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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 (IASP)가 주관하는 19th World Congress of Pain (WCP)이 2022년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진행되었습니다 (https://iaspworldcongress2022.org/). 저는 운이 좋게도 올해 전 세계에서 7,000명 이상의 과학자, 임상가 및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이 모이는 가장 큰 통증 학회인 2022 World Congress of Pain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5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토론토에서 직접 보고 들으며 배울 수 있었던 저의 학회 경험을 한 편의 참관기로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인상적인 주제들과 현장의 분위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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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Y 0066-title-07.jpg Pain and Placebo


개회식 이전에 ‘Special Interest Group (SIG) Symposia’이 진행되었습니다. SIG Symposia는 본격적인 학회 시작 전에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본인의 주제에 대한 최신 연구를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석사 기간 동안 플라시보에 대해 연구를 하며 관심이 있었기에 ‘Pain and Placebo’를 신청하였습니다.


온종일 진행되었던 이 심포지엄에서는 플라시보 전문 연구자 12명의 강연과 질의응답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플라시보 연구를 많이 보고 공부해왔기에 익숙한 연구자들이 많았으며, 토론토에 와서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강연을 듣는 경험만으로도 콘서트에 온 듯 설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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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치료와 플라시보 현상에 있어서 환자의 기대감이 중요하다고 이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Rief 교수님의 ‘Changing Patient’s Expectation in Pain and Affective Disorders’ 강의에서는 환자의 기대감은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시킬 대상이라 하여 인상적이었습니다.


Social stereotype model에 따르면, 사회적 인지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따뜻함과 능력이라 하였습니다. 최근 그의 연구에서는 따뜻함과 능력이 둘 다 높은 군, 둘 다 낮은 군, 따뜻함이 높은 군, 능력이 높은 군으로 나눠서 환자의 기대감을 비교하였고, 연구 결과 따뜻함과 능력이 둘 다 높은 치료사에서 기대감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높은 공감 능력과 관심을 가진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면 치료 만족도와 진통 효과가 높게 나타나, 의사 자체가 마치 하나의 약물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환자의 기대감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고, 환자가 판단하는 의사의 따뜻함과 능력의 정도가 환자의 기대감에 관여하기에 임상 환경에서도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의에서 높은 따뜻함과 능력의 요소들에 대해 설명하셨습니다. 높은 따뜻함을 위해서는 의사가 “너”, “나”와 같은 단수 명사 대신 “우리”, “같이”와 같은 말들을 사용하며, 긍정적인 표정과 눈 마주침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높은 능력에서는 명확하고 확신을 주는 말투, 정확한 기전 설명, 높은 전문성 (긴 임상 경험, 전문성), 환자 말 받아 적기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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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Y 0066-title-07.jpg Translating Basic Models of Muscle Pain: A Focus on Sex Differences


둘째 날 워크숍에서는 근육 통증에 대한 성별의 차이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통증 유병률, 광범위 통증, 실험으로 유발한 통증, 통증의 강도, 통증으로 인한 기능 장애 등 모두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습니다. 심지어 같은 단계의 골관절염일 때도, 본인이 인지하는 통증의 정도는 여성이 높았습니다.


이런 차이에 대해 폐경 이후 통증이 감소하는 사례 등의 이유로 성별 간 통증의 차이를 성호르몬으로 이해하려는 연구가 많았습니다. 동물실험에서 난소 적출을 통한 진통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테스토스테론의 진통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많았습니다. 안드로겐으로 방향화된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쥐의 진통 효과를 야기하였고, 여성 쥐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상향 조절된 세로토닌 수송체를 감소시켜 진통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평소에 잘 아는 분야가 아니지만, 동물실험에서 호르몬 관련된 여러 실험 모델에 대해 배우며 근육 통증에서 성별 차에 대한 이유에 대해 고찰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침, 근골격계 통증 분야의 저명한 Helene Langevin 교수님께서 “그럼 통증의 차이는 결국 뇌에서 오는지, 근육에서 오는지, 둘 다 같이 관여해서 오는지?”라는 질문을 하였고 연자는 아직은 알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수많은 연구와 많은 임상 경험이 축적되어도 성별에 따른 통증 차이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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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Y 0066-title-07.jpg Neuroimaging of Pain and Affect: Pathways, Biomarkers, and Interventions (Dr. Tor Wager)


