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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5일부터 29일까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미국소아과학회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의 AAP Experience National Conference & Exhibition 2019가 개최되었습니다. AAP에서 출판된 책자나 가이드라인을 보면 실용적이고 정리가 잘 되어있어 임상의의 입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관심이 있던 차에 기회가 되어 학술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입니다. AAP Experience는 매년 10월 미국 각 지역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되는 학술대회로 명칭은 “National Conference”지만 실은 58개국에서 온 10,0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학술대회였고, 70개 주제에 대한 350개의 세션이 열리는 대규모의 콘퍼런스였습니다.


*프로그램 링크: https://www.eventscribe.net/2019/AAPExperience/agenda.asp?pfp=agenda&sd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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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장에 갔을 때 받았던 첫인상은 학술대회 규모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학회장은 Ernest N. Morial Convention Center의 1층부터 3개 층을 사용하는데 2층의 경우 학회장으로 사용하는 룸이 201호부터 299호까지 있어 원하는 세션을 들으러 가기 위해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했습니다. 공간을 넓게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세션이 열린다는 것인데, 동시에 강의가 20~30개씩 열려 포괄적으로 소아과 주제를 다루며 참가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었습니다. 세션 포맷별로는 Course, Focused topic, Audience response session, Seminar, Workshop, Interactive group forum 등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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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앱에 학회 시간표 및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대부분의 강의에서 ppt 자료를 미리 앱에 올려주었습니다.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강의 중 관심 가는 내용이 여럿 있을 때 미리 수강자들이 ppt 자료를 살펴보고 강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학회장에서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강의 자료를 보면서 필기하는 사람들을 여럿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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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JH 0052-title.jpg 소아과 의사, 환자, 보호자 등 다양한 발표자들


전체 사람들이 모이는 Plenary session에서는 학회 회원인 소아과 의사들뿐만 아니라 만성 질환을 가진 아이의 어머니, 어린 시절 당뇨병을 진단받았고 이후 대법원 판사가 되어 어린이들을 위한 책 'Just Ask!: Be Different, Be Brave, Be You'을 쓴 저자 등 다양한 발표자들이 연설을 하였습니다.


미국 소아과학회장의 기조연설은 아이들을 위한 미국소아과학회의 어젠다가 어떠한 진전이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과 협업하여 비윤리적인 검색 결과를 수정했던 작업, 기후 변화가 소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법, 무기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또한 9세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첫째와 그 아래로 26개월 세쌍둥이를 키우는 어머니가 임상의, 보건 시스템, 여러 기관과 함께 일하면서 의료진과 부모의 목소리를 연결하기 위해 했던 노력에 대해, 그리고 만성 질환을 가진 아이의 가정에서의 회복 탄력성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의료인의 번아웃 (burnout)에 대한 연설도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번아웃을 위한 여러 해결책을 설명하였는데, 그중 동료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How are you doing?)’ 물어보고 그에 대한 대답을 듣는 것, 그 간단한 행동의 힘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참고 서적을 추천해주었는데,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같은 책들은 국내에도 번역이 되어 있는 것들이라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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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JH 0052-title.jpg 1-2-3처럼 쉬운 소아 발달 검사


일차 진료를 담당하는 소아과 의사를 위한 발달 검사 강의였습니다. 45분 한 세션 동안 아이들의 대근육, 소근육, 언어 발달에 대해 빠르게 정리해주었습니다. handout을 나눠주고 마지막에 표를 채울 수 있도록 교육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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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JH 0052-title.jpg 기능성 장 질환, 소화관의 안과 밖의 관점에서


소아과 위장병 전문의와 심리학자가 함께 발표하였습니다. 기능성 위장 질환의 경우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 관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와 심리학자가 협업하여 팀으로 진료를 하는 과정을 설명하였습니다. 약물 치료, mechanical intervention (침 치료, TENS, 마사지 등), 식이에 대한 교정 등이 치료 방법으로 제시되었는데, 심리학자의 경우 인지행동 치료나 가족에 대한 개입, 심리 치료를 담당한다고 하였습니다. 심리학자는 짧은 상담 시간 내에 심리 치료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아이에게 숙제를 내주고 연습해올 수 있도록 한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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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JH 0052-title.jpg Motor delay에 대한 조기 개입과 치료


