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태 교수
  •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진단학교실, Korea
  •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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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사 졸업

2010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석사 졸업

2017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박사 졸업 (한의약 임상연구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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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현재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예과 조교수 

2020~2021 원광대학교 전통의학연구소 연구교수

2020            CY (한약재 제조, 유통, 원외탕전, 제약)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소장  

2019            청연중앙연구소 연구개발팀장

2017~2020 동신한방병원 진료교수/협진재활센터 부센터장

2017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의약임상시험센터 연구교수

2014~2017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의약임상시험센터 박사 과정 연구원

2011~2014 거창군립노인요양병원 한방내과 과장

2007~2011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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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순환신경내과에서 전문의를 취득했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한의약 임상연구학을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현재 원광대학교 한의예과에 조교수로 있는 임정태입니다.


저 자신을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쓰고, 설득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제 블로그 프로필 (blog.naver.com/julcho)에도 소개했듯이 한의약이 보건 의료의 어떤 역할인지, 어떤 효과가 있고 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질적인 혹은 양적인 데이터를 만들고 입증하여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일을 합니다. 한의약이 왜곡된 인식과 사다리 걷어차기로 인해 사장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라는 믿음에서 저의 연구는 출발했지만, 그로 인해 편향된 주장을 하지 않고자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한의약 임상 근거를 만들고 설득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외적으로는 한의약 임상 중개 연구자로 규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2.

중개 연구란 비임상과 임상연구 사이에서의 중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흔히 중개 연구라고 하면 ‘실험 연구’를 떠올리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제가 수행하고 있는 한의 임상 중개 연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중개 연구와는 조금 다르지만 증례 연구와 임상시험 사이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연구 (RCT)를 통해 치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밝혀내야 하는데,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데 필요한 기반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에 대학병원에서 임상연구를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임상시험 초창기여서 시간에 쫓겨 디자인을 짜고 환자를 모아서 임상시험을 했더니 다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되돌아보면 깊은 고민 없이, 너무 겁 없이 바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편두통에 한약을 썼을 때 치료 효과를 알아보는 임상시험을 하려면 ‘어떤 약을 사용할지’, ‘치료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지’, ‘하루에 몇 번 복용시킬지’. ‘두통의 통증/빈도/동반 증상 등 어떤 평가지표에 영향을 주는지’, ‘연령, 성별, 중증도에 따라 누구에게 가장 효과적인지’, ‘얼마나 추적 관찰을 해야 하는지’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안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것을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증례 연구부터 시작해서, 기존 한방 병·의원 자료를 통해서 차트 리뷰하거나,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을 하거나, 치료 경험이 있는 의사/환자들에게 심층 면담이나 설문 연구를 하는 등의 여러 임상 중개 연구를 진행하여 얻어진 통찰을 통해, 잘 짜인 RCT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증례 연구랑 임상시험 사이에서 ‘중개’하는 것입니다.


Q3.

교수님의 하루/일주일 일정을 알려주세요.


청연과 씨와이 (CY)에서 일하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그만두고, 올해 2월까지는 연구교수로 일하면서 거의 프리랜서, 1인 연구 기업이나 마찬가지였죠. 올해 3월 원광대학교에 임용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나서, 네트워크 메타분석, 건강보험 빅데이터, 질적 연구 등을 공부했습니다. 낮에는 교수님 및 학생들과 회의하고 연락하고, 저녁에는 요가랑 운동을 했어요. 오늘 저녁에도 요가 수업 들으러 가보려고요.


원광대학교에 임용되기 전 연구교수일 때는 학기 중 1~2일 정도 대면 수업을 하러 익산으로 왔고, 전임교원이 된 현재는 본과 4학년을 위한 OSCE&CPX 수업 등을 준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존에 수행하는 타 대학 연구자와의 공동 연구나, 빅데이터 연구 등을 위해 해당 학교나 지역을 직접 방문해서 공동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Q4.

