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교수
  •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동서협진의학과, Korea
  • 2021-07-08
  • 1468회 열람
  • 프린트
  • URL복사

R-YYJ 0054-logo.jpg


R-YYJ 0054-main.jpg



R-YYJ 0054-title-01.jpg


2001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사 졸업

2004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졸업

2006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석사 졸업

2009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박사 졸업 (동서의학 전공)



R-YYJ 0054-title-02.jpg


2010~현재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2009~2010 한국한의학연구원 침구경락연구센터 선임연구원

2005~2008 해마한의원 진료원장

前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前 경기대학교 대체의학대학원 겸임교수

前 서울대학교 보완대체의학연구소 객원연구원



R-YYJ 0054-title-03.jpg



R-YYJ 0054-title-05.jpg


Q1.

어린 시절에 어떤 직업이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저는 국사와 세계사를 좋아하는, 소위 이과보다는 문과 성향의 학생이었지만 어머니가 많이 아프셨고 집안 형편도 어려웠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진로를 의사로 결심하고 의대에 진학하게 되었죠. 당시에는 ‘문과는 주로 말과 글로써 이론적인 영역에서 활동한다면, 내 손으로 직접 행동을 해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의사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R-YYJ 0054-img-01.jpg


Q2.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을 한 후에 다시 한의사로 진로를 바꾸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8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소위 386세대예요. 당시 학생운동을 하다가 의대는 그만두게 되었고, 이후에 다시 복학할 수도 있었지만, 의대 복학보다 한의대 입학을 먼저 선택한 것은 한의학을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겪고 운동권이 되며 불교를 접하게 되었고, 불교 공부를 하다 보니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 관심이 한의학까지 연결되었죠. 한의학을 접하게 된 후 1992~1993년경에는 의대에 복학해도 되었지만, 한의학을 좀 더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졌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나서도 한의사가 될 수 있으나 왠지 의대에 복학하면 한의대에 다시 오기 힘들 것 같아서 ‘다시 수능을 보고 한의대부터 다니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R-YYJ 0054-title-06.jpg


Q1.

한양방 협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서로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보완해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응급의학, 수술 및 검사는 서양의학이 강하지만 실제로 서양의학을 공부하고 임상을 해보면 의사들끼리 “우리는 고치는 것이 없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갓 졸업하거나 수련을 시작한 친구들의 경우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과 질병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할 수 있지만, 그것이 질병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 당뇨 등도 치료보다는 평생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고, 그런 식으로 완치한다는 개념이 없어진 병들이 많습니다.


반면 한의학의 경우 치료를 하면 100% 성공하느냐고 묻는다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혈압약, 당뇨약으로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병에서 벗어나도록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한의학에서 말하는 양생의 개념이 이에 부합되기도 하고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서로 보완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많습니다.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는 차원에서 두 의학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2.

한양방 협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전에는 의사나 의대생들이 한의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협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어요. 따라서 한의학을 잘 가르치고 이해를 시킨다면 협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의대에서 강의하고 책을 써왔어요. 하지만 한방병원에서 근무하고 협진을 시도해오면서 요즘은 단지 교육만으로는 상황을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기존에는 한의학을 오해해서 갈등이 생긴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현실은 그런 점을 다 이해하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고 제도적인 부분에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협진이 잘 안 될 수밖에 없어요. 즉 교육의 문제로 절대 해결이 쉽지가 않고 이원화된 제도 때문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Q3.

협진했던 사례 중, 잘된 경우와 안된 경우가 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공동연구 진행을 많이 한 편이에요. 그간 뇌성마비 등 임상 쪽 공동연구를 다수 진행하였는데, 임상연구를 하면서 양방병원에서 보낸 환자가 한의 치료를 받았을 때 더 좋아지는 경험을 많이 해요. 부산대병원과 협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점도 전체적인 시스템으로 보았을 때 그런 것이지 개인적으로는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5~10% 정도의 교수님들과는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편이에요.


