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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Korean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Society for Acupuncture Research 2020 (KIOM-SAR 2020)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습니다. KIOM-SAR 2020에서는 ‘Bridging East & West from Acupuncture & Traditional Medicine Research to Practice 전통의학의 연구에서 임상까지, 동서양을 잇다’라는 주제로 기초연구에서 임상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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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OM-SAR 2020 온라인 컨퍼런스 https://www.kiomsar202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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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에는 기조세션 1. 미래지향적 전통의학 약물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침 치료와 한약 처방은 전통의학과 통합의학에서 다용되는 치료 방법입니다. 침과 단일 약재에 관한 연구는 비교적 많은 반면 복합 처방에 대한 연구는 수요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그 수요에 답하지 못해 왔습니다. 이 세션을 들으면서 각국의 한약 처방 현황과 함께 복합 처방에 맞는 연구 방법론이 무엇인지, 임상연구는 어떻게 설계되면 좋을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국립보완통합의학센터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 NCCIH)에서 천연물 연구 분야 연구비 지원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NCCIH의 전체 연구비 중 절반이 천연물 연구에 할당되고 있으며, 그중 기초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natural product-약물, natural product-미생물 간 상호작용 연구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opioid 남용과 중독 관련 치료 및 예방에 대한 연구라고 합니다. Opioid를 대체할 수 있는 진통 작용이 있는 natural product 개발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도 시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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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CIH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인 천연물-약물 상호작용


Aribio 천연물연구소에서 발표한 자음강화탕, 보중익기탕, 육미지황탕, 팔물탕이 FDA에서 New Dietary Ingredient (NDI) 승인을 받은 과정에 대한 발표도 흥미로웠습니다. CMC (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 - 중금속 함량 분석, 불순물 impurity 함량 분석, 가속과 장기 시험 데이터), Safety, History of use (한국과 다른 동아시아 자음강화탕의 차이점 제출)에 대하여 검증을 받은 덕분에 자음강화탕이 한국 한약 처방 중 최초로 NDI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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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음강화탕 NDI (New Dietary Ingredient) 승인


첫째 날 오후에는 심포지엄 세션 1. 여성 생애 전반을 관통하는 건강증진 의료로서의 ‘침’을 들었습니다. 본 심포지엄에서는 여성 건강 분야에서 연구자 겸 의료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5명의 연사가 참석하여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근거 기반 진료 (evidence-informed practice) 및 진료 기반 연구 (practice-informed research)가 중점적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여성의 생애를 초경, 출산력, 임신, 주산기 의료, 폐경 등 다섯 가지 주요 이행 단계로 나누어 논의하였습니다.


단계마다 특징적인 육체적, 사회적, 정서적 문제, 증상군 (symptom cluster)이 있기 때문에 단일 증상의 개선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explanatory RCT는 임상에서 그 활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션에서는 각 발표자가 기존의 연구 결과 고찰에 그치지 않고 본인의 치료 경험 관련 내용 발표도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발표자가 호주, 뉴질랜드, 미국의 연구자이자 치료자였는데 서로 템플릿을 통일하여 하나의 세션으로 느껴지게끔 준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원전 강의 시간에 들었던 황제내경 소문 상고천진론의 내용을 넣어서 여성의 생애를 영어로 설명하였던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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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내경 소문 상고천진론 관련 발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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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에는 임상의학 구두 발표를 집중하여 들었습니다. 기존 임상연구의 방법론 (explanatory trial, 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은 리얼 월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와 대비되는 임상연구 방법론이 실용적 임상연구 (pragmatic trial)입니다. 기존의 RCT가 비활성대조군과 효과를 알아보고자 하는 치료법을 비교하여 효능 (efficacy)을 입증하고자 하였다면, pragmatic RCT는 두 가지 방법을 비교함으로써 (두 가지 치료법 간 비교, 효과를 알아보고자 하는 치료를 받은 환자군과 통상적인 관리만 받게 하거나/치료를 하지 않고 대기시킨 환자군) 효과를 알아보고자 하는 치료법의 유효성 (effectiveness)을 연구합니다. 기존의 RCT 보다 pragmatic하게 수행된 Electroacupuncture plus on-demand gastrocaine for refractory functional dyspepsia: Pragmatic randomized trial이 발표되었습니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만성 소화기계 질환으로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Prokinetics는 기능성 소화불량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추체외로 증상 (extrapyramidal symptoms, EPS)이나 심혈관계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는 전침과 gastrocaine을 준 환자군과 gastrocaine만 준 환자군에 대하여 pragmatic RCT를 수행하였습니다. 12주간 치료를 받은 결과 전침과 on-demand gastrocaine 환자군에서 증상이 더 완화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비활성대조군과의 비교를 통하여 전침의 specific effect를 알아보아야겠지만 확실한 치료법이 나오기 전까지 전침을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 방법의 하나로 고려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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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ectropucture Plus on-Demand Gastrocaine for Refractory Functional Dyspepsia의 primary outcome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placebo 관련 발표도 있었습니다. Placebo는 비활성 대조군으로 임상시험에서 활용되어 왔으나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Open label placebo (플라시보임을 밝히고 주는 플라시보, OLP)는 비교적 최근에 고안되었으며 placebo보다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OLP는 약물 분야에서 주로 연구되어 왔으나 침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OLP acupuncture (Park sham needle)의 진통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와 OLP acupuncture의 효과에 기여하는 요소가 무엇일지를 OLP drug과 비교한 RCT가 수행되었습니다.


