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교수
  • 요코하마약과대학 한방약학과/한방치료학연구실, Japan
  •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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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1986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 일본 기타사토대학 임상약학과 박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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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요코하마약과대학 한방약학과/한방치료학연구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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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성준입니다. 저는 재일교포입니다. 고등학교까지 일본에서 공부했고, 한국으로 건너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약사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기타사토연구소, 테이쿄약과대학, 메이지약과대학을 거쳐 현재 요코하마약과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Q2.

재일교포로서 한의과대학에 진학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한약을 많이 먹었어요. 아버님께서 한국엔 한의약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한의과대학이 있다고 하시면서 일본 대학교보다는 그곳으로 진학하면 괜찮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당시 한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재일교포 친구들은 의대나 치대를 간 친구들이 많았고, 한의대를 간 친구들은 별로 많지 않았지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제가 한국어를 잘 못했습니다. 지금도 잘은 못하지만요. (웃음) 그래서 한국에 들어가서 1년 동안 재외국민 학생들이 다니는 어학당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Q3.

한의과대학 졸업 후에 다시 약대를 가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의대 졸업 후에 일본에서 한의사로 일하려 했더니 일본은 한의사 자격이 따로 없어 의료 활동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의대나 약대로 편입을 고민하다가 약대로 편입을 했습니다. 일본의 제도상 약국에서 한약을 취급할 수 있으니 한국의 한의원이랑 비슷한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은 게 처음 생각이었어요.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77학번으로 졸업한 후, 다시 경희대학교 약대에 2학년, 83학번으로 들어갔어요.


Q4.

약대 졸업 후엔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졸업 후 일본에서 약사 자격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일본에서는 기타사토연구소가 유명한 기관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나라와는 약간 다른 일본 한방 스타일을 좀 배우고, 약국을 개업해 한방을 중심으로 영업을 할까 하는 계획을 가지고 기타사토연구소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3년 사이에 선배들이 다 나가버렸어요. 싸워서 나간 건 아니고요. (웃음) 독립해 개업한다든지, 결혼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선배들이 나가면서 제가 가장 높은 위치가 되어 버렸어요. 그렇기에 그만둘 수 없어서 22년 정도 계속 일을 했죠.


그 사이, 일본 약대가 4년제에서 6년제가 되었어요. 4년제 때는 한방 과목이 정식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이었죠. 그런데 6년제가 되면서 정식 과목이 되었어요. 그러니 한방 과목을 가르칠 교원이 필요했죠. 그래서 여러 가지 분야에서 한방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약대 교수가 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도 기타사토연구소에서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배운 것들을 약대 교육에 적용해 보고자 요코하마약과대학 교편을 잡았어요.


사실 그전에도 테이쿄약과대학, 메이지약과대학 등에서 정식 교수가 아닌 강사로 출강을 하긴 했었어요. 그것보다 더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요코하마약학대학으로 옮기게 되었어요.


Q5.

한국에 유학을 올 때부터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계획을 하셨던 건가요?


