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방성혜의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두 아들을 둔 엄마 한의사 방성혜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척 귀한 일이지만 또한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지요. <동의보감> 속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양육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 칼럼을 통해서 그 양육의 지혜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학력]
-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박사학위 취득 (의사학)

[경력]
- 현 인사랑한의원 원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의사학교실 겸임교수
- MBC 창사특별기획드라마 <마의> 한의학 자문

[저서]
- 2017 『조선왕조 건강실록』
- 2016 『아토피, 반드시 나을 수 있다』
- 2015 『용포 속의 비밀, 미치도록 가렵도다』
- 2014 『동의보감 디톡스』
- 2013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 2012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
- 2012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
- 2012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 1, 2』

방성혜
방성혜

두 아들을 둔 엄마 한의사 방성혜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척 귀한 일이지만 또한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지요. <동의보감> 속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양육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 칼럼을 통해서 그 양육의 지혜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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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을 먹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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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변화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계의 모습 역시 변한다. 날씨도 변하고 식물의 모습도 변한다. 식물만큼 뚜렷하지는 않지만 동물 역시 계절에 따른 변화가 있다. 가장 진화한 동물인 사람도 사계절에 따라 약간씩 변화가 생긴다. 봄에는 춘곤증이 생겨 기운이 없고 낮에도 꾸벅꾸벅 존다. 여름에는 땀이 많고 피부가 촉촉해지고 소변양이 줄어든다. 가을에는 마치 동물이 털갈이를 하는 것처럼 머리카락과 털이 잘 빠진다. 겨울에는 땀이 줄고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각질이 잘 생기고 소변양이 늘어난다. 봄에는 간에 기운이 있고, 여름에는 심장에 기운이 있으며, 가을에는 폐에 기운이 있고, 겨울에는 신장에 기운이 있으며, 환절기에는 비장에 기운이 있게 된다. 식물만큼 확연하게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자세히 살피면 사람을 포함한 동물 역시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몸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사계절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봄철의 석 달은 발진(發陳)이라 부르고, 여름철의 석 달은 번수(蕃秀)라고 부르며, 가을철의 석 달은 용평(容平)이라 부르고, 겨울철의 석 달은 폐장(閉藏)이라 부른다.” 발진(發陳)이란 일어날 발(發) 자와 묵을 진(陳) 자를 써서 묵은 것을 떨쳐낸다는 뜻이다. 봄철은 묵은 것을 떨쳐내고 새로운 것을 살려내는 시기라는 것이다. 번수(蕃秀)란 우거질 번(蕃) 자와 꽃이 필 수(秀)자를 써서 잎이 우거지고 꽃이 활짝 핀다는 뜻이다. 여름철은 만물이 활짝 피어나고 자라나는 시기라는 것이다. 용평(容平)이란 담을 용(容) 자와 평평할 평(平) 자를 써서 이제 성장을 멈추고 담는다는 뜻이다. 가을철은 담고 수확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폐장(閉藏)이란 닫을 폐(閉) 자와 저장할 장(藏) 자를 써서 감추고 저장한다는 뜻이다. 겨울철은 수확한 것을 저장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발진(發陳), 번수(蕃秀), 용평(容平), 폐장(閉藏) 이것이 사계절에 일어나는 자연계의 변화이다.

계절별 섭생법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 사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지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각 계절에 어떻게 지내면 좋은지 계절별 섭생법도 함께 적어 놓았다. 


먼저 “봄철에는 만물을 살리는 도에 응해야 한다. 이를 거스르면 간을 상하게 되고 여름철이 되었을 때 냉증으로 변하게 되고 길러내는 힘이 적어지게 된다.” 봄철은 새로운 것을 살려내는 생(生)의 시기라는 것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면 간을 상할 뿐 아니라 여름철에 가서 병이 될 수 있다.


“여름철에는 만물을 길러내는 도에 응해야 한다. 이를 거스르면 심장을 상하게 되고 가을철이 되었을 때 학질이란 병이 생기고 수렴시키는 힘이 적어지게 된다.” 여름철은 생겨난 만물을 길러내는 장(長)의 시기라는 것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면 심장을 상하고 가을철에 가서 병이 될 수 있다.


“가을철에는 만물을 거두어들이는 도에 응해야 한다. 이를 거스르면 폐를 상하게 되고 겨울철이 되었을 때 설사가 생기고 저장하는 힘이 적어지게 된다.” 가을철은 기른 것을 거두어들이는 수(收)의 시기라는 것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면 폐를 상하고 겨울철에 가서 병이 될 수 있다.


“겨울철에는 만물을 저장하는 도에 응해야 한다. 이를 거스르면 신장을 상하게 되고 봄철이 되었을 때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병이 생기고 살리는 힘이 적어지게 된다.” 겨울철은 거두어들인 것을 저장하는 장(藏)의 시기라는 것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면 신장을 상하게 되고 봄철에 가서 병이 될 수 있다.