서양의학에서는 수술 후에 다시 문제가 발생하면 치료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환자에게 회복을 맡겨 두지요. 이때 한의학에서는 침과 한약 등 다른 무기가 있으니까 수술 이후의 환자들이 훨씬 더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또 다른 예로 가정의학과의 어떤 교수님은 환자가 혈압약, 당뇨약으로 잘 조절이 안되고 계속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경우 한방병원에 환자를 보내시기도 해요. 한의학적인 치료를 같이하면서 혈압약을 완전히 끊지는 못해도 약을 줄이고, 환자가 호소하는 여러 가지 증상, 피곤하고 여기저기 아픈 증상이 치료되는 경험도 많이 하곤 했어요. 저도 양방병원에서 추가로 검사가 필요한 경우 의뢰를 해서 검사를 받게 하기도 하고 또 지역의 개원의 선생님과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아직 병원 대 병원 관계로 조금 더 체계적, 대규모적, 공식적으로 협진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개인적 채널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는 많아요. 이는 한양방 선생님 양쪽에서 환자의 협진 결과에 만족을 하기 때문에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4.

협진을 하면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효과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양의학과 비교했을 때 한의학의 우세 병종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성 질환, 자가면역 질환, 수술 후 회복, 난치성 질환 분야에서 한의학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즘은 효과만을 얘기하지 않고 비용 대비 효과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학이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경우가 많이 있지만, 치료 비용의 측면에서 보면 한약과 약침이 보험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환자들에게 권하기 힘든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본인의 의지, 경제적 형편이 되면 치료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한의 치료를 권유하기 힘든 점이 다소 아쉬운 점입니다.



R-YYJ 0054-title-07.jpg


Q1.

교수님께서는 의료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사실 이런 얘기는 처음 해보는데, 한의대 졸업하고 의대에 다시 복학해서 졸업한 것도 협진과 의사나 의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더 잘하기 위해서였는데, 막상 해보니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되었어요. 이원화된 상태에서의 협진, 일원화 중 하나를 선택하라 한다면 일원화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한의계를 위해서도, 한의학 자체로도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서양의학과의 갈등에서 자신을 변명하고 공격에 대해 반박하는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모형의 일원화인지에 대해서는 한의계 내부, 의사 내부, 양자 간의 토론이 충분히 되어야 하겠죠. 이 중 가장 필요한 것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는 좀 손해 보더라도 전체적인 모습이 이렇게 가야 한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은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아서,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여요.


예를 들어서 한의사가 없어지고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이 한의 치료도 한다거나, 아니면 한의사에게도 의사 면허 또는 일부 양의 치료를 허가한다는 식으로 일원화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기존 개원의들의 반발 문제도 있고, 상대도 받아들일 수 없을 거예요. ‘우리는 이런 것을 포기할 테니, 앞으로 졸업하는 사람들만 해달라’고 서로 요구해도 될까 말까인데, 리더십의 문제인지 비전의 문제인지, 의사 한의사 모두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고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을 고민하면서, 생길 수 있는 손해를 보상해주는 방안을 찾아봐야 해요. 내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방안을 내놓고, 그걸 일원화를 위한 방향이라고 하면 절대로 안 되는 문제입니다.


Q2.

복수면허자의 측면에서 보실 때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의대와 비교했을 때 교육 커리큘럼에서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사실 저도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 중 하나라서 말하기 조심스럽기는 한데, 한의대에서 의학 교육의 양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질을 높이는 것은 각 학교와 교수님들이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의학 지식이나 기술, 검사는 계속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그런 것들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기본적인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요.


본과 3학년 때쯤 임상 교과서를 받아보면 서양의학 내용이 50% 이상 교과서에 들어있는데 한의학 부분이 오히려 도외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한의학의 정수를 이해하고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이 줄어들고, 서양의학의 양을 늘렸지만, 만약 그 양에 비해서 질이 낮다면 전체적으로 안 좋은 쪽으로 가게 될 텐데, 이런 위험성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한의학 이론들이 교통정리가 아직 잘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Q3.

