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교수
  •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Korea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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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83 경희대학교대학원 한의학과 석사 졸업 (본초학)

1986 경희대학교대학원 한의학과 박사 졸업 (본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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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현재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2006~2010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장

1993~1997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장

1984~1992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1992~2016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

2006~2013 대한발효한약학회 회장

2011~2012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한약재평가기술과학화사업 관리단 단장

2001~2012 (사)우리한약재살리기 운동본부 상임대표

2009~2011 식품의약품안전청 한약발전정책자문단 단장

2005~2006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보표준화 위원 및 한방용어분과 위원장

2004~2006 보건복지부 예산자문위원회 위원

1994~2006 대한한의학회 이사

1999~2005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 한의사 시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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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교수님께서 현재하고 계신 연구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1.

한약재의 정확한 기원을 규명하고, 기원 식물이나 동물의 차이에 따른 정확한 임상 사용의 근거에 대하여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귀(當歸)와 독활(獨活)처럼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사용하는 한약재가 기원 식물이 다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처방에서는 같은 이름으로 사용하는 데 실제로 사용하는 약재는 다른 경우인데, 이처럼 다양한 기원 식물을 가진 약재의 감별 방법을 제시하고, 효능의 차이를 연구하여 임상에서 적절한 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같은 기원 식물이라도 재배방법과 채취 연한 및 시기, 가공방법에 따라 효능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한약재의 기대효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한약재의 규격 평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국산 한약재를 중심으로 재배방법, 채취 연한 및 시기, 가공 방법 등의 차이에 따른 규격 평가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Q2.

교수님께서는 ‘치자(梔子)의 규격 기준 모니터링 및 HPLC 표준 크로마토그램 연구, 천궁(川芎)의 품질 평가를 위한 유효성분의 함량 분석, 산초(山椒)의 기원(基原) 식물과 이물(異物) 규격에 관한 연구’ 등 한약재 품질의 규격화, 상향 평준화를 위한 연구를 많이 하시고 계시는데 이러한 연구를 시작하신 계기와 연구의 필요성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A2.

치자의 규격 기준과 천궁의 품질 평가에 대한 연구는 제가 사업단장으로 수행한 '국산 한약재 규격 재평가 연구 사업단'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한약재 품질관리의 주무부서인 식약처의 '국산 한약재 규격 재평가 연구 사업단'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7개 기관이 참여하여 수행한 과제인데, 이 연구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의원과 한약국, 그리고 제약회사 등에서 사용하는 모든 한약재는 보건복지부의 고시인 '한약재 수급 및 유통 관리 규정'에 의해서 반드시 한약재 제조회사, 즉 제약회사에서 만든 한약재 규격품으로 유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규정은 우리 국내 농가에서 재배한 국산 한약재의 경우는 제약회사가 아니더라도 재배한 농가에서 직접 포장해서 판매와 유통할 수 있도록 단서 조항으로 허락을 했는데, 이는 영세한 국산 한약재 재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2011년부터는 이 단서 조항을 없애고, 국산 한약재도 반드시 제조회사에서 만든 한약재 규격품만 판매 유통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국내 농가에서 재배한 국산 한약재도 농민이 직접 포장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고 제조회사에서만 품질관리를 엄격히 한 후 규격품으로 만들어 판매 유통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국산 한약재도 지표 성분이라든지, 농약과 이산화황 등 잔류 물질을 검사해야 하고, 수은, 납,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도 측정해서 안전한 한약재로 검증되는 절차를 받도록 품질 관리를 하게 되었는데, 품질관리 과정에서 국산 한약재가 회분 함량이라든지, 지표 성분 등에서 부적합 품이 많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원칙대로 재배하여 가공한 것인데도 부적합 품이 나오니 항의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이유를 검토해보니 같은 기원 식물의 약재라도 재배지의 기후와 토양의 차이, 재배방법, 채취 시기, 가공방법 등에 따라서 품질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약재의 품질규격은 공정서 즉 '대한민국 약전'과 '대한민국 약전 외 한약(생약) 규격집'에 따라 관리되는데, 그동안은 주로 일본 약국 방과 중국의 약전에 의해서 정해진 규격을 많이 인용하였고, 국내에서 연구한 것도, 연구 시료가 주로 수입한 약재를 중심으로 연구하였기 때문에 순수하게 국내에서 재배한 한약재를 대상으로 한 규격 연구는 없었기 때문에 국산 한약재의 품질규격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다량 재배하고 있는 당귀, 황기 등 50종의 한약재를 선정하여 품질 규격을 재평가하여 연구 사업의 결과를 가지고 공정서를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수정하여 우수한 국산 한약재의 품질을 관리하게 된 것입니다. 이 가운데 치자의 품질규격은 전통적으로 햇볕에 말린 방법과 건조기에서 증숙 건조한 것에 따른 품질 차이를 검토하였고, 천궁은 기원식물인 일천궁과 토천궁, 그리고 각각을 가공방법인 세척 건조와 열수탕침 건조의 차이에 의한 품질 차이를 검토한 연구 결과입니다.


