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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5일부터 6일까지 양일간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isams 2019가 개최되었습니다. isams (International Scientific Acupuncture and Meridian Symposium)는 한의학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설립되었는데 이제까지 미국, 독일, 호주, 일본 등에서 열렸고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 열렸습니다.


isams 2019는 Opeing Ceremony, Keynote Speech, 개별 Session, Poster Presentation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국제학회이므로 대부분의 발표는 영어로 진행되었고, 일부 발표에 한해서만 한국어, 일본어로 진행되었습니다. isams 2019에서 발표된 주제를 간단하게 분류하면, isams의 이름에 맞게 침에 대한 다양한 연구 및 침술 소개가 주를 이루었고 최근 뜨거운 주제인 빅데이터, 추나 등에 대한 발표도 있었습니다. Keynote Speech 및 개별 Session을 통해 새롭게 배우고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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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H check.jpg Keynote Speech 2 : Self-Regulation of Pain through Acupuncture, Peripheral Neuromodulation, Mind-Body Intervention, and Imagery


첫날에 진행된 세션 중 가장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 발표였습니다. 유명하신 Jian Kong 교수님께서 진행하셔서 인기가 제일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Keynote Speech에서는 침이 뇌에 미치는 효과를 fMRI/MRI 등과 같은 다양한 연구 방법 및 연구 결과로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한의사 및 한의대생들이 한 번쯤 생각해본 환자의 민감도 혹은 감수성에 따라 침의 효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주셨습니다. Jian Kong 교수님께서 발표하신 주제는 침, 태극권, 기공 및 형상화 (imagery)가 뇌에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통증을 감소시킨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형상화라는 것을 중재로 사용할 생각을 했다는 것에 굉장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심리 치료 방법 중에서 형상화와 같은 요법을 이용해 치료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침을 형상화하여 중재로 사용할 생각을 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직 한의학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 침은 몸에 자침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침 맞는 상상을 중재로 사용했다는 Jian Kong 교수님의 발표를 듣는 순간 굉장히 멍했습니다. 침 맞는 상상의 효과와 기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침에 대한 생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Keynote Speech를 통해 침을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자침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LJH check.jpg Session 1 : Bigdata and Traditional Medicine


빅데이터는 의학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뜨거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빅데이터 세션에서는 한국한의학연구원 소속 이상훈 박사님과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과 박래웅 교수님의 발표를 통해 현재 의학 분야에서 빅데이터가 어디까지 발전되어있는지 알 수 있었으며, 한의학 분야 빅데이터의 한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박래웅 교수님은 ‘A Clinical Real-World Evidence Sharing Platform Over the Globe’라는 제목으로 세션을 진행하셨고, ‘Observational Health Data and Informatics’ 즉, ‘Odyssey (오디세이)’ 프로젝트를 소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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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표준화된 병원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한 지 오래되어 이미 관련 논문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 ‘evidence’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플랫폼을 OHDSI CDM(Common data model)이라고 합니다. CDM을 통해 병원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연구자는 분석 코드를 제공하여 병원 데이터의 직접적인 공유 없이도 병원 및 연구자에게 'evidence'를 제공하게 된다고 합니다. 즉, 의학 계열에서는 글로벌 단위로 표준화된 병원 데이터가 구축되고 있지만, 이상훈 박사님께서 ‘Limitations and Solutions of Traditional Medical Big Data Construction’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세션에서는 한의학 분야에서 빅데이터는 아직 한계가 많고,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AI는 의학 계열에서 어시스트 방식으로 이미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앞으로도 어시스트 방식을 통해 의사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발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가 어시스트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려면 빅데이터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의학 분야에서는 아직 이 ‘빅데이터’가 아주 부족하다고 합니다. 빅데이터 이전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조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표준화입니다. 표준화되지 않은 데이터는 대부분 쓸모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의학 분야에서 진단, 치료, 예방 등 표준화된 자료는 거의 없습니다. 경혈, 설진기, 맥진기 등 표준화되어있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합니다.


현실적으로 한의원 혹은 한방병원에서 한의사가 환자를 문진할 때 얻는 정보도 대부분 주관적이며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표준화되지 않은 문진은 한의사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고, 또한, 환자에 따라서도 해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즉, 이처럼 표준화되지 않는 문진을 통해 얻은 데이터는 쓸모없는 데이터입니다. 쓸모없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빅데이터 구축 및 AI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이 필수입니다. 이에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올해부터 표준화 사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소망으로 표준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서 한의학 분야 빅데이터 구축의 좋은 예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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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H check.jpg Session 7 : Acupuncture & Pharmacopuncture Practice


마지막으로 소개할 내용은 Acupuncture & Pharmacopuncture Practice 세션에서 Mauro Devecchi 교수님의 'Pain Treatment: the Scalp-Luo technique'라는 발표입니다. isams 2019는 한국에서 개최된 만큼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침법의 종류인 태극침, 사암침, 정침 등에 대한 세션도 있었으며, 매선, 추나와 같은 세션도 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세션은 시간이 한정된 이유도 있고, 제가 다른 학회나 강좌 혹은 학부 때 배운 내용이 있어서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Mauro Devecchi 교수님의 발표는 이탈리아 사람은 두침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사용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Mauro Devecchi 교수님이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두침을 적용한 이유는, 아시혈 혹은 통처에 자침하면 '아픈 곳을 또 아프게 한다'고 생각하여 거부감이 컸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사암침과 같이 오수혈에 원위취혈 방식을 이용하긴 하지만 환자들이 근위취혈을 거부해서 원위취혈 방식을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에게 침은 굉장히 낯선 방식이고, 침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아시혈 혹은 통처에 자침하는 방식에 큰 거부감을 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두침 요법과 같이 말단에서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아픈 곳에 직접 자침하지 않고 아프지 않은 곳에 자침해서 치료하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이 아닌 환자의 거부감이었습니다. 또한, Mauro Devecchi 교수님은 침을 피부에 자침 시 발생하는 통증을 줄이는 방식을 고민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한의사분께서도 침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침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유럽 사람들에게 침 시술을 익숙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봤을 때, 침을 좀 더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침의 익숙함에 의해 당연시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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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H check.jpg Epilogue


끝으로, 저는 isams 2019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린 침을 주제로 하는 국제학회에 참석하였습니다. isams 2019에서는 국내 교수님과 연구원분들의 침 연구, 침 소개, 새로운 연구 방법 소개 등 인상 깊은 강의가 많았습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해외에서 침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인상 깊게 강의를 들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침을 대체로 Complementary medicine의 일종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조금 더 자유롭게 그리고 고정관념 없이 침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번 기회에 침을 유연하게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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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