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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코크란 콜로키움 (Cochrane Colloquium)이 서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저는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소속 연구원으로 ‘화병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예비 개정안 개발에 참여하였고, 2년 뒤에는 임상진료지침의 개정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코크란 콜로키움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코크란 연합은 보다 나은 보건의료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비영리 단체로서, 체계적 문헌고찰 (코크란 리뷰)을 수행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GRADE (Grade of Recommendation, Assessment, Development, and Evaluation) 방법론을 개발하는 등 근거중심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코크란에서는 매년 콜로키움을 개최하여 체계적 문헌고찰 및 근거중심 보건의료와 관련된 연구자, 의료인, 정책결정자, 학생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하게 됩니다. 저는 이처럼 국제적인 학회에 처음 참석한 것이라 설레이는 마음과 기대로 가득 찼습니다.


코크란 콜로키움의 일정은 아래와 같이 계획되어 있으며 다양한 oral session과 workshop 및 poster session이 준비되어 있어서, 콜로키움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미리 제공되는 목록을 보며 어떤 session에 참여할지 스케줄을 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흥미로운 주제들이 무척이나 많은데, 관심 있는 session이 동시에 열려서 어느 곳에 참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만 했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고르고 또 골랐지만, 콜로키움이 다 끝나고 나니 듣지 못한 강연들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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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콜로키움의 주제는 “Challenges to evidence-based health care and Cochrane"이었는데 4번의 총회와 연례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Plenary 1 : Overdiagnosis and overtreatment in health care
·Plenary 2 : Challenges and different approaches to improve the quality, timeliness and usability of Cochrne Reviews
·Annual General Meeting :  Responding to Cochrane's challenges through the Strategy to 2020
·Plenary 3 : Data transparency: where are we and what can we get?
·Plenary 4 : Annual Cochrane Lecture: four challenges for EBM and Cochrane’s future


위 주제들에서 알 수 있듯이, 코크란 연합에서도 근거중심 보건의료를 위해 어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지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총회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단어도, 근거의 확산을 위한 전략인 “Cochrane Strategy to 2020”이었습니다. 올해의 달성 목표는 1)근거를 생산하고, 2)근거에 접근하기 쉽도록 만들고, 3)근거창출을 지지하고, 4)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기구를 구축하는 것이었으며 이번 콜로키움은 이러한 전략의 결과를 보고하고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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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격적으로 5일간 콜로키움에 참여하면서 인상 깊었던 강연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October 24 (Mon)


Plenary


콜로키움의 첫 번째 총회의 주제는 보건의료의 과잉 진단과 치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갑상선 암이 과잉 진단되고, 수술이 과다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상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준수하도록 제시하였습니다.


· 환자의 염려에 초점을 맞출 것 (Focus on the patient concerns)
· 만약을 위해 진단검사를 시행하지 말 것 (Don't do diagnostic tests "just in case")
· 진단명을 신중하게 사용할 것 (Use diagnostic labels cautiously)
· 개별 환자의 위험도에 따라 치료할 것 (Treat according to the risk of the individual patinet)
· 최소한의 중재만 사용할 것 (Use minimal interventions)
· 의사결정에 환자를 참여시킬 것 (Involve the patient in the decision)
· 진단과 치료에 대해 정기적으로 검토할 것 (Review diagnoses and treatments regularly)


이 중 흥미로운 점은 환자의 염려에 초점을 맞추고 의사결정에 환자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코크란 콜로키움에 참석하기 전과 후, 제가 근거중심의학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이 바뀐 부분이 바로 환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입니다. 근거중심의학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도 그렇고, 근거중심의학의 근거 피라미드를 보면 받게 되는 인상도 그렇고, 막연하게 ‘잘 수행된 임상연구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크란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항상 환자의 가치와 선호에 대해 강조합니다. 거듭 강조한다는 것은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근거중심의학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원칙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의료의 과잉 진단과 치료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보았을 때, 한의계에서는 어디까지가 적절한 진단이고 어디서부터 과잉 진단인지, 혹은 어떤 치료는 필요하고 어떤 치료는 과잉 치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한약은 부작용이 없고 안전하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대다수의 한의사들이 한약은 많이 먹어도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런 태도는 전체 보건의료 체계에서 과연 타탕하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습니다.


