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방성혜의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두 아들을 둔 엄마 한의사 방성혜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척 귀한 일이지만 또한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지요. <동의보감> 속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양육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 칼럼을 통해서 그 양육의 지혜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학력]
-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박사학위 취득 (의사학)

[경력]
- 현 인사랑한의원 원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의사학교실 겸임교수
- MBC 창사특별기획드라마 <마의> 한의학 자문

[저서]
- 2017 『조선왕조 건강실록』
- 2016 『아토피, 반드시 나을 수 있다』
- 2015 『용포 속의 비밀, 미치도록 가렵도다』
- 2014 『동의보감 디톡스』
- 2013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 2012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
- 2012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
- 2012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 1, 2』

방성혜
방성혜

두 아들을 둔 엄마 한의사 방성혜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무척 귀한 일이지만 또한 매우 힘든 일이기도 하지요. <동의보감> 속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양육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 칼럼을 통해서 그 양육의 지혜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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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몸에 좋은 천연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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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양념 중의 하나가 바로 설탕이다. 그런데 이 설탕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설탕을 만들기 위해서는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사탕수수라는 식물이 필요하다. 이 사탕수수를 압착하여 즙을 짠 후 끓여서 농축시키면 이것이 바로 설탕이 된다.


이 설탕을 동의보감에서는 사당(沙糖)이라고 불렀다. “성질은 차고 맛은 달다. 심장의 열로 입이 마르는 것을 치료한다. 효능은 석밀(石蜜, 산속 바위틈에서 채취한 꿀)과 같다. 이는 사탕수수의 즙을 끓여서 만든 것인데 형태가 마치 모래(沙)와 같아서 사당(沙糖)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설탕은 먹으면 안 좋은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동의보감의 설명은 귀한 석밀의 효능과도 같다고 하니, 그럼 설탕은 몸에 좋은 것일까, 안 좋은 것일까?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이 사당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설탕이 아니다. 동의보감의 사당은 지금은 ‘비정제 설탕’ 혹은 ‘유기농 설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탕수수의 즙을 끓여서 농축시킨 것이 바로 ‘원당’이고 다른 말로 ‘비정제 설탕’이라 부르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동의보감의 사당이다. 이 비정제 설탕이 기계를 거치면서 몸에 유익한 미네랄과 섬유소가 빠져 버리면 우리가 슈퍼에서 흔히 구입하는 ‘황설탕’이 된다. 또 한 번 더 기계에 의해 필터링 되어 미네랄과 섬유소가 또 제거되면 ‘백설탕’이 되며 99.9%의 당도를 지니게 된다. 원당에서 황설탕 그리고 백설탕으로 갈수록 수분과 미네랄 그리고 섬유소는 점점 더 제거되고 당도는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사당은 비정제 설탕으로 자연이 우리에게 준 형태이다. ‘천연 설탕’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인간이 만든 기계에 의해 수차례 가공이 들어가게 되면 원래 자연에는 없던 ‘인공 설탕’이 되는 것이다. 동의보감이 말하는 설탕의 효능은 천연 설탕의 효능이지 인공 설탕의 효능이 아니다. 인공 설탕은 먹는 즉시 혈당을 올리고 살을 찌우는 괴물이다.


더 심각한 괴물이 있다. 바로 인공감미료이다. 사카린, 아스파탐, 스테비오사이드, 수크랄로스 등과 같이 설탕보다 몇백 배 더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는 온갖 과자와 음료에 섞여 있어서 아이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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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양념이 있으니 바로 소금이다. 소금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동의보감의 설명에 의하면 소금은 식염(食鹽)이라 부르는데 “바닷물을 가마솥에서 끓여 정련하여 만드는데 눈처럼 흰 것이 좋다.”라고 하였다. 그 효능에 대해서는 “독기를 없애며 나쁜 기운에 감촉되어 심장이 아픈 것을 가라앉힌다. 곽란으로 명치가 갑자기 아픈 것을 그치게 한다. 지나치게 먹으면 폐를 상하여 기침을 하게 만든다. 끓인 소금물로 피부병이 난 곳을 씻으면 붓기와 독기가 사그라진다.”고 설명하였다.


동의보감이 설명하는 이 소금은 지금의 자염(煮鹽)을 가리키는 것이다. 바닷물을 끓여서 만드는 자염이란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의 조상들이 만들어 먹었던 소금이다. 갯벌의 흙을 말려서 바닷물로 걸러낸 다음, 이 바닷물을 큰 가마솥에서 10시간 동안 은근한 불로 끓여서 만드는 소금이다. 끓이는 동안 계속해서 거품을 걷어내면 마침내 눈처럼 하얀 자염이 얻어진다. 이 자염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천연 소금’인 셈이다.


천일염이란 것도 있다.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온 뒤 바람과 햇빛을 이용하여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 입자를 얻어낸 후 저장고에서 3년을 기다리며 간수를 제거한 것이 바로 천일염이다. 이 또한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천연 소금’이다.


그런데 소금을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얻어내기도 한다. 기계로 바닷물을 전기 분해하여 바닷물 속의 염화나트륨만을 뽑아내어 만드는 소금이 있다. 이것을 정제염이라고 부른다. 이 정제염과 천일염을 9:1의 비율로 섞어서 만든 소금이 꽃소금이다. 그리고 이 정제염과 화학조미료를 9:1의 비율로 섞어서 만든 소금이 바로 맛소금이다.