교수님이 처음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셨을 때는 물론이고,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양방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직역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서 언급하였듯이 가장 먼저 제도적인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진 시범사업 등 협진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으면 좋겠어요. 공식적으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지만, 개인적인 커넥션으로 협진을 하는 것이 남아있는 것은 서로 간의 신뢰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한양방간의 신뢰가 쌓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본인의 환자에게서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경험하게 해주면 이론적으로 한의학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극적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한양방 간에 긍정적 경험 사례가 많아짐을 통해 상호 간의 소통과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4.

최근의 장애인 주치의 문제, 코로나19 치료에서 한의계가 배제된 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제도권의 내용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일반화되거나, 코로나19 후유증이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서 좋은 결과를 자꾸 만들어내면 그 방향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제도적으로 코로나19 중증기 환자에 대한 공식적인 진료에서 한의 진료가 배제되어 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시도하고 많은 증례를 모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애인 주치의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분과도 인터뷰를 했었는데, 장애인 주치의를 한의사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더라도, 막상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 어떤 한의사도 지원을 안 하면 유명무실해집니다. 물론 인센티브에 따라서도 달라지겠지만, 실제로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도 장애인을 성심성의껏 진료하는 한의사가 많아서 ‘한의원에 가면 더 진료를 잘 받을 수 있고 치료 효과가 좋다.’고 장애인들 스스로가 느끼게 해주어야 할 것 같아요.


일부 한의사 단체에서 장애인 진료를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장애인 진료가 오래 걸린다고 수가를 더 받지는 않기 때문에 개원 한의사들이 환영할지는 의문이에요. 따라서 제도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도 장애인 진료에 관심이 있다면 봉사활동에 나가는 것 등 할 수 있는 게 많이 있어요. 현실에서는 경제적인 이득이 별로 없어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어야 변화가 생겨요.


Q5.

개개인의 한의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결국 제도적으로도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제도적 보장을 주장하려면 어쩌다가 한 명의 장애인이 왔을 때도 정성껏 진료해서 환자가 계속 내원할 수 있게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봉사도 계속 나가야 해요. 하지만 이런 한의사들이 많지 않아서 정부에서 장애인 주치의에 한의사를 포함하는 쪽으로 결정해도 한의사 수를 다 못 채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가 회의할 때 나오기도 했어요.


Q6.

교수님께서 한의계 전체가 폄훼에 대응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쏟고 있다고 하셨고, 또 최근에는 한의대생들도 패배 의식을 갖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떻게 해야 패배 의식과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한의대에 오게 된 이유와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는 개인마다 다를 것으로 생각해요. 패배감에 젖지 않으려면 자신이 무슨 이유로 한의대에 왔는지,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은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대에 가고 싶은데 시험에 떨어져서 한의대에 입학한 학생은 어떻게 해서든지 의대에 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의대에 가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어떤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편하게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한의대에 왔다면 이 경우에도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존경도 받고, 돈도 많이 벌고,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모두 다 가지겠다는 건 욕심일 수 있어요. 스스로 세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게 맞습니다.


만약 사람들을 치료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한의대에 진학했다면, 실제 환자들을 치료해보며 성취감과 기쁨을 얻는 것이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자신감을 갖게 해 줄 것으로 생각해요. 아픈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돈도 벌고, 인정도 받는 것이 목표라면 주변에서 어떤 얘기를 하든지 흔들릴 필요 없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침을 놓고 한약을 잘 써서 환자들이 어떻게 좋아지는지 경험할수록 불안감이 점점 없어질 거예요. 그런데 공부는 별로 안 하고 돈을 잘 벌 수 있는지로만 접근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소박하게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한의학을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점점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일부에서 ‘한무당’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한의사,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격성과 혐오 표현의 문제라고 봐요. 특히 익명성 뒤에 숨는 온라인상에서 심하지요. 이에 대해 의사와 비교해 열등하기 때문에 무시당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수준 이하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비정상으로 평가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Q7.

한의학에는 8체질의학, 사상체질의학, 형상의학, 소문학회 등 학파가 매우 많은데 왜 이런 것일까요?