한의대에 진학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한의대에 진학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부터 의대 가기가 싫었던 것 같아요. 학생 때 의학보다는 자연 요법과 전통의학 책들을 봤고 지금은 전혀 아니지만, 양약을 먹으면 몸에 해가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죠. 과학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수학, 과학도 별로 안 좋아했어요. 과학고 진학하고 첫 중간고사 생물 시험에서 꼴찌도 했죠. 생각해 보면 대학에 와서 화학 과목도 꼴찌였던 거 같아요.


워낙 수학, 과학을 싫어했기 때문에 이과 전공 중에서 가장 문과적인 곳이 한의대인 것 같았고, 전통의학 친화적이기도 해서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내신을 망쳤는데, 한의대는 내신을 안 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은 한의대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고등학교 3년 내내 한의대를 목표로 공부했죠. 그리고 당시 아버지 친구분께서 한의사였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씀하셨던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네요. 돌아보면, 사실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많은 고교생이 그렇듯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왔던 것 같습니다.


Q5.

학부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부생 때에는 의학 공부가 필요 없고 한의약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편협한 학생이었어요. 지금은 교수님과 학생들이 현대의학도 배우고, 연구랑 논문도 강조하잖아요. 그런데 01학번으로 입학했던 그 당시만 해도, 한의학 임상연구나 SCI급 논문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어요. 당시는 개원해서 한약 처방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선배들도 많았고, 한약만 잘 쓰면 잘 먹고 잘 산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서 현대의학 지식 대신 한약의 대가가 되겠다는 짧은 생각을 했던 학생이었죠.


수업도 잘 안 듣고 도망가고 술도 잘 못 마시는데 술 많이 마시는 동아리 활동도 하고… 학교 수업 때 봤던 모습이랑은 조금 다르죠? (웃음) 물론 지금은 전혀 아닙니다. 병원 생활하면서 현대의학적 기본 소양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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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임상가가 아니라 연구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신 이유와 처음 연구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연구를 접한 것은 심계내과 레지던트로 수련하던 때였어요. 처음에 전문의를 딸 때, 사상체질의학과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 친구가 국시 1등을 하고 지원하는 바람에 저는 그곳에 못 갔죠. 그런데 마침 심계내과에 인연이 닿아서 고민하다가 심계내과 (한방순환신경내과)로 수련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는 연구를 많이 하는 과였어요. 한국한의학연구원 (KIOM)에서 중풍 환자들 대상으로 표준화 연구를 진행했는데, 환자들에게 혈액 검사 동의서를 받고, 변증 설문지 등을 물어보는 역할을 했었어요. 이 과정에서 중풍 환자를 대상으로 허증과 실증으로 변증 된 사람들이 어떤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논문도 출판하고, 그 논문으로 수련의 논문상도 받으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저에게 논문 아이디어를 주시고, 연구의 길에 처음으로 재미를 붙이게 해 준 민인규 선배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흥미를 느끼다가 실제로 연구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건, 전문의를 마치고 공보의를 가서 ‘민족의학신문 연구동향팀’ 활동을 시작했을 때예요. 좋은 임상연구 논문들이 점차 발표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한의약이 너무 비하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껴서, 주변의 2~30대 한의사들과 함께 임상연구 SCI 논문들을 <민족의학신문>에 요약 및 소개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활동을 하다 보니, 데이터를 가공하고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도 연구해 봐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한의약 근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가 데이터를 가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던 중 김현호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얼마 전까지 한의플래닛에 계시다가 지금은 ㈜7일이라는 한의학 플랫폼의 창업자로 계시는데, 제 고등학교 선배이자 대학교 후배십니다. 김현호 대표님께서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 ‘한의약임상시험센터’가 생길 예정이라고 하면서 거기에 가보라고 추천해 주셨는데, 실제로 가서 근무하며 연구를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네요.


Q2.

