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HR 0067-main.jpg



2022년 9월 19일 오후 8시, ‘Science Advances가 주목한 침 연구: 약물중독에 대한 침의 양방향 치료 기전’이라는 주제로 기초연구자와 임상한의사가 함께하는 2022년 경락경혈학회 온라인 학술 아카데미 3차가 Zoom으로 열렸습니다. 석사과정을 시작한 지 3주가 채 되지 않은 저는 학부생 때부터 존경해온 대구한의대학교 양재하 교수님의 발표를 듣게 되어 설레는 마음과 ‘과연 내가 연구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동시에 안고 Zoom 회의실에 접속하게 되었습니다.


C-JHR 0067-img-01.jpg



C-JHR 0067-title-01.jpg


C-JHR 0067-title-04.jpg  기초 연구 관점: 약물중독에 대한 침의 양방향 치료 기전


기다리던 오후 8시가 되자, 사회자 서수연 박사님의 간단한 소개 후에 1부 기초 연구 관점으로 양재하 교수님의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2021년 Neuroscience and Biobehavioral Reviews에 등재된 논문 “Bidirectional role of acupuncture in the treatment of drug addiction”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C-JHR 0067-img-02.jpg


본격적인 실험 발표에 앞서 약물 중독의 기전을 ‘보상-민감화 이론 (Incentive-sensitization theory)’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는 반복적인 약물 투여가 중변연계 도파민 시스템 (mesolimbic dopamine system)으로 하여금 약물이나 약물과 관련된 자극에 대해 과민성을 가지게 하고 그로 인해 약물에 대한 갈망과 중독을 일으킨다는 이론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코카인 중독 모델의 쥐를 대상으로 하여 실험군을 신문혈 (HT7), 대조군을 양계혈 (LI5)으로 나누어 침 치료를 시행하고 약물의 자가투여 횟수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하셨습니다. 지름 0.18mm, 길이 20mm 규격의 침을 사용하여 3mm 깊이로 각 군별로 해당 혈위에 자침한 뒤 1분 후 2초간 염전하는 방식으로 자극을 주셨습니다. 그 결과, 대조군인 양계혈 (LI5)에 침을 맞은 쥐나 침을 맞지 않은 쥐보다 실험군인 신문혈 (HT7)에 침을 맞은 쥐들의 약물 자가투여 횟수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기전은 복측 피개 영역 (ventral tegmental area)에서 GABA neuron을 활성화하여 mesolimbic dopamine system의 과민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C-JHR 0067-img-03.jpg


또한 신문혈 침 치료를 에탄올 중독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측좌핵 (nucleus accumbens)에 endorphinergic input을 활성화하여 mesolimbic dopamine pathway의 저활동성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금단 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양재하 교수님께서 강연해 주신 내용을 종합해 보면, 침의 양방향성 조절 기전으로 mesolimbic dopamine system의 과활동성과 저활동성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선행연구와 실험을 통해 설명하셨고 이것을 알코올 및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데 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C-JHR 0067-title-02.jpg


C-JHR 0067-title-04.jpg  임상 해석 관점: 임상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침치료의 양방향 조절효과


2부에서는 경희동주한의원 우현수 박사님께서 ‘임상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침의 양방향 조절 기전’이라는 주제로 발표해 주셨습니다. 먼저, 양방향성 조절의 적용이 가능한 혈자리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C-JHR 0067-img-04.jpg


대표적으로 수소음심경의 수토혈(兪土穴)이자 원혈(原穴)인 신문 (HT7), 수양명대장경의 원혈(原穴)이자 음양이총혈(陰陽二總穴)인 합곡 (LI4), 족궐음간경의 수토혈(兪土穴)이자 원혈(原穴)인 태충 (LP3), 족양명위경의 합토혈(合土穴)이자 육부하합혈(六腑下合穴), 육총혈(六總穴), 중풍칠처혈(中風七處穴), 회양구침혈(回陽九鍼穴)인 족삼리 (ST36)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박사님께서 직접 치료하신 임상 사례를 들어 소화계 질환, 순환계 질환, 신경정신과 질환과 신경계 질환 등으로 분류하여 설명해 주셨습니다.


소화계 질환에서는 내원 2주 전부터 증상이 있었던 68세 남성 변비 환자와 1~2일 전에 설사가 시작되어 약을 먹어도 낫지 않은 38세 여성 환자 각각에게 대장정격 (삼리, 곡지, 양계, 양곡)과 합곡, 태충을 공통으로 선택하여 치료하셨는데, 두 환자 모두에게서 증상의 호전이 나타났다고 하셨습니다.


C-JHR 0067-img-05.jpg


또 순환계 질환에서는 빈맥으로 두근거림과 흉부 불쾌감을 호소하는 65세 남성 환자와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64세 남성 서맥 환자에게 심정격 (소충, 대돈, 소해, 음곡)과 백회, 내관, 신문을 공통으로 선혈하여 치료한 결과 두 환자에게서 상기 증상들과 수면 장애가 완화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신경정신과 질환으로는 불안 장애를 앓는 40세 남성 환자와 우울감과 감정 기복을 호소하는 38세 여성 환자에게 백회, 내관, 신문, 합곡, 태충에 침을 놓아 치료하니 두 환자 모두 증상이 완화되었고 우울증 환자의 경우 대부분의 증상이 소실되었다고 합니다.


신경계 질환에서는 마비 환자를 통해서 양방향 조절 기전을 확인하셨습니다. 84세 여성 이완성 마비 환자는 상급기관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 후 증상 관리를 위해 내원하셨고, 63세 남성 강직성 마비 환자는 수년 전에 강직성 척추염 수술을 하고 재활치료를 하다가 내원하셨는데, 두 환자에게 백회, 견정, 곡지, 풍시, 삼리, 현종에 침 치료를 하여 증상이 완화되었다고 하셨습니다.



C-JHR 0067-title-03.jpg


이번 학술 아카데미에서는 기초 한의학적인 연구와 임상에서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된 사례를 통하여 침의 양방향 조절 효과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주제로 논문과 치험례를 공유해 주신 훌륭하신 연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직 뇌의 구조나 기전을 완전히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표 중에 교수님 논문의 배경지식이 되는 부분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기초 지식이 있는 상태로 학술 아카데미에 임했더라면 발표 후에 질문을 통해 추가적인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오히려 공부에 대한 의지가 불타오르고 더욱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1년여의 짧은 임상 경험을 마치고 이제 막 기초 한의학 연구의 출발선에 서서 첫걸음을 뗀 지금, 새로운 공부에 대한 기대로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공부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덜기 위해, 2022년 경락경혈학회 온라인 학술 아카데미 3차 참관기를 마치며 저의 신문혈을 꾹 한 번 눌러봅니다.



© KMCRIC 학회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