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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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과 졸업

1998 대구한의대학교대학원 한의학과 석사 졸업 (한방병리학)

2001 경희대학교대학원 한의학과 박사 졸업 (한방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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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현재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응용의학부 교수

2008~2013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부교수

2007~2008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과 조교수

2005~2007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과장

2004~2007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병리학교실 조교수

2002~2003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예과장

2002~2004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병리학교실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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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신상우입니다. 지금은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장을 맡고 있고 부산대학교에서는 교학 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대구 토박이에 대구한의대 90학번으로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기초한의학교실에 남는 분들이 별로 없어서 ‘나라도 기초 분야에 남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기초한의학을 전공했습니다.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에 실험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그때 1990년에 만들어진 의학 교육잡지를 봤어요. 제가 그쪽에 관심을 가지니까 다른 사람들이 “너는 실험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이상한 데 관심을 두냐”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웃음)


이 우연이 이어져서 2002년 대구한의대학교에 발령을 받고 2004년에 교육 과정 개편을 맡게 됐어요. 그 후 2006년 8월에 ‘국립 한의전 설립 연구’에 참여를 했습니다. 저는 말씀드렸듯이 대구 토박이라 사실 부산대에 올 생각이 없었는데, 부산대 교수님들이 “이걸 짠 놈이 있어야 한다.”라고 계속 말씀하셔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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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과 과정 중 눈에 띄는 과목이 ‘현대사회와 한의학’인데, ‘의료인문학’과 동일한 과목인가요?


네, 그게 인문사회의학입니다. 부분집합관계로 볼 때 인문사회의학 안에 의료인문학이 있습니다. 인문학은 문, 사, 철인데 인문사회의학이라는 것은 의료사회학이나 예방의학의 역학이라는 분야와 같이 인체와 외부조건의 상호관계에 대한 학문입니다. 보통 의과에서는 Patient Doctor Society (PDS) 환자-의사-사회 과정이라고 합니다. 너무 똑같이 이름을 붙이기보단 한의학의 현대화를 한다는 의미로 ‘현대사회와 한의학’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제가 2007년에 6년 교육을 4년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시수 확보와 관련해 공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중요한 과목들을 줄이고 이 과목을 넣었다고요. (웃음) 그래서 해결방법으로 통합강의를 도입했습니다.


Q3.

부산대의 통합강의는 기존의 강의와 어떻게 다른가요?


첫째, 수업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둘째, 학생 중심의 교육을 할 수 있어요. 기존 교육 커리큘럼은 연구자 중심이잖아요. 내가 연구한 걸 그대로 학생들에게 노출한다는 관점이죠. 이걸 교육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학생의 인지 과정에 맞도록 교육을 노출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가졌어요.


기존의 과정을 다시 보면, “구조 (해부) 잘 가르쳤지, 기능 (생리) 잘 가르쳤지, 비정상 (병리) 잘 가르쳤지, 약의 반응 (약리) 잘 가르쳤지, 그러니까 임상 과목에서는 알아서 잘 종합해 활용하세요.”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해부학을 자세히 보니까 근골격계, 호흡기계, 순환기계, 소화기계, 감각기계 등 체계적으로 나뉘어 있고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도 마찬가지예요. 그럼 횡적 구조를 종적으로 짜보자 한 거죠. 이것을 ‘연구 단위와 교육 및 학습의 단위를 분절시켰다.’라고 표현해요. 현재 보통 한의대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은 연구, 교육/학습, 수련의 및 전문의 시험까지의 모든 단위를 일관 체계로 보는 거예요. 그럼 해부학교실을 없애야 하나요? 그런 게 아니라 연구는 하던 대로 하고, 대신 학생들에게 노출할 때 다른 방식을 차용하는 것이죠.


호흡기계를 예로 들어 봅시다. 해부학에서 허파와 허파꽈리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생리학을 배울 때 “허파꽈리의 기능은 이렇습니다.”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에요. 보통 교수님들이 “해부학에서 이런 걸 배웠죠?”라고 하시며 허파, 허파꽈리에 대한 얘기를 슬라이드로 쭉 보여주면 학생들은 “아니요, 안 배웠어요.”라고 얘기하죠.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에요. 진실은 배우긴 배웠다는 겁니다. 어떻게 다 기억해요. 잊어버릴 수도 있죠. 하지만 일단 안 배웠다고 해야 진도가 느리게 나가니까 안 배웠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죠. 그게 학생 심리예요. 제가 다시 의전원에 학생으로 가도 똑같이 그럴 거예요. 그래서 이런 introduction을 빼면 30%를 줄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다 묶어버리면 너무 복잡하니 기초는 기초끼리만, 임상은 임상끼리만 통합강의를 하자, 이걸 소위 ‘수평통합’이라고 해요. 그래서 한의전 교과 과정을 보면, 해부학과 생리학은 ‘인체의 구조와 기능’이라는 과목으로, 그다음 병리학, 약리학, 미생물학은 ‘인체의 반응과 질병의 원리’로 묶어놓은 거예요. 기초는 기초끼리만 묶고 임상은 임상끼리만 묶는다고 해서 수평통합이라고 합니다.


