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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기초한의과학과 석사과정에 있는 김유강입니다. 미국 뉴욕시에 위치한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 (CSHL)는 DNA 이중나선구조 모델을 제시한 왓슨&크릭 가운데 왓슨 박사가 재직했던 연구소로 알려져 있는데요. 2016년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이곳에서 주최한 Neurodegenerative diseases: Biology & Therapeutics 미팅 코스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는 도심이 아니라 뉴욕시 외곽 쪽에 위치하고 있는 연구 단지로 구성되어 있어, 맑은 공기와 너른 풍경에서 강연 중간중간 잠시 쉬어가기 좋은 환경이었기에, 이번 미팅 코스 참석은 공부만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도 되찾고 온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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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AMSRC)의 소장님이시자 저의 지도교수님이신 박히준 교수님은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양릉천 (GB34) 자침 시의 효과에 대한 기전연구’로 많이 알려지신 분입니다. 저희 <기초 임상 통합 연구팀>에서는 파킨슨병뿐 아니라 통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등 여러 동물모델에서 침 효과에 대한 기전연구를 중심으로 각자의 연구를 하고 있지만, 다들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의 침 연구실험에 참여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파킨슨병을 포함한 뇌신경 퇴행성 질병의 연구 트렌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의 미팅 코스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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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하나의 주제에 서너 개의 강연들이 묶여서 다음과 같은 주제별 순서대로 진행되었습니다.


1. Disease Propagation: Mechanisms and Therapeutic Opportunities
2. Neuroinflammation
3. RNA Metabolism in Neurodegenerative Disease
4. Proteostasis, Mechanisms and Therapeutic Opportunites
5. New Neuronal Models: iPS, Organoids, Primary Cultures, Therapeutic Opportunities
6. Vascular Aspects as a Cause or Contributor to Neurodegenerative Disease
7. Imaging: Insights and Applications


일반적으로 학회에 참석하게 되면,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여러 개의 섹션이 있고, 학회 참가자들은 각 섹션별로 어떤 주제와 어떤 내용으로 발표를 하는지 프로그램을 확인해서 듣고 싶은 섹션을 골라 듣게 됩니다. 하지만 CSHL의 미팅 코스는 다른 학회의 프로그램과 다르게 모든 참가자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을 다같이 듣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학생들이 강의 듣는 것처럼 말이죠. 음...사실 등록비에 식사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다가, 연구소와 연계된 숙박을 잡아서 셔틀버스도 운영했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합숙강의에 다녀온 셈이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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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rodegenerative disease에는 파킨슨병을 포함하여 알츠하이머 치매, 루게릭병 등 다양한 질병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저희 연구실은 파킨슨병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만큼 사실 이에 대한 연구 내용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참석해보니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연구였고 또 세포실험에서의 연구 내용들을 많이 발표하고 있어서 아쉽기도 하고,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이 적었던 만큼 강의를 따라가기 벅찬 면도 있었습니다. 저희뿐 아니라 파킨슨병을 주로 연구하시는 참가자분들도 꽤 계셨던 것 같은데요. 파킨슨병 모델 연구에 대해 이야기한 몇몇 강연에서 질의응답 시간에 열띤 질문을 하시는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저는 미팅 코스 내내 어떻게 기전연구에 대한 연구 방법 및 설계를 하는가를 중점으로 두고 강연을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현재 진행 중인 기전연구에서 가설에 따라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이후 어떤 식으로 연구를 설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보니 계속 연구 방법이나 설계쪽으로 관심이 쏠리게 되더군요. 아쉽게도 제 연구에 벤치마킹하기 좋은, 딱 적합한 연구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 각각의 연구자들이 이전에는 몰랐었던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연구 트렌드는 다른 뇌신경 퇴행성 질환들의 연구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파킨슨병 연구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방법과 관련된 내용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3세대 유전자 편집기술인 CRISPR/Cas9을 어떠한 유전자풀에서 알츠하이머의 병리와 연관된 특정 유전자를 screening하는 데 활용한 연구 내용이 있었는데요. 저희 연구실에서도 특정 유전자를 knockout 시킨 쥐를 이용하여 파킨슨병 모델에서의 침의 기전연구를 진행하였던 경험이 있는 만큼, 새롭게 등장한 유전자 편집기술이 이후에 더욱 발전하면 저희 연구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혹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미리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강연 내용도 흥미롭게 이어지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Meeting course라고 이름붙인 만큼 발표가 끝날 때마다 질의응답 시간을 충분히 길게 가지고, 발표자에게 사람들이 거의 원하는 만큼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분위기 역시 이번 학회의 장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대답하고, 발표자는 질문에 대해 충분히 답변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도 되고 동기부여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모든 참가자들이 같은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다 보니 종종 점심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질의응답 시간이 너무 길어진 탓에 밤 12시 가까이 되어서 일정이 끝난 적도 있었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에서 주최하는 미팅 코스의 마지막 저녁식사였습니다. 연구소가 생긴 이래로 랍스터를 주는 것이 전통이라고 합니다. ㅎㅎ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내용은 microglia에 관한 강연입니다. Special lecture로 선정되었던 만큼 시간도 조금 더 길게 할애하여 강연이 진행되었는데요. microglia는 뇌에서 식작용을 하는 면역세포로 알려져 있으며, 뇌에 침투한 병원체나 뇌세포에서 배출된 일종의 쓰레기를 처리할 뿐 아니라, 뇌회로 조정을 위한 synapse 가지치기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Neurodegenerative disease 강연에서는 microglia가 과도한 활성 또는 잘못된 타겟 설정 등의 이유로 필요한 synapse들도 가지치기가 되어서 neurodegenerative disease가 발생한다는 이론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하고, 이러한 기전과 연관된 신호물질들을 규명하여 이후 이를 통해 neurodegenerative disease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안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뇌의 Biology도 여전히 모르고 있는 부분들도 많고 밝혀야할 내용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통감하면서, 결국 이러한 부분들도 놓치지 않고 다방면으로 공부해야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미팅 코스의 제목이 “Neurodegenerative diseases: Biology & Therapeutics”였는데, 결국 기본적인 Biology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치료제 혹은 치료법의 개발까지 이어지는 것이 연구의 기본이 되는 것이겠지요.


되돌아보니 해외에서 열린 연구 프로그램에 처음 참석하고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도 많고 힘든 일도 겪어보고 오는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것 같습니다.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논문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단순히 많이 읽는 것만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공부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고: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 (CSHL)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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