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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Society for Acupuncture Research (이하 SAR) 학회는 중국 북경에서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되었다. 북경에 가는 것은 2012년 석사 1기 때 이순호와 함께 2012 OHBM 참석을 위해 북경에 가 본 이후 두 번째였다. 학회에는 채윤병 교수님, 이예슬 학생이 함께 참여하였다. 특히 SAR은 2013 ISAMS에 이어 두 번째로 참석하는 침 관련 학회로 작년에는 미국에서 열렸다. 지난 해 미국을 방문해서 만났던 Jian Kong, Vitaly Napadow (Associate Professor, Harvard Medical School), Jun Mao (Associate Professor of Family Medicine and Community Health at the Hospital of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 등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첫날 강연에서는 Claudia Witt (Professor of Medicine, University Medical Center Charité)가 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 (CER)에 대해 소개하고 침 연구에 적합한 연구 방법으로 주장하였다. CER은 두 가지 이상의 치료법의 임상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로 기존의 control 문제가 있고 sham acupuncture와 비교하여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하기도 했던 침 연구에 적용하기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의 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을 진행한 연구에서도 실제로는 control 되지 않은 변수들이 많아 pragmatic trial과 완전하게 구분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이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Vitaly Napadow는 침과 neuroimaging technique에 관하여 본인의 연구를 소개하고 그 장단점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발표하였다. 현재까지 neuroimaging을 이용한 침 연구는 경혈 특이성을 알아보고자 하는 초기의 시도에서 더 나아가 치료 관련 상황에 작용하는 cognitive factor, pain 조절을 위한 placebo analgesia, 그리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침 치료 전후의 resting state 비교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Vitaly 등은 앞으로 connectivity 분석 등 새로운 분석 방법의 등장과 침 개발 연구 등을 통해 임상적 효과를 반영할 수 있는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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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ard Ceremony로 이름만 들어봤던 Ji-sheng Han (Director of the Neuroscience Research Institute at Beijing University) 교수님이 오랫동안 침 연구에 공헌한 내용으로 짧은 강연을 하였다. ‘How acupuncture works?’라는 궁금증을 갖고 μ-opioid와 CCK를 이용한 기전 연구와 individual difference 연구로 시작하여 addiction, neuropathic pain, cancer pain, infertilization 연구 등 그의 연구 인생을 요약한 강연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가 연구를 시작하던 때가 침 연구가 시작되던 때 인만큼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또 자신이 개척해간 연구를 후학들이 따라오며 발전시키는 모습에 뿌듯함도 있었을 것이다. 나중 일이지만 Tübingen에서 Paul enck (Professor of Medical Psychology, University Hospital Tübingen)를 만났을 때 그가 했던 말이 인상 깊었는데, ‘어디서 시작했는지 보다 어디서 끝냈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연구자의 인생을 대변해주는 말 같았다. 연구 인생의 황혼에 들어선 그들과의 만남이 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하였다. 먼 미래에 지금을 되돌아보며 내 연구 시작이 어땠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했고 왜 그런 연구를 했는지를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아마 서툴고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지만 가장 즐거웠던 시절로 생각하지 않을까?


학회는 이 외에도 basic과 clinical로 구분된 oral session이 있었는데 각 분야에서 참신한 연구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었다. 이 중에서 경혈 특이성 연구, 임상 효과 예측 연구, 뜸 연기 유해성 연구, 침 neuroimaging 연구에서 dermatome의 중요성 연구, expectancy 연구 등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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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에 참석한 채윤병 교수님, 이예슬, 이인선 학생 모두 포스터 발표를 하였는데 특히 Acusensor의 개발자인 Robert davis (CEO, Stromatec)를 처음 만나서 나의 연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내 연구에 무척 관심을 가졌으며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Motion pattern 연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관심을 보였다. 침 수기법은 문헌 고찰에 한계를 넘어 임상적 의의를 찾는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연구 방법에 대한 논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상황이다. 사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고 연구의 의의를 찾는 것도 회의적이었을 때도 있다. 수기법 연구를 할 때 가장 고민이 많이 된 것은 ‘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놓기만 해도 침이고, 넣다 빼기만 해도 침이고, 돌려도 침이다. 사실 이런 도구는 과학적인 연구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거의 불가능하다. 침을 놓는다는 행위의 standard도 없고 생리적 반응을 대변할 수 있는 marker도 없고 효과도 steady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omics, system biology, network 분석 등 전체적인 관점에서 침 연구를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런 방법에 회의가 드는 것은 이러한 연구 방법이 대상의 complexity를 얼만큼 잘 반영할 것이며 그 결과는 그 중 무엇에 바탕을 두고 있냐는 것이다. 앞으로 침 연구에 적합한 방법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SAR의 모든 발표가 끝나고 functional MRI 침 연구자들의 발표가 일요일에 따로 진행되었다. 비록 중국어로 진행되어 그 내용은 다 알 수 없었지만 채윤병 교수님께서 rubber hand illusion을 이용하여 침 자극 시 body awareness를 조절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침 기전과 치료 효과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body, cognition, emotion, mind에 대한 연구는 침과 개별적으로 앞으로 활발히 연구될 분야이다. 또 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록 침 기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휴식 시간에는 중의과학원의 Weibo Zhang (Professor, Institute of Acupuncture and Moxibustion, China Academy of Chinese Medical Sciences)을 만나 연구실을 구경하고 나의 연구를 소개하였다. 그는 현재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journal (eCAM)의 special issue의 editor로 일하고 있는데 CAM 분야 저널이 가진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CAM 분야 안에 이미 많은 치료법들이 포함되어 있고 치료법의 특성과 연구의 질의 variation이 아주 큰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또 연구자 pool이 작다.


이번 SAR 학회가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많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이다. 학회 참석자들이 연자의 강연 도중 전화를 받거나 떠드는 장면이 많이 목격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일부 학회 연구자들은 국제 학회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로 발표하는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학회의 질과 품위를 높이기 위해 강력히 제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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