Q4.

수평통합이 있으면 수직통합도 있을 것 같은데요?


최근 많은 의과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방법이 ‘수직통합’이에요. 기초부터 임상까지 한 번에 묶어놓은 것이죠. 즉,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진단학, 임상교수가 차례대로 들어와서 ‘호흡기계’라는 통합강의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직통합에서 어떤 계통을 먼저 노출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문제에 대해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연구해 놓은 게 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호흡기계, 순환기계를 가장 중요시하고 처음에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아무래도 학생들이 outline을 먼저 그리는 것이 좋으니 근골격계, 소화기계를 먼저 배우고 그다음 다른 것을 하는 추세로 가고 있어요. 전체 구조를 먼저 그린 다음, 소화기계가 입부터 항문까지 쭉 연결되어있으니 먼저 하고, 그다음 횡격막 위의 부분 등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점이 나타나요. 학생들이 계통별로는 잘 아는데 결국 계통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사고는 안 된다는 문제입니다. 앞에 2년간 근골격계를 배웠지만, 그 이후 수많은 시험을 통과하고 나니 앞에 배운 근골격계를 잘 모르는 상태가 되는 거죠. 그리고 특정 질병에 대해 무슨 계통인지 명확하게 알려주면 ‘그렇지’라고 사고를 하는데, 예를 들어 ‘가슴이 아파요’라고 하면서 주소증으로 온 환자를 보여주면 이게 호흡기계의 문제인지, 순환기계의 문제인지, 소화기계 문제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접근을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


Q5.

‘연애를 책으로만 배웠어요.’랑 비슷하게 ‘의학을 책으로만 배웠어요.’의 느낌이네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나온 개념이 Problem Based Learning (PBL), Clinical Performance Exam (CPX)이에요. ‘26세 여자 환자가 가슴이 아프다며 내원했다.’ 이 한 문장만 주고 학생들에게 스스로 공부해서 가설을 세우고 치료 계획을 세워보라는 거죠.


아무리 선진 교육 과정이라도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학생들끼리 토론을 통해 진행하려면, 첫째로 자발성이 위주가 돼야 하고, 둘째로 소통이 잘 돼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의료계 학생들은 강의실에 쫙 앉아서 강의 듣고 암기해서 혼자 독립적으로 학습해온 학생들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토론하라고 하니 창피해하더랍니다. 또 학생들이 처음에는 활발하게 하다 보니 학습과제가 많이 도출되어 공부량이 많아지는 걸 알게 됐어요. 열심히 할수록 더 힘들어지니 가면 갈수록 얕게 토론을 진행하는 거죠.


거기에 결정적인 문제가 교수들도 학생들을 미덥지 않다 보니 월화수목은 PBL 위주로 하고, 금요일 한 번은 이걸 정리해주는 강의를 했어요. 그러니 학생들은 ‘강의가 더 좋다.’고 하는 거죠. 한글 자료가 아무래도 부족하고 대부분 영어로 봐야 하는데 영어에 아무리 도가 텄다고 해도 모국어보다 3배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러니까 점차 강의에 자꾸 의존하게 되면서, 앞의 수업이 무너지게 되는 거죠.


Q6.

자발적인 학습 의욕이 없는 사람들이 많으면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여기서 조금 더 변형된 형태가 Flip Learning이에요. 기존의 교육 내용을 인강으로 대체하고 수업 때는 PBL을 하는 것이죠. Flip Learning은 Pre-class, In-class, Post-class로 나뉩니다. Pre-class에서는 인강으로 기본 지식을 제공하고, In-class에서는 인강에서 제공한 지식을 바탕으로 case에 대해 서로 협동하며 풀어가게 합니다. Post-class는 한마디로 포트폴리오예요. 교수가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이죠. 즉, ‘이 학생은 암기 용어나 개념에 대해서는 잘 활용하지만, 해석능력은 떨어지는 것 같다.’, ‘이 학생의 경우에는 뭘 좀 많이 알긴 아는 것 같은데 소통은 잘 안 된다.’라는 식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거죠.


면역학으로 예를 들자면, 기존의 PBL은 아무것도 모르고 문제에 접근했다면, Flip Learning은 면역학에 대한 기본강의를 듣고 난 다음 문제를 주고 이것이 면역 중에서도 어떤 부분이 잘못된 환자일 것인가를 추적하게 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영어로는 Case Based Learning (CBL)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PBL이니까 그렇게 부르기도 해요.


지금 의과대학의 경우에는 2025년경에 이런 형태의 인강을 공통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어요. 용어보다도 우리가 개념과 원리를 위주로 하여, 이게 왜 이렇게 발전을 해 가는지 그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Q7.

