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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대학교한방병원 침구의학과 전공의 3년차 최지원입니다.


저희 병원 침구의학과에서는 퇴행성 요추 척추관 협착증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료지침의 개발 및 예비 인증을 완료하고 현재는 퇴행성 요추 척추관 협착증 환자들을 모집하여 임상 연구를 진행하며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증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상 연구 담당자로서 직접 침 치료를 시행하고, 일상생활 관리를 위해 환자들을 만나면서 침 치료를 비롯한 한의학적 치료의 효과에 대해 객관적으로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교수님께서 올해 2019년 5월 7일부터 10일까지 14th International Congress on Complementary Medicine Research (ICCMR)가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전공의 생활을 하면서 해외 학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저의 좁은 인식을 넓히고, 국외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큰 경험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학회 참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ICCMR은 'Pathways and Partnerships'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의학 연구는 임상의와 연구자, 보건 정책 전문가 등 여러 분야에서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분야의 관련 연구자들 간 소통의 장을 열고 각자의 관점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이 이번 학회의 목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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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MR이 보완대체의학의 대표적인 학회라고 들어왔는데, 그 명성대로 학회의 규모가 크고 30여 개국의 다양한 국적,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학회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배포한 것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유용하였습니다.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발표가 진행되는 만큼 매번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할지 미리 확인하고 찾아봐야 했는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스케줄과 장소를 확인하고 즐겨찾기 해두면 놓치지 않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초록과 포스터를 검색해서 바로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편리했습니다. 학회 차원에서 아침에 요가, 태극권 프로그램도 운영하였는데 비록 참가해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방면으로 흥미롭게 준비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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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첫날 pre-congress workshop의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bridging traditional knowledge, scientific evidence and practice 주제를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한국의 한의임상진료지침개발 현황에 대해서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이명수 박사님께서 발표해주셨는데, 저희 병원도 진료지침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국외의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진료지침 접근 방식이 한의임상진료지침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호주의 당뇨 임상진료지침에 대해 소개해 준 Susan Arentz의 발표를 통해 호주의 보완대체의학이 의료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2017년 호주는 기존 ‘Guidelines for Diabetes in palliative and end-of-life care’을 개정하면서 보완대체의학을 중재로 추가했습니다. 유망하다고 판단된 보완대체의학 중재로는 통증 치료 및 말초 신경 병증 개선에 침 치료와 비타민 B12 투여, 오심 방지에 손목 지압 밴드, 불안감 및 심리상태 개선에 마사지, 아로마 테라피, 음악 치료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Susan Arentz는 아직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분명 의약품 투여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 말기의 환자들에게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환자들에게 언제 보완대체의학의 치료를 권유할 것인지, 약물을 중단하고 보완대체의학 중재를 사용할 때의 위험성은 무엇인지 고민한 부분이 인상 깊었고, 사용하는 치료에 대한 효과와 사용 이유에 대해서 환자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하고, 치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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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한의계 내에서 만드는 임상진료지침인 만큼 한의학 치료 위주의 권고 등급 및 알고리즘을 생성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류가 되고 있는 서양 의학의 진료 과정에 한의학적 치료가 포함되어 원활한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의 환자들이 받는 의료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주의 Oncology에서 보완대체의학의 개입을 발표한 Oral presentation도 같은 맥락에서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암 환자들은 항암 부작용인 오심, 구토 개선과 암성 통증 관리, 생활 습관 관리 등이 굉장히 중요한데, 증상 개선에 있어서 기존 치료와 병행하여 침 치료, 요가, 마사지, 태극권, 한약 치료 등을 시행한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특히 침 치료가 많은 분야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강의를 듣고 호주에서의 침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경혈의 개념이 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는데 실제로 학회 기간 중 브리즈번 시내에 Acupuncture라고 쓰여 있는 건물을 몇 군데 볼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현지에서 실제로 치료를 받아볼 기회는 없었지만, 호주에서도 침 치료는 수요가 높고 주목받는 치료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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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회 둘째 날에 Acupucnture for patients with degenerative lumbar spinal stenosis; A parallel multicentre pragmatic randomised controlled trial의 연구 프로토콜을 주제로 포스터 세션에 참여하였습니다. 운이 좋게 Rapid oral presentation도 요청받아 간략하게 연구에 대하여 발표하고 질문을 받을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Cardiologist라고 본인을 소개한 중의사는 환자분들이 침 치료에 대해 우호적인지 물어왔습니다. 덧붙여 심장 질환의 특성상 급성일 경우 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가 우선이고, 가벼운 증상에 침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 중국의 임상 현황에 관해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직접 참관을 통해 경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카이로프랙터는 협착의 경우 파행 증상과 통증이 심하여 수술 치료가 우선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침 치료로 효과가 있겠냐는 비판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발표 후 질의응답을 통해 각국의 침 치료에 대한 인식과 임상에서의 미묘한 상황들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잘 마무리되어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습니다.


저희 연구와 대상, outcome, 평가 시점 등이 비슷한 모델이지만 중재로 운동 치료를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자와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연구 종료 후 서로 결과에 대해 공유하고 토론해 보자는 약속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연락처를 공유하였습니다.


학회장에서 처음으로 Oral presentation을 하면서 준비 과정 중에도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었고, 발표하면서도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연구에 관해 관심을 보이는 연구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참여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느꼈습니다. 더 원활하게 저의 의사를 표현하고 설득력 있게 말하기 위해서는 영어 회화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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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ICCMR에서 국외의 많은 연구자와 의사들이 보완대체의학의 가치를 인정하고, 치료에 활용하고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Evidence-Based Medicine (EBM)의 필요성에 대한 Panel talk에서 한 임상의가 ‘나는 다년간의 임상 경험을 통해 치료를 잘하고 있는데 증명을 해야 할 필요가 왜 있는가?’라고 질문을 했는데 이 질문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현재 한의학도 경험을 통해 분명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여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학회장에서 만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박사님들, 각 한방병원에서 연구를 위해 힘쓰고 계시는 교수님들과 전공의, 연구원분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의학의 EBM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회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한의사로서, 또 연구자로서 좀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더불어 브리즈번의 반짝반짝 예쁜 야경과 맛있는 음식들, 청량한 밤하늘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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