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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배구 종목에서는 특히 대회가 많은 해이다. 성인부만 해도 남자부월드리그, 여자부그랑프리, 남녀아시아연맹컵(AVC CUP), 남자세계선수권대회, 남녀아시안게임(Asian Game)이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행사가 일 년 동안 계속 진행되다 보니 선수들도 힘들겠지만 배구협회 소속 의무위원회도 준비과정으로 같이 바빠진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대표선수들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많은 대회 중에서 남자대표팀과 아시아연맹컵대회(AVC CUP)에 파견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다. 대회기간은 8월 16일부터 8월 25일이었다. 올해는 이 배구대표팀 팀닥터 준비 이외에도 9월에 있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인천시 한의사회와 필자가 부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대한스포츠한의학회가 선수촌 한의원을 설치 운영하게 되어서 출장 전까지 두 가지 준비를 같이 해야 했다. IOC와 OCA(올림픽준비위원회)가 주관하는 대회에 공식적으로 한의사가 처음으로 참여하는 일이라 여러 가지 준비할 일이 많았다 .

출국 전까지 정신없이 진료와 대회준비 그리고 아시안게임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덧 출국일이 다가왔다. 올해는 다행히 낮 비행기로 가게 되었다. 새벽에 이동하거나 밤늦은 장거리 비행은 피로감이 더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출발하기 전 비행에 대한 스트레스는 덜하였다.

대회가 개최되는 나라는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의 신흥부국, 지도를 보니 유럽과 아시아의 한 중앙에 위치하였다. 인천공항에서 7시간의 비행으로 중앙아시아의 초원 사막지대를 건너 카자흐스탄 제2의 수도 알마티에 도착하였다. 알마티는 현지어로 ‘사과 apple의 아버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알마티에는 비교적 넓은 공원이 많이 있었는데 사과모양의 조형물이 곳곳에 있었다. 현지에서 먹어본 사과 맛은 우리나라 사과와 비교하여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한국 선수단의 숙소는 원래 holiday ihn hotel로 알고 있었는데, 현지에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알마티에서 제일 좋은 Intercontinental Hotel이었다. 좀 의아했지만 좋은 숙소에 묵게 되는 것은 선수단에는 더 좋은 일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나중에 숙소변경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도착 후 짐을 풀고 치료 준비를 한 후 곧바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훈련하고 계속된 국내외 경기로 관절과 근육에 약간의 무리가 있는 과사용증후군과 피로감이 대부분 있었지만 큰 부상은 없는 상태였다. 저녁에 박기원 감독님과 김동욱 매니저와 함께 preliminary inquiry에 참가하여 선수명단과 유니폼 등을 확인하였다. 그렇게 10일의 대회 중에 선수치료와 관리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카자흐스탄의 하루가 지나갔다.

카자흐스탄의 기후는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하고 비슷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하기 전 비가 계속 와서 공기는 맑았다. 20도 전후의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였다. 일기예보를 보니 점점 기온이 올라가서 우리가 결승전을 할 때쯤에는 30도를 넘는다고 되어있었다. 그리고 해발 700m의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다소의 고지대 증후군이 있을 수 있다. 이 정도의 높이는 남산타워보다 200m 더 높은 것이다. 이런 고지대에서는 몸이 무겁고 피로감이 더하며, 두통이나 근육통, 붓기가 평소보다 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응만 되면 해발 700m는 인간이 가장 살기 좋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예선전 3일은 몸이 무거울 수 있고 본선토너먼트에서는 점점 몸 컨디션이 살아날 것이다. 그래서 팀닥터는 대회가 열리는 장소의 기후에 대해서 꼼꼼히 점검하여야 한다.

도착 다음날 오전에 볼 캐치하면서 실전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자율 훈련을 하였다. 필자도 트레이너장에서 선수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선수들이 운동할 때 트레이너와 상의하며 치료가 필요한 선수에게는 의학적 운동요법(MET, Medical exercise therapy)을 알려주었다. 팀닥터와 스포츠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한의사는 일단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이 직접 여러 가지 스포츠를 직접 해 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좀 더 스포츠 역학이나 부상 등에 대해서 몸으로 느낄 수 있고 치료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포츠인과 대화를 할 때도 같은 스포츠인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날 오후 6시에는 박기원 감독님과 General meeting을 하였다. 이미 한번 경험을 했던 터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엄한주 교수님께서 대회 supervisor chairman을 하셔서 한국팀에게는 여러모로 편했다. 엄한주 교수님은 성균관대에 재직하시고 아시아배구연맹 이사를 역임하고 계셨다. 이날 엄한주 교수님과 감독님 이하 스텝들과 간단히 맥주 한잔을 하며 이런저런 대회에 관한 정보를 들으면서 우리의 숙소가 오성급으로 바뀐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엄 교수님이 아시아에선 한국, 중국, 일본은 당연히 좋은 숙소에 좋은 대우를 하라고 강력히 항의해서(실제로는 지시하신 것으로 생각하지만..) 갑자기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 세 국가 중 우리만 4성급 호텔에 배정받았었다. 이런 에피소드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니 스포츠외교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숙소에 좋은 식사 좋은 훈련장소를 제공 받으면 당연히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 팀닥터 한의사 이현삼의 스포츠 한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