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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4일 토요일,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한평원)의 주관으로 한의학교육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한평원은 2004년 설립 이후 국내 12개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육의 질을 평가하고 평가인증 기준을 개발하는 기관으로 2016년 5월 20일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한의과대학 평가인증을 위한 인정기관 지정서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평가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대학의 졸업생은 한의사 국가고시 응시에 제한이 있게 됩니다. 최근 한의학 표준화 및 현대화 요구에 따라 의료인 양성을 위해 한의대 평가인증 및 한의사 국가고시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궁극적으로는 한의학교육이 역량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토론하며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현 한의과대학 학생으로서 인증평가의 목적과 필요성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이번 워크샵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 심포지엄은, 총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역량중심 한의학교육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헌석(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님께서 역량기반 모델의 탄생 배경과 그 사례를 설명하셨고, 뒤이어 강연석(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님이 역량중심 한의학교육으로의 전환 준비과정을, 다음으로 한의학 교육실, 임상술기센터, 내과 임상교육, 침구과 임상교육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2부에서는 ‘한의학교육 평가인증과 교육평가 기준의 이해’를 위해 나창수(한평원 인증기준위원장) 교수님의 제2주기 평가인증 변화사항에 대한 발표와 선승호(한평원 인증기준위원) 교수님의 제2주기 평가인증 항목 중 교육 분야 항목에 대한 설명이 있으셨고,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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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check 1818.jpg 기조강연 : 오헌석 교수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역량 모델’이 한의계에 도입되어 제2주기 평가인증 기준의 바탕이 되었는데요, 이러한 역량기반 교육이 등장하게 된 역사와 그 필요성, 또 어떠한 의미와 한계가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97년도에 미네소타에서 박사과정 동안 겪었던 교육계의 변화를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당시 미네소타에서는 천편일률적인 교과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이러한 교육방법과 책무성(accountability)에 대해 정치인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막대한 세금을 들이고 있지만, 이 아이들이 통일된 교육방법으로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초중고를 졸업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교육방법론에 대한 문제는 80년대 후반 강력한 사회운동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역량기반 교육은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첫째는 교사들의 반발이었습니다. 교사들에게 역량중심 교육이 무엇인지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확산시키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기존의 교육에 문제가 있었다 해도 이 교육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습니다. 둘째는 교육의 결과물(educational outcome)에 관한 정의입니다. 이 정의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역량기반 교육이 실행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역량기반 교육은 기존 교육방식을 바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교육자에게 부담을 안겨주게 됩니다. 따라서 이 교육이 성공하려면 교육자들의 공통적인 이해와 공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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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량 개념의 배경과 전제
이전에는 분명 교육을 통해서 전수되는 지식이 중요했었고, 이 지식을 전수받으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그러한 가르침을 실행하리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양 양명학의 지행합일(知行合一)부터 서양의 소크라테스 사상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지면서, 그 지식 자체를 전수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수행(무엇을 행동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역량의 전제는 매우 간단합니다. 일을 못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을 비교해서, 일을 잘하는 사람을 따라하게 하는 벤치마킹 방식을 이용하였습니다. 일의 역량에서 고성과자와 저성과자가 구분될 수 있기 때문에, 고성과자가 성과를 내는 이유를 살펴보고 성과를 많이 내는 데 필요한 행동을 관찰하게 됩니다.


