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방성혜의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두 아들을 둔 엄마 한의사 방성혜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척 귀한 일이지만 또한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지요. <동의보감> 속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양육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 칼럼을 통해서 그 양육의 지혜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학력]
-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박사학위 취득 (의사학)

[경력]
- 현 인사랑한의원 원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의사학교실 겸임교수
- MBC 창사특별기획드라마 <마의> 한의학 자문

[저서]
- 2017 『조선왕조 건강실록』
- 2016 『아토피, 반드시 나을 수 있다』
- 2015 『용포 속의 비밀, 미치도록 가렵도다』
- 2014 『동의보감 디톡스』
- 2013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 2012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
- 2012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
- 2012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 1, 2』

방성혜
방성혜

두 아들을 둔 엄마 한의사 방성혜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척 귀한 일이지만 또한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지요. <동의보감> 속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양육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 칼럼을 통해서 그 양육의 지혜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프로필 바로가기

총명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

 
방성혜 메인 총명탕.jpg


눈을 가린 고양이


미국의 한 생리학자는 뇌의 신경세포를 연구하면서 한 가지 실험을 하게 되었다. 그 실험의 내용은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들의 한쪽 눈을 가린 채로 몇 개월 동안 생활하게 한 것이다. 몇 달의 시간이 지난 후 감겼던 눈을 풀어보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태어날 때는 멀쩡했던 눈이었고 구조적으로도 정상이었지만 그 아기 고양이들은 그만 한쪽 눈이 멀어버렸던 것이다. 단지 몇 개월 동안 눈을 가렸을 뿐인데 멀쩡한 눈이 장님 눈이 되어 버렸다.


실험을 행하였던 생리학자는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 뇌의 회로라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고양이에게는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있고 또 고양이의 뇌 속에는 사물을 인지하는 ‘뇌세포’가 있다. 이 눈과 뇌세포는 고양이가 태어날 때 이미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고양이의 눈이 사물을 바라보고 고양이의 뇌세포가 사물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눈과 뇌세포 사이를 연결해주는 ‘회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회로는 태어날 때부터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지 않다. 출생 후 끊임없이 눈으로 사물을 접하고 이것을 시각중추의 뇌세포로 전달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눈과 뇌세포 사이의 이 회로가 완성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눈으로 들어오는 ‘자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양이의 한쪽 눈을 가려버려서 몇 달 동안 눈으로 들어오는 자극을 원천 차단시켜 버리자 놀랍게도 아기 고양이의 한쪽 눈은 장님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쪽 눈이 멀어버린 고양이의 뇌를 검사해보자 눈도 멀쩡하고 뇌세포도 멀쩡했지만 눈과 뇌세포를 연결해주는 회로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양이는 생후 30~80일 사이에 이렇게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을 훈련하면서 눈에서 시각중추 사이의 회로를 완성시키게 된다. 만약 이 시기에 사물을 전혀 보지 못하도록 해버리면 이 회로는 만들어지지 못하게 되고 멀쩡한 고양이는 죽을 때까지 장님으로 살아야 한다.


귀를 막은 새


이런 사례도 있다. 어느 학자가 새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다. 여러 새들의 소리를 녹음해 새들에게 들려주는 실험을 하면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실험에 사용된 새는 흰목멧새라는 새였다. 갓 태어난 아기 흰목멧새에게 출생 후 일정 기간 그 어떤 소리도 들려주지 않는 실험을 하였다. 그러자 놀랍게도 흰목멧새는 울지 못하는 새가 되어 버렸다.


흰목멧새는 태어난 직후 20~50일 사이에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게 되면 소리라는 것을 알지 못하게 된다. 소리를 배울 수 있는 시기는 한정되어 있기에 만약 이 시기가 지난 후에 소리를 들려주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결국 흰목멧새는 멀쩡한 목청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는 새가 되어 버렸다. 출생 후의 어느 중요한 시기를 놓쳐 버리자 멀쩡한 육체를 두고도 지저귀지 못하는 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이유는 귀에서부터 뇌의 청각중추에까지 이어지는 회로가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귀도 멀쩡하고 뇌의 청각중추도 멀쩡했지만 소리라는 자극에 단 한 번도 노출되지 못하였기에 귀에서 청각중추로 이어지는 회로가 생성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총명하다는 말의 뜻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가 총명하게 자라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총명하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똑똑한 것을 말할까? 집중력이 뛰어난 것을 말할까? 기억력이 좋은 것을 말할까?
암기력이 끝내주는 것을 말할까? 창의력이 뛰어난 것을 말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총명이라는 단어의 한자를 풀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총명하다는 단어는 귀 밝을 총(聰) 자와 눈 밝을 명(明) 자를 써서 총명(聰明)이라고 한다. 귀가 밝고 눈이 밝은 것이 바로 총명한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출생 직후부터 끊임없이 외부 자극에 노출된다. 먹고 보고 마시고 듣고 느끼는 여러 자극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이러한 자극은 감각 기관을 통해 뇌의 중추에까지 도달해야 한다. 이렇게 바깥에서부터 들어온 정보가 뇌세포들로 전달하는 이 과정에는 ‘시냅스’라고 하는 연결 회로가 꼭 필요하다.


