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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허(血虛)에 피가 되는 몸 살림

저혈압이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증상은 특히 여성들에게 많다. 장기간 월경을 하며 임신과 출산에 모두 혈액과 영양분을 쓰기 때문에 매달 충분히 보충되지 않으면 ‘혈부족증(혈허,血虛)’에 빠진다. 생리량이라도 펑펑 많아 보라. 골이 지끈거리는 알 수 없는 두통에 진통제도 잘 안 듣는다.

평생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렸다는 분, 한의원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니 샛노란 얼굴에 쇠잔하고 쓰러질 듯하다. 극심한 불면증까지 겹쳐서 입원도 했었단다. 7-8년 된 편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며 만성 눈 피로에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고 있다. 밥은 겨우 배가 고파야 먹고 신경 쓰면 소화가 안 되며 기력이 바닥을 치니 당연히 우울증이 동무하자고 따라온다.

증상은 두통과 빈혈이 시작된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경 출혈이 외출도 못 할 정도로 며칠간 펑펑 쏟아지면서 빈혈이 시작되었던 것. 철분제는 계속 먹었지만 반복되는 생리주기에 따라 체력저하와 빈혈이 계속되었다. 댐을 막듯이 출혈부터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 했다. 본인 말로는 집안의 언니들도 그랬고 여고 때 학교도 못 갈 정도라서 결석하고...그래서 다른 사람도 모두 그런 줄 알았단다.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혈부족’ 증상의 전형적인 심화 사례였다. 어지럽고 팔다리 저림도 많지만 우선적으로 몸의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피를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머리 쪽에 지장을 가져온다. 성격 탓도 스트레스 탓도 아닌 혈허증(血虛證)은 이렇게 여자들을 골탕먹인다.

나의 처방은 진통제도 수면제도 아닌 실혈에 투여하는 당귀보혈탕(當歸補血湯)과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에 지혈제를 가미한 처방이었다. 한의학 치료는 방구들 천천히 덮여 주듯 자궁을 수축시키고 월경량을 줄여주면서 조혈기능을 돕고 식사만으로는 충분치 못한 기혈을 보충해준다.

남들은 보름이면 먹을 약을 하루 한 잔씩 한 달 만에 먹고 찾아온 분은 딴사람같이 웃음을 머금고 인사를 했다. 

“손가락도 까딱하기 싫고 건강한 할머니 보면 얄미워 죽겠다더니...어때요?”
“의욕이 좀 생기고 손 까딱하기도 좋아졌어요. 히히히”

점점 자신감도 생겼다! 잠만 잘 자면 좋겠다! 배고픔을 느끼니까 좋고 밥 먹고 2시간 만에 식욕 느끼고 살도 찌는 느낌이다! 어지럼증은 편해졌고 눈꺼풀 안 떨리고 체력이 좋아지니까 우울감도 잊게 되었다! 사는 게 재미가 있어졌다니....빙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몸 살림

이렇게 중요한 피 만들기 어떻게 이루어지나 알아봅시다. 단단한 뼛속에는 수세미 속처럼 성기지만 혈액이 풍부한 골수조직이 있다. 여기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만들어지고 성숙하여 혈액 속으로 보내진다. 피가 되는 원료는 음식으로 단백질, 철, 구리, 망간, 엽산(B12), 비타민 등이 들어와서 흡수되어야 한다. 간 조혈인자와 엽산은 간에서 저장되거나 내보내진다. 신장에서는 호르몬으로 뼈를 자극한다. 원료와 장기들의 협조를 받아 이제는 골수 편평골과 장골단에서 조혈작용이 일어난다. 여기에는 각종 조혈인자들과 갑상선, 부신 등의 호르몬까지 동원된다. 골수가 나빠지면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 몸 살림이 어려워진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협동과정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각 장기들이 씩씩하게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빈혈=철분제만 먹어 주면 된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골고루 영양섭취를 하는 건 기본이고 더불어 간, 신장, 골수 등 내장기능이 좋아져야 한다. 골수도 뼛속에 영양을 쫀득하게 채우려면 헬스가 필요하다. 평소에 걷기 등 무게를 주는 운동으로 뼈의 혈액순환을 돕고 골밀도를 높여준다. 나이 들수록 지압을 통해 뼛속까지 자극이 되도록 지그시 꼭꼭 눌러주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 된다.

철분 풍부한 식품들 밑줄 쫙 별표 반짝

시금치, 등심, 겨자잎, 순무잎, 오이, 부추, 갓, 냉이, 콩, 토마토에는 철분이 풍부하다. 달걀노른자에도 살코기 못지않게 듬뿍 들어있다. 쌀 속에는 안 들었나? 현미 100g 중에 철분 0.5mg이라면 같은 양의 우유에는 0.1mg밖에 안 들었다. 잡곡현미밥도 참 좋을 것이다.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당귀보혈탕(當歸補血湯)과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을 가감하여 처방하면 바로 혈이 부족할 때 조혈기능 증진에 최고다. 엄지 척!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