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윤 교수
  •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교육실, Korea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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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서울교육대학교 학사 졸업

2017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석사 졸업

2020 부산대학교 일반대학원 한의학과 박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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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현재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조교수

2021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교육실 특임교수

2020~2021 다솜채한의원 원장

2020~202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 교실 박사후 연구원 (Post-Doc.)

2019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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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상윤 교수입니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연구원, 포스트 닥터 과정 (이하 포닥)을 밟은 후 현재는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교육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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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요즘 교수님의 일과, 일주일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수원이 집이라 원래는 수원에서 출퇴근하다가, 거리가 멀고 번거로워서 대전에 거처를 마련했어요. 새벽까지 작업할 때가 많아서 보통 대전 집에서 자고 출근하며, 현재 대학에서 맡은 수업은 3개 정도 됩니다. 의료윤리학, 팀 프로젝트 수업 (조마다 주제를 잡고 연구와 실습을 하는 프로그램) 등을 맡고 있죠. 그리고 한의학교육실 업무를 파악하고 각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서 강의를 참관하고 있어요. 본과 4학년 임상 실습 때 5개 과를 같이 돌았고 임상술기 모의 진료 CPX도 참관하는데, 마침 얼마 전에도 대전대에서 CPX 시험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참관했어요.


Q3.

하는 일이 정말 많으신데요!


그래도 전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 같아요. 개원도 했었고 서울대 의대에서 포닥 과정을 밟았는데 그때는 너무 바빠서 치아가 많이 안 좋아져도 치과 갈 시간이 없었어요. 최근에는 신경 치료를 했는데 치과 갈 시간이 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죠.


Q4.

국내 최초로 한의학교육실 소속 전임교원이 되셨는데, 전임교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가장 큰 역할은 교육 과정 개편 작업이에요. 대전대에서는 교육 과정 개편 작업을 통해서 과목별로 분절된 교육 과정을 통합 교과로 바꾸고자 하는데, 제가 이 작업을 맡게 되어서 올해까지 할 것 같습니다. 크게는 통합 교과의 도입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지만, 그 외에도 임상 역량 강화 프로그램, 학생 생활 관리 프로그램, 유급 방지 프로젝트, 한의대 교육 문화 정착 등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어요. 한의학교육실의 실질적인 기능과 역할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몇몇 학교에 한의학교육실이라는 기구가 존재하고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머지않아 모든 학교에 한의학교육실이 설치되고, 한의학 교육 전반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상해요. 대전대학교가 한의대 중에는 처음으로 한의학교육실 소속 전임교원을 신규 채용했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성과를 내서 대전대 한의학 교육을 개선,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동시에 전체 한의학 교육에도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교육실 업무에 열심히 임하고 있어요.


Q5.

서울교대를 나오신 후에 다시 한의대에 입학하셨는데, 어떻게 진로를 변경하게 되셨나요?


원래부터 한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수능을 봤을 때가 9말 0초로 한의대 커트라인이 상당히 높던 시절이었죠. 수능을 계속 봐도 해마다 아깝게 떨어졌는데 나이가 들면서 수능을 계속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의학 대신 교육으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겠다는 차선책으로 교대에 갔어요. 가서 4년 동안 여러 활동도 하면서 열심히 다녔지만 길을 걷다가도 한의원 간판만 보면 마음이 울렁거리더라고요. 인생이 한 번뿐인데 후회 없이 살고 싶어서, 일단 수능을 여러 번 봤으니 졸업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졸업할 즈음에도 계속 같은 마음이면 그때 다시 도전해 보자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교생 실습을 가는데 너무 행복한 거예요.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러 왔는데 학생들한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고 교육이 저한테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교사도 천직이었지만 더 하고 싶었던 게 한의사였던 거죠.


그렇게 교대를 다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부산대에 전문대학원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MEET 시험 준비를 시작했어요. 보험으로 LEET도 같이 접수해서 준비했는데 둘 다 결과가 잘 나와서 최종적으로 부산대 한의전에 입학했죠. 한의전을 다니면서 실망하고 의학을 동경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저는 그 반대였어요. 그렇게 원해서 들어왔는데, 제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어요. 공부하다 보니 한의학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고, 다시 태어나도 이 학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답니다.