아이가 출생 직후부터 자라는 과정 동안 이 시냅스는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아이의 뇌가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 이 시냅스가 증가한다는 것과도 같다. 아기가 갓 태어났을 때 뇌의 신경세포가 가지는 시냅스의 숫자는 약 2천5백 개이다. 2~3년이 지나게 되면 1만5천 개의 시냅스로 늘어나게 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외부의 자극이 많을수록 아이의 뇌 속의 시냅스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 시냅스가 증가하기에 아이가 자라면서 뇌의 정보 처리 능력 또한 점점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성인의 뇌보다 오히려 아동의 뇌가 훨씬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시냅스를 열심히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의 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기가 바로 출생 후부터 10세 정도까지의 기간이다. 그러니 이 시기 동안 많은 사물을 보면 볼수록, 많은 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 아이들의 눈과 귀는 더욱 밝아지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 아이들의 시냅스는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뇌는 더욱 잘 자라게 되는 것이다. 또한 더욱 ‘총명’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총명하다는 것은 결국 귀가 밝고 눈이 밝은 것을 의미한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본 아이가 더욱 총명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내 아이를 총명하게 키우고 싶다면 많이 듣고 보고 경험하게 해줘라.


엄마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총명탕


캐나다의 한 교수가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하였다. 한 그룹은 어미 쥐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자란 새끼 쥐였다. 어미 쥐는 새끼 쥐를 애정으로 안아주고 핥아주면서 키웠다. 또 한 그룹은 어미 쥐의 애정을 전혀 받지 못하며 자란 새끼 쥐였다. 무심한 어미 쥐는 새끼 쥐를 안아주지도 핥아주지도 않았다.


이렇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일정 기간을 보낸 후 새끼 쥐들을 수영장에 풀어놓았다. 그리고 정해진 자리에 더 쉽게 찾아 돌아오는 쥐가 어느 쪽인지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어미 쥐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자란 쥐가 더 빨리 목표 지점에 찾아오더라는 것이다. 또한 애정을 받고 자란 새끼 쥐를 반대로 무심한 어미 쥐에게 주고서 키우도록 했다. 이렇게 어미 쥐를 바꾸어 놓아도 똑똑하게 자란 새끼 쥐는 계속 똑똑한 상태를 유지했다. 새끼 쥐들의 뇌를 분석해 보자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새끼 쥐의 뇌에서 시냅스의 수가 더 많이 발견되었다.


이로써 어렸을 때 엄마에게서 받은 애정 혹은 상처가 아이를 똑똑하게도 만들 수 있고 아둔하게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마가 아기를 많이 안아줄수록 그리고 많이 사랑해줄수록 아기 뇌의 시냅스는 더욱 많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제시한, 하루에 천 마디를 외울 수 있게 하는 총명탕이라는 처방을 구성하고 있는 약재는 백복신, 원지, 석창포이다. 노인의 눈과 귀와 머리를 밝게 해주는 익기총명탕이라는 처방을 구성하고 있는 약재는 감초, 인삼, 황기, 승마, 갈근, 만형자, 백작약, 황백이다. 물론 이런 약들이 눈과 귀와 머리를 밝게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엄마의 사랑이 최고의 총명탕이다. 아무리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말하게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엄마의 사랑이 빠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이 모든 것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반발심만 커지게 될 것이다. 많이 안아주고 많이 다독여주고 많이 사랑해주면서 키운다면 우리 아이들은 머릿속 시냅스의 가지를 활짝 펼치면서 자라게 될 것이다.



© 한의사 방성혜의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