학회 강의 중에 청중 응답형 강의가 여럿 있었습니다. 강의 중간에 문제 풀이를 하면서 바로 답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발표자도 수강자들의 이해 수준을 파악할 수 있어 설명의 난이도 조절을 할 수 있고, 수강자들도 자신의 이해도가 대략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수강자로서는 답이 맞으면 기분 좋고 틀려도 드러나지 않으니 부담 없이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발표자는 발달 상황에 대한 스크리닝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흐름도를 설명하며 적절한 조기 개입에 대해 설명하였고, 사례를 통해 대처법을 안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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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계, 호흡기계, 신경정신계, 성장과 발달 등 여러 주제를 망라하는 강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인상으로는 소아과 전반적인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어서 소아과 임상의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한 분야 질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공부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소아과의 분과 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것이 더욱 유익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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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ating Acupuncture in Pediatric Practice를 주제로 하버드와 스탠퍼드의대 마취과 교수들이 진행하는 침 치료 워크숍에 참가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한의 치료 중 다빈도로 활용되는 침 치료가 미국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참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워크숍 시작 전에 수강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게끔 하였는데, 수강자들은 대부분 미국 소아과 의사들이었고 일부 의대생들도 있었습니다.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는 소아 마취를 주로 담당하는 의사로 침 치료를 활용하며 경험했던 몇 케이스를 소개하였습니다. 수술 후 오심 구토에 대해서 관련 약물 복용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고생하였던 소아에게 내관 혈에 침 치료를 하여 호전되었던 케이스, 발목 염좌 후 만성 통증이 개선되지 않아 학교에 가지 못하고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소아에 대한 침 치료 케이스를 소개하였습니다. 미국 마취의학위원회에서는 수술 후 통증 완화나 오심 구토에 대해 침 치료나 경혈 지압을 활용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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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소개 이후, 침 치료의 역사와 경혈 이론, 안전성, 과학적 이론 배경,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 기반한 근거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그 외 소화기 질환, 반복성 두통,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침 연구 결과를 소개하였고 이어 보스턴 아동 병원에서 침 치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설명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침 치료가 미국에서도 소아 환자들에게 통증을 줄여주고 건강을 증진시켜줄 수 있는 방법으로 활발하게 활용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실습 시간에서는 주로 사용되는 경혈을 설명하고 위치를 확인하며 자침 실습을 하였습니다. 서로 취혈해보고 자신에게 침을 놓아보며 궁금한 점은 자유롭게 강사에게 질문하였습니다. 마치 한의과대학 침구학 실습수업 같아 보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수강자들은 침 치료의 경우 연구는 어떻게 설계하는지, 감염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침은 반대쪽에 놓는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였습니다.


저는 한 환아에게 보통 한 번에 몇 개의 경혈에 자침을 하시는지 질문하였는데, 강사는 본인의 경우 침 개수를 적게 하고 때로는 1~2개씩만 침 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자침 후 환자 상태 확인과 자침 후 자극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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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JH 0052-title.jpg 통증에 대한 침 치료


한의 치료를 주제로 한 포스터는 Section on Integrative medicine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이 섹션에서 가장 주된 주제는 통증에 대한 침 치료였습니다.


최근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Peds 21 (21세기를 위한 소아과학)’ 어젠다로 ‘opioid crisis’의 여파에서 아이들과 가족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를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가 모든 나이, 사회경제적, 민족적 구분에 걸쳐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소아과 의사들이 수술, 부상 등의 치료 상황에서 통증 관리를 어떻게 적절하게 제공할 것인지,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부작용과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지에 대한 내용이 학술대회에서 공유되었습니다.


그 해결책으로서 침 치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Section on Integrative medicine의 포스터 발표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응급실에서의 침 치료, 그리고 겸상 적혈구 빈혈증에 대한 침 치료를 다룬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발표자의 설명에 따르면,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통증이 심한데 진통제로 잘 조절이 되지 않고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는데 침 치료 및 통합의학적 접근을 하면 효과적이므로 발표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한 포스터에서는 QR코드를 통해 병원 응급실에서 실제로 침 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영상과 웹사이트를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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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JH 0052-title.jpg AAP 서점, 박람회


shop AAP에서는 AAP에서 나온 출판물들을 전시하여 직접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있고 약간의 현장 할인 판매도 진행 중이었습니다. 의료인을 위한 책자뿐 아니라, 보호자를 위한 의학 서적 및 티칭용 자료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학술대회와 함께 소아과학 관련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미국 각지 아동병원의 홍보뿐만 아니라, 소아과 진료를 위한 의료기기, 의약품, 서적, 건강기능식품, 보습제 등 여러 업체에서 제품 홍보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아과 관련 책에 대한 저자 사인회도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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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가 재즈의 발상지인 것을 반영하는 듯 학회장에서는 수시로 재즈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소아과학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고, 풍요로운 강의와 재즈 음악으로 눈과 귀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던 학술대회였습니다. 첫날 president’s welcome reception에서 연주되는 신나는 밴드 음악에 맞춰 학회 이름표를 목에 걸고 즐겁게 음악에 몸을 맡기는 학회 참가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 또 다른 지역에서 열릴 때는 그 도시의 특성에 적합한 어떤 학술대회의 모습이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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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