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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3일부터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World Congress on Integrative Medicine & Health 2017이 개최되었습니다. European Society of Integrative Medicine (ESIM)에서 개최하는 the 10th European Congress for Integrative Medicine이자 International Society for Complementary Medicine Research (ISCMR)에서 주관하는 the 12th International Congress on Complementary Medicine Research (ICCMR)의 역할을 하는 학술대회였습니다. 프로그램 책자에서는 2017년 보완대체의학 분야에서 가장 포괄적으로 열리는 학술대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주요 주제는 Research, Clinical Care, Education, Traditional Healing Systems, Medicine and Arts였고, 대강당과 9개의 작은 회의실에서 세션별로 다양한 강의, 발표 및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 프로그램 참고 :
https://www.ecim-iccmr.org/fileadmin/ecim-iccmr/editors/documents/ECIM_programm_190417_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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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따뜻한 한국 날씨와 달리 다소 쌀쌀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독일 날씨를 경험하면서 학회장인 Martium proArte 호텔로 향했습니다. 학회 첫날인 3일 오전에는 Pre-congress workshop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중 <보완대체의학의 질적 연구 방법>을 주제로 독일 Herdecke대학의 Dr. Bettina Berger가 진행하는 강좌에 참석하였습니다. 워크숍의 목표는 보완대체의학을 위한 질적 연구에 대한 이해를 얻고, 평가기준의 방법을 익히는 것,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본인이 처음 보완대체의학의 질적 연구를 시작할 때는 관련 논문 출간이 매우 적었었는데 예전에 비해 논문 편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근거중심의학을 말할 때 제시하는 pyramid 모양의 hierarchy of evidence 대신 원형의 그림을 소개하며 그 원 안의 질적 연구의 위치를 설명하였습니다. (우측은 모자이크 모양으로 설명하는 독일 그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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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Berger는 간단히 질적 연구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평가기준인 Consolidated criteria for reporting qualitative research (COREQ)를 소개하였습니다. 이 평가기준으로 저널 클럽에서 실제 질적 연구 논문을 평가하는 것이 질적 연구 방법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하였습니다. 수강자들을 소그룹으로 나누고 각기 다른 논문의 초록을 나눠주면서 토의하게끔 독려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기존의 연구 경험을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질적 연구가 익숙하지 않은 연구자들에게 개괄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돕고,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워크숍이었습니다.


* COREQ에 대한 정보 :
https://academic.oup.com/intqhc/article/19/6/349/1791966/Consolidated-criteria-for-reporting-qualitative


개막식에서 축사와 기조연설을 들은 뒤, Research를 주제로 구두 발표가 진행되는 소강당에 들어갔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발표는 스웨덴에서 온 Andemo라는 연구자의 <건강과 고통의 생존의 질 측정 - 도구 개발의 첫 단계>라는 발표였습니다. 통합 의료서비스의 질적 연구 중 환자 보고에 의한 연구 결과이며, 실존적인 건강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였습니다. 연구 방법으로는 실증적 데이터를 통해 항목별로 모으고, 환자들과 인지적 인터뷰를 시행하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반복적인 3단계 개발 과정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대상자의 발언을 의미 단위로 요약하고 핵심적인 항목과 영역을 추출하는 법을 보여주었습니다. 각 영역의 항목에 대해 VAS scale로 표현하게끔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후 이 도구가 적용 가능한지, 이해하기 쉬운지, 불명확한 설명은 없는지 등을 고려하여 개정한다고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Pre-congress workshop에서 접했던 질적 연구 방법론이 실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발표라 관심을 가지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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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둘째 날인 4일에 진행된 plenary session 중 첫 연자는 영국에서 온 Michael Moore라는 의사였는데 <항생제 내성과 한약의 잠재적 역할의 개요>에 대한 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WHO report 2014에서 높은 비율의 항생제 내성이 의료 환경과 지역사회의 모든 치료 영역에서 보고된다는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영국 의학기록데이터베이스 (General Practice Research Database)의 2010-11년 자료에 따르면 기침과 기관지염의 48%에서, 인후염의 60%에서, 중이염의 60%에서 항생제가 처방되었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항생제의 개발은 감염으로 인한 사망을 줄일 수 있었으나, 반대로 항생제 내성은 건강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고 인간과 생물보안에의 위협 및 직간접적 경제적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 간에는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항생제 처방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첫 번째 대안으로 ‘의사소통 기술의 향상’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인터넷 기반의 훈련이 항생제 처방률을 1/3가량 감소시킬 수 있었다는 연구 [1]를 소개하였습니다. 두 번째 대안으로 ‘Clinical score의 도입’인데, 인후염에서 Clinical score의 사용이 항생제 처방을 거의 1/3 가까이 감소시켰다는 연구 [2]를 소개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처방을 지연시키는 방법’인데 인후염, 중이염, 결막염, 급성 기침에 시도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3-5]. 이와 같은 상황에서 증상 조절을 위해 여러 한약 처방의 사용이 도움이 된다고 소개하였습니다. 앞으로 더 엄격한 실험으로 입증하는 것, 또한 중국이나 아프리카와 같은 국제적 그룹과 협업을 시행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하였습니다. 항생제 처방률을 낮추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온 발표자의 연구결과를 듣는 것이 흥미로웠고, 한국의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1] Little P, Stuart B, Francis N, Douglas E, Tonkin-Crine S, Anthierens S, Cals JW, Melbye H, Santer M, Moore M, Coenen S, Butler C, Hood K, Kelly M, Godycki-Cwirko M, Mierzecki A, Torres A, Llor C, Davies M, Mullee M, O'Reilly G, van der Velden A, Geraghty AW, Goossens H, Verheij T, Yardley L; GRACE consortium. Effects of internet-based training on antibiotic prescribing rates for acute respiratory-tract infections: a multinational, cluster, randomised, factorial, controlled trial. Lancet. 2013 Oct 5;382(9899):1175-82. doi: 10.1016/S0140-6736(13)60994-0.


