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공기관, 약국, 제약회사를 방문하다 (1)
 

이민혜.jpg


1편 : 미국의 공공기관 (CDC, NIH, FDA)


우리나라도 이제는 해외 교류의 증가로 바이러스가 국경을 초월해 이동하여 감염병이 단 몇 시간 만에 국내로 옮겨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신종플루, 메르스 등의 감염성 질환으로 인해 몇 번의 국가 위기상황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진 의료 국가인 미국의 질병관리시스템은 어떻게 갖추어져 있을까요? 그리고 약사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궁금증들을 풀기 위해 미국의 공공기관인 CDC, NIH, FDA가 어떠한 곳인지 직접 방문하여 알아보고 한국인 연구자인 문성실 박사님, 고성열 박사님, 정상목 박사님께 미국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또한 다양한 약사의 직능을 통해 앞으로의 약대생의 진로에 대한 고민도 나누어 보았습니다.



small people 3.jpg 문성실 박사,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Q. 박사님의 소개와 어떻게 CDC에서 일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문성실입니다. 현재 CDC에서 바이러스 감염성 질환 센터에서 연구를 하고 있어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저는 Microbiologist로서 영유아에게서 설사를 유발하는 Rotavirus의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남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2007년에 조지아주 아틀란타에 있는 CDC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2009년부터 자리를 잡고 계속 일해오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에서 감염면역학 박사학위 취득 후 생명공학 박사학위 수여 후 한국에서 hanta virus, rota virus, SARS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의 연구에 참여했던 것이 제가 CDC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저를 제외한 다른 한인 분들은 이민 1.5세대이거나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분들이 많고 처음에는 정말 연고도 없이 미국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보다 다양한 업무에 참여할 수 있고 CDC에서 일하는 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한편 CDC는 global health 분야에 325 milion dollar나 투자하고 있으며 prevention, control monitoring에도 상당한 금액을 사용하여 큰 규모의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센터에 약사분들이 거의 없으시긴 합니다만, 환경 보건연구 분야에는 한국인 약사분이 일하고 계시고, 약사도 연구원으로서 충분히 직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국도 마찬가지로 연구하는 약사의 수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후 FDA 승인을 받거나 또는 제약회사 및 학교들과의 협력 연구 등의 Regulation이 필요한 부분에서 약사분들이 일하고 계세요.


LMH01.jpg

Q. CDC는 어떤 기관인가요?


CDC가 추구하는 목적은 'romote health and quality of life by preventing and controlling disease, injury, and disability' 말 그대로 각종 질병 및 보건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 있고 과거 말라리아 퇴치 방역활동을 위한 센터로 구축되었어요. 그 후 말라리아의 역학 연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질환 연구 및 보건사업을 진행하며 현재의 질병통제센터로 자리매김하였고 질병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사고에 의한 상해 및 장애 등 보건 분야에 총괄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기관이지만 WHO 및 여러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해외 각국의 질병 발생과 환경을 조사하고 연구합니다. 이는 세계보건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대에 따른 미국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이기도 한 거죠. CDC에서는 감염 질환에 노출이 많은 개발도상국 또는 자연재해 지역에도 많은 연구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위험이 많고 힘든 일인지라 꺼릴 만도 한데 의외로 이런 어려운 일에 뜻을 두고 열정이 있는 연구원들도 많이 있고요.


LMH02.jpg

Q. 미국의 질병예방통제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CDC는 미 연방정부의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서 비상사태 시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예로, EOC (emergency operation center)를 매일 24시간 운영함으로써 응급상황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또 위험한 감염 질환 발생 시 EOC를 통해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매우 구체적인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각 상황에 필요한 팀을 바로 구성할 수 있으며, 각 팀이 담당해야 할 업무를 미리 상세하게 기술해 두었어요. 따라서 해외로부터 감염 질환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환자의 첫 발견부터 병원에 이송되어 치료되는 모든 과정이 잘 통제되고 관리될 수 있는 거죠. 메르스 사태 이후 한국 관계자분들도 미국 CDC의 EOC 시스템 도입에 관심을 두고 방문을 한 적이 있었어요.



small people 2.jpg 고성열 박사, 미국 국립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Q. 박사님의 간단한 소개와 어떻게 NIH에서 연구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고성열입니다. 저는 삼육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후 NIH의 Vaccine Research Center에서 포닥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staff scientist로 백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약사 면허가 있지만 연구가 제 적성에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연구를 하고 있죠. NIH 내의 연구 환경도 좋고요. 저의 전공 분야는 mucosal 백신이며 현재는 지카 바이러스, HIV, 플루 백신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LMH04.jpg

Q. 미국의 국립보건원 (NIH)은 무슨 기관인가요?


NIH에서는 폭넓은 분야의 신약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clinical center가 위치하여 바로 임상 시험을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죠. 특히 제가 속해 있는 NIH에서의 백신 연구는 상품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만약을 대비하여 제약회사에서 쉽게 진행할 수 없는 연구를 국가가 맡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적 기여의 의미에서의 신약 개발과 회사가 참여하지 않는 분야의 백신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LMH03.jpg

Q. NIH에서는 지카 바이러스나 에볼라 바이러스같이 이러한 감염성 질환이 갑자기 발생하는 긴급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백신이 개발되어 보급되는지 궁금해요.