연구하시면서 보람이 되고 뿌듯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연구와 관련된 상을 받았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레지던트 시절 수련의 논문상, 대한한의학회에서 신진 연구자상, 해외 학회들에서의 수상 경험들이 기억에 남네요. 운이 좋아서 받았던 것 같긴 합니다.


또 하나는 로컬 원장님들과의 공동 연구가 진료와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입니다. 개원가의 우수한 치료 데이터를 논문화하는 작업은, 제가 연구를 시작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미국화상학회지>에 나왔던 화상 증례 연구도 2019년 무렵부터 시작한 연구인데, 논문 출판 이후에 중앙일간지에도 소개가 되었지요. 또, 제가 씨와이 (CY)에 있을 때 로컬 원장님들과 비만 진료 기반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관련 논문을 잘 활용해서 임상과 경영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피드백이 왔던 것도 보람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과 학부생들이 같이 연구하자고 찾아오면 뿌듯합니다. 화상 논문이나 최근 SCI에 등재된 파킨슨병 네트워크 메타분석 논문을 같이 작성했던 것처럼,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함께 논문을 쓰면 성취감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제 실적을 내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서 연구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줄 때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Q3.

반대로, 연구하시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도 있으신가요?


연구자 대부분이 겪듯이, 제일 큰 것은 경제적 문제입니다. 박사 과정을 할 때는 월 250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이것도 많이 받는 편이었습니다. 경제적 문제와 함께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박사 과정 때 연구하고 논문을 쓰다 보면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이 많았으니까요. 제가 공보의 2년 차에 태어난 딸이 지금 11살인데, 어린 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네요.


체력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저는 몸이 버티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운동을 강박적으로 챙겨서 합니다. 요가를 했던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은데, 요가가 교감신경의 항진을 굉장히 안정시켜 주더라고요. 안 했으면 심리적으로 망가졌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집중하고 싶은 연구나 주제, 방법론들이 있지만 꼭 원하는 것만 연구하며 살 수 없는 점도 있습니다. 연구비나 혹은 다른 이유로 원치 않는 분야의 연구도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성과를 내면서 능력을 숫자상으로도 증명해야 한다는 불안감도 늘 있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회사의 사정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직장을 나오고, 어렵사리 원광대학교 연구교수직을 구했던 개인적인 경험도 있어서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대학에 남고자 노력한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가진 불안감은 모든 연구자가 공감할 것 같네요.


Q4.

앞서 연구자로서의 이야기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진행한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가 무엇인가요?


개원 및 로컬 한의사 선생님들과 했던 연구 중 제가 하고 싶어 했었던 ‘화상 연구’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에 출판된 ‘심방세동 환자의 침 치료 RCT 결과’에 대한 SCI 논문도 기억에 남네요. 2014년 경희대학교 한양방 협진 연구 과제에 제가 2015년에 합류해서 진행했는데, 7번 reject 당하고 8번째 만에 accept 되었던 논문입니다. 좋은 저널에 실리지도 않았고 일차 평가지표에서 효과는 없었지만, 어려움이 많았던 협진 연구의 귀중한 결실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었습니다. 이 협진 연구 덕분에 세종과학 펠로우십 (젊은 비전임 연구자가 원하는 연구를 수행하여 핵심 과학 기술 인재로 성장·정착할 수 있도록 펠로우십을 통한 연구 몰입을 장려하고자 인건비와 연구비 지원을 해주는 제도)이라는 과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파킨슨병 네트워크 메타분석 논문도 기억에 남습니다. 코딩을 좋아하지 않았던 제가 데이터 사이언스에 첫발을 내딛는 개인적 성장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같이 연구했던 전공의도 석사 학위를 받았고, SCI 논문도 출판되었네요.


Q5.