Workshop


Oral session과 workshop은 주로 메타분석과 GRADE와 관련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였습니다. 메타분석은 체계적 문헌고찰 수행 과정에서 2개 이상의 연구들의 효과 추정치를 합성하여 해당 중재의 통합된 가중평균 효과 추정치를 정량적으로 산출하는 통계방법이며, GRADE는 GRADE working group에서 근거수준과 권고등급 결정을 위해 개발한 등급화 방법입니다. 메타분석과 GRADE 모두 체계적 문헌고찰과 임상진료지침에서 활용되는 방법론이기 때문에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필수적으로 접하게 되는 분야입니다.


“Incorporation of narrative synthesis into 'Summary of findings' tables”라는 제목의 workshop에서는 메타분석 결과를 어떻게 질적으로 서술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습자료로 주어진 자료의 상황을 보면, 모든 포함 연구들을 함께 메타분석하였을 때 연구 간의 이질성을 나타내는 I2 값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이질성은 subgroup analysis에서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 연구자는 포함 연구들을 정량적으로 합성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참고로, 다른 oral session에서 근거 합성 도구인 albatross tool에 대해 발표한 Sean harrison은 메타분석이 불가능할 때 전통적으로는 narrative review, vote counting, combining p-value, sign test 등의 방법을 사용해왔다고 하였습니다. 본 workshop에서는 특정한 하나의 정답을 내리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저자라면 이 결과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세계 여러 연구자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 토론을 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게 비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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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5 (Tue)


Oral session


“Meta-analysis methods"라는 제목의 Long oral session에서는 신선하고 독창적인 주제가 많이 다루어졌습니다. 특히 현재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진행했을 때 마주치게 되는 문제점, 즉 너무 적은 근거들로 메타분석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과 비무작위 대조군 연구의 일반화 문제 (‘과연 이 결과를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Bender R은 적은 수의 근거를 합성할 때 현재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random-effect model을 사용할 경우 개별 근거가 통계적으로 유의함에도 불구하고 메타분석을 수행하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generalized mixed effects model과 같은 대안적인 방법이 더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였습니다. Efthimiou O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이하 RCT)와 비무작위 연구의 결과를 비교하여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효과를 예측하는 모델을 적용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RCT와 실제 임상의 간극을 관찰연구를 통해 줄여나가려는 아이디어가 빛난 연구였습니다. 어떤 연구자든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공감이 가기도 했고, 저 역시 이들처럼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습니다.


Workshop


“GRADE application in values and preferences evidence”라는 제목의 workshop에서는 GRADE 방법론을 사용하여 환자의 가치와 선호에 대한 근거를 평가하는 과정을 실습하였습니다. GRADE를 활용하여 권고를 도출할 때 원칙적으로는 중재의 이득 및 위해와 더불어 환자의 가치와 선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되는데, 실제로 임상진료지침에서의 권고안을 도출할 때 환자의 가치와 선호를 고려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GRADE working group에서는 환자의 가치와 선호에 관련된 근거로 어떤 것을 참고하며, 또한 그에 대해 어떻게 GRADE를 적용하는지 궁금했습니다. workshop에 참가하여 참고자료로 실습해보니, 환자의 가치와 선호 역시 정성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적합한 단면연구 설계가 존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GRADE 평가 과정 자체는 중재연구를 평가하는 과정과 동일하였기 때문에,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면서 환자의 가치와 선호에 대해 GRADE 평가를 적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현재 한의계는 아직까지 중재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전력하고 있는 상황이라 환자의 가치와 선호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태인데 단면연구는 RCT에 비해 수행이 용이하므로 충분히 계획하고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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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7 (Thu)


Workshop


“New tools and concepts for the integration of randomised and non-randomised studies in systematic reviews”라는 주제의 workskhop에서는 이번에 새로 발표된 비무작위 연구의 질평가 도구인 ROBINS-I를 사용하여 평가한 비무작위 연구의 결과를 GRADE로 평가한 자료를 참고하여 실습과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유일한 예시라고 하였지만, ROBINS-I를 이용하여 비뚤림 위험이 낮다고 평가된 경우 비록 비무작위 연구이지만 GRADE 상에서 High로 시작한 사례가 있다고 하여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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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비무작위 연구의 질평가 도구인 ROBINS-I 외에도, 이번 콜로키움에서는 체계적 문헌고찰 질평가 도구인 ROBIS, AMSTAR 2 등 새로운 방법론이 발표되었습니다. ‘방법론의 발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어야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근거중심의학이 현재 완결된 상태라고 착각하거나 안주하는 일 역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경각심도 들었습니다. 비록 5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훌륭한 강연을 들으며 좋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많이 품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 학회에는 발표자로 참석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국제 학회 참석에 대한 참관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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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