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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부터 4일간 일본 도쿄에서 ISPOR Asia Pacific 2018이 개최되었습니다. ISPOR (International Society for Pharmacoeconomics and Outcomes Research)는 보건경제학 및 결과 연구 (health economics and outcome research)를 주제로 하는 학회입니다. 검증된 방법론을 이용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적절한 비용으로 최선의 건강 결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보건의료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향상시키는 것이 학회의 목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110개 이상의 국가에서 2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있고 학자, 규제 기관과 평가 기관, 공공 및 민간 납부자 (payer), 의료서비스 제공자, 산업계, 환자 대표 등 다양한 의료관계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남미 등 지역별로 컨퍼런스가 열리는데 그중 아시아 태평양 지역 컨퍼런스에 참석하였습니다.


* 프로그램 참고 : https://www.ispor.org/conferences-education/conferences/past-conferences/asia-pacific-2018/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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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H check.jpg Bruce Crawford, Nan Luo - Patient-Reported Outcomes Measures (PROMs): Cross-Cultural Development and Validation


학회 기간에 여러 종류의 short course가 열려 보건경제학의 관심 분야에 따라 추가로 신청하여 수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보건경제학 입문, 의료기술평가 입문, 실제 진료 기반 데이터와 정보학 입문,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의료기기, 보건경제학의 통계 방법, 건강 관련 삶의 질, 네트워크 메타 분석, 빅데이터 분석 입문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강의가 열렸습니다. 저는 그중 “환자보고식 결과 측정 (Patient-Reported Outcomes Measures, PROM)의 비교 문화적 개발과 타당화”라는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진료할 때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설문지를 포함한 측정 도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측정 도구를 제작하는 이론과 경험을 듣고자 하여 신청한 것입니다. Syneos Health에 근무 중인 Bruce Crawford라는 보건학 석사와 싱가포르 대학 보건학과 Nan Luo 교수가 강사로 4시간의 강의를 나눠서 진행하였습니다. 두 분 모두 오랜 기간 보건경제학과 Outcome research 연구에 참여해왔고, Nan Luo 교수의 경우 최근 EQ-5D 도구에 초점을 맞춰 작업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Patient-Reported Outcome (PRO)는 환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임상의나 다른 사람에 의해 환자의 반응을 수정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환자가 직접 보고한 측정을 뜻합니다 (FDA, 2009).  이는 질병이나 치료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의약품의 효과나 이득을 측정할 때 PRO가 중요한 이유는 임상적 이득 (benefit)에 ‘환자가 얼마나 살아남는지 (survive), 어떻게 느끼는지 (feel), 기능적인 측면은 어떠한지 (function)’가 해당되는데, 뒤의 두 가지를 측정하는 것은 PRO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것을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PRO가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좋은 PRO의 요건은 다른 clinical efficacy endpoint처럼 잘 정의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절히 시행되고 해석 가능해야 합니다. 또한 적절한 PRO를 선택하기 위해 ePROVIDE (https://eprovide.mapi-trust.org)를 통해 정보를 얻을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무료 section에서도 필요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존재하는 90% 이상의 PRO를 찾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주의할 것은 무료로 공개된 PRO가 있다고 하더라도 항상 개발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용가능한지, 최종 버전이 있는지, 해당 언어 버전이 개발된 것이 있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무료 버전이라 원저자에게 확인하지 않고 사용하였는데, 연구가 한참 진행된 이후에 그동안 사용했던 것이 최종 버전이 아니라 빠진 문항이 있어서 난처했다는 강사의 과거 경험을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 PRO와 관련된 이슈들 - 각종 신뢰도와 타당도의 검증에 필요한 통계 방법, PRO의 번역, e-PRO 등 - 에 대해서 설명하였습니다. 임상 진료와 연구에서 한의 치료를 평가하기 위해 적절한 PRO를 선택하고 경우에 따라 개발할 필요도 있는데 이때 올바른 방법론을 사용하여 신뢰할 수 있고 타당한 PRO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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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H check.jpg Isao Kamae, Yen-Huei (Tony) Tarn, Kun Zhao - Educational Symposium: Use of HTA in Promoting Innovation in Healthcare in Japan, China and Taiwan


첫날 저녁에는 저녁 5:30부터 9시까지 교육 심포지엄이 진행되었는데 컨퍼런스 룸이 꽉 차서 뒤에 서서 듣는 사람들이 여럿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특히 “일본, 중국, 대만의 보건의료 혁신을 위한 의료기술평가”를 주제로 발표자들이 15분씩 발표한 세션이 있었는데, 각국의 의료시스템의 상황을 비교하며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의료 기술을 평가할 때 실제 임상에서 잘 작동하는지 (임상적 효과 및 이득)와 채택할 가치가 있는지 (대안과 비교하여 비용효과적), 가격이 알맞은지, 누가 지불할 것인지, 어떻게 적절하게 응용할 것인지가 그 중심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는 통로 가운데 몇 군데에 마이크를 세워 놓아 누구든 앞에 서서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국가 (한중일, 대만, 인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호주, 뉴질랜드 등) 및 그 외 지역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 참여한 여러 배경 (학교, 제약회사, 연구기관, 정부기관 등)의 사람들 의견이 뒤섞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국가의 사람들은 영어 억양도 각국의 특성을 담아 각자의 스타일로 구사하였습니다. 물론 저는 한국식 영어가 가장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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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H check.jpg Yashuhiro Suzuki - Opening Speech


