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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한국 코크란 지부의 개최로 코크란 콜로키움 (Cochrane Colloquium) 2016이 열렸다. 코크란 콜로키움은 코크란 연합 (Cochrane collaboration)에서 매년 개최하는 학술행사로서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진행되었다. 콜로키움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간단하게 코크란 연합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크란 연합은 1993년 설립되어 현재까지 최선의 근거를 취합하여 체계적 문헌고찰을 생산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질 높은 근거가 생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제시하는 등 근거기반의학의 발전을 위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Risk of bias, 이질성 평가, GRADE tool 등이 코크란 활동에 기반하여 개발되었다.


코크란 콜로키움에는 매년 근거기반의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연구자들이 모여 그간의 연구 활동을 발표하고 다양한 의제에 대하여 토론하고 만남을 갖는, 그야말로 학문의 잔치가 열린다. 필자는 작년에 비엔나에서 열린 제 23회 콜로키움에 참여하여 학문에 대한 열기와 잔치의 규모에 대단히 감명을 받았다. 그러니 올해 한국에서 콜로키움이 열린다니 열일을 제치고 참석해야 하는 일이었다.


콜로키움의 프로그램은 크게 Plenary session, Workshop, Oral session, Symposia, Meeting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식 개최 날짜에 앞서 사전 Workshop를 개최한다. 올해는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어로 진행하는 체계적 문헌고찰 작성과정 워크숍이 있었다.


그중 콜로키움의 백미는 그해의 주제에 부합하는 강연이 열리는 플레너리 세션 (plenary session)일 것이다. plenary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단어인데 ‘full’, ‘absolute’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서 주요 의제를 던지고 발표를 진행하며 발표 이후에는 자유로운 토론이 이어진다. 올해 콜로키움은 “Challenges to evidence-based health care and Cochrane”의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총 4회의 플레너리 세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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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첫 번째 plenary session은 그 해 콜로키움의 주제를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인데 “Overdiagnosis and overtreatment in health care”라는 주제로 3명의 연자가 각기 발표를 진행하였고 한국의 갑상선암 검진 등이 예시로 제기되어 갈수록 영리화되며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의 양태를 나타내는 의료계에 주요한 화두를 던졌다. 이 흐름을 받아 두 번째 세 번째 플레너리 세션에서는 각각 “Challenges and different approaches to improve the quality, timeliness and usability of Cochrane reviews”, “Data transparency: where are we and what can we get?”로 이어져 이러한 시대에 코크란 리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연구 데이터의 투명성 확보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플레너리 세션에서는 코크란과 근거기반의학에 대한 4가지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20년이 넘은 근거기반의학의 역사를 돌아보고 향후 코크란 연합과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플레너리 세션에 참가하여 그 분위기를 느끼고 강연을 듣는 것 만으로 각 연구의 대가가 전해주는 다양한 경험과 축적된 지식과 지혜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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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너리 세션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특히 듣고 싶은 워크숍이 중복되는 시간에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때에는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하게 된다. 올해 코크란 콜로키움의 주제와 강연 이외에 필자에게 가장 와 닿았던 것을 3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다양한 tool의 등장이었다. 새로운 연구 비뚤림 평가 도구들이 소개되었는데, 무작위 연구 평가 도구 (RoB 2.0) 이외에도 PROBAST: a risk of bias tool for prediction modelling studies, ROBINS-I tool (비무작위 연구 평가 도구, ACROBAT-NRSI를 개정) 등이 소개되었으며 이전에 문헌의 질 평가 시 나타났던 다양한 문제들 (예를 들어 무작위 연구 질 평가 시 domain별로만 평가가 가능하고 연구별로는 전체적인 평가 값을 나타내기 어려웠던 점)을 개선하여 소개하였다. 아마 많은 연구자들이 새로 개정되어 나오는 도구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관련 연구자들이 Risk Of Bias In Non-randomized Studies of Interventions 관련 홈페이지에 자세한 설명과 피드백이 가능한 이메일 주소를 남겨놓았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http://riskofbias.info)


이러한 평가 도구 이외에 체계적 문헌고찰의 각 단계를 수고를 덜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여러 개 소개되었다. 특히 문헌을 넣으면 자동으로 질 평가를 수행해 주는 프로그램 (https://robot-reviewer.vortext.systems/), 문헌고찰의 각 단계를 2인의 연구자가 서로 결과를 공유하며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 (https://www.covidence.org/)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을 적용해도 연구자가 결과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은 따로 수행되어야 하겠지만 문헌고찰의 많은 부분이 향후 이러한 자동화 프로그램에 의해서 진행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몇몇 프로그램의 일부 기능은 유료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사실 https://www.covidence.org/는 정식으로 코크란의 로고를 걸고 활동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코크란에서 선택하여 코크란 리뷰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협력관계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내가 만난 몇몇 코크란 관련 연구자들은 코크란의 기본 정신과 이러한 유료화가 상충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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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것은 ‘참여의 확대’였다. 참여의 확대는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자가 아닌 수요자, 정책 결정자 등을 적극적으로 코크란 활동에 참여시키는 방향, 그리고 또 하나는 다양한 언어권을 가진 연구자들의 참여 확대였다. 코크란 연합에는 사실 수요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consumer group이 따로 존재한다. 이번 한국 콜로키움때도 수요자 모임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수요자가 다양한 환경에서 의사결정을 수행할 때 코크란 리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어떻게 알리고 확산시킬 것인가에 대한 워크숍 등이 진행되었다. 또한 코크란 연합은 다양한 언어권의 연구자들을 활용하여 코크란 리뷰를 각각의 나라로 번역하여 제공하는 등의 확산 전략을 세우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코크란 콜로키움에도 코크란 리뷰의 번역 및 번역 이후의 확산에 대한 워크숍이 여러 번 진행되었는데,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의 활동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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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장 감명 깊었던 점은 바로 한의 연구자들의 활발한 참여였다. 평일에 진행되는 학회에 진료나 기타 생업을 잠시 밀어놓고 참가한 한의 연구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고 학문적인 자극을 받고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 진행된 덕분에 필자를 포함한 한의 연구자들은 “Development of evidence-based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Korean medicine: an introductory workshop”라는 주제로 한국어로 진행하는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또한 한국한의학연구원 및 여러 한의과 대학에서 참가한 연구자들 역시 포스터 발표 또는 구두 발표를 수행하였다. 여러 대학의 수련의 선생님들이 참여하여 학문의 장에서 좋은 경험을 하는 것을 보면서 향후 근거기반 한의학이 더욱 발전하리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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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키움이 진행되는 며칠이 끝나고 나니 좋은 꿈을 꾸고 난 느낌이 들었다. 외국에 가지 않았지만 다양한 국가에서 온 훌륭한 연구자들과 교류를 하고, 또한 같은 고민을 하고있는 한국의 한의학 연구자들과 밤늦게까지 토론하고 워크숍을 준비하며 배움을 나누던 순간은 아마 다시 오지 않을 좋은 추억이며 꿈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꿈을 깨고 나니 이러한 배움을 통하여 한의학 연구를 어떻게 더 발전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이 남아 있다.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는 단순히 양방의료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적절한 때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근거에 기반하여 치료하는 것은 한의계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며 갈수록 시대와 정책이 그러한 방향을 요구할 것이다. 이제 배움을 활용하여 우리 것을 발전시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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