2) 역량 개념의 정의
Spencer & Spencer(1993)에 따르면 역량이란 ‘특정한 상황이나 직무에서 준거에 따른 효과적이고 우수한 수행의 원인이 되는 개인의 내적 특성(underlying characteristics causally related to criterion-referenced effective and/or superior performance in a job or situation)’이라 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성과를 가져오는 행동의 집합입니다.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은 지식, 기술, 태도 등이 있을 것이며, 이러한 항목들이 상호작용하여 나타나는 행동을 말합니다. 그러나 역량은 직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직업별로 맞춤(customizing)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3) 역량 모델링 방법
성공 사례들을 통해 주요한 성과를 냈던 인간의 행동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당신이 그 일을 성공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일을 했던 것은 무엇입니까?”를 질문하고 그가 했던 행동들을 추출합니다. 이에 따라 한의학 역량기반 모델링에서도 여러 명의 한의사를 대상으로 훌륭한 한의사 역량에 대해 그룹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성과 중심, 학습자/참여자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하였고, 당연히 교수의 성과가 관심의 대상이 아니므로 학습자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형태 또한 달라진다고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강의식으로 진행하였던 수업을 역량기반 교육에서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조를 짜서 해결하게 하는데, 이는 협력하는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의 역량이 더 잘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BL(problem-based learning)이나 사례 중심 교육(case-based learning) 또한 역량중심 교육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후 CBT(computer-based testing)를 이용한 진단을 통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현재 상태와 미래 상태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역량 모형 개발 단계와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사례를 들면서 이번 강연을 마무리 지으셨습니다. 국내에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시행하는 학교는 성균관대학교로, 모든 커리큘럼은 성균관대 역량 모델링 학칙에 따릅니다. 따라서 기존 커리큘럼에 빠져있는 것들에 대해 새로운 교과목을 개설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핵심 영역 진단검사를 개발해서, 교수와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량기반 교육방식은 교수에게 많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고, 교육자들의 수고로움이 기반이 되기 때문에, 교수들의 많은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circle check 1818.jpg 역량중심 한의학교육으로의 전환 준비 : 강연석 교수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기존의 한의사는 맥 짚기, 침 놓기, 약 짓기 등의 직무들이 요구되었지만, 최근 한의사의 직무는 공중보건, 정책 개발,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시대는 변하지만 한의대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교육이 많이 부족하고, 교수님들 또한 이에 대한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원하는 한의사들의 숫자는 포화 상태이지만 근거기반으로 나아가기 위한 연구 인력이 부족한 현상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역량 모델에 변화된 시대의 요구가 반영되어 다양한 분야에 한의대생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역량 모델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별로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며, 모든 대학이 통일된 모델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12개 한의과대학이 각기 특성화된 과가 있어서 체계적으로 한의학을 꾸려 나간다면 각 대학에서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기획이사를 맡고 계신 강연석 교수님은 원광대 한의과대학에서 의사학을 담당하고 계셨기에 실제 교수님께서 사용하시는 지속적인 교과목강의 품질 개선(CQI) 계획서도 예시로 보여주셨습니다. 한의사 역량 모델 기반의 강의 계획서는 이전과 달리 학생들이 어떠한 역량을 가지길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기록되어 있었고, 교육자가 그에 맞춰서 교육하고 시험문제를 출제했는지 학생들이 평가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학생과 교육자 모두 상호 진단을 통해 피드백을 받고, 지향하는 역량을 가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업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국시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한의사 국가고시 문항을 공개하고, 6년제 양성기관 국가고시의 단계별 평가를 수용하며, 출제 기준을 직무와 임상에서의 중요성과 관련 짓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의사 국시 문항 공개가 가장 흥미로웠는데요, 문항이 공개된다면 전국의 학생들과 교수님들 사이에 질문과 답변이 오가면서 토론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고, 혹시 잘못된 문항이 있다면 빠르게 점검되어 문제의 질과 형식이 크게 발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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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check 1818.jpg 한의학 교육실 운영 사례 : 신상우 교수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신상우 교수님께서는 운영 사례와 더불어 한의학 교육실과 같은 교육 관련 기구가 왜 필요하고 역량기반 교육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명하셨습니다. 이러한 기구가 하는 일은 교육과정의 개발과 개선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역할은 교수 개발이라고 합니다. 실제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강의실 내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이루어 나가는 것이지만, 이를 지원하고 보조하는 역할은 어느 한 교실이 담당하기 어렵고, 어느 한 교실에서 몇 년마다 돌아가면서 맡는다면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됩니다.