'산초(山椒)의 기원(基原) 식물과 이물(異物) 규격에 관한 연구'는 한의학 임상에서 한의사들이 사용하는 한약재의 정확한 사용을 위하여 연구한 논문입니다. 한의사들이 연구를 많이 한 좋은 처방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처방을 만들었어도 사용하는 한약재가 일정한 품질을 갖지 못하고 있으면 처방이 빛을 바라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산초는 껍질 속에 씨가 들어 있는 한약재인데, 대한민국약전에는 씨를 이물로 규정하고, 20%가 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물이 20%라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물이라면 약재로 사용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2%에서 5% 정도로 정해지는데 산초는 무려 20%나 되는 것입니다. 산초는 중국의 사천요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인데 우리가 고추처럼 매운맛을 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처럼 중국요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향신료입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산초의 95%가 식용 향신료로 사용되고 한약재로는 불과 5% 정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향신료로 사용할 때는 씨는 사용하지 않고 산초의 열매껍질만 사용합니다. 산초의 열매껍질은 비위의 한습(寒濕)을 없애주는 온중산한(溫中散寒)을 시켜 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식용 향신료로 많이 쓰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산초의 효능 가운데는 온중산한 작용 이외에 이수소종(利水消腫), 정천화담(定喘化痰) 하는 효능과 명목(明目) 하는 효능도 있습니다. 이런 효능은 산초 열매껍질의 효능이 아니라 초목(椒目)이라고 불리는 산초 씨의 효능입니다. 산초 열매껍질과 산초 씨의 효능이 구별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의학 임상에서 산초가 사용되는 처방의 상당수는 산초 열매껍질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보다는 방기초목정력대황환(防己椒目葶藶大黃丸)처럼 초목, 즉 씨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산초 씨가 한의학 임상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이물 규격을 20%까지 정한 것이라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산초가 포함된 처방을 사용할 때는 산초의 열매껍질인지, 씨인지 구별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초와 같이 부위별로 구별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는 한약재로는 연자(蓮子)라는 약재가 있습니다. 연자는 다시 연자육(蓮子肉)과 연자심(蓮子心)으로 구별되는데, 연자심은 배아(胚芽) 부분으로 맛이 쓰기 때문에 보통 식용으로 할 때는 연자심을 제거하고 연자육을 사용합니다. 지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연자는 대부분 배아가 제거된 연자육의 상태입니다. 연자의 효능은 비위(脾胃)의 기를 보하는 작용과 청심(淸心)하는 작용이 있는데, 연자육은 비위의 기를 보하고 삽정(澁精)하는 작용이 있고, 연자심은 청심하는 작용으로 구별됩니다. 그런데 실제 한의학 임상에서 연자가 쓰이는 처방은 청심연자탕(淸心蓮子湯)이나 청심연자음(淸心蓮子飮)처럼 청심을 주로 하는 처방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연자심이 포함된 통 연자(蓮子)를 사용하여야 하는데, 시중에는 통 연자가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아무리 좋은 처방을 작성해도 약재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약재의 품질 규격은 기원과 가공방법, 채취 시기 등에 따라 정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고, 한의사들은 적합한 한약재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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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교수님께서는 한약재 감별 관련 저서들을 집필하시고, 관능검사 지침 제정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약재는 기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감별검사가 유통되는 한약 품질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원이 적절치 못한 한약재나, 가짜 한약재가 유통되는 것을 막는 방안(제도적 보완)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3.

