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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일,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개원 19주년을 기념하여 “변증(Pattern Identification)”을 토대로 한 전통의학 최신 연구 동향을 소개하고 논의하는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개회사에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최승훈 원장은 변증이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독특한 진단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객관적이고 통합적인 진단기준이 미흡하여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함을 지적하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변증의 객관적인 표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본 심포지엄은 기조연설을 포함하여 총 8건의 발표와 종합토론으로 구성되었다. 대만 중국의약대학 중의학원의 高尙德 원장, 일본 토야마대 캄포의학과의 後藤博三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의 문상관 교수, 노르웨이 보건과학대의 Terje Alraek 교수, 노르웨이 보건과학대의 Stephen J Birch 교수, 호주 시드니공과대의 Christopher Zaslawski 교수, 홍콩 침례대 중의약대학 卞兆祥 교수, 그리고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의료기술연구그룹의 이명수 책임연구원의 발표가 이어졌으며, 경희대학교 생체의공학과의 박경모 교수에 의해 종합토론이 진행되었다.


기조연설에서 대만 중의약대학 중의학원의 高尙德 원장은 “To Discuss Pattern Differentiation Clinically and The Modern Research of Pattern Differentiation”이라는 제목으로 중의 임상에서 활용되는 변증 방식을 설명하고, 이를 반영한 현대적 연구를 소개하였다. 그는 변증을 환자의 모든 증상(symptom)과 증후(sign)를 토대로 불균형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패턴을 규정하는 것은 병의 원인(cause)이라기보다는 여러 증상들이 특정 병과 갖는 관련성(relationship)이며, 따라서 어떠한 증상들이 모여 특정 병에 대한 특정 패턴을 이루고, 그렇게 구성된 패턴이 다른 패턴들과는 또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동양의학에서 패턴을 구성하는 방식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본 발표에서는 팔강변증, 기혈수변증, 장부변증, 육음병증, 십이경락변증, 기경팔맥변증, 오행변증, 육경변증, 위기영혈변증, 삼초변증이 소개되었다. 여기에 대해 高尙德 원장은 “審證求機 複法合方”라고 하며 증상을 탐구하여 기전들을 파악하고, 그 파악된 기전들에 따라 여러 처방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변증론치 방식을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팔강변증, 장부변증, 육음변증 등이 겹치게 될 경우, 각각의 변증 결과에 대응되는 약물들을 함께 처방하는 형태이다. 그는 또한 중의학의 변증 방식이 임상연구와 연계되어 중의학의 임상적 효용성을 밝힐 수 있기를 희망하였으며, 시스템 생물학의 Omic 기술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연구도 함께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어혈과 관련된 두 건의 발표가 진행되었다.일본 토야마대 캄포의학과의 後藤博三 교수는 “Blood Stasis Syndrome in Japan and its Molecular Biological Analysis”라는 제목으로 어혈 개념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였다. 일본에서는 皇漢醫學의 흐름 안에서 간행된 腹證奇覽(1853) 이후 어혈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으며, 20세기 이후에도 여러 명의 의가에 의해 어혈이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함이 밝혀져 왔음을 소개하였다. 後藤博三 교수는 어혈 scoring system을 개발하여 어혈증을 좀 더 보편적으로 규정하고자 하였으며, 어혈증으로 판별된 경우 실제 혈류 흐름과도 특정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였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문상관 교수도 “A Relationship Between Atherosclerosis and Blood Stasis in traditional Asian Medicine”이라는 제목의 어혈과 관련한 주제를 발표하였다. 그는 동맥경화증과 어혈 간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였으며, 만약동맥경화증을 어혈의 범주 안에서 생각할 수 있다면 어혈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약치료처방이 동맥경화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연구를 진행하였음을 밝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한약치료처방으로 선택된 “혈부축어탕”이, 어혈의 범주 안에 포함시킬 수 있는 뇌혈관 폐색 등의 질환에 유의한 효과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또한 Cardio-ankle vascular index(CAVI)라고 하는 진단 지표가 ‘瘀血’의 진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히고, 이 지표의 활용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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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두 번째 세션에서 노르웨이 보건과학대의 Terje Alraek 교수는 임상연구에 동아시아 의학의 변증 개념을 반영하려는 시도를 소개하였다. 그는 동아시아 의학에서 각 국가의 전통의학이 지닌 진단 및 치료에 있어서의 특징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다루는데 있어 중요한 의의를 지니지만, 다른 한편으로 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적용하는데 용이하지 않은 문제점도 존재한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를 위해서는 동아시아 의학의 다양성 가운데 어떠한 모델이 더 효과적인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하여 그는임상 연구를 디자인할 때에 동아시아 의학이 지닌 체계와 치료 방법을 반영하고자 하였다. 노르웨이 보건과학대의 Stephen J Birch 교수도 현대의 과학의 범주 안에서 동아시아 전통의학에서의 진단적 측면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더하였다. 그는 동아시아 의학 치료는 단일 요소의 개입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임상연구를 함에 있어서도 기존의 방법과 다른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그가 변증연구에 있어서 특별히 강조한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진단의 변화였다. 지금까지 변증과 관련한 다수의 연구가 시간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였는데, 여기에 대한 고려 없이는 계속해서 변증 연구가 정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다음으로는 호주 시드니공과대의 Christopher Zaslawski 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는 변증 개념을 clinical reasoning, learning and memory과 연계하여 설명하여 동아시아 의학에서 의사는 어떤 사고를 통해 환자를 판별하였다. 또한, 동아시아 의학을 학습하는 학생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변증 방식을 익히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동아시아 의학을 다루는 의사의 진단 과정은 증상의 변별, 외적 요인의 유무, 어떤 장부 혹은 경락의 문제인지를 구분, 팔강을 통한 임상 데이터 평가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을 거친다고 하였으며, 동아시아 의학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전문적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경험을 통해 인지 정보가 즉각적인 기억이 아닌 장기간 지속되는 기억으로 자리 잡아야 함을 강조하였다.