감염성 질환의 백신은 계속 개발되고 있고 웬만하면 전임상까지 마친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이러한 긴급 상황에서는 FDA에서 빠른 시간 내에 임상 시험약을 심사해주는 제도를 통해 임상 시험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small people 2.jpg 정상목 박사, 미국 식품의약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Q. 박사님께서 FDA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상목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였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지금은 FDA에서 심사관으로 ‘신약의 개발 및 허가’를 담당하고 있고요, 한국인 연구자로서 KAPSA (the Korean-American Pharmaceutical Scientists Association)에도 소속되어 있습니다. FDA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그리고 미국 약사들도 많이 근무하고 있고 한국인의 경우 FDA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시민권이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간혹 영주권이나 외국인 신분으로도 취직이 가능한 분야가 있습니다. FDA가 교육기관은 아니나, 한국 식약처 에서 미국 FDA로 연수 오신 분들도 있기도 하고요.


LMH05.jpg

Q. FDA는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가요?


FDA는 우리나라의 식약처 (KFDA)와 비슷한 미국의 공공기관으로서 의약품 (CDER), 혈액 및 백신 (CBER), 의료기기 (CDRH), 식품/화장품 (CFSAN) 및 동물의약품 (CVM)의 통제와 관리, 승인을 하는 곳입니다. 한국의 의약품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야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고 미국의 Pharm.D.들도 많이 근무하고 있어요.


Q. 미국 FDA의 규제는 다른 나라보다 더 엄격하고 평가 기준이 높은가요?


우리나라와 미국의 규제 기준은 비교적 비슷한 수준입니다만 미국 실정에 따른 중요한 다른 면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전문 인력이 많으므로 보다 더 세부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백신의 경우,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상 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그 규모가 아주 크고 개발이나 허가를 받는 데에도 의약품과는 다른 방법이 고려되어야 해서 FDA에서는 백신을 규제하는 센터 (CBER)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drug, biologic, device 등을 관리하는 해당 전문 센터들이 있습니다.


Q. 신약 개발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제약산업 발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약산업의 좋은 발전의 예로 일본을 들고 싶어요. 일본은 단일 국가 중에서 미국에 신약 신청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나라라고 합니다. 다케다 제약회사의 경우 약 19년 전의 신약인 액토스 (당뇨병약)의 지속적인 매출로 지금까지도 큰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제약회사는 이제 막 선발 주자들이 허가를 받기 시작한 셈인데요, 예를 들면 LG생명과학의 경우 두 가지 신약 (small molecule과 성장호르몬), 한미약품의 경우 개량 신약, 셀트리온에서는 바이오 의약품, 대웅제약에서는 제네릭 의약품 등이 FDA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다양한 분야의 허가를 다 합친 분량이 미국의 하나의 글로벌 회사의 허가 규모보다 적다고 생각하면 되요. 큰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을 하면서 다른 제네릭 개발 회사들과 병합한 미국의 J&J (존슨 앤 존슨) 같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에 비해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국내 시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여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고 한미약품의 예처럼 우리나라의 제약회사들도 앞으로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약대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군가가 말씀하신 ‘젊은 사람이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일하고 있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먼저 약대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해 보고 시야를 넓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에서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가도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 약대 졸업생을 위한 시험과 인턴을 거치거나, 새로운 Pharm.D. 학위를 받아야 합니다. 약사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FDA 같은 공공기관에서 의약품의 규제와 허가를 담당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겠죠. 그리고 약사의 전문성과 관련하여 앞으로 한국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임상 약사가 유망한 직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병원에 임상 전문 약사가 있고 약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임상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임상 약사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면에서, 신약 개발과 관련된 임상 연구와 임상 시험에 관련된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신약 개발의 3박자는 학계의 튼튼한 기초 연구/임상 연구 및 회사들의 건실한 R&D와 더불어 신약 자료를 잘 평가 할 수 있는 심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많은 한국 제약회사들이 세계 제약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임상 연구, 임상 시험, 임상 시험 자료 평가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임상 약사의 역할이 중요성을 가지는 만큼 한국의 약대생들에게도 진로를 선택할 때 신약 개발에 대해서도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을 권해봅니다.


의국스토리 여자 명찰 이민혜.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