한의대 학생 입장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활동은 CBT 학생 개인별 ‘내 위치 확인’이었습니다. 특히 각 문항의 세부 영역을 구분하여, 교과과정 중 어느 단원 (예: 삼음병, 태음병, 궐음병)에 포함된 문제인지, 각 문항의 성격이 병기를 묻는 건지 처방을 묻는 것인지 분류를 제시함으로써, ‘나는 변증은 잘하는데 처방은 못하는 구나’ 등의 자기성찰을 가능하도록 하게 하였습니다. 보통 종이로 된 시험지로 시험을 보고 나면 본인이 무엇을 틀렸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컴퓨터로 채점하여 이러한 방식으로 보여주면, 자신이 취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점검하여 우수한 한의사의 역량을 익히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circle check 1818.jpg 임상술기센터 운영 사례 : 정현종 교수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원광대 임상술기센터의 취지는 병원 실습 전후에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여 진료 역량을 올리는  데에 있었습니다. 센터는 가장 일반적인 한의원을 상상하여 만들어졌으며, 30명 정도가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진료실 2개로 구성되어 가장 기본적인 한의원의 형태였습니다. 학생들은 각자 조를 짜서 진료기록부를 만들고, 한 조가 실습을 하는 동안 나머지 학생들은 밖에서 참관하게 됩니다. 끝나면 토론을 진행하여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가이드북을 제출합니다. 이렇게 토론을 통해 자신의 진료를 어떻게 객관화시키고, 자료화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며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검토하게 됩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가상 체험을 통해 자신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배웠던 내용을 정리할 수 있으며, 반복을 통한 숙달도 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이런 자료들을 모아 재학생들에게 공유함으로써 중구난방인 진료기록부를 더 객관화시킬 수 있고 최근 진행 중인 한의학의 객관화 사업과 관련된 역량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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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check 1818.jpg 질의응답


Q1. 교수들 간에도 역량 모델이 합의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모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가이드라인을 배포하시던지 워크샵을 통한 교육을 해주시는 것이 어떨까요?

A1. 학교마다 시스템이 달라서 일괄적으로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역량 모델 설정은 각 학교에서 준비를 해야합니다. 일방적으로 한평원에서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서 뿌려주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Q2. 2주기에서 평가 영역이 82개로 늘었는데, 아직까지 정량적인 내용을 명확히 제시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한 평가 기준을 알려주세요. 예를 들어 타당성과 관련된 항목은 정성적 평가인데 타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나요?

Q2. 타당성 관련 내용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있는 정량적 평가입니다. 완벽하게 하라는 것이 아니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보겠다는 주관적인 내용입니다. 역량 모델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꾸준히 피드백을 받으면서 바꿔 나가시면 되고, 한평원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기존에 해왔던 교육이 모두 옳지 않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해왔던 교육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하고 역량 모델과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이 역량 모델로 가는 전환점이고 계획안이 나오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Q3. 이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서 어떤 부분에서 미흡하다 등 세부 항목에 대한 평가 결과를 나눠 주시면 좋겠습니다.

A3. 너무 세세한 것을 지정하게 되면, 창의적이고 우수한 아이디어들이 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디테일하게 하기는 어렵고, 가능하면 최대한의 정보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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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check 1818.jpg 소감


다른 분들께 한의학교육 심포지엄에 참관하러 간다고 말씀드렸을 때 대부분의 반응은 ‘그건 학생이 가는 게 아니라 교수님들이 가시는 걸 텐데’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역량 모델과 인증평가에 관한 내용은 생소한 것들이 많았지만, 이번 워크샵을 통해 인증평가가 왜 필요한지, 한의학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교수님들의 열띤 토론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강연에서는 여러 학교의 우수 사례들을 많이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교육환경들이 모든 학교에 적용되어 더 많은 학생들이 질 높은 수업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