Q6.

교육 관련해서 많은 것을 하셨는데, 관련 내용들이 궁금합니다!


한의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계기가 가까운 지인의 질병 때문이었기에 원래는 임상의가 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입학해 보니 한의대 중 가장 나중에 설립된 학교라 시설이 좋아서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언젠가부터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교육학을 전공한 베이스가 있기도 해서 제 눈에는 개선할 점 위주로 봤던 것 같습니다. 개인 한의원에서 진료하면 오는 분들에게만 한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교육을 개선하고 한의사의 역량을 향상하면 학문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으니 수많은 환자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교육을 개선하고 싶었어요.


먼저 수화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학부 때부터 장애인 봉사에 관심이 많아서 수화를 배웠었어요. 농인은 아파도 병원에 못 가요. 통역사가 너무 한정되어 있어서 서울의 환자가 부산까지 내려와서 통역사를 고용한 병원을 찾아가야 해요. 그리고 저한테 오는 환자가 농아인일 때 의료인이 환자를 보지 않고 통역사와만 대화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환자가 소외되는 것이 가슴 아팠어요. 저는 환자의 눈을 보고 한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서 혼자 수화를 오랫동안 배웠었는데, 저만 알고 있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수화할 줄 아는 한의사가 전국으로 퍼지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매주 수화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회원이 증가하면서 너무 재밌었고 애착을 가지던 동아리였죠.


그리고 편집위원회 활동을 했어요. 책을 읽고 무언가를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시작했고 열심히 하면서 편집장이 되었어요. 당시 전한련의 활동이 일반 학우에게 전달되는 것이 거의 없었는데, 한의계의 현실을 알리는 언론기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국 12개 한의대 편집장들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한의대 언론기구를 만들고 싶다고 알음알음 연락했더니 그 학생들이 전국에서 서울로 모이는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났어요. 종로에서 한의대 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제가 초대 회장을 맡게 되었어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한날한시에 붙이고, 이게 화제가 되어서 <한의신문>, <민족의학신문>과 인터뷰를 하는 등 많은 일을 했었죠.


부산대에는 본과 4학년 2학기 때 6주 동안 특성화 실습, 4주 동안 선택 실습을 하는 ‘선택 실습 특성화 실습’ 커리큘럼이 있어요. 6주는 한의 의료기관이 아닌 외부 기관에서 위탁 실습을 하고, 4주는 한의 의료기관에서 실습하죠. 저는 6주간 원래 생각이 있던 서울의대 의학교육학 교실로 갔어요. 운이 좋게 서울의대에서 새 교육 과정으로 바뀌던 시즌이라 교육 과정이 바뀌는 것을 접하며 의대의 교육 방식과 교수님들의 교수법 연구 방법, 트레이닝시키는 방법 등을 직접 보고 배웠죠. 6주 동안 같이 작업한 결과물로 공저자 논문도 썼는데, 한의대생이 처음으로 공저자로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저를 잘 봐주셔서 박사 과정 진학을 권유해 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서울의대를 가도 좋을 뻔했어요.


Q7.

그럼 생리학 박사신가요?


학위 전공은 굳이 말하자면 생리학이에요. 부산대는 생리학교실, 해부학교실 이런 게 없어요. 50명의 교수가 있으면 50개의 LAB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전공이 아니라 그냥 한의학 박사로 표기됩니다. 부산대에서 한의학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서울의대 교수님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감사하게도 포닥을 권유해 주셔서 박사 마치고 바로 서울의대에서 포닥을 시작했죠.


Q8.

정말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셨네요!


