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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서울 코엑스 전시장에서 진행된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17)에 다녀왔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의료계 종사자는 기존의 전해져 내려오는 교육 내용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바쁜 본과 4학년 실습 중에 틈을 내어 방문했다.


와서 하루 종일 다리 아프게 걸어 다닌 보람이 있었다. 작년에도 이 전시회를 참관했지만 임상 현장을 직접 겪으면서 실습을 도는 본과 4학년이 되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것들을 설명하고 전시했지만 모두 전할 수는 없으니 필자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았던 것들을 위주로, 개인적으로 영향력의 크기가 낮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정리했다.


YTL 04.jpg 무한 가성비로 승부한다: 무선 초음파


초음파는 인체에 무해한 얼마 안 되는 영상 진단기기 중 하나이다. CT나 MRI에 비해 해상력이 떨어지고 시술자의 능력에 따라 판독의 난이도가 다변한다는 한계점이 있었지만 기술의 발달로 시술자의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영상 검사 못지않은 선명한 해상도를 선보일 수 있도록 발전했다. 특히 검사 결과를 태블릿으로 볼 수 있는 휴대용 무선 초음파는 휴대성, 안전성, 무해성이라는 다양한 장점 위에 가성비라는 강점으로 무장하여 미래 의료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마트폰을 통한 자가 검진 기술이 발달하면서 앞으로 직능 간의 의료기기 시술 권한 논쟁은 점차 의미를 잃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현대의 영상 의료장비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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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L 05.jpg 이학적 검진 표준화의 선두주자: 엑스바디


체내의 지방, 근육량 등을 분석하여 체중감량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준 인바디(inbody)라는 이름의 기기가 있었다. 엑스바디(exbody)는 인바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이 기기 위에서 피검사자가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근골격계의 불균형, 관절 가동범위 등 외부에서 확인될 수 있는 사항들을 한꺼번에 분석하여 적절한 교정법과 상호적으로 반응하는 운동 처방을 내려준다. 그동안 근골격계 환자에게 행해졌던 이학적 검진의 객관성, 정확성, 신속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줄 수 있는 기술이다. 사람의 눈과 손끝의 감각으로만 인식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이제는 기계의 눈으로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정량화될 수 있다. 근골격계뿐 아니라 설진(舌診), 안진(顔診)을 비롯한 망진(望診)의 정량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들도 전시되어 있어 이학적 검진의 혁신적인 발달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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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L 07.jpg 환자 진료 경험의 향상: 반신욕조, 안마의자


오늘날 마케팅에서 중시되는 개념 중에 Out of Box Experience라는 것이 있다. 물건 그 자체의 질뿐만 아니라 물건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의료인이 관심을 기울여왔던 것은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시행하는 ‘치료’뿐이었다. 그래서 의료인들은 주로 ‘치료법, 치료기술, 치료기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환자가 의료기관을 검색하고 찾아와서 대기하고, 의료인에게 치료와 상담을 받고, 처방을 받아 약을 집으로 가져와서 복용하고, 의사의 지도에 따라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총체적인 과정 전체가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오늘날의 의료인들은 서서히 인식하고 있다. 질병의 치료는 환자가 원하는 수많은 사항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한 것이다.


환자들의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많은 의료기관이 예약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문제를 꼭 한 가지 방식으로만 풀라는 법은 없다. 반신욕조나 안마의자가 대기석에 비치되어 있다면 오히려 진료를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움이 될 수 있다. 환자가 바라는 바와 의료인이 관심 두는 바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현대 의료의 비극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환자의 진료 경험을 더욱 즐겁게 해주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결코 경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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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L 08.jpg 개인 맞춤형 의학의 혁신: 3D 프린터


흔히 3D 프린터가 제조업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제품이 3D 프린터에 의해 제작되는 것이 좋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특정 제품만을 만들기 위해 건설된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질적으로 뛰어날 수 있다. 3D 프린터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개인 맞춤형 제품이다.


현대의학의 추세는 점점 맞춤의학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체질, 현대의학에서는 유전자를 강조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응답이다. 3D 프린터는 이러한 개인 맞춤 시대에 걸맞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대량생산 방식으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제품을 아주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의료의 사회적 측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건강 수준을 높이는 데에 특히 활약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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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L 09.jpg 의료계 격변의 주역: 인공지능


전시를 둘러보기에 앞서 서울의대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정보의학교실 소속이신 김주한 교수님의 인공지능 특강을 들었다. 김 교수님은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Stupid, it’s the system!’ 이라는 말로 응수하며 ‘의료에 대한 수요는 무한하기 때문에 의료인의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의사의 역할은 현재와는 다른 형태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며 Uber doctor의 출현을 예고했다.


또한 의사의 대체 가능한 부분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며 정보의학, 소비자 주도형 참여 의학, 스마트 의학, 시스템 의학으로 변화될 것임을 역설했다. 모든 의료가 원격의 성격을 가질 것이므로 원격의료라는 말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의료의 모든 영역을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진료의료와 판독의료의 개념 구분이 안 된 사람들의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이 김 교수님의 주장이다. 진료의료는 여전히 인간의 손에 맡겨질 것이며 판독의료가 미래 인공지능 의학의 격전장이 될 것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나도 크게 동감하며 강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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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L 06.jpg 모든 기술을 아우른다: 개인건강기록(PHR) 플랫폼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은 ‘모든 기술 위의 기술’이라고 불린다. 앞에서 상술한 온갖 의료 관련 기술들이 ICT를 활용한 플랫폼 안에서 관리될 것이다. 개인건강기록 플랫폼은 지극히 개인화되어 있으면서도 그런 개인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한 군데에 모여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Big Data)에 기반한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고, 집단의 데이터로부터 나온 지혜가 개인에게 유익하게 작용할 수 있다.


외국의 환우 모임 플랫폼인 Patients Like Me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ICT 플랫폼을 통해 기존의 연구방법론으로는 밝혀낼 수 없었던 새로운 의학 지식을 탐구할 수도 있고, 저비용 고효율로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임상연구도 가능하다. 의학의 급속한 발전과 그 발전이 분배될 수 있는 통로로 쓰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개인건강기록 플랫폼 시장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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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처음으로 체스 챔피언을 이겼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만 별로 놀라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알파고가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을 때도, 결과를 예측하고 그다지 놀라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현재를 따라가기도 급급한 사람은 미래를 대비할 수 없으며 항상 놀라기 바쁘다.


과거의 변화상을 읽어서 현재의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역(易)의 가르침이다. 예로부터 의(醫)를 베푸는 사람은 역(易)에 밝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것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소우주인 사람의 변화를 파악하고 다스리려는 의료인은 대우주인 세상의 변화에도 민감해야 한다. 급격한 변화에도 침착하게 대응하기 위해 미래의 의료인들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배우는 것을 즐거워해야 한다.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타고 자유롭게 노닐며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의료인이 되기 위해 오늘도 즐겁게 배움을 이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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