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방성혜의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두 아들을 둔 엄마 한의사 방성혜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척 귀한 일이지만 또한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지요. <동의보감> 속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양육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 칼럼을 통해서 그 양육의 지혜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학력]
-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박사학위 취득 (의사학)

[경력]
- 현 인사랑한의원 원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의사학교실 겸임교수
- MBC 창사특별기획드라마 <마의> 한의학 자문

[저서]
- 2017 『조선왕조 건강실록』
- 2016 『아토피, 반드시 나을 수 있다』
- 2015 『용포 속의 비밀, 미치도록 가렵도다』
- 2014 『동의보감 디톡스』
- 2013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 2012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
- 2012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
- 2012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 1, 2』

방성혜
방성혜

두 아들을 둔 엄마 한의사 방성혜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척 귀한 일이지만 또한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지요. <동의보감> 속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양육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 칼럼을 통해서 그 양육의 지혜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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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없는 음식이 뇌에 일으키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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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에게 올린 총명식


조선은 세습에 의해 왕위가 이어지던 나라였기에, 다음 보위를 이을 세자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세자를 다른 말로 국본이라 불렀는데 이는 곧 세자가 어떻게 자라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몇십 년 동안 나라의 국운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왕실에서는 어린 세자를 총명하게 교육시키고자 지극히 애를 썼다.


세자가 태어나 자라서 글을 익힐 나이가 되면 두뇌의 성장을 위하여 여러 가지 총명식을 지어 올렸다. 다음 왕위를 이을 귀한 몸인 세자에게 올린 총명식은 어떤 음식이었을까? 조선 팔도에서 생산되는 여러 가지 값나가고 진귀한 음식들은 대부분 왕실로 바쳐진다. 그렇다면 귀하디귀한 세자에게 올리는 총명식 역시 무척이나 값나가고 진귀한 재료들로 만든 음식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뜻밖에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선 세자가 아침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조청을 올렸다. 조청이란 쌀과 보리길금을 오래도록 끓여서 만든 천연 당분이다. 한창 책 읽기를 하는 세자에게 조청을 올린 것은 뇌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인 포도당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책을 읽는 중간에 간식으로 무정과를 올리기도 했다. 무정과란 무를 얇게 썰어 조청에 졸여서 과자처럼 만든 것이다. 그 외에도 검정콩으로 만든 콩강정이나, 검정깨로 만든 깨강정, 송홧가루를 꿀에 개어 만든 송화다식, 솔잎과 송홧가루와 콩을 섞어 만든 환, 솔잎으로 만든 생식, 죽순으로 만든 죽, 검정깨와 찹쌀을 이용해 만든 떡인 깨찰편 등을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한 간식으로 지어 올렸다.


가만히 살펴보면 일국의 귀한 세자에게 지어 올린 총명식이 그다지 유별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총명식은 대부분 담백한 음식들이다.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도 않았고 기름에 튀기거나 볶아서 만들지도 않았다. 육고기와 같은 기름진 재료를 쓰지도 않았다. 먹으면 속이 편안한 식재료들로 담백하게 조리하여 만들었다. 이는 “음식은 담백한 것이 최상이다.”라는 것을 우리 조상들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하디귀한 일국의 세자에게 가장 담백한 음식으로 총명식을 지어 올린 것이다.


맛이 넘치는 음식의 악영향


미국의 실험심리학자인 알렉산더 샤우스 박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어떤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연구의 대상이 된 청소년은 행복한 가정의 청소년이 아니라 소년원에 있는 비행청소년들이었다. 그는 소년원의 비행청소년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음식을 주로 먹는지, 성격이 어떠한지, 또한 학습 능력은 어떠한지를 면밀히 관찰하였다. 그 결과 이 청소년들은 대부분 폭력성이 강하고, 과잉 행동 장애가 있었으며, 범죄 심리를 품고 있었고, 학습 능력이 부진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은 이들이 주로 정제된 설탕과 식품 첨가물이 든 인스턴트 음식을 과잉 섭취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샤우스 박사는 이 청소년들이 먹는 음식을 완전히 뜯어고치도록 하였다. 정제 설탕과 식품 첨가물이 든 음식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대신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아이들에게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아이들은 폭력성이 줄어들었고, 3분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던 아이들의 과잉 행동 장애가 줄어들었으며, 범죄율이 현격히 감소하였고, 게다가 학습 능력 또한 상승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비행청소년이 되어 소년원에까지 들어오게 된 것은 가정환경이 불행했던 것이 유일한 이유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담긴 정제 설탕과 식품 첨가물이 아이들의 뇌를 지배하여 행동을 바꾸고 결국 인생까지 타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결과였다.


1970년대 미국의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사회에서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산업이 급속도로 증가하던 시기에 학생들에 의한 폭력 사건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학교의 교육 시스템은 더욱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학습 부진아들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 역시 샤우스 박사의 연구와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미국 사회만 이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요즘 아이들이 참을성이 없고,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앓고 있고, 학교 폭력이 점점 증가하는 것 역시 이런 식생활과 분명 관계가 있다. 바로 맛이 너무나 많이 담긴 음식, 특히 인공적인 단맛이 넘치도록 담긴 음식들이 우리 아이들의 뇌를 망가뜨리고 성격을 망가뜨리고 학습 능력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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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없는 음식을 즐기는 훈련을 시켜야


그렇기에 어려서 처음으로 먹어보는 음식의 맛이 아주 중요하다. 아이가 처음 맛보는 음식이 강하고 자극적인 맛이어서는 안 된다. 어려서 시작하는 음식은 담백한 맛일수록 좋다. 처음부터 사카린만 먹다가 어느 날 조청을 먹어본다면 조청이 전혀 달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사카린은 설탕보다 200배나 더 달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슈퍼에서 사 온 오렌지 주스를 먹은 아이는 집에서 오렌지의 즙을 짜서 만든 천연 주스는 마시려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슈퍼에서 파는 오렌지 주스에는 인공감미료를 써서 단맛을 듬뿍 담아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집에서 만든 진짜 오렌지 주스는 맛이 없다고 느낄 것이다.


이유식을 만들 때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게 하려고 인공 설탕을 듬뿍 넣어 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간식을 만들 때도 조금이라도 더 먹게 하려고 맛을 강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가장 맛이 없게 만들어라. 여기서 맛이 없다는 것은 ‘맛없게’가 아니라 ‘맛이 없게’이다. 즉, 천연 양념을 써서 만들되 최소한의 양을 써서 최대한 담백하게 만들라는 뜻이다. 인공적인 맛을 추가하지 않아도 이미 식재료 자체에 맛이 충분히 들어 있다.


처음 먹이는 이유식, 처음 먹이는 반찬, 처음 먹이는 간식, 처음 먹이는 요리는 가장 ‘맛이 없게’ 만들어 주자. “여러 음식을 담백하게 먹으면 정신을 밝게 해준다.” 어려서부터 담백한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국본인 세자를 위해서 겨우 검은콩으로 강정을 만들고 겨우 무로 정과를 만들었던 것은 담백한 음식이 먹는 이의 정신을 밝게 해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기껏 맛이 들어간 것은 천연 당분인 조청 정도였다. 모두 음식 원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담백하게 조리하여 총명식을 만들었다. 조선의 국본이 세자였다면 우리 집의 국본은 바로 내 아이이다. 세자에게 올린 것처럼 내 아이에게도 담백한 재료를 써서 담백한 맛의 음식을 만들어주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총명식이 된다.



© 한의사 방성혜의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