짧게 설명하기가 힘들죠. 교육학과 관련해서는 의학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본4 특성화 실습 때 봤고, 포닥 과정을 밟으면서 이를 배워 한의학에 접목하고픈 욕구가 있었죠. 그렇게 시작된 길이 여기까지 왔어요. 한의계는 아직 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요. 사회는 급변하는데, 옛날 방식의 교육이 여기저기 남아있죠. 의대 쪽에서는 교육을 연구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요. 의학교육학에서는 학생의 선발 방식부터 교육, 평가, 어떤 의료인을 배출 양성할지 체계적으로 연구해요. 한의계에는 지금까지 이런 연구가 전무한 수준이지만, 문제의식을 느끼고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이제 막 생기기 시작했어요.


Q9.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도 의학이 아닌 한의학에 관심이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패러다임의 차이 때문이에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까웠던 사람이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할 때 국소적인 접근과 치료에 의문을 가졌었어요. 그 방식이 최선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상대적으로 동양적인 패러다임을 가진 한의학이 좋았어요. 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저는 한의학에 엄청난 자부심을 품고 살아가고 연구할 것이라는 점이에요. 한의학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10.

한의대 교육을 하면서 뿌듯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아직까진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뿌듯함을 기대하는 순간이 많아요. 앞으로 할 일이 많고 변화·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많거든요. 서울의대 의학교육학 교실에서 배운 가장 큰 부분은, 어쩌면 모호할 수 있는 교육학적 이론들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었어요. 이론의 도입, 적용을 통해 그 효과가 확실히 구별되도록 해요. 그런 점에서 볼 때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을 찾고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한의학에는 많아요.


제가 한의학 교육을 하는 이유는 후배들이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의료 행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더 나은 임상 역량을 가지고 졸업해서 자신 있게 한의사로 활동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의대 교육 과정을 무조건 모방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고 우리의 특수성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Q11.

의대 교육 과정만 모방하는 게 아닌, 한의대만의 자체적인 교육 과정을 개발한다면 무엇이 관건이 될까요?


세계적으로 의학 교육의 추세는 ‘임상 역량의 강화’예요. 양방에서는 역량 중심 교육 과정이 이미 많이 퍼져있어요. 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연구했는데, 한의계는 그런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2023년부터는 국시도 CBT로 바뀌어요. 이를 대비해서 의학계에서는 10년 이상 연구해 왔고, 부작용 최소화, 완충 작용을 하면서 이뤄낸 변화예요. 한의계는 너무 단기간에 변화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예요. 시대적 상황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마음이 급해서 어쩔 수 없지만, 너무 조급하게 양방 쪽의 기준에 맞춰서 우리를 평가하지 말고 소통을 해야 해요.


교육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에요. 기존 교수님, 기존 방식이 잘못되었더라도 그들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그 의견들을 존중하면서 소통해야 하고, 교육의 한 축인 학생들과도 소통해야 하죠. 지금의 교육 과정 심의위원회 (교심위) 같은 곳에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야 하고, 학생 위주의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단적인 예로 “어떤 교수님한테 찍혀서 성적이 안 나온다.” 이런 비상식적인 얘기가 나와서는 안 돼요. 평가에는 근거가 명확해야 하고, 학생들에게 피드백해 주어야 합니다.


교육 과정 개편에는 두 가지 진리가 있어요.

1. 언제나 저항이 뒤따른다.

2. 언제나 예산이 부족하다.


모두가 만족하는 개편은 의미가 없어요. 누군가는 불만과 반발이 있는데, 부작용 완충을 위한 시간과 노력의 여유가 있어야 해요. WFME 기준으로 한의대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국내 의대도 그 기준을 맞추려고 허덕여요.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우리의 정체성, 특수성을 지키면서 교육의 방법을 찾는 합의를 이루는 것이에요. 그러면서 일정 부분 의대의 시스템을 차용하는 거죠. 지필 고사 형태의 죽은 지식보다는 임상 역량을 강화해서 실제 환자가 호소할 때 어떻게 변증하고 가르치느냐가 중요해요. 그리고 학교 교육만으로 독자 진료가 가능해야 하죠. 그런 면에서 임상술기 교육 OSCE, CPX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하나씩 개선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Q12.