다음 연자는 홍콩 침례대 중의약대학 卞兆祥 교수였다. 그는 변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였다. “pattern과 disease의 관계는 무엇인가?”, “pattern을 통한 질병 치료가 치료의 효능을 높이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까?”, “pattern을 어떻게 임상 연구에 반영할 수 있을까?” 그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지금까지 이루어 진 연구들을 소개하였으며, 더불어 앞으로 발전된 변증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clinical practice guideline’이 확립되어야 함을 말하였다. 마지막 발표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이명수 책임연구원에 의해 진행되었다. 그는 이 발표에서 지난 9년간 진행해 왔던 한국 중풍환자에 대한 변증 연구 결과를 소개하였다. 중풍에 있어서 변증 표준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였으며, 이를 중풍 변증 표준화를 구축하기 위해 진행하였던 연구들에 대해 설명하였다. 또한 변증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는 Bio-Marker인 genetic factor, plasma protein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종합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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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패턴의 본질


 Chair : 박경모 교수 (경희대학교 생체의공학과)
‘변증’은 nature(자연물)인가 artifact(인공물)인가? 과연 ‘변증’을 생리·병리적 개념으로 나눌 수 있을까? 아니면 증상·징후의 조합으로만 보아야 할까?

Stephen J Birch
변증 뒤에 환자가 있으며 그 뒤에는 임상의가 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나온 것이 변증이다. 그런데 이 변증은 임상의가 배운 것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변증이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 각각 보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변증’은 환자를 낫게 하고자 하는 것이지 그 이상을 하려면 ‘변증’에 대해 협의를 해야 하고 그 다음에 생리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다른 생리 시스템이 되겠지만 서양의학계에서는 이를 싫어할 것이다. 일부 질병은 변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변증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는 모른다. 이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타당도(validity)가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Christopher Zaslawski
다섯 사람이 있으면 다섯 가지 진단이 나오게 된다. 이는 중요한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연구가 없다. 이와 같이 달라지는 이유는 추론과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의사결정과정에 대해 연구해보아야 한다. 

卞兆祥
변증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면 ‘변증은 질병에 따라 나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각각 다른 질병이 하나의 변증으로 결정된다면 이들의 생리·병리는 같은 것일까? 이와 같은 질문은 임상연구로만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답을 아는 데에 있어 이명수 박사님의 연구도 훌륭한 참고가 된다. 혈액, 소변 등의 샘플의 n수가 많아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연구에 모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수
Stroke 환자를 대상으로 한약, 침 치료를 한 소규모 연구를 통해 변증이 치료로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변증의 차이는 적었지만 일부 지표가 변하였다. 단기적으로는 변화를 알기 어려웠지만 장기적인 연구에서는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Chair
근거중심의학(EBM)을 전통의학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전통의학은 individualized medicine인데 전통의학에 biomarker만을 통해 결과를 보이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BM과 전통의학은 상호보완적 관계가 되어야 하며 같이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Part 2. 수행해야 할 연구 과제


Chair
첫 번째 질문은 다소 무거웠지만, 이번에는 가벼운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변증과 관련하여 수행해야 할 연구 과제로는 무엇이 있을까?  

