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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6월 6일에서 10일까지 로마에서는 제7차 국제표준화기구 전통의학 기술위원회 (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 Technical Committee) 249 연례 총회가 열렸다. 한중일을 비롯해 태국, 베트남, 인도, 호주, 캐나다, 미국, 독일, 체코,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의 대표단과 국제표준화기구 사무국의 전문가들 200여 명이 참가했다. 한의학 분야의 국제표준과 관련해 한편으로는 개별적으로 제안된 국제표준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의견을 모으는 작업이 진행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의학 분야 국제표준과 관련한 전체적인 방향과 원칙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한국 대표단으로는 단장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김용석 교수님을 중심으로 침구 및 침구 외 기기 등 의료기기, 한약재와 제재 등 약물, 용어와 정보학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국제표준화기구 249 기술위원회는 산하에 작업반(working group) 5개와 연합작업반 2개에서 한의학 관련 국제표준안을 검토하고 제안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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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일본 교토에서 열렸던 연례 총회 등 과거에 비추어 차이를 느낀 점이라면, 본 기술위원회의 공식 명칭에서 ‘임시(provisional)’라는 단서 표현을 삭제하고 ‘중의학(TCM)’ 기술위원회로 명칭이 확정된 후 열리는 첫 총회인 것을 반영하듯, 중의학(TCM)의 가능성과 발전방향, 중의학에서의 의의 등 ‘중의학(TCM)’ 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열리는 거대한 국제적 축제인 듯했다. 물론 사안별로 한국 한의학, 일본 캄포(Kampo, 漢方), 베트남과 태국, 인도 등 기타 전통의학 관련 언급이 제시되기는 했었으나 모든 논의가 중의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데에 거침이 없었고 중의학의 국제적 전진과 표준화를 성원하는 기조가 분명했다는 점은 이전에 비해 분명히 달라진 점으로 보였다. 그리고 각 작업반에서 진행되는 개별 국제표준 방안의 제안 내용과 제안된 국제표준 방안에 대한 국제적 검토 과정에서의 행정 절차와 각 전문가들의 활동내용이 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다듬어진 모습을 보였다. 본 기술위원회 초기의 아직은 설익은 듯한 모습이 많이 다듬어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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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현대의 과학기술,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선도하는 서구 문명의 뿌리이다. 로마는 2천 년 전에 광활한 제국을 건설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낳았고 로마에서 정비된 학문과 사상은 그들 문명의 국제표준이었다. 서구 문명의 핵심 종교인 기독교(예수교), 르네상스 과학혁명과 인문혁명의 중심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에 보이는 무대 역시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였다. 서구 문명은 로마에서 기틀을 잡았고 이후 수천 년간 그들 문명의 중심지였으며 지금도 예수 열두 제자 중 수제자인 베드로를 잇는 교황이 머무르는 바티칸 시국, 교황이 직접 전례를 집도하는 교황좌 성당이 위치한 곳이 로마 지역이다. 로마와 비슷한 시기에 동양에서는 한나라가 진나라에 이어 제국을 건설하면서 학문과 문화를 통일해 한자(漢字), 한의학(漢醫學) 등 국제표준으로서의 신문명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21세기 지금은 서구 문명과 동양 문명, 기타 여러 문명이 제각기 장점을 뽐내며 국제무대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화와 표준화 그리고 각 민족문화의 고유성과 다양성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적 전략 아래 각 전문가들의 역량이 십분 발휘되는 중국의 상황에 비해 한의학의 정체성에 대해서조차 많은 혼란이 있는 국내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남고 국제사회에서 굴기하는 중국과 중의학을 보며 한국 한의학의 미래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이 남기는 했으나 회의 기간 내내 대표단장으로서 각 작업반에서의 첨예한 사안에까지 효과적이고 전면적인 전략을 준비하고 조정해 주신 김용석 교수님, 한국 대표단의 안주인으로서 치밀한 사전분석 자료와 세밀한 중간 점검 등에까지 전체 회의 일정을 치밀하게 장악하고 지원해 주신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최선미 박사님, 그리고 각 작업반에서 수고해 주신 여러 전문가분들 등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 한의학의 역할과 기여를 분명히 보여주는 총회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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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서구 문명의 뿌리였고 그 시대 국제표준의 발상지였던 로마에서 동양 한중일 문명의 빛나는 유산인 한의학에 대한 국제표준 논의가 이루어진 2016년 국제표준화기구 249 기술위원회 로마 연례회의는 지나간 시대의 국제표준을 뒤로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천 년의 문명을 준비하는 상징성을 지닌 총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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