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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추위가 조금씩 비치기 시작하는 11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에 걸쳐 서울에서는 APAMI  (Asia Pacific Association for Medical Informatics) 학회가 개최되었다. 단풍과 낙엽으로 가을의 색이 완연한 우면산 기슭에 위치한 학회장에서는 대한외과학회, 소아외과학회 등 여러 학회가 열리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APAMI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네팔, 싱가포르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연구자들이 찾아온 학회였다. 이번 학회의 부제는 “Connecting the dots for better health through informatics”였는데, 여러 측면에서 제목이 잘 어울렸다고 생각된다. KMCRIC 학회 참관기를 통해 간략하게나마 이번 학회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빅데이터의 등장은 의료환경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 검사를 포함한 진찰을 받고, 진단받은 병명으로 치료를 받은 후, 약국에 들러 약을 타기까지 과정은 모두 기록으로 남는다. 그뿐만 아니라,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는 유전자 분석이나 매일 스마트폰이나 수첩에 기록하는 건강 상태, 건강 검진 결과도 모두 의료정보가 될 수 있다. 최근 의료환경은 데이터의 축적 속도와 의사 및 환자의 디지털 기기 이용을 고려할 때 Digital Health라고 명명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학회의 주제는 이처럼 병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진찰, 검사와 치료, 상태 측정,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빅데이터와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최근 의료정보학에서는 각각의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상호 운용이 가능하도록 구축하고, 환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연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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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에서 첫날 Keynote 세션에서는 뉴욕 웨일코넬 의과대학 (Weill Cornell Medicine, USA)의 Fernando Martin-Sanchez 교수님이 유전자 정보, 생활행동 정보, 환경 정보를 연결하는 최근 미국의 연구 및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셨다. 미국은 지난 8년 동안 오바마케어 (Obamacare), 그리고 Precision Medicine 프로젝트 등 보건의료 방면에서 큰 변혁이 있었는데, 그 이후 의료정보학의 발전이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첫 번째로 병원 데이터인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s)의 표준화가 요구되기 시작하였고, 체계적인 전자건강기록 (EHR)를 이용한 데이터 수집이 시도되었다. 두 번째로 환자의 역할 비중이 증가하였는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 과정에서 의사와 충분한 논의를 거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와 노력이 나타나고 있었다. Open Notes는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의사의 의료기록을 환자가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예로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정보학의 발전은 많은 사람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치료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발표에서 교수님이 강조하신 부분은, 유전체학을 넘어 생활습관과 환경, 그리고 환자의 증상에 대한 주관적 평가와 같은 정보가 의학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었다. 이를 위해 환자 중심의 치료 결과 (treatment outcome) 평가 기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환자의 역할이 증대된 데이터 축적 방식이 강화되고 있었다. 또한 유전자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 환경 데이터의 융합이 미래의 의료정보학자가 중점적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셨다.


한편, 긴 시간과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작성된 의료정보가 병원과 의사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용어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강정보 데이터의 교류에 있어서 상호운용성 (Interoperability)은 중요한 화두가 되며, SNOMED-CT 혹은 HL7과 같은 용어 시스템과 Common Data Model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건강정보 교류 (Health Data Exchange) 세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연구 발표가 이루어졌는데, 흥미로운 점은 호주의 SNOMED-CT 연구자들이 한국의 한의학을 비롯한 전통의학 용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의학의 치료가 국가 간 유사성을 가졌는지, 질환에 대한 진단 및 처치가 체계화 및 표준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는 경혈의 표준화 이후로 동아시아 의학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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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 데이터 기록 방식과 관련하여, 개인건강기록 혹은 PHR (Personal Health Record)에 대한 세션이 있었다. 이번 세션은 내가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PHR은 구글, 애플, 삼성과 같은 기업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발한 분야이기도 하며, 최근 한국에서는 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자신의 증상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의사에게 피드백을 받기 위한 도구로도 개발되고 있다. 내가 발표한 것은 우리 연구실에서 함께 개발한 앱으로 건강한 자원자가 30일 동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PHR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내용이었다. PHR과 관련된 기존의 많은 연구가 개발 과정과 환자 및 건강인에게 적용되는 과정을 보고했다면, 앞으로는 그간의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보고도 점점 증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연구로 이번 APAMI 학회에서 Best Paper Award를 받기도 했는데, 앞으로 의료정보 관련 연구를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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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날 오전은 의료정보학의 연구에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기술의 보급과 보편화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스마트폰의 보편화에 따라, 스마트폰을 이용한 건강정보의 수집은 다양한 방식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수 있으며,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형태 또한 다양하다. 한편 표준화, 체계화된 용어와 같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과 분석 도구 및 분석 코드가 보편화되는 것 역시도 중요하다. Open Source Initiative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제시되는데, 이 주제는 이어진 Electronic Health Record (EHR) 세션에서 연장되어 논의되었다. 통합된 EHR, 그리고 분석 코드의 무료 배포는 비용절감 및 의료지원의 확대 (Universal health support)라는 보건의료 정책에서의 오랜 과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주된 의의였으며, 수집된 EHR을 이용해 실제로 질병의 유병 패턴을 파악한 연구도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인상적인 Keynote 세션은 오랜 시간 의료정보학을 이끌어오신 김주한 교수님의 발표였다. 김주한 교수님은 자신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직접 예로 들어, 질병의 위험도를 해석하는 방법이나 생활습관과의 연계, 약물에 대한 부작용 경고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설명하였다. 유전자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 그리고 환자가 직접 작성한 건강상태 데이터는 환자의 라이프로그 (Lifelog) 데이터를 이루게 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최근 교수님이 집중적으로 개발 및 연구하신 헬스 아바타에 대한 내용이었다. 소아 환자나 만성 신장질환 환자 등 지속적인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스마트폰 헬스 아바타를 이용하여 자기 관리 및 건강 상태에 대한 피드백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은 실제로 우리 연구실에서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김주한 교수님은 최근 의사와 병원, 환자, 그리고 정부 간의 데이터 호환 및 교류가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각각의 시스템이 집단 내부에서 통일된 시스템을 가지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예를 들어 병원 간의 EHR 통합, 의사들의 용어 통합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그룹이 통일된 언어로 연구를 보고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은 그룹 간의 연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데이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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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보 분야는 최근 빅데이터의 영향으로 인해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병원, 연구기관, 정부기관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 방향을 도모하고 있다. 한의학 분야에서도 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 생성된 데이터, 환자의 증상에 대한 기록 방식, 한의학적 진단 및 치료를 아우른 용어의 체계화 등이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임상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한의임상정보센터의 필요성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아울러 병원과 의사, 환자 각각 데이터를 생성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면 앞으로 한의학과 관련한 의료정보 연구도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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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