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SY 0059-main.jpg



IASP 2021 Virtual World Congress on Pain이 2021년 6월 9일부터 11일, 15일부터 18일 동안 열렸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이번 학회는 COVID-19 상황으로 인하여 화상 미팅 (Virtual event)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통증 관련 최신 연구부터 임상 의료 행위 정보들을 plenary lecture, symposia, E-poster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2주 동안 진행되는 학회인 만큼, 학회 스케줄만 10페이지가 넘었으며, 저는 관심 있는 주제들을 미리 선정하고 학회에 참가하였습니다. 학회의 여러 프로그램 중 흥미로웠던 주제들에 대해서 KMCRIC 참관기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C-LSY 0059-title-01.jpg


C-LSY 0059-img-01.jpg


학회 첫날의 첫 일정인 워크숍 ‘Inferring Pain Intensity from Brain Signals: The Promise and the Challenge’에서 뇌 신호를 통한 통증의 추론에 대한 최신 연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의 첫 발표는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우충완 교수님 팀에서 새로 개발한 뇌기능 커넥톰 (fMRI dynamic connectivity)을 기반으로 지속되는 통증 (tonic pain)을 예측 및 분류하는 통증 마커에 대한 발표였습니다. 실제 환자들이 호소하는 만성 통증을 실험적으로 안전하게 재현하기 위해 연구팀은 캡사이신 추출물을 사용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은 5분간 혀에 캡사이신 추출물 자극 혹은 무처치 자극을 받으며, fMRI 촬영을 시행하였고 이때의 뇌 변화를 관찰하였습니다. 캡사이신 자극에 수반된 functional connectivity를 바탕으로 머신러닝을 통해 여러 조합의 모델을 만들어, 이중 정확도, 감도 등 최적의 모델 (Tonic Pain Signature, ToPS)을 통증 마커로 선정하였습니다. 이 통증 마커를 기존 요통 환자들의 데이터에 적용하였고, 요통 환자들의 통증 점수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만성 통증을 캡사이신을 통해 재현한다는 아이디어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C-LSY 0059-img-02.jpg


Robert C. Coghil 교수님도 통증에 대한 생물지표 (biomarker)가 치료의 평가,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 등 여러 방면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오래전부터 연구하신 교수님은 1999년 초기 연구에서는 열 통증 자극에 대해 Primary somatosensory cortex (SI), anterior cingulate corte x (ACC) 등 영역의 활성화가 관찰되었고, 통증의 주관적 강도와의 연관성을 밝혔습니다. 이어 2003년의 연구에서는 같은 온도의 열 통증 자극에 대해서 참가자 17명의 통증 VAS 기록을 관찰하였고, 이중 통증 VAS가 높은 군 (높은 통증 민감성)과 낮은 군 (낮은 통증 민감성)을 비교하였을 때, 높은 통증 민감성 군에서 SI, ACC 영역에서 활성화가 더 잦고 (frequent) 큼 (magnitude)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더 많은 참가자 대상의 연구에서는, 뇌의 그 어떤 영역도 열 자극 통증/한랭 자극 통증의 주관적 강도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아, 이전 연구와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주관적 통증 보고와 뇌의 활성화 간의 불일치는 fMRI BOLD 신호가 통증 강도에 대한 생물지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아직 여러 영역 특히, 개인별 치료에서 fMRI의 영상이 여러 정보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하였습니다. 20년간 같은 주제를 연구하시며 그 결과들을 시간 순서로 들을 수 있어 역사 강의처럼 재밌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C-LSY 0059-title-02.jpg


C-LSY 0059-img-03.jpg


Plenary Lecture에서는 Ulrike Bingel 교수님의 ‘How Do Expectations Influence Treatment Outcome?’ 강의에서 연구와 임상을 같이 설명하여 재밌게 들은 기억이 납니다. 본 강의에서는 플라시보에 대한 여러 실험 및 임상연구를 소개하며,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급성 및 만성 통증에 대한 인지와 신경 처리를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를 통한 치료의 효과뿐만 아니라 노시보 효과를 통한 부작용의 정도 등 기대감은 치료 전반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때, 치료 효과에는 치료 그 자체의 효과뿐만 아니라, 기존 건강 상태와 치료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치료에 대한 기대감은 이전 경험, 사회적 관찰, 언어적 정보 등 사전 정보에 의해 습득됩니다. 특히 치료에 대한 이전 경험은 일반화되어 다른 치료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실험 연구를 통해 제안되었습니다.