봄은 봄답게, 여름을 여름답게, 가을을 가을답게,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라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계절에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사람의 몸뿐만 아니라 자연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을 볼 수 있다. 추워야 할 겨울이 춥지 않으면 이듬해에 해충이 극성을 부려 농사가 흉년이 된다. 눈 내려야 할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으면 이듬해 봄에 가뭄이 든다. 따뜻해야 할 봄에 날씨가 추우면 보리가 흉년든다. 더워야 할 여름이 오히려 시원하면 가을에 농작물이 여물지 않는다. 이렇게 계절이 그 계절답지 못하면 다음 계절에도 이상 사태가 생긴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의 애리조나 대학에서는 겨울의 날씨가 따뜻하면 이듬해에 독감이 극성을 부린다는 연구 결과를 내어 놓았다. 계절은 그 계절다워야 한다는 것을 이제 미국 사람들도 알게 된 것이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봄에는 살리고 여름에는 기르고 가을에는 거두어들이고 겨울에는 저장하는 그 섭리대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그 다음 계절에 탈이 날 수도 있다.

제철음식은 그 계절의 정화


음식에는 잎을 먹는 음식, 줄기를 먹는 음식, 열매를 먹는 음식, 씨앗을 먹는 음식 그리고 뿌리를 먹는 음식이 있다. 그리고 각 부위에 그 식물의 정화(精華)가 담기는 특정 계절이 있다. 잎은 주로 봄이나 여름에 가장 촉촉하고 파릇파릇하다. 씨앗과 열매는 주로 가을에 가장 알차게 열린다. 뿌리는 주로 가을이나 겨울에 가장 기운이 응축되어 있다. 그래서 그 식물의 정화가 담긴 부위를 따는 적당한 계절이 있다. 바로 그 계절에 수확한 음식을 ‘제철 음식’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제철음식은 그 식물의 영양분이 가장 무르익었을 때에 먹는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제철음식이란 것이 사계절 변화의 순리를 따라가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제철음식을 먹게 되면 그 계절을 가장 그 계절답게 보내도록 도와준다.


발진의 계절인 봄에 봄나물을 먹으면 춘곤증을 이기게 해준다. 봄에는 묵은 것을 떨쳐내고 새로운 것을 생기게 해야 하는데, 이런 힘이 부족한 사람들이 느끼는 증상이 바로 춘곤증이다. 그런데 봄동, 돌미나리, 달래, 냉이, 씀바귀, 쑥, 취나물, 두릅, 미나리와 같이 봄철에 갓 돋아난 제철 나물을 먹게 되면 발진이 더욱 잘 되게 해서 춘곤증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름철은 활짝 피어나는 번수의 계절이다. 꽃과 잎이 활짝 핀다. 이르면 열매가 맺히기도 한다. 싱싱하게 자라난 부추, 깻잎, 아욱, 풋고추, 열무, 가지, 오이, 애호박, 양배추, 얼갈이배추와 같은 여름철 음식을 먹으면 사람의 몸도 더욱 번수하게 해주어 피부가 윤택해지고 털과 머리카락이 무성하게 해준다.


가을철은 모으고 수렴하는 용평의 계절이다. 씨앗이 맺히고 열매가 열린다. 이르면 뿌리로 기운이 모이기도 한다. 무, 감자, 고구마, 당근, 연근, 우엉, 늙은 호박, 배추, 버섯과 같은 가을철 음식을 먹게 되면 사람의 기운도 수렴하고 용평하게 해준다. 여름철 땀으로 새어나가던 기운이 수렴되어 안으로 모이도록 만들어준다.


겨울철은 저장하는 폐장의 계절이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기운을 뿌리로 내린다. 생강, 무, 쑥갓, 파와 같은 겨울철 음식을 먹게 되면 사람의 기운도 폐장하게 해준다. 겨울철 추위를 견디고 이길 수 있게 해준다.


식물이 자신이 가진 발진, 번수, 용평 혹은 폐장의 그 에너지를 가장 농축시켜 특정 계절에 특정 부위에 내어 놓는 것이 바로 제철 음식이다. 그러니 이 제철 음식이란 것이 얼마나 귀하고 좋은 것인가? 열심히 성장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계절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식재료이다.


그런데 요즘은 작물공법의 발달로 제철 음식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제철이 아니라 아무 때나 먹는다. 자연이 아닌 인공적인 태양빛, 인공적인 수분 공급, 인위적인 환경 조절로 여름에도 겨울 채소가 나오고 겨울에도 여름 채소가 나온다.


겨울에 겨울 채소를 먹었던 것은 폐장해야 할 계절에 잘 폐장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하우스에서 재배된 여름 채소를 먹게 되면 폐장해야 할 계절에 번수하는 성질의 음식을 먹게 된다. 그것도 인공적인 환경에서 인위적으로 강요된 번수의 기운을 품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물론 채소를 먹는 것이야 좋은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 그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먼저 무엇이 이 계절에 나는 제철 음식인지부터 관심을 가지고 잘 알아보자. 그런 뒤 가장 그 계절의 자연스런 기운에 의해 자라난 가장 싱싱하고 가장 제철다운 음식을 아이에게 먹이자. 그것이 그 계절을 가장 그 계절답게 보내어서 다음 계절에도 아이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 한의사 방성혜의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