OLP drug과 OLP acupuncture 모두 no treatment control에 비하여 진통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OLP acupuncture의 진통 효과에는 de-qi sensation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OLP acupuncture의 진통 작용에는 OLP pill과는 다른 기전이 관여되는 듯합니다. 이 연구는 건강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해석의 후속 연구에서 OLP acupuncture의 다른 작용 기전도 연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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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P acupuncture vs. OLP pill 연구 방법


또한 RCT에서 placebo acupuncture 정보를 어떻게 보고하고 있는지에 대화여 고찰한 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RCT를 논문으로 출판할 때 보고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CONSORT (COnsolidated Standards of Reporting Trials), CONSORT의 확장판으로 침 RCT 보고 가이드라인인 STRICTA (STandards for Reporting Intervetnions in Clinical Trials of Acupucnture)와 TIDieR (Template for Intervention Description and Replication) 등이 있습니다. 2009-2010년 출판 논문, 2014-2015 출판 논문, 2017-2018년 출판 논문에서 placebo needle이 어떻게 보고되었는지 그 보고의 질을 위의 3가지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Placebo needle의 수나 자침 위치에 대해서는 비교적 보고가 잘 되고 있으나, placebo needle 그룹에서 득기 유발을 하였는지 환자-치료자 상호작용에 대해서 자세히 보고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RCT에서 치료법의 효과는 대조군인 placebo 그룹의 비교를 통하여 밝혀질 수 있음으로 placebo needle의 보고의 질 향상에 대하여 연구자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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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CT에서 placebo needle의 보고의 질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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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워크숍 2.에서는 도침 요법 관련 연구 소개와 시연이 있었습니다. 도침은 새로운 침 치료법으로 끝이 납작한 끌처럼 생긴 침으로 만성 통증을 동반하는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활용합니다. 도침 요법은 침 치료 효과와 더불어 절개로 인한 미세 수술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므로 기존 치료와 다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치료법은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비교 후 도입을 결정합니다. 이 세션을 듣고서 도침 효과와 안전성에 대하여 발표되었거나 현재 진행 중인 연구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임상에서 환자에게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도침 시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시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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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침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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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침 시술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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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세션에서 흥미로웠던 발표는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와 한의사의 상호작용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침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환자들은 상호작용이 강화된 그룹과 상호작용이 제한된 그룹 중 하나에 무작위 배정되었습니다. 상호작용이 제한된 그룹에서는 침 치료만 받았고 상호작용이 강화된 그룹에서는 침 치료에 더하여 한의사가 악수, 미소, 눈 맞춤, 유머 등의 방법을 통하여 환자와의 상호작용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예전에 발표된 소화기계 질환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는 환자-의사 관계의 친밀도와 치료 결과에 긍정적인 관계가 있음이 확인되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경향성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문화적 배경과 침 치료 경험이 다르다는 점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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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작용 강화 그룹과 상호작용 제한 그룹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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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SAR은 대학원 재학 중에 처음으로 참여해본 해외 학회였습니다. 처음에는 구두 발표를 듣는 것, 워크숍 참여, 포스터 세션에 묻고 답하는 일도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연구자들과 소통을 함으로써 신선한 자극을 받고 새로운 연구 주제에 대하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힘들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SAR에서도 실시간 Q&A 시간에 연구자 간의 대화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실제로 만나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1년 SAR에서는 연구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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