[2] Little P, Hobbs FD, Moore M, Mant D, Williamson I, McNulty C, Cheng YE, Leydon G, McManus R, Kelly J, Barnett J, Glasziou P, Mullee M; PRISM investigators.  Clinical score and rapid antigen detection test to guide antibiotic use for sore throats: randomised controlled trial of PRISM (primary care streptococcal management). BMJ. 2013 Oct 10;347:f5806. doi: 10.1136/bmj.f5806.


[3] Little P, Rumsby K, Kelly J, Watson L, Moore M, Warner G, Fahey T, Williamson I. Information Leaflet and Antibiotic Prescribing Strategies for Acute Low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AMA. 2005 Jun 22;293(24):3029-35.


[4] Little P, Williamson I, Warner G, Gould C, Gantley M, Kinmonth AL. Open randomised trial of prescribing strategies inmanaging sore throat. BMJ. 1997 Mar 8;314(7082):722-7.


[5] Little P, Gould C, Williamson I, Moore M, Warner G, Dunleavey J. Pragmatic randomised controlled trial of two prescribing strategies for childhood acute otitis media. BMJ. 2001 Feb 10;322(7282):336-42.


이와 유사한 주제로 <항생제 내성 - 보완대체의학의 접근>이라는 심포지엄이 셋째 날 진행되었습니다. 항생제 처방을 줄이기 위한 예방 및 치료 전략과 보완대체의학이 어떠한 공헌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독일 베를린의 Dr. Matthes가 발표한 코호트 연구로 <보완대체의학과 전통적 (conventional) 의학에 의한 상기도감염의 치료>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39명의 보완대체의학 의사 (CAM doctor; 일반의 21명, 소아과의사 7명, 내과의사 5명, 기타 6명)가 10년간 상기도감염 code로 처방한 75만 건의 처방전을 분석하였습니다 (EvaMed라는 electronic network를 이용). 그 결과 합병증이 매우 낮았고 (중이염 1.3%, 부비동염 0.6% 등), 비용은 보완대체의학과 항생제 간 큰 차이가 없었으며, 항생제 처방률 (5.5%)은 국가 가이드라인 (4-8%)과 일치했다고 하였습니다. 반면 다른 연구에서 30명의 conventional treatment를 하는 독일 일반의의 감기에 대한 처방전을 조사하였을 때 항생제 처방률이 73.4%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아마도 CAM doctor들이 항생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고, CAM 약품이 항생제에 대안이 되고 있으며 환자들이 CAM doctor와 conventional doctor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6명의 의사가 10분간 짤막한 발표를 하고 30분간 discussion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에 대해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그동안 큰 진전이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질문했습니다. 발표자 중 한 명은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느끼는 압박 (pressure)이 한 가지 이유라고 하였습니다. 환자들이 항생제 내성에 대한 위험성을 모르거나,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경우, 혹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시간이 없기 때문에 빠른 해결책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의사가 태도를 바꾸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유럽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아이가 감기에 걸려도 약을 쓰지 않고 집에서 쉬게 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부모가 직장에 나가야 하므로 시간이 없고 아이의 증상이 빨리 개선되어야 하는 상황이 한국이나 다를 바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나 보호자에 대한 교육 및 의사의 신념이 중요하다는 것이 토론의 결론이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the Berlin Agreement" (참고: 상기 프로그램 책자 p.6-8)에는 "Engage Patients"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건강을 증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전략이 환자가 스스로 더 나은 생활양식을 선택하도록 참여시키는 것이란 점을 합의한 것입니다. 환자가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 회복력을 강화시키고 회복 과정에서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의료인의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환자와 보호자를 교육하고 이해시키고 참여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과 “Engage Patients” 항목이 서로 뜻이 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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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방소아과 전문의인 저의 관심을 끄는 주제로 <유럽의 통합 소아과학의 최신정보>라는 심포지엄이 둘째 날 오후에 열렸습니다. 독일 통합 소아과학의 주요 질환인 만성 두통, 상기도 감염,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해서 서양의학 및 보완대체의학적 (한약, 침, 지압, 수기요법, 정골요법, 물리치료, 바이오피드백 등) 치료방법과 현재까지의 근거 현황을 정리하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주제로 <독일 소아과 병원에서 통합의학>이란 심포지엄이 셋째 날 오후에 열렸습니다. 독일 소아과 병원에서 통합의학을 실행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고, 실제 독일 병원을 예로 들며 설명을 하였고, 더불어 통합 소아과학에서 질적 및 양적 연구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독일 환자 1464명을 대상으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발표가 있어 독일의 현황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보완대체의학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40%였고, 병원에서 좀 더 많은 보완대체의학을 접하기 원하며(81%) 보험에서 지불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88%)고 합니다.