다양한 연구 경험이 있으신데,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익히는 교수님만의 비법이 있을까요? (ex. NMA, 문헌 리뷰, 증례 연구, 관찰 연구, RCT, 건강보험 자료 분석, 질적 연구 등)


비법이라기보다는 절박함이었죠. 어떻게든 논문이 출판되어 실적이 되어야 임용이 될 수 있었으니까 의뢰가 들어오면 무조건 다 했던 것 같습니다. 과제를 따면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하기에 배우는 것도 많아요. 일단 벌여놓고 보는 거죠. 스스로 쫓기는 상황을 만들어서 괴롭히는 편입니다.


연구 분야에서 유망한 것들을 꾸준히 알아보면서 닥치는 대로 공부했던 것 같아요. 또한 연구는 혼자 할 수 없기에, 뜻을 함께할 사람을 찾아서 공동 연구를 하는 것도 비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Q6.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하시는 원동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요? 


그런 이유도 있지만 제가 깊게 파는 스타일은 아니더라고요. 그 분야를 파고 들어가서 특정 분야의 대가가 되기보다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그 분야에 대해 ‘이런 것을 써먹을 수 있겠네?’ 정도로 적용하는 느낌이에요. 깊게 파지 못하는 대신 저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강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연구한 것 같아요. 물론 장단점이 있겠죠. 앞으로는 조금 더 주제나 방법론을 좁혀갈 계획이긴 합니다. 중요한 건 ‘평생 해결해 나갈 나의 연구 질문이 무엇이냐?’인 것 같아요.


Q7.

요즘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시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또한, 한의계의 발전을 위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면 좋을까요?


방법론 분야로는, 기존에 질적 연구, 설문 연구, 관찰 연구, 증례 연구, 문헌 연구, 임상시험 등을 했습니다. 요즘에 관심을 두는 것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코호트 연구, 네트워크 메타분석 등입니다.


주제로는 제가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니까 심뇌혈관 질환에 관심이 있습니다. 특히 심장 질환 연구는 마침 심혈관 질환 양한방 협진 연구도 했었고, 환자 수가 많은 데에 비해 한의계에서 연구하는 분이 많지 않으니까 시도하려 합니다.


앞으로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임상연구는, 증례에서 출발해서 임상시험하기 전까지의 단계를 연결하는 작업 즉, 한의 임상 중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중요한 최종 목표는 RCT인데, RCT를 그냥 하면 망하거든요. 그래서 관심 있는 질환에 대해 증례 연구부터 차트 리뷰, 문헌고찰과 메타분석, 의사나 환자분께 인터뷰나 설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임상시험 전에 다양한 기반 연구를 통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거죠. 그다음 환자를 모아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관찰 연구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 생기면, 예비 임상시험을 거쳐 대규모 임상시험을 추진해 보는 거죠. 사실 병원에 계신 분들은 각종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니 환경이 좋은데, 로컬에 계신 원장님들은 그런 연구를 추진하기 어려우니, 함께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임상연구를 시작한 이유기도 하고요.


Q8.‘이런 성향의 학생들에게 연구자의 길을 추천한다.’라는 점들이 있을까요? 연구자를 꿈꾸는 학부생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성향보다는 ‘어떤 스타일의 연구가 자신에게 맞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깊게 파고드는 기전 연구나, 수학적으로 통달해야 하는 연구, 번뜩이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연구에 필요한 역량은 부족했어요. 반면, 특정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떤 필드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단계적으로 제시하는 것’에는 강점이 있어서 그런 쪽을 더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임상 현장에서 뭐가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흥미를 보이는 학생들은 제가 하는 중개 연구나 임상연구가 잘 맞을 거로 생각해요.


어떤 학생이 연구자에 더 어울리는지는 딱히 가릴 것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연구자의 길이 현실적으로 본인에게 적합한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하려고 한다면 나의 인생 계획, 결혼, 육아, 거주지, 경제적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우선 해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적 문제로 흔들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41살에 임용이 되었는데, 빨리 된 편은 아니거든요. 연구를 계속하면서도 원하는 직장에서 근무하지 못할 때의 플랜 B, 그리고 아예 연구에서 떠날 때의 플랜 C가 있어야 하는 거죠.