그렇죠. 가족이 모두 일본에 있었으니까요. 당시 한국 친구들은 한의사가 잘나가니까 한국에서 살라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저는 일본에 가서 한방 의료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일본은 한의학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죠. 중의학과 비슷한 아류의 학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관심도 없었고요. 그 당시 기타사토연구소에 들어가서 보니 한의학에 대한 오해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대한한의학회 회장인 동국대학교 김장현 교수와 상의를 해서 일본동양의학회와 교류의 끈을 이어줬습니다. 그 전엔 일본에선 중의학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일본동양의학회와 대한한의학회의 인적교류가 그때 비로소 시작되었어요. 이번 일본동양의학회 마지막에 하는 한일 심포지엄도 그 당시 시작된 겁니다. 당시 김장현 교수님이 ‘중국뿐 아니라 양의사가 한방을 주도하는 일본과도 교류해야 한다.’는 훌륭한 생각을 하신 거죠. 지금은 한국 한의사제도와 한의사가 침과 한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사라는 것을 대부분의 일본 의사들이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 홍보 역할을 했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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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교수님의 주요 연구 분야가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한방 조제에 관련된 생약의 본질, 혹은 복약지도 같은 것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타사토연구소에서 일했을 때 가장 처음에 가졌던 의문은, 환자에게 한약에 관해 설명했을 때, 일본 사람들은 탕제 혹은 한약을 먹었던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부터 온 국민이 한약에 대해 다 알고 있으니 그렇지 않지요. 하지만 그 당시 일본은 아직 양방 중심이라 상황이 달랐어요. 지금은 이렇게 널리 이용되지만, 당시는 아직 특별한 치료기관에서밖에 한약을 취급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한약 맛을 설명해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탕약을 처방했을 때 맛이 없어서 못 먹어요. 양약은 시럽제로도 먹을 정도로 맛을 생각해서 만드니, 한방에서 쓴맛도 약효라고 생각하는 점과는 다르죠. 그러니 '우리가 내주는 약이 어떤 맛입니다'라는 것을 가르쳐줘야 해요. 이건 같이 일하는 약사들도 잘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맛에 대한 설명의 필요성을 느끼고 탕약을 달여 앙케트 조사를 통해 오미 (시다, 쓰다, 달다, 맵다, 짜다)로 객관화시켜서 환자에게 한약을 처방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했지요.


그리고 약을 달일 때 생약의 추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연구합니다. 대추를 예로 들면, 지금은 일본에서 대추를 편으로 잘라 사용해서 문제는 없는데, 한국은 아직 대추를 그대로 넣지요? 대추를 그대로 넣는 것과 쪼개서 넣는 것은 진액량이 달라질 거예요. 또 의이인은 피부 질환 환자에게 많이 가미가 되는 약재입니다. 그런데 그대로 넣으면 딱딱해져서 실제보다 많이 넣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분말에 가깝게 분쇄한 것과 생약을 비교했지요.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다용되는 석고에 대해서도 똑같은 연구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생약의 보관과 관리법에 대해 연구합니다. 생약은 잘못 보관을 하면 쉽게 변질됩니다. 대표적으로 방풍통성산에 활석, 창출 등을 넣어 놔두었더니 활석이 보라색이 되어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환자한테 “약이 보라색이 되었는데, 이거 괜찮은 것이냐”는 질문이 오기도 해 그런 것을 조사해요. 결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대답할 수 있었는데, 이는 창출의 유데스몰 (eudesmol)이라는 정유 성분이 흡착되어 변색이 된다는 사실을 연구로 증명했기 때문이죠.


또한 약재의 추출 시간 및 용매에 따라 어떻게 추출 결과가 달라지는지를 연구합니다. 예를 들어 미네랄워터가 보편화된 지금과 달리 일본은 그 당시에 미네랄워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럼 환자가 “미네랄워터로 달여도 되냐”고 질문을 해요. 그래서 성분이 조금씩 다른 미네랄워터 7~8종류를 사다가 실험을 했지요. 그랬더니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것은 특히 문제가 생기더군요. 실험 이전에는 환자가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할 수 없었어요. 모르니까. 하지만 실험을 하여 나타나는 결과로 “미네랄 성분이 많은 것으로는 사용하지 마세요. 음료수와 비슷한 성분 정도라면 문제없습니다.”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게 되었죠.


이렇게 약학 교수로서 환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앙케트로 알아보고, 또 어떤 부작용이 많았는지에 대해 조사하여 한방의 임상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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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교수님께서는 한국의 한의학과 일본의 한방 의학을 모두 아시는데, 양자 간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


비슷한 점도 물론 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의료용 한방제제 148개 중에서 절반 이상이 <상한론 傷寒論>, <금궤요략 金櫃要略>에서 기원한 제제들입니다. 이를 통해 일본에서는 <상한론>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기타사토연구소에서 배웠습니다. 그러나 소아과 약이나 소도제는 후세방이 더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종류도 많아요. 물론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후세방을 즐겨 쓰는 분들이 계십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경옥고는 일본 약국에서도 인기가 많아요.