독일의 경우 한국과는 달리 의사들이 추가로 보완대체의학을 배우게 되고, 진료할 때 보완대체의학적 치료를 하거나 기존과 같은 의약품을 쓰거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발표한 소아과 의사들이 특히 만성질환과 상기도감염 영역에서 기존 서양의학적 치료방법에 한계를 느끼고 소아과 병원 현장에서 통합의학적 접근을 위해 운영, 교육, 연구 면에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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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에서 500여 개의 다양한 주제의 포스터가 발표되었는데 포스터 앞에서 열정적으로 연구를 설명하는 연구자들이 많았습니다. 본인의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다른 연구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하고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하기도 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소아과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주제로 한 2편의 포스터 발표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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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일정을 마친 다음 날인 6일, 미리 신청해둔 독일 병원 투어에 참가하였습니다. Clinic for Naturopathy Immanuel KH라는 곳으로 베를린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Berlin-Wannsee라는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학술대회장 앞에서 버스가 출발하였는데 Immanuel 병원 의사인 Dr. Stange가 마치 가이드처럼 달리는 버스 앞자리에 서서 베를린 시내 구석구석을 안내해주고 독일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주변이 고요하고 새소리가 들리는 정원이 있는 병원은 고풍스러운 모습의 여러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의 만성 통증, 기능성 위장관 질환, 대사 증후군, 정신신체증 등을 주요 질환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95%의 환자들이 사회보장에 의해 재정지원을 받고 있지만, 어려운 점은 포괄수가제로 치료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치료법인 심신의학, 물리치료, 사혈요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체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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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의 또 한 가지 즐거운 점은 Coffee break, 점심시간, 하루 일정 이후 모임 시간에 제공되는 맛있는 음식 및 다른 연구자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강좌와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구나 진료의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갈 수 있도록 격려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또한 앞서 기재한 “Berlin Agreement"에서 ”Promote Interprofessionalism and Team Care"와 “Stimulate Collaboration"이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사람들과 networking을 위한 환경을 학회에서 앞장서서 조성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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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운영 면에서 아쉬운 점은 포스터 전시 공간이 좁아서 한 포스터를 읽고 있으려면 뒤편 포스터 저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에 서로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하 포스터 전시 공간 외에 홍보부스 쪽에도 따로 공간을 내어 넓혔음에도 불구하고 전시 공간은 여전히 부족한 감이 있었습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포스터를 전시하다 보니 생긴 문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3일간의 공식 일정과 다음날 병원 투어까지 꿈과 같았던 학술대회 일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해외 학술대회를 참석하여 흥미로운 발표와 토론에 참여하고 연구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곳에서 한국 한의학을 생각해보았을 때, 오랜 역사, 인적 자원, 연구 수준 등의 방면에서 전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더 잘 의사소통하고 발표하고 토론할 것인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진료 면에서는 환자나 보호자에 대한 교육 측면을 강화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학술대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신선한 지적 자극을 받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