Q9.

학부 때 어떠한 것들을 경험해 보면 좋을까요? 랩실에서 학부생 연구원을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연구자가 되고 싶다면, 학부생 때에도 ‘국·영·수’ 공부를 추천해 드려요. 국어는 연구자가 논문이나, 과제 계획서 등등 다양한 문서를 작성하고 독자를 설득해야 하므로 한의학 서적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어는 논문을 읽고 쓰기 위해 필수적이고, 수학은 코딩과 의학 통계 부분을 공부하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학부생 때 통계 수업을 경험해 보고 자신과 맞는지 알아보는 과정도 겪어보세요. 또 체력도 굉장히 중요하니까, 운동을 꼭 하도록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는 것도 중요해요.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사람을 모아야 하는데, 인간관계가 좋지 않거나 고립되어 있으면 추진하기 어렵기에 동아리 활동 등을 경험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갈등을 조정해 보는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학부생 연구원도 당연히 경험해 보면 좋습니다. 해보고 아니면 빠르게 손절하고요. 외부에서 보면 연구자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니까 흥미가 있는 친구들이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삶,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연구가 맞지 않죠. 연구는 긴 시간 동안 인내심을 요구하는데, 성과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만약 관심이 있으면 빨리 도전해 보고, 자신과 연구가 잘 맞는지 아닌지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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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앞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한의학 교육을 하고 싶으신가요? 또한 이를 위해 어떠한 활동들을 하고 계시는가요?


원광대학교에서 앞으로 주로 가르치게 될 것은 본과 4학년 CPX, OSCE일 거예요. 원래 계속해왔고, 레지던트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했어요. 제가 진행하는 CPX 같은 경우는 모의 환자가 오면 백지상태에서 병력 청취, 이학적 검사, 추정 진단, 치료 계획 수립, 그리고 예후 설명까지 해야 하거든요. CPX를 통해서 이런 연습을 하는 것이 의료인으로서 역량을 기르는 데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OSCE의 경우에는 과별로 하긴 했지만, 체계적으로 한군데에 모아서 교육하는 것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들을 연계해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임상에 도움이 되는 본과생 실습수업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Q2.

‘한의대생들의 EBM (Evidence Based Medicine) 교육에 대한 인식과 경험’ 연구 결과에 대한 논문도 봤습니다. EBM과 관련하여 앞으로 한의계가 추구해야 할 비전 또는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임상연구를 처음 배우고 할 즈음에는, 환자 맞춤 치료가 장점이고, 환자마다 다른 처방을 내려야 하는데, 획일화된 치료를 하는 임상연구로 한의학의 장점을 보여줄 수 없다는 비판의 시선이 많았어요. 임상연구 결과 대로 임상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


그런데도, 처음 연구동향팀 활동을 할 때는 임상연구와 EBM이 중요하다는 말이 하고 싶었고, EBM을 앞세우고 홍보하기 시작했던 것은 양방과 정부, 환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우리도 이렇게 근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지, 한의사들이 그대로 진료하자고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지금 일부 학부생들은 논문에 없으면 틀린 것, 효과가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매우 안타까워요. 한의 임상이 논문을 기반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이제는 개개인별 맞춤 치료를 적용한 실용적 임상연구 (Pragmatic Clinical Trial) 논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은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고요.