학회의 둘째 날인 9월 9일에는 Opening Speech와 첫 번째 Plenary Session이 있었습니다. Opening Speech의 주제는 일본의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보건의료 시스템의 방향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일본은 2065년도에 고령 인구 비율이 38%, 생산 가능 인구가 51.4%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기대 여명이 높은 나라라고 합니다 (65세 때 기대 여명: 여성 23.6년, 남성 18.6년. OECD Health data, 2010). 그에 따라 고령 인구의 의료 지출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혁신 vs.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최적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의약품 가격이 아닌 환자의 가치에 기반한 가격 책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최선의 방법으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비용효과 분석을 수행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고령화 사회에 빠른 속도로 진입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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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H check.jpg Lou Huei-Xin, Jilan Liu, Erwin Loh, Gabe Ripma, Polawat Witoolkollachit - Transforming Healthcare and Leveraging Digital Health for Better Health in Asia-Pacific


이어 진행된 Plenary Session에서는 Digital Health로 가면서 보건의료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Microsoft Asia의 Senior director인 Gabe Ripma의 발표였습니다.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중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동영상을 통해서 설명하였습니다. 환자 진찰 시 SOAP (Subjective data, Objective data, Assessment, Plan)를 기록할 때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는 음성을 분석하여 진료에 의미 있는 구절을 “Subjective”란에 자동으로 제시해주고, 의사의 판단하에 필요한 내용을 정리하여 차팅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좀 더 집중하여 진료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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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H check.jpg Manabu Akazawa, Bart Barefoot, K. Arnold Chan, Xin Sun - Real World Evidence in Asia-Pacific: Are We Ready? Is It Helpful for Decision Makers?


학회 셋째 날인 9월 10일에 진행된 두 번째 Plenary Session의 주제는 실제 진료 기반 데이터 (Real-world data, RWD)였는데, 여기에는 전자건강기록 (EHR)이나 건강보험 청구자료 등이 포함됩니다. 각기 일본, 대만, 중국에서 온 발표자들이 아시아 지역의 RWD가 의사결정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논의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시험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은 이상적인 환경에서 치료군과 대조군 사이 효능을 비교합니다. 가장 근거 수준이 높은 방법으로 알려진 RCT는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기간이 짧고, 큰 비용을 필요로 하며, 엄격한 포함기준과 배제기준을 적용하게 되므로 일부의 사람들만 연구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RWD를 이용한 관찰 연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연한 포함・배제 기준을 두고 있고 모든 환자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반면 한계점으로는 임상연구의 경우 데이터가 구조화되어있고 깨끗한 (clean) 것에 비해 관찰 연구 데이터는 지저분할 (messy)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RWD는 다른 이차 보건의료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잘못된 추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국가 단위의 큰 데이터 사이즈는 오해의 소지가 쉽게 생길 수 있고, 단지 연구가 타당할 때만 일반화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 교육과 훈련을 통한 인적 자원 개발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였으며, 과학 저널이 엄격한 문지기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학회에서 RWD가 Plenary Session 외의 여러 세션에서 중요한 이슈로 다뤄졌는데, 어떻게 하면 RWD가 의료와 정책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RWD의 유용성에 대한 확신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지가 논의되었습니다.


* 참고

1. Sherman RE, Anderson SA, Dal Pan GJ, Gray GW, Gross T, Hunter NL, LaVange L, Marinac-Dabic D, Marks PW, Robb MA, Shuren J, Temple R, Woodcock J, Yue LQ, Califf RM. Real-World Evidence - What Is It and What Can It Tell Us? N Engl J Med. 2016 Dec 8;375(23):2293-7.


2. 안정훈, 김윤희, 이향열, 장은진, 장보형, 현민경, 김윤정, 안지혜, 조송희.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비교효과연구 방법. 한국보건의료연구원. 2013;2: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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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4일간의 컨퍼런스가 막을 내렸습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Plenary Session을 제외하고 대여섯 곳의 컨퍼런스 룸에서 동시에 여러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때로는 관심 있는 세션의 시간이 겹쳐 아쉬워하기도 하고, 참석자들끼리 듣지 못했던 세션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학회에서는 학회 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유용하게 사용되었습니다. 관심 있는 강의에 따라 시간표를 짤 수 있게 되어있고, 수강 후 바로 강의에 대한 평가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음날 진행되는 일정에 대한 안내를 해주기도 하였고, 참가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직접 참가자들끼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메시지도 전송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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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경제학에 관련된 발표 내용이나 이론이 쉽지는 않았지만, 의약품이나 의료기술의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전체적인 큰 그림을 조망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한약을 포함한 한의 치료에 대해 효과나 안전성뿐만 아니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치료에 비해 비용효과적인지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을 이해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학회 기간 동안 의미 있게 다뤄졌던 ‘실제 진료에 기반한 근거’를 다룬 연구 논문도 진료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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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