卞兆祥
변증 (pattern)을 ‘진단’ 하는 부분을 연구해야 한다. 같은 변증이 같은 진단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변증기준을 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개념은 같았다고 할지라도 진단기준은 같지 않았다.
연구는 변증기준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연구마다 쓰는 기준이 다르다보니 연구끼리 비교할 수가 없다. 변증기준이 국제적으로 통일된 이후에 변증 연구를 해야 한다.  

Stephen J Birch
변증의 정의에 대해 표준화를 해야 한다. 또한 합의한 것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표준화해야한다. 

高尙德
변증 표준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연구마다 사용되는 변증이 같아야하기 때문이다. 여러 증상을 함께 다루다 보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환자가 여러 병을 가진다면 (ex)고혈압, 당뇨 등을 동시에 가지는 환자) 처방을 정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므로 변증 표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Christopher Zaslawski
Stephen J Birch가 말했듯이 증상, 징후를 개념화해야하며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연구에 기초하여 표준화된 변증을 개발해야 한다. 물론 어려운 과정일 것이다. C형 간염에 대해 연구를 시행하였는데 변증이 모두 17가지가 나왔다. 일부 환자가 집중된 변증도 있었지만 환자군에서 17가지가 모두 보이기는 했다. 

高尙德
사용하는 사람마다, 의서마다, 변증기준마다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 그러므로 변증 요소의 복잡성을 해결해야한다.  

Terje Alraek
변증에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양방의 경우에는 우울증에 심리치료를 하는 경우,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심리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침 치료를 해서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침의 생리학적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침 치료의 결과도 다양하다. 침을 놓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보는 것도 중요하다. 

Part 3. 국제 협력 네트워크


Chair
서양의학에 비해 연구원 수도 적고 자원도 적다. 그러므로 국제 차원의 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국제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달라. 

Stephen J Birch
노르웨이와 미국을 보면 서양의학의 경우 주요 연구는 의과대학에서 진행한다. 호주와 몇몇 국가는 학사 과정이 있기도 하다. 침술 같은 경우는 자격조건에 맞지 않으면 연구에 참여하지 못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침 치료를 이용한 연구는 관심이 있어도 연구에 참여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은 수기 요법 시술자들의 실력을 높이고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대학 교육과정이 있고 연구원도 있는 수준이니 상황이 다를 것이다. 

Terje Alraek
이런 회의는 중요하다. 사교적?사회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관계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은 대학교 수준에서 연구가 진행되도록 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한 국가만 연구를 하면 한계가 있다. KIOM의 중풍 설문지를 이용하여 노르웨이, 호주 등에서도 조사하였다. 대규모 연구는 한국에서 하더라도 소규모로 다른 국가에서 함께 진행할 수 있다.  

Christopher Zaslawski
한 나라는 작은 규모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도 다른 나라에서는 큰 규모로 진행할 수 있다.  

Chair
학회가 있으면 좋겠다. 학회는 연구 네트워크와는 다른 성격이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학회가 있으며 그동안 연구도 오랜 기간 동안 진행하였다. 협회를 만들어 연사 초청을 하면 좋을 것이다.  

高尙德
대만은 스터디 팀을 조성해 연구를 진행한다. 나는 System Biology를 의과대학 커리큘럼에 넣은 경험이 있다. 변증에 대한 커리큘럼을 학과 과정에 넣으면 좋을 것 같다. 

卞兆祥
컨소시엄,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소규모로 협업할 수 있다. 우선 시도를 한 후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승훈

전일적 접근(holistic approach), 변증은 전통의학 연구에서 중요한 포인트이다. 오늘은 변증에 대해 이야기 했다. 오늘 이루어진 이야기에 대해 요약한다면 ‘변증의 본질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 네트워크가 국제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국제 학회를 만들 수도 있다. 변증의 실질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이는 한 국가에서만 진행되어서는 안 되며, 국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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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