많은 학파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한국 한의학의 특징이죠.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해요. 또 묘한 점은 한 사람을 놓고 어떤 한의사는 후세방으로, 어떤 한의사는 고방으로, 어떤 한의사는 사상체질방으로 치료하지만 모두 효과를 보고, 또 치료법에서 공통적인 부분들 (예를 들면 공통 약재들)이 나오기도 해요. 이런 다양성은 한국 한의학의 특징이에요.


일본은 한의학이 없어지면서 고방이 남아있거나 아예 후세방이나 탕증, 정병전방(定病專方) 등 무슨 병에는 무슨 약 이런 형태로 한의학이 보존되었다면, 중의학은 공산당 정권이 주도해서 국가적으로 통일이 되었어요. 그러나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과거로부터 내려온 전통이 많아서 우리가 안 쓰는 약도 많이 쓰고 다른 점이 많아요. 한국 한의학의 특징은, 철학적 논쟁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남아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계속 새로운 주장이 나올 수 있고요. 왜 이렇게 학파가 많은가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어요.


Q8.

한의계에 학파가 많은 것에 대해 학생들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학생들이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의계에 학파가 많은 것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는 중의 변증 위주의 교과서, 동의보감을 편집한 방식의 교과서 등 과목별로 차이가 있으니 공부하는 게 굉장히 힘들죠. 힘들지만 어떻게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한국 한의학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을 한다고도 볼 수 있어요.


따라서 현실은 현실이니까 인정을 하고,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고 졸업해서 국가고시를 통과하는 건 기본적으로 해야죠. 그런데 이것만으로 부족하고 한의대 졸업하고 바로 환자를 잘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계속 공부가 필요해요. 의대생들도 6년 과정 마치고 최소 4년의 수련을 거치잖아요. 그래서 저는 학교에서 교육하는 거는 국시까지 착실히 따라가되 그 외에도 두루두루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선배, 어떤 교수님께 딱 꽂혀서 ‘이게 전부다.’, ‘다른 건 다 틀렸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위험해요. 학생 때는 형상의학회 강의도 가고 소문캠프에도 가보고 학생 대상으로 하는 강의들도 경험하다 보면 자기에게 더 잘 맞는 분야가 있어요. 그걸 위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것이 필요해요. 즉 다른 공부들도 다 하면서 자기 안에서 접목시키는 거죠. 이렇게 하면 헷갈리지 않고 오히려 여러 개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꼭 후세방만 써야 한다.’ ‘고방만 써야 한다.’, 이런 게 아니라 고방이 효과가 좋은 사람과 질병이 있고 사상의학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있으니까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많이 연습하고 공부하되, 다른 분야의 경우 가끔 쓰더라도 두루두루 알 수 있도록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R-YYJ 0054-img-02.jpg



R-YYJ 0054-title-08.jpg


Q1.

향후 교수님께서 계획하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이제 교수가 된 지 11년째인데, 학교도 늦게 졸업하고 교수도 늦게 된 편이라서 처음엔 정신이 없었어요. 정신없이 진료하고 남들이 하는 것처럼 연구과제도 많이 따고 했는데, 작년부터는 ‘이제 슬슬 은퇴하면 뭐하지?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과제를 따서 논문을 많이 쓰는 것보다 진료에 좀 더 신경 쓰고 싶어요. 또 진료 외의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에게 더 쓰고 싶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얼굴이랑 이름을 잘 못 외워요. 여러 학년 강의는 들어가는데 한 강의를 한 학기 내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여기저기 들어가니 제가 지도하는 연구 과정 학생이 아닌 이상 학생들과 친해지고 그러지를 않더라고요. 강의에도 좀 더 신경을 쓰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또 나중에는 책을 쓰거나 유튜브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꼭 한의학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의료나 건강에 대해 내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R-YYJ 0054-title-09.jpg


윤영주 교수님과 한양방 협진, 의료일원화, 한의학 교육 그리고 한의계가 처한 현실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 말씀을 들으며 한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계기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 또 향후 어떤 한의사가 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인터뷰해주신 윤영주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R-YYJ 0054-title-04.jpg



참새 기자.jpg   꽃사슴 기자.jpg



© KMC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