한의대 내 교육 과정 개편에서 가져야 할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건강보험 재정 95% 이상이 양방이고 한의계는 나머지 5% 내에서 서로 갈등하고 있어요. 파이를 키워야 해요. 남학생들은 물리치료사도 아닌데 졸업 이후 다들 추나를 익혀요. 이것도 좋지만, 내과 질환이 무너지면 의학으로서 의미가 없어요. 학생들은 약 처방해 본 경험이 없으니 졸업 후에도 약 쓰는 것이 두려워서 처방을 못 하죠. 일부 사례일 수 있지만, 이게 현실이에요.


임상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그만큼 교육을 잘해야 해요. 임상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하고, 졸업했다면 환자 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거죠. 한의계를 지배하고 있는 ‘패배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의대에 못 가서 한의대에 왔다는 학생들도 많지만, 학문이 질병 치료에 있어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는 걸 알면 좋겠어요.


Q13.

현재 한의학 교육에서 잘 이뤄지고 있는 점이 있다면?


예전에 경희대 한의학관에 갔을 때, 교육심의위원회 회의 결과를 화장실에 붙여놓은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공지를 해줘야 해요. 역량 중심 교육 과정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젠 적어도 명칭이 익숙하잖아요. 이렇게 조금씩 인식이 넓어지는 점이 잘 되는 것이라고 봐요. 뭔가 개선하고 학생 위주로 나아가려는 조짐이 보여요. 그런데 아직 학교별로 차이가 있어서 화두를 자꾸 던져야 해요. 학생들이 학생 입장을 자꾸 제기해야 하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통이 제일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제도도 소통 없이는 반발만 따를 뿐이에요. 예산이 부족하고 반발이 크지만 이를 이겨내고 하려면 소통이 필수적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라는 칼럼을 연재하다가 요즘은 못 하고 있는데, 이제 학교도 갔으니까 한의대 현장에서 느낀 것을 원고로 쓰려고 마음은 먹고 있어요.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여유 있을 때 다시 써봐야겠어요.


Q14.

칼럼에서 읽은 ‘교육은 좌절이다.’라는 말이 매우 인상 깊고, 공감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겪으신 좌절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지나간 일이라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좌절의 연속이었어요. 교육은 좌절할 수밖에 없어요. 열을 가르친다고 열을 다 흡수하는 게 아니니 효율을 높이려고 애쓰는 것일 뿐이죠. 그리고 좌절을 느끼는 것은 곧 극복할 힘이 있다는 거예요. 좌절을 보지 못하는 게 진짜 문제이지, 좌절을 느끼는 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니 같이 손잡고 개선하면 돼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의견을 구하고 나 자신도 반성하면서 좌절을 극복했던 것 같은데요. 사실 완전한 극복이란 게 있을까 싶네요. 교육 개혁에 의지를 가진 분들이 각 학교에 한둘씩이라도 퍼져있다면 교육 현실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각오로 제가 속한 학교를 발전시키려 하고 있고, 여러분도 충분히 저의 손을 잡아주시면 좋겠어요. 대만드 취재 활동 자체도 상당히 진취적이에요. 한의계는 좁으니, 앞으로 우리가 몇 번이라도 더 만날 수 있을 거예요.


Q15.

교수님이 개원의이던 시절 얘기도 궁금합니다!


처음 개원했을 때는 코로나 시국이기도 했지만, 환자가 하루에 한두 명 왔어요. 적자였지만 저는 치료율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었고 학교에서 받은 교육으로만 한번 해보자는 각오가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임상 강의도 듣지 않고 오로지 학교에서 배운 지식수준으로 한의원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치료가 잘 됐어요. 물론 학부생 때 한의학 관련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있어요. 그렇게 저는 한의학에 관심이 많았고 학생 때부터 공부도 많이 하고 처방도 많이 경험해 봤기 때문에 다른 사교육 없이 임상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원 생활도 경험했지만, 학교로 온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여러분들도 학교에 많이 남으시면 좋겠어요. 물론 개원보다 돈은 안 되겠지만 또 바꿔서 생각하면 개원은 면허 한 장만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Q16.

