 4개 혹은 5개의 동시 심포지엄이 열렸기 때문에 그중 제가 참관하였던 심포지엄, 세미나 그리고 포스터 프레젠테이션을 위주로 간략한 참관기를 적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첫날 오전에는 뜸 치료를 주제로 침구 심포지엄이 진행되었습니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의 남동우 교수는 한국에서 적용되고 있는 다양한 뜸의 형태와 뜸을 이용한 온열치료의 기전과 관련 임상연구 동향을 소개하였습니다. 뜸과 관련된 임상연구의 양과 질은 침 연구에 비하여 적은 편이라는 설명과 함께,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10여 종의 임상연구를 소개하였습니다. 대만 Chang Gung Memorial Hospital의 Tse-Hung Huang 교수는 뜸 치료가 적용되는 주요 증상 혹은 질환 (태아역위, 크론병, 암 완화, 중풍 재활, 통증, 고혈압 등)들에서 임상연구들을 소개하면서, 대만 임상중의사들의 사고과정, 즉 뜸 치료의 알고리듬을 설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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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한 자신의 최근 연구 중 하나인 비만 여자 청소년에서의 뜸 치료의 유효성 평가 임상시험을 소개하였습니다. 중완, 기해, 천추, 족삼리, 삼음교에 주 3회 뜸 치료를 8주간 시행한 결과 대상자들의 체지방과 자부심 척도가 호전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호주의 New England 대학의 Benjamin Chnat 교수는 호주의 대학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뜸 치료에 대하여 소개하였습니다. 최근 호주에서는 보험 범위의 변화로 인하여 침 치료가 활성화되고 그 교육도 체계를 잡아가고 있지만, 뜸 치료는 아직까지도 보편적인 치료가 아니며 대학에서의 교육 역시 미비한 실정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토론 시간에는 뜸에 사용되는 애엽의 Quality control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며, 애엽의 탄화물질이 천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와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뜸 치료를 시행하는 클리닉에서의 적절한 환기시설의 필요성에 대해서 필자 역시 다시 한 번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오후에는 한국-일본 전통의학 심포지엄이 열렸고, 한국어와 일본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의 대한상한금궤의학회의 노영범 선생은 <상한론>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강의를 하셨는데, 평소 상한론 처방을 공부하지 않았던 사람으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강의였고, 일본인 참석자들 역시 평소 상한론에 관심이 많았는지 다양한 질문들이 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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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의 여드름 치료를 듣기 위하여 참석한 Taiwan session은 대만어로 진행되었습니다. ICOM에서는 대만 세션, 한국 세션, 한일 공동심포지엄, 일본-독일 공동심포지엄 등 각각의 세션들이 영어가 아닌 언어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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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제학회 참가할 때 스케쥴러를 체크하며 밑줄을 쫙쫙 그어두는 것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어떤 분야에서 아주 저명한 대가의 강의. 둘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그룹의 발표. 마지막으로 흥미가 생겨 들어보거나 만나고 싶은 포스터 발표자의 이름입니다.


포스터 발표는 현재 진행 중인 젊은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점과 관심 있는 연구의 경우 발표자를 직접 만나 내용을 듣고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시간입니다. 올해 ICOM에서는 254편의 포스터가 게시되었고, 한국, 일본, 대만, 홍콩, 호주와 구미 등 발표자들의 출신 국가도 다양했습니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 연구자들이 포스터 발표 시간을 충실히 지키며, 본인의 포스터에 관심을 보이는 참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전에 틈틈이 포스터들을 탐독하면서, 평소 관심 있었던 변증 연구나 설진의 정량화 연구 포스터의 위치를 확인해 두었던 저는 포스터 발표 시간에 연구자들을 찾아갔습니다. 한국은 변증 설문지나 척도를 개발 또는 표준화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고, 일본 연구자들은 설진의 정량화와 변증의 상관성 확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게이오대학의 Dr. Arita는 혀의 사진을 촬영한 뒤에 색깔 및 밝기의 값과 일본 한방전문의의 변증 결과와의 관계를 확인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혀 색이 밝을수록 담음으로 변증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Dr. Arita는 그 이유를 설체의 혈액량이 많아 사진 촬영에서 반사가 발생하여 밝기가 높게나온 것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준텐도대학에서 박사과정으로 있는 Dr. Tomooka는 치흔설과 central aortic systolic blood pressure (cSBP) 사이의 개연성을 확인하였다고 소개했습니다. 저는 진행 중인 과제 때문에 변증을 정량화하거나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것에 많은 관심이 있어, 연구자들께 많은 질문을 드리며 토론을 즐겼습니다.


몇 년 전 국제학회에 처음 참가했을 때에는 포스터 앞에 서 있는 것조차 민망해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번만큼은 자신의 포스터에 신의를 다하자는 마음으로 지나가는 분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열심히 설명하였고, 발표자의 적극적인 태도는 오히려 참관하시는 분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포스터 발표 시간 동안 옆 포스터 발표자들과도 교류하게 되었고, 또 우연히 관심 분야와 처지가 비슷한 연구자들을 만나 돌아와서까지도 서신을 통해 올해와 향후의 국제학회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논문 작성에 참고되는 자료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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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M의 경우 주제의 스펙트럼이 전통의학 중에서도 임상에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내의 임상한의사들이 함께 참여하여 본인의 연구를 발표하고, 다른 연구자들의 동향을 통해 식견을 넓힐 수 있는 학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학회에서도 학교나 학계가 아닌 임상한의사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느꼈습니다. 2년 후의 ICOM의 개최지는 한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더 풍부하고 다양한 주제의 질 높은 연구와 동료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