앞에서 이야기 드린 대로 정확한 한약재를 사용하여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사용하여서는 안 될 위품이라든지, 품질 규격에 미달하는 한약재, 농약이나 중금속에 오염된 한약재 등을 사용한다면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볼 수가 없으며, 한약재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릴 수가 있습니다. 한약재의 품질관리 기본은 대한민국 약전과 대한민국약전외한약규격집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공정서는 매우 난해하게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식약처에서는 수입 한약재를 비롯하여 한약재 감별을 할 때 보다 객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약재 실물도감인 '한약재 관능검사 해설서'를 만드는 연구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연구사업 책임을 맡아 '한약재 관능검사 해설서'가 발간되어, 한약재 관능검사 현장에서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원이 적절치 못한 한약재나 가짜 한약재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수입 한약재는 수입되어 세관을 통과할 때 관능검사 위원들이 정확한 지식으로 엄정하게 판정할 필요가 있고, 제약회사에서는 공정서에 따라 정확한 품질관리를 한 후 한약재 규격품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한약재 관능검사 위원분들이 전문적인 감별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현재는 수입 단계에서 부적합 품은 대부분 차단되고 있어 한약재의 품질이 5년 전이나 10년 전 보다 상당히 우수한 품질의 한약재가 수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알게 모르게 부적합 품이 유통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제조회사가 책임을 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한약재를 제조회사에서만 제조하여 유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한 것은 제조회사가 책임을 지고 정확한 품질관리를 하여 불량한 약재를 근절하라는 것입니다. 공정서에서 정한 한약재의 품질 규격은 최소한의 규정입니다. 우리나라 제조회사들은 공정서에 정해진 최소 규정을 지키기에 급급한 면이 아직도 있습니다마는, 일본의 제약회사처럼 공정서의 규정에만 급급하지 않고 더욱 품질이 우수한 한약재를 만드는 장인 정신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Q4.

현재 연구하고 계신 분야의 한계는 무엇인지, 향후 연구 방향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과학자로서 연구 활동 중 아쉬운 점이나 우리의 연구환경 개선에 관한 의견 있으시면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A4.

제가 연구하고 있는 한약재의 품질관리 부분은 한약재 연구 가운데 가장 기초가 되는 소재(素材) 부분 연구입니다. 요즘 천연물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 생리 활성 성분을 찾아내고 효능을 규명하는 연구입니다. 정부나 산업체에서 지원하는 연구비는 산업화, 경제성 등을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구비가 생리 활성 성분과 효능, 그리고 제품 개발을 연구하는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당연히 천연물을 연구하는 많은 분이 그쪽에 치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천연물 연구의 기본은 정확한 소재를 사용하여야 하므로 한약재 품질관리 연구도 누군가는 계속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5.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5.

지금 한의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모두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한의과대학 학생들도 장래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지금 미래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가 펼쳐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2000년 이상 축적된 한의학의 자산은 앞으로도 결코 소멸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극복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배부른 사자는 더는 사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현 상황을 만족하고 있다면 발전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현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오히려 여러분이 해결하고 수행하여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한의과대학 학생 시절부터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고, 연구자로 필요한 기초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관심 부분의 롤모델을 설정하여 지도를 받을 필요도 있으며, 영어와 중국어 같은 어학을 소홀히 하여서는 안 됩니다. 롤모델은 단순히 한의계 선배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융합학문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한의학과 접목하여 활동하는 타 영역의 분들까지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Q6.

마지막으로 미처 다하시지 못한 말씀이나 KMCRIC에 바라시는 점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A6.

KMCRIC 홈페이지에 들러 보았더니 젊고 유능한 교수님들의 인터뷰가 많이 있더군요.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인터뷰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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