또한, 치료에 대한 언어적 정보는 환자와의 대화에서 의사가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요소이며, 이를 통해 긍정적 기대감을 통한 플라시보 효과와 부정적 기대감을 통한 노시보 효과 모두 크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임상에 응용할 수 있는 방법들로는, 환자와의 진솔한 대화, 치료에 대한 현실적이되 긍정적인 정보들의 전달, 환자로 하여금 치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 등이 있었습니다. 의료인이 같은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따라 환자의 기대감부터 치료 효과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이러한 정보 전달의 방식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C-LSY 0059-title-03.jpg


평소에 근막동통증후군에 관심이 많아서 심포지엄 중에서는 ‘Myofascial Pain in Focus (Musculoskeletal Pain SIG)’ 주제를 새벽 시간임에도 가장 열심히 들었습니다. 심포지엄에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신 Heather Tick, Andrew Briggs, Carla Stecco, Helene Langevin 네 분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근막동통증후군의 증상과 기전, 공중 보건에서의 정책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룬 시간이었습니다.


Helena Langevin의 발표 중에서 근막동통증후군을 진단하는 객관적 방법이 아직까지 표준화되지 않아서 연구와 치료 평가에 어려움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작년 9월에 NIH HEAL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The Helping to End Addiction Long-term Initiative)에서 열린 근막동통증후군 워크숍에서는 ‘Quantitative evaluation of myofascial tissues: Potential impact for musculoskeletal pain research’를 주제로 하여 기존에 가능한 평가 방법들과 미래에 가능한 방법들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발표가 있었고 이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Ultrasound elastography, Magnetic resonance elastography, PET 등 기존 방법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모든 발표가 끝난 후, Heather Tick, Carla Stecco, Helene Langevin 세 분의 live Q&A session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새벽이어서 저는 집에서 발표를 듣고 있었는데, 여러 국가의 저명한 연구자들의 말씀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 인상 깊었고, 정말 눈앞에 계신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C-LSY 0059-title-04.jpg


C-LSY 0059-img-04.jpg


저는 이번 학회에서 ‘Open label placebo effect on pain reduction: acupuncture vs. pill’을 주제로 포스터 발표를 하였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학회라서, 학회 시작 전에 녹음을 통해 연구를 5분가량의 요약본으로 준비하였습니다. Open-label placebo는 환자를 속이지 않고도 플라시보를 처방할 수 있는 플라시보로, 참가자들은 본인이 플라시보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사전에 고지받습니다. 연구에서는 플라시보 침과 플라시보 알약 두 가지 조건의 실험적 열 통증에서의 진통 효과를 비교하였고, 두 조건 모두 무처치 대조군에 비해서 진통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생애 첫 포스터 발표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아쉬움도 있었지만,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컸습니다.



C-LSY 0059-title-05.jpg


2주간의 학회에서 세계 각국 연구자들의 연구 발표를 들을 수 있어서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실제 Amsterdam에서 진행되었다면 온라인과 달리 실제로 연구자들과 대면하여 소통할 수 있었겠지만,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학회의 생동감은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연구를 논문이 아닌 발표의 형식으로 듣고, 한 연구자의 연구하였던 길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점이 학회의 매력 같았습니다. 내년 IASP Virtual World Congress on Pain은 Toronto에서 진행됩니다. 2022년에는 오프라인으로도 연구자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가 가능하길 바라며, 참관기를 마칩니다.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