자염이나 천일염은 염도가 80~85% 정도이고, 염화나트륨 외에도 칼슘, 마그네슘, 아연, 칼륨 등과 같은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이 함께 들어있다. 하지만 정제염과 꽃소금 그리고 맛소금은 염도가 99%이면서 미네랄은 거의 들어있지 않다. 자염과 천일염은 천연 소금이다. 정제염과 꽃소금 그리고 맛소금은 ‘인공 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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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한국의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양념이 바로 간장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간장을 조선간장이라 하는데, 그 만드는 방법은 이러하다. 일 년 중 시월이 되면 콩을 수확하여 메주를 쑤고 정월이 되면 이 메주로 장을 담근다. 항아리 속에 소금물을 담고 여기에 메주, 숯, 붉은 고추를 넣어서 사십일을 기다린 후 장 가르기를 한다. 메주는 건져서 된장으로 만들고, 남은 장즙(醬汁)은 항아리 속에서 다시 일 년 이상 기다리며 숙성시켜 간장을 만든다. 담근 지 일이 년 정도 된 간장을 청장(淸醬) 혹은 햇간장 혹은 국간장이라 부른다. 삼사 년 정도 묵은 간장을 중간장이라 부른다. 오 년 이상 숙성된 간장을 오래될 진(陳) 자를 써서 진장(陳醬) 혹은 진간장이라 부른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도 간장은 “오래도록 묵힌 것이 좋다.”고 하였다.


이러한 간장은 음식의 간을 맞추는 양념이기도 하지만, 영양가가 풍부한 콩을 발효시켜서 만들었기에 물에 타서 마시면 기운이 솟아나는 보약이기도 하다. 제대로 만든 간장은 아미노산, 무기질, 유기산이 살아있다. 얼마 전 어느 종갓집에서 삼백오십 년 이상 대물림으로 내려온 간장이 한 병에 오백만 원의 값에 팔린 적이 있었다. 이렇게 자연의 힘을 빌려 제대로 만들고 오래도록 숙성시킨 ‘천연 간장’의 가치는 크고도 무한하다.


그렇다면 보통 마트에서 진열되어 있는 간장은 이러한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간장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간장을 조선간장이라고 하는 반면, 화학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간장을 왜간장이라고 하는데, 마트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간장은 바로 이 왜간장이다. 왜간장을 만드는 방식은 이렇다. 먼저 콩을 헥산이라는 강한 산성의 용매로 처리하여 콩기름을 짜내고 나면 콩 찌꺼기가 남는데 이를 탈지대두라고 부른다. 이 탈지대두를 염산으로 처리하여 녹여낸 후 온갖 색소와 감미료를 섞어서 이삼일 만에 뚝딱 만드는 것이 산분해 간장 혹은 아미노산 간장이다. 또 이 탈지대두에 밀을 추가한 후 종균을 가하여 육 개월 정도 발효시킨 후 색소와 감미료를 섞은 것이 양조간장이다. 그리고 산분해 간장과 양조간장을 8:2 혹은 7:3 정도로 혼합하여 만든 것이 바로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진간장이다. 그러니 이 진간장은 전통방식으로 만든 진장(陳醬)에서 이름을 훔쳐왔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간장인 셈이다. 이렇게 산분해 간장, 양조간장, 진간장(혼합간장)은 모두 공장에서 화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인공 간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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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발달할수록 식재료를 더 빨리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기계가 발달할수록 식재료를 더욱 편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기계는 점점 발달하는데 먹을거리는 점점 타락하고만 있다. 살기는 더 편해졌는데 건강은 더 나빠지고 있다.


평균 수명이 연장되어 이제는 백 세 시대라고들 한다. 그런데 아무리 백 세를 산다고 한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누워서 구멍이란 구멍마다 튜브를 꽂고 있다면 그것이 과연 행복한 것일까? 백 세까지 살 때 살더라도 골골거리며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백 세 유병장수가 아니라 백 세 무병장수가 되어야 한다.
 
백 세 무병장수의 기틀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만들어주는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기본양념부터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주는 이유식에 처음으로 하는 양념에 인공 설탕을, 인공 소금을, 인공 간장을 써서는 안 된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먹는 양념이 기계로 만들고 화학 물질로 처리한 것이어서야 되겠는가?


세상은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기에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생산성이 높은 것들을 자꾸 만들어낸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우리 엄마들은 더 빠르고 더 편한 것보다는 더 불편하더라도 더 좋은 것을 눈 부릅뜨고 찾아주어야 할 것이다. 음식에 넣는 기본양념이 바로 이런 것이다. 그렇다고 엄마들이 직접 천연 방식으로 설탕과 소금과 간장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물론 직접 만들면 더욱 좋겠지만 그러기는 힘들다. 그저 자연 방식대로 만들어진 설탕과 소금과 간장을 잘 찾아서 쓰자는 것이다. 아이에게 주는 음식에 넣는 양념이 겨우 소량이라 해서 잘 알아보지도 않고 마구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양념이라는 말은 ‘약념(藥念)’이란 단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다. 약념(藥念)을 소리 나는 대로 읽어서 ‘양념’이 된 것이다. 양념을 제대로 쓰면 약이 된다. 하지만 엉터리로 쓰면 독이 될 것이다. 기계처리가 들어가고 화학처리가 들어갈수록 약념(藥念)은 점점 독념(毒念)이 되어간다. 무엇이 약념(藥念)이고 무엇이 독념(毒念)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엄마들이다.




© 한의사 방성혜의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