학부생들이 너무 논문에만 매몰된 사고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EBM뿐만 아니라, 기존의 경험과 관점들도 소중하죠. 지금까지 살아남은 처방들은 다 이유가 있거든요. 논문이 없다고 그 처방이 무용한 것은 아니니까요. 고전 및 임상 경험, 최신 의학 지식과 연구 근거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잡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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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한방순환신경내과로 전문의를 취득하셨는데, 학생들에게 전문의 수련을 추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고민 중인데,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해봐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학부생 때는 완전히 한의학 지상주의자였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병원 수련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한의학으로 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처방 선정에 앞서 진단이 먼저 되어야 한의학적 치료율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들을 깨달았어요. 진단, 병력 청취, 이학적 검사, 추정 진단, 치료 방침의 선정과 예후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이 사실 의료인으로서 기본이거든요. 그거를 도제식으로 배워가는 게 병원 수련인 것 같아요. 그리고 입원한 환자에게 한약을 써본다는 것, 의료 시스템 내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방식과 함께 다른 직역과 어떻게 소통하는 지도 배우고 환자의 예후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Q2.

박사학위를 한의약 임상연구학으로 취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것도 처음부터 큰 뜻이 있었다기보다는,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되었어요.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 한의약임상시험센터가 생겼는데, 거기에 대학원 과정이 개설되면서 취득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약 임상연구학 교실의 1호 박사가 되었죠. 선배가 아무도 없었다는 단점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제가 그 교실에서 깃발 꽂는 사람이 되었던 거죠.


대학원 진학을 원한다면, 대학원의 교수님과 선배들을 먼저 만나보고 주위의 평도 확인해 보세요. 어떤 논문이 나오는지도 보면서 자신과 맞는지 확인해 본 후에 지원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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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앞으로 한의사이자 연구자, 교수로서 교수님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CPX와 OSCE 강의 준비가 가장 큽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구는 이제 실제로 임상이나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임상 중개 연구를 하니까, 임상과 정책에 연결되어서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논문들을 쓰고 싶습니다. 임팩트 팩터가 10이 넘어가는 논문을 하나 쓰는 것도 목표인데 말을 뱉어놓으면 부담이 되지만, 저는 이렇게 말을 해 놓아야만 실행으로 옮기더라고요.


연구 수행을 위한 시스템 구축도 당장의 과제입니다. 학부생들, 대학원생들, 공동으로 연구하는 교수님들 혹은 로컬 원장님들과 시스템을 만들어서 같이 공동으로 연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제 측면으로는 심혈관 질환 쪽으로 연구하여 보험 제도로의 진입을 위한 근거를 만들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꾸고 싶습니다. 한의사의 권한이 넓어지고, 의료기기도 사용하고, 보험 진입도 되는 미래를 같이 꿈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딱 10년 전인 2012년에 ‘10년 후 한의계의 미래는’이라는 <민족의학신문> 특집호에 기고했던 짧은 글이 있거든요. 이번 인터뷰 질문지를 미리 받아보면서 그 글을 다시 읽어봤는데 이루어진 게 거의 없고 여전히 한의계는, 그리고 나의 연구는 그 방향으로 향해 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더라고요. 기고 글로 제가 꿈꾸는 한의 임상 중개 연구자로서의 미래를 대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163


Q2.

다시 한의대생으로 돌아간다면,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혹은 지금 한의대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 스스로한테는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기면서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 “연구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혼자만 앞으로 열 걸음 걸으려 말고, 같이 한 걸음씩 걸어 나가라.”, “잘하고 있고, 그리고 결국 잘 될 거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같이 여유를 가지고 살아라.”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양방과 다르게 한의계는 인프라가 매우 부족합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지원도 사람도 부족하죠.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엇인가 뜻을 세우고 하고자 하면 오히려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때로는 다른 직군에 치여서 자존감도 떨어질 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인식이 어떠한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을 꿈꾸는가?’인 것 같아요. 그 측면에서 한의계는 아직도 신생 분야나 마찬가지여서 다양한 일들을 깃발 꽂으면서 할 수 있죠. 프런티어 정신이 이런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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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태 교수님과 진행했던 인터뷰는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임상 중개 연구, 앞으로 한의계의 연구 방향성, 학생들이 가져야 할 태도 등을 배워갈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의사 선배이자, 연구자, 그리고 교육자로서 저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신 임정태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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