또한, 한국에선 한약을 보통 탕약을 통한 원내처방을 하는데, 일본에선 엑기스제 형태의 보험 제제를 사용합니다. 보험청구를 해야 환자들의 수요가 있고 탕약은 원가가 비싸 효율적이지 못해 많이 쓰이진 않습니다. 다만 기타사토대학병원의 한방에 자신이 있는 몇몇 선생님들은 적자를 감수하고 자비로 탕약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가로 침술에 대해 말하자면, 일본은 침구사가 따로 있습니다. 관련 대학, 전문학교, 학회가 있는데 규모가 꽤 큽니다. 의사도 침술을 쓸 수 있으나 기술을 익히는 게 힘들어서 보통 직접 사용하진 않습니다. 몇몇 분은 직접 침술을 수련해서 쓰시긴 하지만 대체로 침구사를 고용합니다.


Q2.

일본동양의학회 (JSOM)의 포스터 발표를 보다 보니 옛날 한방의 고유 이론을 이용해서 약을 써보았다고 하는 경우가 있고, 특정 질환-특정 처방의 관계가 알려진 경우엔 그런 걸 안 따지고 약을 쓰는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이런 방향성이 양립하는 편인가요?


일본은 의사들이 한약을 쓰지만, 그것에 대한 교육이 충분하진 않아요. 그래서 처음에 약을 쓸 때 병명 치료를 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험청구도 그렇게 해야 인정되고요. 일본은 이처럼 병명 치료가 먼저고 나중에 한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공부를 하면서 일본동양의학회에도 가입하고 그러죠. 대략 양의사 100명이 있으면 10명 정도가 한방을 임상에 써보고, 그중에 한 명 정도는 전통 한방 이론을 공부해보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비율로 당장은 적은 것 같아도 절대적인 수로는 적지 않고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그러다가 EBM적인 연구를 시도하는 의사도 나옵니다. 육군자탕이 식욕을 증진한다는 것에 대해 실험해보니 육군자탕이 그렐린 (ghrelin)의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을 실제로 밝혀낸 것처럼요.


Q3.

일본 의과대학에선 따로 한방 과목을 가르치나요?


이제 가르치기 시작한 수준입니다. 의대별로 온도 차가 좀 있어요. 제가 알기론 점차 호의적인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4학점은 무조건 이수해야 하며, 한방으로 유명한 곳은 도야마대학과 치바대학 등이 있습니다. 그와 별개로 환자들의 수요가 있기에, 한방외래과는 대학병원별로 거의 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 한방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대개 양방 전문의를 딴 후에 일본동양의학회에서 한방전문의를 받은 사람들이라 모두 실력이 좋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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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약과대학 3가지 커리큘럼: 건강약학, 한방약학, 의료약학


Q4.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의료일원화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개인적으론 일본처럼 의료일원화를 하되 기초과정에서 한의 과목을 일본보다 더 살려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코스제를 해서 고학년 때 한의 위주로 배울지 양방 위주로 배울지 선택을 하던가요. 지금 일본 방식은 너무 한방 과목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양방 지식도 정말 필수입니다. 저 자신도 젊을 때 양의학을 더 배울 걸 하는 후회도 해요. 결국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이해해야 환자에게 가장 좋은 판단을 내려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제가 지금까지 연구와 임상을 하면서 깨달은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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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출신으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기타사토연구소를 거쳐 요코하마약과대학에서 일본의 캄포 의학의 발전을 위해 20년 넘게 힘써오신 김성준 교수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소개는 물론, 일본 의약학계의 근황, 그리고 일본 한방 의학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신 김성준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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