의대에서 포닥을 하면서 주로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떤 어려운 점이 있으셨는지, 또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의사 중 지금 의대에서 박사 과정이나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의학교육학 쪽은 별로 없지만요. 의학교육학의 특성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다른 전공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요. 어느 학교나 의학교육학 교실은 MD와 non-MD가 있고, 두 집단의 비중 차이는 학교별로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그래도 의학교육학은 non-MD가 속해있어서 한의학 등 다른 학문을 배척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우호적인 분위기가 좋았어요.


당시 제가 했던 일은 서울대병원 전공의 교육 과정 개편 작업을 했어요. 전공의 교육 과정을 바꾸고, 외래진료는 몇 시간 하게 하고, 논문 연구는 어떻게 시키고, 어떤 전문의를 양성할 것인가 연구하는 거죠. 저는 여기에 박수를 보냈어요. 제 주변 수련의 하는 사람들도 이 얘기를 들으면 다들 부러워하죠. 6년제 한의대 교육 과정도 바뀌어야 하지만, 병원 수련 과정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17.

부산대에 계실 때는 교육받던 입장에서, 이제 대전대에서는 교육하는 입장으로 바뀌게 되셨는데,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받는 입장에서 하는 입장이 되니까 어떻게 교육하면 전달이 더 잘 되겠다 하는 게 느껴져요. 받는 입장에서는 학교 내 제도나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고, 받은 후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 평가를 할 수만 있었죠. 그런데 이제 교육 과정을 만드는 데에 참여하다 보니 ‘아, 이건 바꾸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어렵구나.’, ‘이건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구나.’ 하는 것들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대전대는 학장님과 모든 교수님이 저한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셔서 활동하기 수월해요. 그런데 보수적인 교수님이나 그런 학풍이 지배적이라면 쉽지 않을 거예요.


교수님들의 교육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인식을 바꾸는 일이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교육받을 때는 단순히 호불호만 있었다면, 교육하는 입장에서 책임자가 되고 나니 ‘이건 좀 빨리해야겠다.’, ‘이건 나중에는 꼭 해야 한다.’ 이렇게 단계를 나누게 돼요.


Q18.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가자!”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입니다. 반성이나 확인 없이 정체된 상태로 오랫동안 한의학 교육이 이뤄져 왔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자 발전하자는 의도로 한마디 ‘가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의미도 될 수 있겠네요. 그래서 ‘가자!’는 한의계 전체에 던지고 싶어요.


Q19.

학생들이 한의학 교육의 수요자로서 가져야 할 생각과 태도가 있을까요?


두 가지예요. 지금의 교육이 내 의술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비판적인 수용, 그리고 자부심과 자신감 등이죠. 현재는 의료의 제한이 있지만,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우리가 치료할 수 있는 질환도 많아요. 의학은 실용 학문이고, 그래서 임상이 우선돼야 해요. 극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아무 근거 없는 치료법도 임상에서 결과를 보이면 유효해요. 한의학은 임상적으로 뛰어난 성과가 있으니 자신감으로 한의학 공부를 하세요. 동시에 비판적으로 수용하세요. 이것보다 더 나은 제도와 시스템을 고안할 수 없는지, 어떻게 최대한의 실력을 쌓을지에 대해 보통 무감각해져서 고민을 안 하는데, 비판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Q20.

앞으로의 행보와 이루고 싶으신 목표가 있으신가요?


한의전 들어가서 너무 행복했고 지금도 너무 바쁘지만, 학생들 교육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앞으로 더 바빠질 것이 보이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았기에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꼭 행복한 한의사의 인생을 사시기 바랍니다.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요. 저는 제가 있는 곳에서 여러분들이 더 자신 있고 활발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어디다 내놔도, 양방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한의학 교육 체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교육이 잘 안돼서 못 한다는 소리 안 듣도록 한의학 교육 개선하는 데에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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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를 다니면서 한 번쯤은 학교에서의 교육에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에게 관심을 두고 열심히 강의해 주시는 교수님들께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인터뷰 내내 한의학 교육과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 열변을 토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 내주시고 값진 인터뷰를 해주신 한상윤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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