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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기초한의과학과 경혈학교실에서 박사과정으로 있는 이예슬이라고 합니다. 저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BK21 한의과학사업단의 장기국제교육연수 지원을 받아, 독일 에센 의과대학 (University of Duisburg-Essen)의 Ulrike Bingel 교수님이 주도하고 있는 Placebo Competence 연구소에서 2016년 7월 4일부터 2016년 9월 3일까지 2개월 동안 연구활동을 하고 왔습니다.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를 통해 지난 두 달간의 경험과 연구활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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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bo Competence 연구소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드리자면, 독일에서 활동하며 통증과 플라시보에 대한 연구로 잘 알려진 네 명의 연구자가 모여 이룬 연구 그룹입니다. 그 중 유일한 여성이자 가장 젊은 연구자이기도 한 Prof. Dr. Ulrike Bingel은 에센 의과대학 및 함부르크 의과대학에서 통증에 대한 뇌과학 분야의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제가 방문한 기간에도 통증 및 플라시보 반응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통증이라는 감각은 아픈 자극을 말초신경이 수용체를 통해 받아들임으로써 중추신경계에 전달되지만, 한편으로는 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계에서 여러 요소가 관여하여 통증의 강도를 다양하게 인지하게 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환자가 과거에 치료받은 약물에 대한 경험이나, 당시의 감정 상태, 의사-환자 관계와 같은 인지적, 감정적 요소가 플라시보 혹은 노시보 효과를 통해 사람의 통증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에 대한 연구가 뇌과학, 의학, 심리학 분야에서 꾸준히 보고되어 왔습니다.


특히 이 연구 그룹은 통증에 대한 인지 과정에서 나타나는 플라시보 및 노시보 반응이라는 주제로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증에 대한 치료가 과거에 효과적이지 않았을 경우 그 경험이 다음 치료 효과에 미치는 영향, 혹은 다른 활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와 통증 자체에 집중할 때 사람이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같은 정도의 세기라도 다르게 나타날지, 혹은 파킨슨병 환자 및 편두통, 만성 통증 환자에 대한 플라시보 효과 등이 이 연구 그룹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제가 여기 와서 연구년으로 와 계신 채윤병 교수님과 함께 한 연구는 ‘플라시보 효과에 미치는 치료 가격의 영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함부르크에서 열린 미팅에서 실험을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으로 연구 방법과 결과에 대한 발표를 하여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피드백을 중심으로 추가 분석을 하여 연구 주제와 결과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토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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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접 주도하여 참여한 연구 이외에도, 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연구를 참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연구는 통증과 소음에 대해 사람이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학습한 바를 다시 없애는 학습 (unlearning)에 소요되는 시간의 차이에 대한 fMRI 연구로서, 통증과 소음을 인지하는 뇌와 학습하는 뇌의 반응, 그리고 그 시간의 차이에 따른 활성화된 뇌 부위의 차이를 관찰한 연구였습니다. 두 번째 연구는 전기자극을 통해 왼손 중수골 부위에 통증을 가하고 (EDI), 이 통증에 대해 피험자가 아프다고 인지하는 정도가 통증에 집중하는 것과 다른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는 차이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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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라본 독일의 연구 환경은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연구할 수 있고, 연구소 구성원끼리 자유로운 토론과 교류가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연구와 가정, 그리고 운동이나 춤, 음악 등 각자 자기만의 취미를 가지고 일상을 규칙적으로 보내며, 자신의 컨디션이나 일정에 맞추어서 생활하되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연구자로서의 생활은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간결하고 휩쓸리지 않으며 자기주도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서로의 연구에 대해 조언해주고 격려해주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실험과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을 보고 함께하면서, 저도 함께 머리가 맑아지고 일상이 정돈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계획한 일을 모두 마치고 돌아올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연구 생활에 있어 생활 습관 및 계획 방향에 대해 고무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두 달 동안 독일 연구소분들과 함께한 많은 시간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감사한 추억입니다. 함부르크에서 있었던 연구 미팅을 시작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바베큐도 해먹고, 제 생일까지 몰래 준비해서 축하해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환영, 환송 식사를 같이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익히지 못했던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셔서 독일을 생각할 때마다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생겼습니다.


한편으로는 주말마다 주변의 도시를 찾아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는데요, 함부르크에 미팅을 간 것을 기회로 같은 시기 유럽을 방문한 친구와 베를린을 구경하였고, 독일에 온 동생과 쾰른, 뒤셀도르프, 브륄 등 인근 도시를 찾아가기도 하였습니다. 또 주말에 가족들과 파리에서 만나 가족 여행을 한 것은 보물과도 같은 추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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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과 플라시보 연구는 침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며, 앞으로 임상 및 학문적으로 밝혀질 내용이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연구자들이 앞으로 해외 연구자들과 자주 교류할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또한, 이번 여름 방학 기간 동안 해외 연수를 지원해 주신 한의과학사업단에 감사드리고, 많은 젊은 연구자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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