다른 학교에서도 통합강의를 도입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통합강의의 또 하나의 중요한 전제가 있어요. 바로 교수가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교실만 많아요. 서울대나 연세대의대만 하더라도 기초의학인 해부/생리/병리/약리/생화학 등 7개 과목의 교실, 그리고 의학교육학교실 등을 포함해서 많아 봐야 10개가 넘지 않아요. 그런데 한의대는 기초의학을 다 쪼개놔서 원전/의사/생리/병리/예방 등 기본 10개에 양방을 따로 해서 원광대의 경우는 약 15개 정도가 있어요. 교수가 많으면, 분야를 쪼개놔도 무엇이 문제가 되겠어요? 그래도 경희대는 교수 수가 많은 편이지만, 다른 한의대의 경우는 교수 수는 부족한데, ‘교실’이 아니고 다 ‘교수’에요. 즉 ‘나 홀로 교실’. 교수들이 “생리학교실 주임교수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지만, 주임교수이면 밑에 부임교수나 평교수가 있어야 하는데, 혼자 있으면서 주임교수라니요. 그냥 ‘생리학 전공 교수’인 거죠.


게다가 기초는 15개 정도로 나눠놨는데, 임상은 몇 과목 되지 않아요. 8개 전문분과에 간·심·비·폐·신으로 나눠도 12개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양방의 경우 기초는 한 6~7개에 임상은 공식적으로만 26개입니다. 다른 배경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난다고 말할 수 있어요. 다만, 모든 것을 다 이해하길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저는 이야기해요. 왜냐하면 다 이해하고 나면 아무것도 바뀔 것이 없잖아요.


Q8.

교수님께서 관여하신 교수학습 평가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세요.


교육 과정 연구라고 하면 보통의 한의대 교수들은 ‘교육 과정표’ 만드는 걸 생각해요. 솔직히 1주일이면 표를 다 만들죠. 그런데 중요한 건 딱 맞는 항목이 있잖아요. 의대 교수들은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OSCE)같이 ‘평가표’를 중요시해요. 이런 것을 교수학습 평가법이라고 합니다.


이제 교수의 역할이 변하고 있어요. 과거의 교수는 강의하는 사람이었어요. PBL 도입 이후에는 학생들의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촉진자의 역할이 강조되었습니다. 요즘에는 평가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요. 평가가 교육을 정의한다고 하죠.


Q9.

강의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 즉 ‘이 부분에서는 강의를 어떻게 하고, ppt를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자료를 개발하신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건 따로 없어요. 대신에 여러 논문에 흩어져 있는데, 통상 한 15분마다 하나의 주제, 하나의 학습 목표가 계발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 건 의학 교육이 아니더라도 교육학에서 학생들에게 사전 질문을 통해서 전에 학습했던 것을 한 5분 동안 짚고 넘어가고, 그리고 15분 단위마다 어떻게 강의를 할지, 강의 자체를 설계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잘 못 하죠. 노동력이 많이 드니까요. 여하튼, 의학교육에도 같은 게 있어요.


Q10.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 과정, 혹은 한의사의 기본 역량 모델이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의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임상실습을 지금보다 많이 해야 하고, 의생명과학 교육도 늘어야 하고, 한의 기초는 효율화해야 해요. 의료인문학도 지속해서 배치를 해야 하고요. 저는 이게 표준모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걸 의과대학 교수에게 보여줬더니, 지금의 의과대학 모형과 똑같다는 거예요. 제가 의도한 바가 이겁니다. 의대랑 똑같이 가자고 하는 거죠. 그런데 그 의대 교수는 만족하지 못하죠. 왜? 그 사람들은 이미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의대 교수의 입장에서 우리를 보면 ‘왜 5년 전 거를 하고 계세요?’ 이런 느낌이죠. 그렇다고 해서 2030년까지 혁신안으로 하버드가 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는 ‘하버드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2025년까지 달성목표를 지금의 의과대학의 모형으로 가자고 하는 거죠. “그래도 의대보다 10년 늦잖아. 아니 어차피 하버드도 국내하고 10년 차이인데.”라고 말하면 맨날 하버드 좀 보지 말라고 얘기해요. 다들 겉멋만 들어서 “하버드는 어떻고, 존스홉킨스는 어떻고”하는데 다 안드로메다 얘기입니다. 국내 의대 중에서도 서울대, 연세대 말고 다른 의대 모형을 가지고 와서 해도 돼요. 아니 왜 40개 의대 중에 상위 10개를 따라가려고 그래요. 상위 의대 20개 정도는 우리가 그대로 따라 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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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장이시자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커리큘럼을 만드신 신상우 교수님으로부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한의학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답답했던 한의대 교육의 현실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말씀처럼 다 이해하고 나면 바뀔 것이 없기 때문에, 현재에 안주해서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삼 교육 과정 개편을 위해 애쓰시는 교수님들과 전국 한의과대학 교육위원회 분들께 감사함을 느끼며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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