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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볼티모어 ICIMH 학회에 이어, 뉴저지 엥글우드에서 열린 2018년 미주한의사협회 AAKM(American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 연례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이젠 뇌의 저장공간에 한계가 오는 느낌이지만, 미국 땅에서 한국 한의사 선배님들과 동료들을 만난다는 건, 항공권 일정을 바꾸고 몇 시간을 운전해서 가는 무리한 일정이라도 설렘으로 바꿔놓는 소중한 일이다. AAKM은 미국지역에서 정착하여 진료하고 있는 한국의 한의사들이 모인 협회로, 결성된 지 2년이 된 신생 단체이지만 이제는 당당히 대한한의사협회의 미주지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민자로서 척박한 환경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신 한국 한의사 선배님들의 모임인지라, 깊은 존경과 뿌듯함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2017년 LA에서 열렸던 첫 학술대회에는 한의정보협동조합에서 프리미엄 한의학매거진 「온보드」를 택배로 보내 협찬을 해드렸었는데, 이번에는 학술대회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닿아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5월 12~13일(토,일) 이틀간 만성 통증과 우울증 및 불안 질환을 주제로 꽉꽉 채워진 강연이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 때문에 토요일 오전 시간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초대해주신 송호정 회장님, 나성수 교육학술위원장님, 정성문 총무님, 박지혁 이사님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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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명찰을 준비하고, 세팅부터 알찬 첫 강연까지 일들을 도맡아 하시느라 진땀을 흘리시던 나성수 교육학술위원장님의 강연으로 학회 일정이 시작되었다. 섬유근통(Fibromyalgia)을 모델로 하여 복수면허자로서 넓은 시야를 기반으로 통증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신 위원장님의 강연은 한 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뉴욕에서 클리닉을 운영하고 계시는 박지혁 원장님의 강연은 '만성 통증에 관한 한의학 치료의 연구논문 고찰'을 주제로 이루어졌는데, 학술대회에 참가하시는 분들이 미국의 한의대생, 한의사 등 다양해서 기초적인 근거중심의학부터 임상 적용까지 다룬 폭 넓고 깊이 있는 강연이었다.


덧붙여 강연이 이루어진 100년이 넘은 엥글우드병원 메디컬센터(Englewood Hospital and Medical Center; 1888년 설립)는 Mount Sinai 의과대학의 수련병원이며, 의료기관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을뿐더러, 뉴욕 뉴저지 지역의 한인들과도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쾌적한 강연장의 장점과 더불어 뿌듯함을 더해주었다. 병원 복도를 지나면서 곳곳의 안내판에 한글이 적혀있는 점도 지구 반대편에서 온 나에게 반가움을 선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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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강연부터 기억을 되살려본다. 통증 논문을 검색하다가 섬유근통이 검색결과에 보이면, 외국에서 많이 보이는 질환인가보다 하고 지나쳤었는데, 이번에 나성수 교육학술위원장님 덕에 섬유근통을 새롭게 돌아보게 되었다.


사지에 걸쳐 나타나는 압통점과 심신의학적인 면모 때문에 신체화 증상(Somatoform Disorder)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나쳐 버리던 내 모습을 반성하면서 핵심 정보들을 정리해본다. 만성 전신성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며, 촉진 시 18곳의 압통점 중 11곳 이상에서 촉진되는 경우로 정의되는 섬유근통은 유병률이 1~2% 내외이다. 국내에서도 경상북도를 기반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2.2%의 유병률을 나타내므로 외국에만 있는 진단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진단용 설문지도 개발되어 있으므로 1차 진료 현장에서 이용해볼 수 있겠다. 이외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동반되게 되므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분 중 만성 통증으로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방해를 받는 분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의심을 해봐야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중추성 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 공통적인 기전으로 작용하므로, 실제 한의원 현장에서는 현재의 손상이나 염증에 근거해 설명할 수 없는 다발성 통증을 호소할 때 의심해야 한다. 복합적으로 통증, 우울 및 불면이 나타나면서 개별 증상 우위로 나타나게 되므로, 증상에 맞추어 해당 경락과 장부와 관련된 침 치료나 한약 처방이 필요하다..


또한 위원장님은 약물 치료에 더하여 비약물 치료로 인지행동 치료(Cognitive-Bahavioral Therapy)나 운동 요법이 더해져야 함을 강조하시며 통증의 입체적 측면을 조목조목 짚어주셨다.


섬유근통은 만성 통증에서 중추신경의 작용이 근간이 되는 대표적 질환이므로, 한의학의 병리론과 매우 유사하고, 이를 통해서 많은 통증 질환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였다. 그리고 한의사들이 의학과 한의학이 서로를 상처 내고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환자 앞에서 힘을 합쳐 겸허하게 함께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시면서 강연을 마무리하셨다.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인 동시에 한의사로서 살아가시는 위원장님의 깊이 있는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강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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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뉴욕에서 한의원을 운영하시는 박지혁 원장님께서 근거기반 한의 통증 진료에 대한 강연을 해주셨다. 미국의 한의대생부터 80대 원로 한의사들까지 다양한 층이 참석한 강연이라서 기초적인 부분부터 설명을 해주신 덕에 쉽고 유용한 강연이었다.


근거중심의학(EBM)의 기반부터 실제적으로 질환에 따라 적용하는 방법까지 논문 예시를 통해 제시되었다. 웹에서 한의학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계적 문헌고찰 전문사이트,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한의임상정보서비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개발사업에 관한 이야기까지 현대의 한국한의학 발자취도 소개되었다.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한의학연구원과 하버드의 2017년 공동연구와 최근 뇌과학 연구까지 소개하셨고 한국의 한의사가 이렇게 진료하고 있다는 점을 선언하듯 강연은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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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뿌리내리고 진료하시는 대한민국 한의사들의 학술대회와 모임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나성수 교육학술위원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한국의 한의사들과 함께 서로 학술적으로 교류하고, 상호 발전을 도모하는 기회를 더 공고하게 만들면서, 환자 앞에서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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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