학회 4일 차의 시작은 Tor Wager 교수님의 Plenary session으로 시작하였습니다. 통증과 관련된 뇌의 회로를 이해하고 이용하여 통증의 생리학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음에 대해 발표하셨습니다. 작년 World Congress of Pain 2021의 우충완 교수님 발표에서 소개해주신 부분들도 포함되어 있어 낯설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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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연구에서 나타나는 통증과 정서에 특이적인 뇌의 패턴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통증과 관련된 뇌 영상 연구는 정말 많이 진행되어왔습니다. 그러나 많은 연구의 한계점으로 통증에 특이적인 활성화를 잡아내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습니다. 같은 Anterior Cingulate Cortex 일지라도 통증, 언어, 주의 등 여러 원인에 의해 활성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Neurologic Pain Signature라는 통증 관련 뇌의 여러 영역의 활성화 패턴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였으며, 이는 다양한 통증의 병리학적 기전 및 중재술의 효과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추가로 통증은 생물심리사회 모델임을 강조하며, 여러 심리적 치료법 또한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최근 연구의 Pain Reprocessing Therapy라는 기존의 인지 행동 심리 치료법을 활용한 만성 통증 치료법에 대해 소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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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Y 0066-title-07.jpg Basic and Clinical Research Exploring Acupuncture Therapy for Pain


한의학 전공자로서 가장 반가웠던 워크숍은 통증에 대한 침 치료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Claudia Witt 교수님께서는 ‘Effectiveness and cost-effectiveness of acupuncture for chronic pain’에 대해 발표하셨습니다. 효능 (Efficacy)와 효과 (Effectiveness)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효능은 이상적이고 통제된 환경에서 특정한 치료를 받았을 때의 이득의 정도이며, 그 예시로는 침 치료와 플라시보 침을 비교한 연구를 들 수 있습니다. 반면, 효과는 일상적인 진료 환경 등에서 나타나는 침 치료의 이득 정도로, 침 치료군과 평소 치료 유지군의 비교 연구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 침 치료 효능의 효과 크기는 작고, 침 치료 효과는 0.5 정도로 중등도의 효과 크기를 갖고 있습니다. 이 결과를 다시 해석하면, 침 치료의 특이적 효과는 작았으나, 평소 치료군과 비교했을 때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우세하였습니다. 침 치료는 또한 비용 효율적이며, 안전한 치료법으로 권고하였습니다.


다음으로는 Vitaly Napadow 교수님의 ‘Basic and clinical research exploring acupuncture therapy for pain’ 발표가 있었습니다. 침 치료의 요소는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전통 동아시아의학 의식 절차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 望聞問切), 이완 반응 (유침, 환자의 휴식), 체성감각 자극 (기계적, 온도, 전기적 자극)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의사-환자 관계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셨는데, 의사와 환자의 치료 상황을 두 대의 fMRI로 촬영하면서 치료 상황에서의 의사와 환자의 뇌 활성화 및 표정을 기록하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 의사와 환자 간의 뇌 활성도 및 표정의 일치 정도는 진통 효과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 (NICC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 Dr. Wen Chen께서 통증 분야에서 침 치료는 좋은 대체 의학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NICCH의 연구와 펀딩을 소개하였습니다. 관련 내용은 NICCH 홈페이지에서 더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NICCH 홈페이지 링크: https://www.nccih.nih.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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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Y 0066-title-07.jpg Sensory and emotional responses to deep pressure pain on myofascial trigger points (Seoyoung Lee)


비대면 학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포스터 발표에서 느꼈습니다. 저는 아시혈과 비아시혈 깊은 압력 자극에 대한 촉각 및 정서적 반응에 대해 포스터 발표를 하였습니다. 저의 연구를 직접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학회 기간에 정말 많은 포스터들을 보며 다른 연구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던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저의 연구에 애정이 있듯이, 수많은 연구자가 본인의 연구를 열성적으로 소개하는 모습에서 열정과 감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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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저의 첫 해외 대면 학회는 끝났습니다. 직접 사람들을 보는 것 외에는 비대면 학회와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였었는데, 직접 전 세계 연구자들, 임상가들을 마주한다는 의미는 정말 컸습니다. 학회의 연구 내용뿐만 아니라 발표 전달력이나 포스터 디자인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명한 교수님들과 같은 공간에서 직접 교류할 수 있다는 점과 젊은 연구자들과 함께 호기심을 키우며 알아가는 과정은 학회의 가장 큰 의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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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연구자들을 보며 교류를 해보니, 지금까지 막연히 연구자가 되겠다는 마음에서 나아가서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기회 같습니다. 제가 관심이 많은 통증과 플라시보를 주제로 하는 학회에 갈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저의 경험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참관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